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8)
18화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아쉽게도, 시의회는 만만찮았다. 그들은 연금술사 살인 건만은 끝까지 잡아뗐다. 그건 왕의 행정관이 알게 되는 순간, 범죄자들을 도시의 장식물 삼아 주렁주렁 매달아 버릴 중범죄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법 실험을 지시했다는 자백은 결국 받아 냈다. 그들이 세탁소 도제들을 움직여 에드워드 일행을 ‘방해’하려 했다는 것도. 결국, 그들은 교수형 대신 재산 몰수형을 약속받았다.
그것도 큰 처벌이었다. 앵글리아 왕실은 오랜 세월 어둠의 종족들과 싸워 가면서 앵글리아 본토에서 오크와 오거 부락을 전멸시켰다. 켈피와 트롤 등 각종 괴물도 깊은 산골에 들어가야 겨우 볼 수준으로 만들고, 직진하는 악마의 개 헬하운드를 거꾸러뜨렸다. 그런데 거대 꼽등이라는 괴물을 추가시킨 것도 모자라 그걸 버글버글 들끓게 했으니.
미아는 불만족스러워했지만, 베로니카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설명충, 세탁소 도제, 시의회의 삼자대면 질의를 대충 끝낸 후, 그녀는 곧바로 다음 절차에 나섰다.
꼽등이 요한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연금술사 미아의 증언과 교차 검증이 가능했다. 시의원 중 연관된 이들의 추가 체포, 세탁소 도제들 체포, 꼽등이와 시의회가 발견하지 못한 연금술사들의 비밀 개인 실험실 수색과 봉쇄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절차가 남았다. 꼽등이 방제법 찾기.
베로니카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
“이 벌레 놈들은 약물을 찾아 자신들을 더 강하게 만들고 싶어해. 그래서 연금술사들을 습격한 거야. 숫자가 정말 십사만 사천인지는 모르지만, 10분의 1만 사실이어도 위험해. 소굴이 서쪽 하수도에 있다니까 당장 박살 내버리자.”
“좋아. 그런데 방법 있나?”
에드워드가 질문했다. 답변은 미아가 말했다.
“밴시의 마법약이요.”
모두의 시선이 연금술사에게 끌렸다. 그녀는 자신이 찾은 해답을 말했다.
“정확히 어떤 효능을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꼽등이들을 죽일 수 있었어요. 하수구마다 부어 넣으면 효과를 보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많은 마법약이 없는데요.”
리안나가 대답했다. 베로니카가 질문했다.
“없으면 만들어야지. 그 마법 도구의 규칙이 뭐지?”
“정해진 약초들을 넣고, 밴시가 쥔 채 적당한 양의 물을 넣는 거죠.”
이번엔 에드워드가 질문했다.
“적당의 기준이 뭔데?”
“적당한 게 적당한 거죠.”
시골 밴시의 대답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베로니카가 말했다.
“끽해야 그 병에 들어갈 만큼이겠지. 그럼 반복해서 만드는 방법뿐인데.”
“밴시가 쓸 약초가 그만큼 있을까요?”
미아의 의문이었다. 모두 부정적이었다.
“희귀한 약초들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만한 양은 저한테 없어요.”
리안나가 새삼 확인해 주었다. 연금술사가 밴시의 약을 모방해서 만들어 보자는 제안도 결국 시간과 예산과 성공 가능성이 발목을 잡았다. 에드워드가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아까 심문실에서 봤잖아. 벌레 놈들도 익사할 수 있다는 것. 물을 쏟아붓자고.”
“그 많은 물을 어디서 구해요?”
리안나가 질문했다. 대답은 베로니카가 했다.
“도시를 끼고 흐르는 강을 막아서 호수까지 범람시키면 양은 충분할 것 같아. 배수로를 막아 버리면 더 좋겠고.”
“지금부터 둑을 만든다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기술자들하고 이야기해 보지 뭐. 둑이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일단 수문부터 파악해야지.”
미아와 에드워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베로니카는 곧바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쪽 하수도를 공략할 병력을 모으겠어. 하나하나 탐사하면서 놈들의 둥지가 나올 때까지 샛길을 막아 버리는 거야. 꼽등이 떼거지가 반격하면, 리안나의 마법약으로 대처한다. 물에 희석해서 양을 좀 늘린 다음 탐사대 전원에게 지급할 거야.”
