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돈은 항상 문제(2)
니카노르는 경비병들을 물리치고 천막 안에 성큼성큼 걸어들어온 에드워드에게 농담을 건넸다.
“투석병으로 전업하면 더 좋을 기사님이 오셨군.”
그리고 덕택에 죽을 뻔했다. 그가 멱살을 잡히기 직전에, 에드워드를 따라 뛰어온 베로니카가 그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너 의심병이니?!”
약간의 소동이 지나간 다음에, 니카노르는 겨우 상황을 파악했다. 곧 그의 탁자 위에 금화와 은화가 놓였다. 전부 에드워드네가 받은 것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었다.
“가짜 금화라기에, 내가 순도를 헷갈렸나 했네.”
에드워드가 멋쩍은 듯이 말했다. 스텔라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가락으로 접어보는 것만으로 순금인지 아닌지 판별하시니, 익숙하신 줄 알았는데요?”
“내가 환전상이냐? 대충 감이지.”
“환전상은 금화를 손가락으로 반 접는 재주 없어요.”
둘의 농담 사이에서 니카노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앵글리아에는 이런 금화 없소?”
“앵글리아와 그 근방에는 없소. 가르달도 상인이지만 이런 거 몰랐잖아.”
가르달은 한 손으로 자기 수염을 잡아 뜯을 듯 쥐었다.
“나도 환전상이 아니잖소. 소금산에서 독점 계약 따내서, 해안까지 왕복했을 뿐이지.”
베로니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앵글리아 쪽에서 볼 일이 없는 화폐긴 해. 이건 주로 세트렛 도시들이 주조하는 거니까.”
가짜 화폐. 순도가 조금 다른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진짜 금화다. 도안도 문구도 빛의 진영과 거의 똑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구석이 있을 뿐. 이유는 간단했다. 잘 나가는 화폐는 그 자체만으로도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었다.
“옛날엔 앵글리아 화폐 중에 아퀴타니아 화폐와 똑같이 생긴 것도 있었어. 둘 다 북동 비텔리아 쪽 화폐를 모방했지.”
“진짜? 난 못 봤는데.”
“꽤 오래전 금화거든. 여기선 아직 흔한 이야기지만.”
“그렇소. 세트렛인들이 ‘익숙한’ 화폐의 모양을 흉내 내는 거요. 때때로 의미도 모르거나 신경 안 쓰면서 도안을 따라 하지.”
니카노르는 문제의 화폐를 들어 보였다.
“비텔리아어요. 신의 품에서 평화라는 뜻이지. 세트렛 놈들이 쓰기 적당한 문구는 아니지만, 금 앞에서는 알 바 아니지.”
“그런 문구가 악마 도안과 함께 있으니 묘하네.”
에드워드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도 금화 하나를 집어 들어 베로니카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이거 그대로 빛의 진영에 유통시킬 수 있나?”
“가능은 해. 가능은 한데…….”
“안 좋은 말이 따라붙겠군.”
베로니카는 씹어 뱉을 듯한 표정으로 금화를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악마 도안이 문구 위에 있어. 사제와 경우에 따라서는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뭐야, 그럼 그냥 버리나?”
“게다가 금화는 부적 못지않게 힘이 있어. 너 피라미드에서 고대 악마 다쉬사베스의 금화 때문에 학을 뗀 거 기억 안 나?”
에드워드는 띠거운 표정으로 금화를 바라보았다. 니카노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린 그냥 쓸 거요. 여기만큼 물자가 부족한 땅도 없으니까.”
“녹여서 재주조하는 방법도 있지 않소? 성직자가 정화하거나.”
니카노르는 손가락으로 주화 더미를 가리켰다.
“이 양을?”
할 말이 없었다. 다시 녹이는 것도 비용이 드는 일이다. 일일이 순도까지 따져 간다면 더 지난할 것이고. 에드워드는 다시 엄청나게 속 쓰린 표정을 지은 다음, 다시 방법을 짜냈다.
“환전. 환전합시다. 베르세바도 환전상은 있을 것 아냐?”
니카노르의 부관이 토기 파편에 뭘 끄적거리더니 그걸 에드워드에게 넘겼다. 에드워드는 그걸 손바닥으로 받아 읽어 본 다음, 그대로 쥐어 으깨버렸다.
“환전비가 아주 개판이네!”
“아니, 대체 얼마기에 그러는 거요?!”
가르달이 황급히 물었다. 엘프 부관은 친절히도 다시 써줬다. 드워프는 그걸 읽자마자 입에 넣고는 씹어버렸다. 으득!
“와! 드워프 이빨 강철 이빨!”
