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
지상으로 올라온 후, 에드워드는 아지지야 대도서관의 화재 원인을 대장장이 악마 탓으로 돌리는 데 별로 인색하지 않았다. 전에 이긴 놈 또 이겼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뭔가 강한 놈을 때려잡았다고 하는 게 더 거창해 보일 테니까.
그래서 에드워드 일행은 불순한 움직임을 보인 사교도들을 발견해 뭉개고,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를 물리쳤으며, 사제의 정화도 안 먹히는 광전사를 죽인 순례자들로 포장되었다.
“보이지 않는 희생은 조명받지 못하나요!”
리안나의 투덜거림이었다. 그녀는 헬레나가 사준 소갈비를 힘껏 뜯었다.
“절 괴물 아가리에 처넣는 게, 어떻게 괴물을 묶는 거예요?”
에드워드는 간단히 대답했다.
“네 무게든 능력이든 그걸로 괴물이 못 움직이면, 놈을 묶은 거지.”
“괴상한 논리! 그랬다간 마비약도 ‘묶는다’고 하시겠네요! 포로들 묶으려면 땐 저 하루 종일 울리시겠고!”
“그럼 밧줄값 아끼겠군.”
“기사님, 꼭 지옥 가세요!”
“대신 고기 주잖아.”
에드워드는 헬레나보다 적고 질긴 고기를 줬다. 리안나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 고기를 챙겼다. 그녀는 고기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리안나의 투덜거림이었다. 그녀는 헬레나가 사준 소갈비를 힘껏 뜯었다. 에드워드는 그보다 적고 질긴 고기를 줬고, 카치운과 가르달은 아예 안 줬다. 그녀는 고기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기사님은 어쨌든 고기를 줬고! 사제님은 설탕 과자 하나 줬으니 그렇다 쳐도! 가르달 씨와 카치운 씨는 너무 야박해요! 아무것도 안 주고, 미안한 척도 안 해! 때때로 기사님보다 더 악질이야!”
“내가 널 괴물한테 갖다 박았냐?”
가르달의 짧고 굵은 반박이었다. 카치운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노예가 말이 너무 많으면 주인한테 칼 맞는다.”
“카치운 아저씨는 제 주인 아니잖아요!”
“세상 진리가 그렇단 뜻이다.”
카치운은 새끼손가락 끝을 털고는 단도를 쥐었다. 그는 군주가 보낸 선물 중 귀한 과일인 오렌지를 자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망할 울음소리로 나까지 뻗어버리게 만들었으니, 난 치를 대가 없어.”
“저한테 너무 가까이 붙은 아저씨가 잘못이잖아요! 이제 제 울음소리는 직접 만질 정도로 가까이 와야만 효과 있단 말이에요! 그러게 누가 밴시를 잡으래요?”
“기사 양반이 잡으라고 했지.”
“그러니까 기사님께 따지세요! 저한텐 그 오렌지 주시고!”
카치운은 굉장히 얇게 썬 오렌지 한 조각을 밴시 앞에 내놓았다. 리안나는 기름기 묻은 손으로 그걸 집었다.
“얇아! 더 줘요!”
“이게 흔한 건 줄 아냐? 맛이라도 볼 수 있는 데 감사해라.”
“딸내미 또래의 애한테 너무 박정한 거 아니에요?”
“너 몇 살이랬더라?”
카치운과 리안나의 만담을 배경음 삼은 채, 실제 문제행동의 행위자 에드워드는 침묵을 지켰다. 그의 옆에서 편지지와 깃펜을 쥔 스텔라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하품을 했다.
“뭐 더 쓰실 거 있으세요? 엥겔 이야기라던가.”
“요하나가 그거 들어서 뭐하게.”
“이제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하면 되죠.”
“아예 모르는 게 더 나아. 그 편지는 그걸로 끝내.”
“그러죠. 그럼 다음 편지는 누구 앞으로 보내요?”
“어디 보자, 성묘수호기사단에 예금 관련 확인할 것 하고…….”
