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폐건물은 항상 이야기의 원천 (2)
사암을 깎아 만든 도시 베르세바는 밝은 모래빛깔 그대로 빛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에드워드 일행은 물귀신 소동 때문에 그 경관을 천천히 둘러볼 정신이 없었을 뿐. 쭉 뻗은 도로와 높은 첨탑들, 때로는 큰바위처럼 솟고, 때로는 절벽에 붙박은 건물들.
그 아름다운 도시를 밴시는 낙타 등에 거꾸로 매달린 채 가로질렀다. 대롱대롱.
“기사님은 악당!”
“안 그래도 신경 곤두서는데, 불길한 소리나 해대는 네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다.”
“제가 틀린 말 했나요! 매번 일이 터지면 터졌지, 조용히 지나가는 게 없잖아요!”
“조용히 지나가는 게 없긴 왜 없어. 네 뇌가 사건만 기억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지. 기본적인 오류다.”
“와! 기사님 또 이상한 소리 한다!”
“그리고 너 임마, 안 그래도 밴시는 울음 때문에 오해를 산다며? 여기서도 밴시라는 것 때문에 의심 받았고. 그런데 계속 불길한 소리나 하면 사람들이 뭐라 그러겠냐?”
밴시 리안나는 입을 다물고 주변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다들 거꾸로 매달린 여자애한테 시선을 한 번씩 줄 뿐, 별 행동은 없었다. 가끔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뿐.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 괜히 괴롭히는 인간으로 오해받을라.”
에드워드는 헬레나를 돌아봤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려?”
“요정인 걸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노예를 어떻게 징계하든 그건 주인 마음이라는 사람도 있고, 웃긴다는 사람도 있고.”
“왜 너무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건가요! 이 망할 도시!”
리안나가 비명을 질렀다. 에드워드는 다시 중얼거렸다.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있네. 연장.”
“꽥!”
아옹다옹하는 사이 일행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인 교회는 도시 한적한 거리를 지나 약간의 경사로를 올라가야 하는, 접근성이 그닥 좋지 않은 곳이었다. 절벽에 붙박이로 만들어져 밖에서는 입구만 보였다. 입구는 좌우로 긴 주랑현관이었다.
“인디아나 존스 생각나네. 양식은 좀 다른 것 같지만.”
에드워드는 지나쳐온 길을 돌아봤다. 높은 첨탑과 지붕을 가져 바로 그 위치를 알아볼 수 있는 다른 교회들을 본 다음, 그는 다시 문제의 교회를 보았다.
“이게 이름이 뭐라고 했지?”
“대천사의 은혜 알림 성당.”
경전 속 특정 사건들 이름을 붙인 성당. 에드워드는 동료들에게 슬쩍 농을 건넸다.
“왜 이 건물을 주겠다고 했는지는 알겠네. 이런 구조에서 벽돌을 빼가거나 할 수는 없잖아.”
폐건물 중 일부는 건축 자재로 재활용되어 반쯤 허물어지기도 했지만, 아예 절벽에 붙박이로 만들어진 건물은 그게 불가능했다. 절벽 그 자체를 깎아 만들었으니까.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근방을 다시 사람들로 채울 수 있다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이거네.”
“알뜰하기는.”
“그러니 사막의 군주를 하는 것이겠지. 병원이나 구호 시설을 갖춘 시설로 만들면 되겠어.”
에드워드는 머리를 빠르게 돌렸다.
“교황청에서 적당한 수도회에 운영을 맡기고 수익이 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투자 비용이 적지는 않겠지.”
교황청과 에드워드가 지분을 반반 가져가는 건물. 건물 임대료만 챙기는 게 가장 속 편한 방법이었다. 물론, 더 큰 수익을 원한다면 이 건물을 기반으로 하는 온갖 사업에도 숟가락을 얹어야 했다.
에드워드는 문득 전생에서 나돌던 우스갯소리를 떠올렸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물론 전생에서도 그런 건물주는 크고 돈 되는 건물들 이야기지만.
“이건 크기는 커 보이는데.”
“들어가 봐.”
