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당신 누구야 읍읍 (1)
그날 밤, 자기 전 일행의 회의에서 리안나가 질문했다.
“놀이 선물이 되나요?”
에드워드는 피식 웃었다.
“안 될 건 없지. 노예라면 말이야.”
“그러니까 기사님은 불쌍한 놀들을 때려잡아서 저랑 똑같은 신세로 만든 다음 그 아저씨들에게 떠넘기겠단 건가요?”
“그렇다.”
“이제 인신매매범 전직하셔도 되겠네요.”
에드워드는 리안나를 거꾸로 들었다. 대롱대롱. 베로니카는 웃어버렸다.
“짐승의 야성이 강한 놀을 통제하려면, 주인이 강한 자들이어야 하지. 거점도 있어야 되고. 하지만 여행 중인 사람들은 놀을 통제하기도 버거울 테니, 아마 처분해야 할 거야.”
“선물을 부하가 멋대로 처분해도 되나요?”
“파브리스라면, 그놈의 임무를 생각한다면, 해도 될 거야. 고용주인 오라버니도 이해하겠지.”
“그럼 마을 사람들에게 팔겠네요?”
“마을 사람들은 놀을 통제 못 해. 구매를 거부할 거야. 파브리스 일행이 놀 노예들을 처분하려면 베르세바까지 돌아가야 할걸.”
“그렇군요!”
“기껏 처분하고 돌아오면, 에드워드가 선물들 어쨌냐고 화를 내겠지.”
“참 더러운 선물이네요!”
“골치 아픈 선물로 상대방을 엿 먹이는 건 오래된 수법이야.”
베로니카는 에드워드를 향해 눈웃음을 쳤다.
“그리고 내가 쐐기를 박았지.”
베로니카는 파브리스에게 ‘그 훌륭한 선물들 갖고, 백작령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당연히 안 들을 명령이지만, 심리적인 부담은 된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밀리온으로 가든 백작령으로 가든 안전해. 밀리온으로 갔다가 백작령으로 가도 되고. 무리하다 날 다치게 하는 게 더 위험하지. 그러니까, 시오니아 국경만 넘으면 파브리스는 아무것도 못 해.”
“백작은 베로니카 양을 상처 없이 데려오라 했을 테니까요.”
헬레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베로니카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총대주교좌 성당의 비호를 받으면 오라버니도 날 쉽게 가두지는 못하지.”
“집안싸움을 스케일 크게 하는구먼.”
가르달이 연초를 뻑뻑 피우며 말했다. 카치운은 연초를 좀 더 빨리 태웠다. 그는 파이프 속 재를 비우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파브리스가 선택할 방법은 하나뿐이군.”
“뭔데요?”
리안나가 물었다. 카치운은 바깥을 가리켰다.
“선물이 확보되기 전에 미리 없애버리는 것.”
* * *
놀들이 등장한 건 에드워드 일행이 도착한 지 이틀 뒤 밤이었다. 매장지를 살펴보던 망꾼이 달려와 놈들의 도착을 알리자, 에드워드 일행은 서둘러 마을 밖으로 나갔다. 결투 같은 것 안 하는 베로니카와 스텔라만 남겨두고서.
하이에나 대가리의 전사들은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숫자는 모두 열둘. 결투는 일대일. 규칙은 하나뿐이다. 이기는 쪽이 지는 쪽의 모든 것을 가져간다. 그게 장비건 목숨이건.
“여자는 물러서지?”
에드워드가 올리비아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누구 때문입니까?”
“왜 그리 선물을 싫어하나 모르겠군. 우수한 놀 전사 열둘이면 백작도 좋아할 텐데.”
“능청맞기가 짝이 없으십니다.”
올리비아는 지하에서 보여줬던 머리 정리 기술을 다시 보여줬다. 쇠작대기에 묶여 빙글빙글 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따라 놀들의 시선도 빙글빙글 돌았다.
“인간 여자! 머리털 좋다!”
놀 하나가 침을 질질 흘렸다. 에드워드는 혀 차는 소리를 냈다. 사티로스들이나 오크와 달리 놀은 인간과 성관계를 안 한다. 어쩌다 해도, 그건 번식이 아니라 우열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놀에게 죽으면 바로 고기가 된다. 가죽과 뼈와 머리카락은 도구가 될 것이다.
물론 놀들에게도 인질, 노예, 몸값이라는 개념은 있으니까 목숨을 부지할 확률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여자 약하다! 여자 고기! 신선한 고기!”
놀들이 발을 구르면서 소리쳤다. 에드워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몸값을 부를 것 같지는 않군. 그간 시체 실컷 파먹었을 놈들이 왜 저래?”
“썩은 고기보다는 신선한 고기가 더 그립겠죠.”
리안나의 해설이었다. 에드워드는 코웃음을 쳤다.
“인간 노동자들 중에는 너무 신선한 고기는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염장고기만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저도 그랬어요. 기사님한테 개처럼 구르기 전까지는요. 이제 저는 신선한 걸 먹을 자격이 되지요. 이것 좀 풀어줘요!”
리안나는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비명을 질렀다. 에드워드는 그 요구를 가볍게 묵살했다.
“안 돼.”
“왜요?!”
“척 봐도 약해보이는 놈이 껴야 놀들이 결투에 응할 테니까.”
“기사님은 악당!”