“베레스포드 공작님께는 안 보내요?”
“저번에 변명으로 가득한 편지 보낸 이후 답장이 없으셔서, 또 보내기는 좀 그런데.”
스텔라는 자신의 앞에 놓인 편지 두루마리들을 보았다. 요하나에게 보내는 것까지 넷. 한두 통 더 쓴다 해도 베로니카가 다루는 문서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시오니아의 근위기사단장 되셨다는 친구분께 보내는 게 한 통, 다른 친구들한테 보낼 것이 두 통. 가족한테는 안 보내요?”
“얼굴도 가물가물한데 뭘.”
7살부터 시작된 기사 양성과정 중 본가에 돌아간 건 몇 번 안 되었다. 심부름꾼이나 전령 노릇을 하며 오간 것들이 보통이었다. 일찍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보니, 돌아가더라도 때때로 어색했다. 기사는 그렇게 혼자 시작한다. 게다가 에드워드는 환생인 탓인지 가족과 애착이 특히 더 생기지 않았다.
“그리 다정한 가족도 아니었고, 여기까지 와서는 더 만나거나 떠올리기 힘들지.”
“요하나 양 외의 애인은요?”
“편지할 정도의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닌데, 내가 감옥 들어가면서 편지 다 끊겼어. 어쩌다 온 소식들도 다 결혼했다느니 뭐 그런 거더라. 그 뒤부터는 애인이 아니라 친구지, 뭐.”
스텔라는 편지들을 챙기며 말했다.
“기사님을 먼저 찾는 편지들에 답장할 게 아니면 보낼 게 없네요. 기사님 찾는 편지는 오려나?”
“오긴 와. 내가 오면서 일 해결한 곳들한테서, 꾸준히. 앞으로도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다, 돌아오면 들러달라 뭐 그런 거. 그런데 그런 건 베로니카가 웬만큼 처리하는 탓에 내가 직접 쓸 일이 더 줄어들지.”
“그렇군요.”
“이제 나하고 가장 가까운 건 우리 일행들이란 말이다. 베로니카라던가, 헬레나라던가…… 너라던가.”
“아하하. 안 넘어가요. 유혹하려면 단독으로 부르시던가.”
스텔라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사제님하고는 진도 좀 나갔어요?”
에드워드는 애꿎은 2층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브리스가 ‘휴식’을 강요하며 올리비아와 베로니카를 방에 몰아넣었기 때문에, 베로니카만 이 자리에 없었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의 말을 떠올렸다.
‘넌 누구고 어디서 왔지?’
기사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특별한 일이 있긴 있었지.”
“와! 들려주세요!”
“싫어.”
에드워드는 단칼에 거절한 다음, 도로 시선을 내렸다. 그때쯤 숙소를 나갔던 파브리스가 돌아왔다.
“대충 정리가 끝났군요. 이제 베르세바를 떠나기만 하시면 됩니다.”
“댁들도 따라오게?”
“베로니카 아가씨를 백작령까지 모시는 게 저희 임무입니다.”
“난 걔를 시오니아 수도까지 데려가는 게 임무요.”
파브리스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중간까지는 협력하지요.”
에드워드는 피식 웃었다. 그는 육즙과 과즙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빨아대는 리안나한테로 고개를 돌렸다.
“다 먹었으면 헬레나랑 같이 올라가라. 베로니카 좀 보고 있어.”
“넵!”
리안나는 헬레나랑 같이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의 조잘거림이 에드워드의 귀를 간지럽혔다.
“기사님한테 안 물어봐도 사제님한테 물어보면 되죠!”
스텔라도 벌떡 일어나 그 뒤를 따랐다.
“저도 사제님 좀 보고 올게요!”
속내가 뻔히 보이는 말이었다. 이제 1층 탁자엔 남자들만 남았다. 파브리스는 의자 하나를 끌어다 에드워드 맞은 편에 앉았다. 그 옆의 가르달이 으르렁거렸다.