“역습의 순간이군. 잘들 해 보라 그래.”
에드워드의 말에 베로니카는 눈을 흘겼다.
“너도 다시 내려가.”
“젠장.”
* * *
도시는 꼽등이 전쟁을 선포했다. 마지막 오크 부락이 전멸한 이후에는 처음 내려진 선포였다. 다행히 강과 호수와 하수도는 수문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호수 쪽 수문을 열자 강은 수위가 낮아졌고, 기술자들은 거기다 온갖 폐자재를 쓸어 넣었다. 선박, 집, 다리 등등. 곧 강의 흐름은 호수에만 집중되었고, 그 양은 무시무시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전염병 때문에 텅텅 빈 집들도 많으니까요. 다 때려 부숴도 안 아까워요.”
하수도 안에서 한 노동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손에는 높으신 분의 집 벽돌이 들려 있었다. 재산 몰수형을 당한 시의회 의원들의 집 벽돌이었다. 안 아까울 만했다.
“그거 다행이네.”
에드워드는 횃불과 검을 든 채 중얼거렸다.
하수도 탐사대는 순조로웠다. 꼽등이 떼의 반격은 생각보다 미미했다. 미리 짜둔 계획대로 움직인 탐사대는 맨홀마다 보급로를 만들어 폐자재를 받았다. 주요 길목마다 탐사, 소탕, 폐쇄. 도시가 작정했으니 인력은 충분했다. 몇몇 꼽등이 둥지가 발견되긴 했지만, 곧 소탕되었다. 탐사대는 알까지 밟아 으깬 다음 그 위에 석회를 뿌렸다.
“이렇게 차근차근 소탕하면 끝이 오겠죠?”
새 벽돌을 날라온 노동자가 질문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오래 걸려. 지금 이건 소탕할 수 있는 곳만 정리해서 막아 두는 거야. 조금이라도 수공의 성공확률을 높이게. 진짜 소굴은 저 복잡하고 넓은 어둠 너머 어디에 바글바글하겠지.”
“저 너머에는 분명 그 괴물들이 있겠죠?”
한 용병의 말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많은 꼽등이가 이제 와서 안 보인다면, 대답은 그것뿐이지.”
“왜 반격하지 않는 걸까요? 무지막지하게 몰려다닌다면서요?”
“벌레 따위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아? 놈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모이는 것뿐인지도 모르지. 그럴수록 마지막 수공이 효과적이겠지만. 어쨌든 빨리 나가고 싶네.”
하수도 안은 밤낮이 없었고, 최대한 빨리 괴물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 때문에 작업은 3교대로 진행되었다. 에드워드는 주로 밤에 나갔다. 밤이 제일 위험한 시간대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낮과 밤이 거꾸로 된 생활이 좋을 리가 없었다.
“오늘이 며칠째지?”
에드워드가 질문했다.
“나흘째입니다. 마지막 날이죠.”
용병이 대답했다.
“슬슬 판단력이 무뎌지는 것 같아. 나까지 병에 걸릴 것 같고.”
“하수도 악취가 좋지는 않죠.”
“조금만 더 있으면 아예 악취 감별사가 될 것 같아. 이건 꼽등이 악취고, 저건 목욕탕집 악취고, 저건 염색장이들 악취라는 식으로 구분해 내게 될 거야.”
“매음굴 소변 냄새는 안 납니까?”
“수녀원 소변 냄새는 나던데?”
“어느 게 더 음탕합니까?”
“수녀원 냄새가 더 끝내주는 것 같아.”
용병과 에드워드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노동자들은 마지막 벽돌을 쌓았다.
“끝났습니다!”
노동자들의 외침에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 드디어.”
탐사대는 작업을 마무리한 다음 왔던 길로 돌아서 나왔다. 아직 해는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분주했다. 밴시 리안나가 다가와 깨끗한 수건과 물병을 내밀었다.
“수고하셨어요.”
“다른 탐사대는 별일 없다냐?”
“몇몇 꼽등이 무리가 나타나긴 했는데, 무난하게 물리쳤대요. 기사님네 탐사대가 마지막이에요.”
“그럼, 지금부터 1시간 뒤인가?”
“네. 그때 하수도 수문을 열 거래요.”
“성미 급하기도 해라.”