베로니카는 말에서 내렸다. 그걸 신호로 다들 말과 낙타에서 내려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문짝은 다 뜯겨 나가서 경첩도 남질 못했는데, 그 탓에 안은 모래 먼지가 가득했다. 내부 계단이 경사로가 될 지경이었다. 다행히 모래는 굳질 않았고, 발을 디디자마자 바스라졌다. 이음매가 없는 벽답게 모래가 어디 끼지도 않았다.
“내부는 전형적인 성당이네.”
입을 소매로 가린 채 내부를 둘러보던 베로니카의 말이었다. 뒤따라오던 파브리스가 말을 붙였다.
“이런 데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려면, 결국 병원이나 학교로 만들어야겠지요. 교황청도 골치 좀 썩겠군요.”
“선교 수도회는 그런 거 잘하는 사람들이니까, 알아서들 하겠지. 원래 목적대로 쓰면서 부속건물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고.”
“시오니아 출신이신 아가씨가 비텔리아 교황청 좋을 일만 해주시는군요.”
“그래봤자 병원 하나 아니면 학교 하나야.”
베로니카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그걸로 이 일대에 대한 교황청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오히려 남는 장사겠지. 베르세바든, 시오니아든.”
교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파브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결국 교황청이 발을 붙이느냐, 마느냐는 그들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두런두런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에드워드는 건물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관리 없이 방치했다지만, 딱히 부서질 것도 없어 보존 상태는 좋았다.
“채광창도 통풍창도 다 이상 없고, 문짝만 달면 되겠네.”
에드워드는 문짝이 다 사라진 고해소 사제석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 고해소는 의자도 사암을 깎아 만들어 움직이지를 못했다. 사암 외에 눈에 띄는 건 툭 튀어나온 철 촛대뿐. 그것은 벽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에드워드는 사암과 어둠 사이에서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그 인공물에 관심을 기울였다. 도금이 사용감을 못 이겨 많이 벗겨지긴 했지만, 은을 쓴 것이었다. 약간 남은 은이 녹슬어서 시커맸다.
“은도금 촛대라. 알뜰하다고 해야 하나. 나라면 통째로 은을 썼을 텐데.”
“그랬으면 이미 너 같은 성격의 도둑놈들이 훔쳐 갔겠지. 도금한 것도 긁어가는 놈들이 부지기수인데.”
베로니카는 고해소 신자석에 앉았다. 둘 사이에는 얼굴이 안 보이게 가슴팍 높이에만 뚫린 작은 창만 있었다. 에드워드는 그 창으로 보이는 붉은 옷깃을 향해 말했다.
“우리, 자리가 뒤바뀐 것 같은데?”
“네가 거기 먼저 앉았잖아.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안 쓰는 건물인데 뭘.”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버렸다. 문짝도 없으니 고해소라고 할 수는 없긴 했다.
“넌 나한테 고해할 거 없냐?”
“웃기네. 누가 사제니? 네가 나한테 해야지.”
“사실은, 없어.”
베로니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랬다저랬다, 이럴 거다 저럴 거다 통보할 건 없어.”
“고해를 통보라니.”
“통보지. 난 이런 죄를 저질렀습니다. 넌 이렇게 속죄해라. 서로 통보하는 거지.”
“하. 묘한 시각이네.”
에드워드는 카치운의 말을 떠올렸다.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라. 해야겠다면 통보를 할 뿐이다. 아니라면?
“통보가 아니라 대화가 필요한지도 모르지.”
“지금 하고 있잖아.”
“좀 다른 대화가 필요한 것 같긴 한데.”
그는 다시 촛대로 관심을 돌렸다. 포도송이와 그 덩굴 모양의 촛대. 마땅히 할 말을 못 찾아 헤매던 에드워드는, 했던 말을 또 꺼냈다.
“나라면 통째로 은을 썼을…….”
그는 무심코 그 촛대를 만지작거렸다. 그 순간 촛대 아랫부분이 따로 놀았다. 덜컥.
“꺄아악!”
그 순간 촛대가 휘어버리면서 베로니카가 비명을 질렀다. 먼지구름이 일더니 창 너머 붉은 옷깃이 빠르게 사라졌다. 에드워드는 황급히 사제석을 박차고 튀어나와 신자석을 돌아보았다.