“동석을 허락한 적이 없소만.”
“이미 동행이잖습니까.”
“드워프는 인정 못하오.”
파브리스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손을 벌려 양 손바닥을 내보였다.
“중요한 이야기라. 짧게 하겠습니다.”
에드워드는 전용 잔을 비웠다.
“듣기만 해봅시다.”
“고맙습니다. 먼저 아가씨를 여기까지 무사히 모셔온 걸 거듭 감사드리죠.”
“할 이야기가 이미 한 이야기였소?”
“다른 이야기도 있지요. 지하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아가씨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겁니다.”
에드워드는 코웃음을 쳤다.
“애도 아니고, 사제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왜 난리요?”
파브리스는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목소리를 낮췄다.
“백작가라고는 하지만, 시르티카 백작께서는 입지가 불안정한 분이십니다. 원래 시르티카의 정당한 상속인이 아니셨거든요. 선대 영주와 상속계약을 하고 양자가 되어 영지를 받으신 분이지요.”
앵글리아는 건국왕이 직접 영토를 정복한 역사가 있고, 귀족의 숫자가 적으며, 왕이 직접 지방관을 파견한다. 고로 왕의 허락이 없는 상속은 어렵다.
하지만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져 수많은 반 독립 세력이 난립하는 대륙은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적절한 상속자를 남기는 데 실패한 독립영주가, 실력자를 데릴사위나 양자 삼아 영지를 물려주는 일도 일어난다. 그리고 상속계약은 양자가 양부모를 부양하는 조건을 세세하게 규정한다.
“그놈의 상속계약은 수틀리면 파기되기도 하지요. 양자가 양부모를 음모로 죽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기존의 양자가 싸움에 지자 승자가 새 양자로 들어가는 일도 있지요.”
“그래서?”
“이 판국에는 베로니카 아가씨의 혼처가 매우 중요하지요. 오라버니의 불리한 입지를 보강하는 데로 고르는 게 상식적일 겁니다.”
정략결혼. 에드워드는 웃어버렸다.
“집안 사정이 복잡하다더니, 그런 일이 있군.”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못 합니다만, 대충 그런 사정이 있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파브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더군요. 뭐, 남녀가 같이 다니는 데 정이 붙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서로 피곤해지는 것까지 감수해야 할까요? 게다가 그게 서로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든, 출세지향형 편력 기사와 이단심문관이라면 말입니다.”
“그렇게 섞이기 힘든 조합으로 보이쇼?”
“두 분 성격에 공통점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겠습니다만, 에드워드 경은 특히 기사로서…… 더 그럴 것 같더군요. 그런데 성공하는 기사의 조건에 ‘사제와 같이’ 따위는 없잖습니까.”
안 그래도 ‘가짜 금화’ 건으로 한 번 금이 갔던 직후다. 기사와 사제의 차이. 물론 거기에는 손해 보기 싫어하고 뭐든지 손대봐야 하는, 환생자로서의 속성 문제도 섞여 있지만.
“실패는 두 번 할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에드워드의 눈썹이 씰룩였다.
“실패?”
“실례했습니다. 도발하고자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렇잖습니까? 왕세자의 챔피언이란 자리…… 여기서 다시 쌓아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럴 목적으로 임무를 맡으셨겠지요. 하지만 사제와 결혼하면 당장 교회 일부터 처리해줘야 하고, 배우자인 사제는 정작 금혼서약한 경쟁자들에게 평점이 밀리고, 백작가와 껄끄러워지기만 하고…….”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였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 하지만 가장 이성적인 이야기.
“뭐, 그렇단 겁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합시다. 합리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 말입니다. 기사님, 아가씨, 우리, 그리고 백작님 모두한테.”
파브리스는 자리를 떴다. 에드워드는 쓰게 웃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 하긴.”
“저 말에 동의하는 거요?”
가르달이 물었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내 생각뿐만 아니라 베로니카 생각도 중요한 거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오.”
에드워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당장에 문제는 아니지. 급한 건 따로 있거든.”