“저 종족은 충격을 나타내는 방법이 참 이색적이군요.”
스텔라와 헬레나가 한마디씩 했다. 가르달은 도자기 조각들을 퉤 내뱉었다.
“금값도 안 나오잖아!”
“영감님, 혓바닥 멀쩡해요? 피 안 나요?”
스텔라의 말에 가르달은 혀를 길쭉하게 빼냈다. 무탈함. 그리고는 선언했다.
“곧 죽어도 이 비율로는 환전 못 해! 상인의 혼을 걸고!”
헬레나가 덤덤하게 태클을 걸었다.
“특정 물품 독점 무역만 했으면서 무슨 대단한 상인인 것처럼 말하지 마요. 누가 들으면 바닷길이라도 다니는 사람인 줄 알겠네.”
“왕실에 뇌물 처바르는 건 아무나 하냐? 네가 소금산 돌아가서 독점 무역권 따볼래?”
“정말 따도 돼요?”
스텔라가 끼어들었다. 드워프는 호기롭게 해보라고 하려다 관뒀다.
“입찰 경쟁자가 늘어나면 좋을 게 없긴 하지…….”
“에이, 그게 뭐예요.”
이상한 데서 상인혼이 불타는 드워프와 깐죽거리는 여마법사를 무시하고, 베로니카는 한숨을 다시 푹 내쉬었다.
“종류도 다양하네. 어떤 건 비텔리아 쪽 금화 모양이고, 어떤 건 시오니아 쪽 금화 모양.”
“이 다양한 종류 중에 하나도 내가 못 갖는 거야?”
에드워드가 묻자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지금 누구의 호위 기사니?”
“너.”
“내가 누군데?”
“사제.”
“더 정확히.”
“이단심문관?”
“그래. 교황청 교리법무성 징계과 위임판사이자 특별사법관 베로니카 드 켐벨이지. 네가 걸치고 있는 서코트에 그려진 건 교리법무성의 망치 문장이고. 그런 네가 악마 도안이 찍힌 금화를 펑펑 쓰고 다니겠다고?”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였다.
“이곳 사람들은 잘만 쓴다잖아. 큰 탈이 나겠냐?”
“이곳 사람들은 이곳 사람들! 교리법무성의 문장을 걸친 사람이 저런 돈을 어떻게 써?”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베로니카는 팔짱을 낀 다음, 눈을 질끈 감았다.
“다 감수하고 환전해. 아니면 버려.”
가르달은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그가 형태 없는 말을 주워 담을 때 에드워드가 말했다.
“그렇게는 못 하겠다.”
“그래, 설득이 쉬울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첫째, 난 교리법무성 소속이 아니다.”
에드워드가 그녀의 말을 끊자 베로니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남들한테 종종 뱉던 말이 그녀한테도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기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너한테 개인적으로 고용된 몸이지. 교회 소속이 아니라 세속의 기사라고. 세속의 사람이 세속의 규칙대로 금을 쓰겠다는데 왜 네 체면까지 신경 써야 하냐? 서코트가 문제야? 벗고 쓸게. 그럼 되잖아?”
베로니카는 도끼눈을 떴다.
“작은 성 네 채 값도 포기한 기사가 겨우 그걸 포기 못 하니? 네 몫은 그것보다 더 적잖아?
“이게 무고한 여자 50명의 목숨이 달린 일이냐?”
“내 체면이 달렸거든? 체면만 문제도 아니거든?”
“네 일 아니라고. 내 일이라고.”
둘의 말싸움이 치열해지자 듣다 못한 헬레나가 나섰다. 그녀는 둘의 등을 천막 밖으로 떠밀었다.
“일단 나가서, 다른 데서 이야기하죠.”
* * *
전장의 땅이 수렁이 되는 순간, 대부분의 말들은 균형을 잃고 주인과 함께 자빠져 버렸다. 옆으로든, 앞으로든, 불행히도 골절상을 입어 처분해야 하는 말도 있었다. 그런 말들은 말고기 신세를 못 피했다.
밴시 리안나는 자기 몸의 진흙들을 떼어내자마자, 진창에서 꺼내 온 말들도 보살펴야 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말고기를 못 얻었다.
“우리네 말들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은가 몰라? 너네 운 좋은 거 알긴 아니?”
리안나가 투덜거렸다. 그녀가 손질해 주던 말은 에드워드의 전투마였다. 원래는 어떤 신인 기사의 것이었고, 평소엔 예비 마로 쉬면서, 앵글리아에서부터 따라왔던. 리안나를 태운 채 폭주해본 적도 있는 놈이었다.