베로니카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에드워드는 일행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다들 놀란 표정이었지만, 파브리스와 올리비아 등은 특히 창백한 표정이었다. 에드워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본 사람?”
“저요! 사제님이 앉은 의자가 아래로 한 바퀴 돌았어요!”
리안나가 소리쳤다. 가르달이 황급히 달려와 그 의자를 살펴보았다. 먼지를 헤친 끝에 그는 곧 희미하게 보이는 틈새를 찾았다.
“비밀 통로군. 고해소 사제석에서 조작해 여는 건가 본데?”
올리비아는 당황해서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마, 맙소사! 당장 아가씨를 꺼내요! 그거 어떻게 여는 거죠?!”
에드워드는 자신이 조금 전에 만지작거린 촛대로 시선을 돌렸다. 가르달이 잽싸게 달려가 그 촛대를 살펴보았다.
“이 안에 장치가 있었군. 껍데기가 안전장치요. 원래는 따로 개봉한 다음 조작하는 건데, 에드워드 경의 손아귀 힘이 너무 세서 껍데기째 비틀어버렸군.”
사고 쳤다. 에드워드는 손목 안쪽 소매로 이마를 짚었다.
“사고야.”
“고의일 리가 없지. 이해하오. 뭐, 저 친구들은 이해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가르달은 파브리스 일행을 가리켰다. 파브리스와 그 동료들은 대부분 의자를 살펴보네, 밧줄을 가져오네, 난리도 아니었고, 올리비아와 몇몇은 에드워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에드워드는 뒤통수를 긁고 싶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먼저 쥐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촛대, 다시 잡으면 그 비밀 통로가 도로 열리나?”
“아마도.”
가르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드워드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이번엔 창으로 신자석을 보면서. 과연 좌석이 빠르게 휙 회전해버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망할. 이따위 비밀 통로가 왜 고해소에 있는 거야?”
그가 투덜거리든, 말든, 가르달은 에드워드를 향해 손짓을 까딱까딱하면서 지시를 내렸다. 반 바퀴, 한 바퀴, 다시 반 바퀴. 의자는 휙휙 돌았다. 잠시 뒤 가르달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에 무게추가 있어서, 조작하자마자 문이 바로 닫히는 거요. 적당한 도구 없이, 열어둔 채로 고정하기는 힘들 것 같소.”
“젠장. 베로니카는 무사할 것 같소?”
“설계한 엘프 새끼가 어떤 변태 새끼인지, 비밀 통로와 함정의 경계가 좀 희미한 장치긴 하오만, 바로 사람 잡을 함정을 고해소에 설치했을 것 같지는 않소.”
교회는 보통 대피소 역할을 하는 게 흔하니까.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공간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이거지? 좋아. 내가 바로 들어간다.”
“무모한 짓을! 당신도 조난 당할 뿐입니다!”
파브리스가 바로 제지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바로 밧줄과 횃불, 부싯돌 따윌 챙겼다.
“저 아래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호위 대상을 홀로 남겨두면, 내가 더 미칠 거야.”
그는 촛대 껍데기를 맨손으로 찢어버려 손잡이를 노출 시켰다. 그 힘에 더는 반박이 안 나왔다. 그는 찢겨나간 껍데기를 바닥에 내던지고, 손잡이를 가르달에게 맡겼다.
“힘껏 돌리쇼.”
“그래야겠구만.”
가르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에드워드는 슬금슬금 도망치는 리안나의 덜미를 붙잡았다.
“어딜 도망가?”
“안 돼! 또 지하야! 기사님은 왜 맨날 지하로 들어가요?”
“내 탓이냐?”
“암브로즈 시에서는 거대 꼽등이네 하수도! 소금산에서는 물고기네 지하도시! 해안가에서는 궁전 유적! 얼마 전엔 악마네 피라미드까지! 사막의 지하 탐험은 이미 했잖아요! 두 번이나 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그걸 내가 결정하냐?”
파브리스는 리안나의 항의를 듣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지하 탐험이 매번 있는 일입니까?”
에드워드는 어렵게 대답했다.
“원래 던전은 지하에 있는 거요.”
파브리스가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