에드워드는 방수 장화를 벗어던지고 수건을 물에 적신 다음 팔다리에 묻은 오물을 닦아 냈다. 그는 그것들을 리안나에게 도로 던져 준 다음 일어섰다.
“그럼, 대충 정리하고 강가로 가자. 구경거리는 놓치지 말아야지.”
그게 새벽부터 도시가 분주한 이유였다. 시민들은 해가 뜰 때쯤 호숫가에 우르르 몰려나왔다. 간만에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간식거리를 파는 잡상인까지 보였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와 미아를 ‘귀빈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전염병과 베로니카한테서 살아남은 높으신 분들은 거기 다 있었다.
“수문 개방 행사에 귀빈석이라니 괴이하네.”
에드워드의 말에 베로니카는 웃어 버렸다.
“사제들이 축복한 다음 임시 시장의 명령으로 수문을 개방할 거야. 전염병과 괴물을 씻어 낼 물길인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호수는 강물을 있는 대로 빨아들여서 그 수위가 한껏 높아진 참이었다. 도시는 강의 수위가 호수보다 낮아지자 아예 수차까지 동원해 호수에 물을 퍼 담았다.
이제 그 많은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갈 시간이다. 사제들의 축복 의식이 끝나는 순간 해가 떠올랐다. 임시 시장이 최대한 엄숙한 표정으로 명령했다.
“수문을 개방하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수문들이 일제히 열렸다. 호수의 물은 소용돌이치면서 도시의 하수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높으신 분들은 서로 악수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에드워드가 감상평을 내놓았다.
“나 이거 알아. 어렸을 때 돌멩이들을 최대한 많이, 줄줄이 세워 놓은 다음 무너뜨리는 놀이를 했지. 그때랑 좀 비슷한 느낌이네.”
“어렸을 땐 곤충으로 노셨다면서요?”
미아가 질문했다.
“곤충만 갖고 논 건 아냐. 별 걸 다 가지고 놀았지. 돌멩이나 나무토막부터 여자애까지. 지금까지 즐기는 건 노름과 여자뿐이구만.”
미아는 에드워드의 손을 힐끗 보았다.
“그 손으로요?”
“이 손으론 이제 못하지. 밤일하다가 무심코 여자 팔다리나 허리 붙잡으면 살인죄 된다고. 아, 좋았던 날들이여.”
미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감이네요.”
“잘된 거지.”
베로니카가 깔깔 웃었다.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거렸다.
“저 소용돌이 속에 확 던져 줄까 보다.”
에드워드는 투덜거리며 소용돌이로 도로 시선을 돌렸다. 물은 아직도 빨려 들어가고, 박수와 환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물 많이도 들어가네.”
“작은 하수도는 아니잖아.” 베로니카가 대답했다.
“뭐, 그렇긴 한데.”
점점 환성은 작아졌고, 대신 웃음소리나 잡담이 커졌다. 몇몇 시민들은 볼 것 다 봤다는 표정으로 귀갓길에 올랐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는 물의 흐름을 계속 살펴보았다. 잠시 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그제야 베로니카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용병 하나를 불러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병사는 재빨리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잠시 뒤 말 울음소리들이 들렸다.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뒤를 이었다.
한참 더 기다려 보니 병사들이 돌아왔다. 그중 하나가 베로니카에게 달려와 보고했다.
“막힌 곳은 모두 멀쩡합니다. 물이 새어 나오지도 않습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더 이상한데. 꼼꼼히 막은 게 아니니까, 틈으로 새어 나오는 물 정도는 있을 거란 말이야. 그런데 없다니. 그럼 저 많은 물이 하수도에 다 들어가고도 빈 공간이 남는다는 말인데.”
“안쪽의 막아 놓은 곳 몇 개가 뚫리기라도 한 것 아냐?”
베로니카가 의문을 제기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이 정도면 막은 곳 전부가 뚫렸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귀환하자마자 꼽등이들이 허물기라도 했다던가. 마지막 순간까지 다 점검했으니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 같지만.”
“뭐, 아무래도 좋아. 그럴지도 몰라서 물을 최대한 많이 모은 거니까, 어디까지 들어가나 지켜보자고.”
베로니카는 느긋하게 말했다. 처음엔 에드워드도 그 말에 동조했다. 그러나 호수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할 때쯤엔 시민들도 그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에드워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아, 리안나. 준비해라. 탐사대를 새로 꾸린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요한 꼽등이 데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