“급한 것?”
“좀 더 있다 생각해 봐야 하는 ‘모두의 이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모두의 이익’이 되어야 하는 일이 있소.”
“그게 뭐요?”
가르달의 물음에 에드워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지시를 내렸다.
“스텔라 부르쇼. 해결할 게 생겼어.”
* * *
잠시 뒤, 에드워드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베르세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뒤늦게 이상을 눈치채고 내려온 베로니카는 짐마차와 낙타에 정신없이 짐을 싣는 밴시와 짐꾼들을 보았다.
“이게 다 뭐야?”
베로니카의 질문에 리아나가 바로 답변했다.
“보급품이요! 좀 있다 연회도 한대요! 기사님이 돈을 펑펑 뿌리시던데요?”
“무슨 돈으로?”
“그 금화요!”
베로니카는 곧바로 에드워드를 찾아보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진 탓인지, 에드워드는 장소를 옮긴 참이었다. 스텔라가 그 옆에서 투덜투덜거렸다.
“여기저기 기부도 참 많이 하시네요. 저한테도 좀 쓰시죠?”
“자.”
에드워드는 은화 한 뭉치를 스텔라에게 넘겼다. 스텔라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엑! 진짜 주시는 거예요?”
“도박장 가서 날려.”
“딸 거예요! 무슨 불길한 소리를!”
도박장 안 갈 거라는 소리는 안 했다. 카치운은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악마 도안이 붙은 금화라서 아들놈 결혼 준비에 쓰기는 껄끄러운 게 한이군. 받아서 환전할까.”
“추천하지는 않겠소. 이미 알겠지만, 환율이 너무 개판이라. 보급품이나 잘 챙기쇼.”
가르달이 말했다.
베로니카는 그들한테 다가간 다음, 미간을 좁혔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에드워드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악마 도안이 붙은 금화는 쓰면 안 된다며.”
“그래. 그런데 아주 펑펑 쓰고 있네?”
“이것도 한 방법이지.”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돌아봤다.
“얻자마자 즉석에서 펑펑 써버리기. 부정한 돈이 머무는 것보다는 낫다 이거야. 고전적인 처리법이지. 설마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물건을 공급한 상인들이 대금을 받아 가고, 마지막에는 기부를 바라는 온갖 족속들이 들러붙었다. 에드워드는 적당히 사정을 들어준 다음 돈을 나눠줬다. 그것으로 끝. 스텔라는 황급히 돈주머니를 챙겨 들고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두고 봐요! 깨끗한 돈으로 몇 배는 바꿔올 테니!”
베로니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도박으로 딴 돈이 깨끗하다니 개가 웃겠네.”
“딸 리가 있겠냐. 차라리 실험에나 쓰지.”
에드워드는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하튼, 이제 난 그 금화 없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안 쓴 건 아닌데.”
“내가 옛날에는 이걸 ‘쏜다’고 했지.”
“쏴? 뭘?”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버렸다.
“언젠가는 설명해줄게. 언젠가는. 자, 사제 아가씨. 보급품도 삐까뻔쩍한 걸로 빵빵하게 채웠는데, 진로는 어디로 잡으실래?”
베로니카는 잠시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서 있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정했어. 놀들이 난리 치는 마을이 있다더라. 그곳을 경유해서 계속 북쪽으로 갈 거야.”
시오니아 수도. 에드워드는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급해? 아, 그 정도는 아니고? 좋아. 한 며칠 실컷 먹고 마신 다음 출발하자고. 가시죠, 레이디.”
에드워드가 안내하듯 팔을 내밀었다. 베로니카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나도 한발 물러나야겠지.”
베로니카는 에드워드보다 앞서 나가며 중얼거렸다.
“정말, 미워하기는 힘들다니까.”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보다는 ‘반이나 남았네’ 식으로, 긍정적으로 말해줄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남자라고…….”
베로니카는 돌아서서 에드워드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멀리서 사교도를 불태우는 연기가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