리안나는 금화 수십 개 어치는 된다는 그 비싼 말을 다시 살펴보았다. 다친 곳 하나 없었다.
꼬마 밴시는 낮게 중얼거렸다.
“말 팔자가 상팔자네. 밴시보다 비싸고, 밴시보다 잘 놀고, 밴시보다 더 잘 먹고, 밴시보다 더 잘 씻고. 진흙 위에서도 아주 기품이 넘쳐요, 넘쳐. 네 이름을 황금말로 개명하는 건 어때?”
“대체 어느 과정을 거친 발상이냐?”
에드워드의 목소리였다. 리안나는 전투마를 가리켰다.
“얘 몸값이 금값이라면서요. 그러니 이름도 금덩이로 해줘야죠.”
“황금말이라. 황금배라는 이름이 붙은 말은 아는데.”
“말이 배예요? 걔도 비싸요?”
“비싼 거야 당연하겠지. 성격은 지랄 맞은 걸로 유명하다던데.”
리안나는 머릿속으로 등에 돛을 단 금빛 말을 상상해버렸다. 그 모습에 에드워드는 그 머릿속을 꿰뚫어 보았다.
“뭘 상상하는지 투명하게 보이네.”
“그럼 밴시가 다음에 뭘 할지도 보이세요?”
에드워드는 말들을 돌아보았다. 그새 다들 깨끗하게 씻겨 있었다. 다친 곳도 없었다.
“뭘 시킬까?”
“좀 놀게 해주세요! 쉬게 해주세요! 밴시는 휴식을 요구한다!”
밴시가 두 손을 들고 방방 뛰며 항의하자 에드워드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알았다. 말 안 놀라게 저리 가서 놀아라.”
“말이 놀랄 일이 뭐 있나요?”
리안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쪼르르 달려가 조그만 돌멩이들을 비석처럼 여기저기 세웠다. 그리고는 잠시 물러나 거리를 두더니, 허리띠에 찬 주머니에서 납탄을 꺼냈다.
“뭐야, 던지기 훈련하게?”
“놀이 겸이에요!”
투수, 초구, 스트라이크. 따악! 에드워드는 그걸 보고 중얼거렸다.
“그래, 그거라도 열심히 해라. 야구를 창안하지는 말고. 다들 시즌만 되면 욕하느라 바빠지는 나쁜 문화거든.”
“야구요?”
“그런 게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에드워드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리안나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연패가…… 아니, 베로니카랑 싸웠어. 금붙이는 다 날아가게 생겼고. 마누라랑 싸웠는데 우리 야구팀까지 지고 있으면 이런 기분이겠지?”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사제님이랑 왜 싸웠어요?”
에드워드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리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 네 채 값도 포기하신 분이 그걸 아까워해요?”
에드워드의 입술 사이에서 뭉개진 욕이 튀어나왔다.
“다들 그 이야기네! 그래서 이번에 사람 50명의 목숨이 걸렸냐? 절대선이 무너져? 악마가 박수칠 선택이래? 아니잖아! 기사는 돈 많이 드는 직업이야! 돈은 중요한 문제라고!”
“기사 관두고 투석병 하시면 되겠네요. 투석병도 돈 꽤 번대요.”
“난 투석 못 해.”
“전 잘만 던지시면서. 그 괴력을 쓰면 엄청난 위력이 나오지 않을까요? 납탄 빌려드릴게요. 던져 봐요.”
리안나는 손에 남은 납탄을 에드워드에게 내밀었다. 에드워드는 그걸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괴력을 쓰려면 손끝에 걸고 던져야 돼. 그나마도 그건 되다 안 되다가 심하더라.”
“그래요?”
“그래. 이 저주 걸리고 제일 까다로워진 게, 무기 잡는 것 빼면, 내 몸 긁기랑 뭔가 던지기야.”
“긁기는 알겠는데, 던지기는 왜죠?”
“첫째, 던지는 건 원래 어깨를 쓰는 거야. 손끝이 아니라. 둘째, 내가 쥐고 던질 만한 물건이 많지 않아. 던지기도 전에 찌그러지기 십상이지. 그런 걸 던졌다간 아무 데나 날아가서 오히려 내가 위험해져. 셋째, 이 빌어먹을 저주는 어디까지가 되고 어디까지가 안 된다 그게 명확하지를 않아. 연구에 실험을 거듭해도, 그때그때 다 달라. 마지막으로, 그건 기사가 할 일이 아니야.”
긴 설명이었다. 밴시는 다 무시하고 마지막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마지막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 같은데요.”
“중요해.”
에드워드는 씹어뱉듯 말했다.
“기사가 기사로 남지 못하면, 내겐 남는 게 없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