“기뻐해라, 밴시. 놀보단 네가 강하다.”
“그게 무슨 의미에요? 잠깐, 구라치지 마요! 으악!”
타자는 리안나, 에드워드, 헬레나, 가르달, 카치운 순. 파브리스 쪽은 올리비아와 그쪽 전사 넷이 왔다. 놀보다 둘이 부족했지만 에드워드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두세 놈 더 잡지 뭐.”
“돈 되는 일이었으면 더 기뻤을 것 같소만. 뭐 이것도 재미지.”
가르달이 도끼날을 숫돌로 갈면서 중얼거렸다. 카치운은 놀 앞에 세워진 리안나를 보고 웃어 버렸다.
“기사 양반, 너무 날로 드시는군.”
“그야 놈들도 그럴 테니까.”
리안나가 상대인 걸 보자마자, 놀들은 자기가 먼저 나서겠다고 싸움이 났다. 결국 최초로 나선 놀 전사는 제일 크고 강해보이는 놈이었다. 무장도 제일 좋아서, 인간의 손이 닿은 게 분명한 사슬갑옷을 입고 있었다.
놀 전사는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공짜 1승!”
놀 전사는 무기도 쓰지 않고 리안나의 정수리를 향해 그 거대한 입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깨물었다. 콰직! 우드득! 뿌득!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그건 리안나의 두개골이 아니었다. 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의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이빨들에 시선을 돌렸다.
리안나의 울음소리가 사막을 울렸다.
첫 전사가 게거품을 물어버리자 다른 놀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표정이 되었다. 그 표정을 즐기며 에드워드가 말했다.
“공짜 1승.”
그는 올리비아를 돌아보았다.
“저 놀은 이제 니들 거야.”
올리비아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검을 뽑았다.
“다음은 제가 나서지요.”
* * *
올리비아는 두 번째 놀 전사를 가볍게 농락했다. 긴 주둥이가 떨어져 나간 놀은 뒤로 쓰러진 채 비명을 질렀다. 아마도 그가 말한 단어는 ‘항복’이었겠지만, 아무도 그걸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올리비아의 검이 피거품 가득한 입천장에 내리꽂힌 후, 놀은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죽었다.
에드워드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쟤가 져도 안 좋은 일이긴 한데, 이기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네.”
올리비아는 땋아놓은 머리에서 쇠작대기를 빼내 도로 머리를 풀었다. 찰랑거리는 그 머리카락을 보고 에드워드가 물었다.
“왜 계속 안 묶고?”
“……버릇입니다. 그리고 계속 싸울 생각은 없어서요. 저나, 저쪽이나.”
가르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놀들의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긴 했소.”
카치운은 올리비아의 동료들을 돌아봤다.
“너네 상관, 좀 무섭네.”
“우리 상관은 파브리스 님이고, 올리비아 님은 개인적으로 따라온 겁니다. 그나저나, 그쪽 다음 타자는 계속 그 요정입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리안나를 향했다. 꼬마 요정은 꽁꽁 묶인 첫 번째 놀 전사를 연거푸 걷어차고 있었다.
“밴시는 강하다! 놀보다 강하다! 밴시가 이겼…… 왜요?”
대답은 세 번째 놀이했다. 구멍 난 돌에 밧줄을 끼우고 빙빙 돌리는 놈. 이상한 무기였지만, 원거리 무기라는 건 확실했다. 놈이 소리쳤다.
“내 차례다! 밴시 나와라!”
에드워드는 리안나를 돌아봤다.
“저게 오크식 기술이면 포박용 밧줄일 텐데. 저건 상성이 안 좋아 보인다. 하긴, 똑같은 수에 넘어가진 않겠지.”
“뭘로 잡던, 근처에서 제가 울면 놀은 뻗잖아요!”
“그렇긴 한데, 저거면 거리를 유지한 채 널 끌고 다닐 수도 있어. 대처가 의외로 빠르네. 안 되겠다. 넌 그만 최약체로 돌아가라.”
“내가 최약체라니! 그럼 이전에는 뭔가요? 일회용 최강자?”
“뭐긴 뭐야. 내 노예지. 내 노예의 것은 내 것이므로 저 놀은 내 물건이 되는 거고. 그러니 놀 그만 패고 놀아라. 너보다 귀하다.”
“너무해! 저같이 유용한 노예가 어딨다고!”
“세탁부 노예 자체는 널렸어.”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검을 뽑았다.
“이번엔 내가 나선다.”
그 순간, 카치운이 에드워드를 제지했다.
“안 그래도 놈들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댁이 나서서 세번째를 개고기로 만들어놓으면 저놈들은 그냥 도망칠걸.”
“에이, 죽이진 않을 거요. 그게 목적이잖소.”
“그 손아귀 힘만 봐도 좌절할 거요, 놀들은. 기사 양반 순서는 좀 아낍시다.”
“그럼 어쩌게?”
카치운이 칼을 뽑았다.
“내가 적당히 놀아주지.”
* * *
놀이 두려워서 나서지 않던 마을 사람들은 어느 사이엔가 한둘씩 구경하러 매장지까지 나가기 시작했다. 매장지 쪽에서는 싸움 구경하는 사람들의 탄성과 소란이 이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스텔라는 웃어버렸다.
“역시 인간은 구경거리에 약하네요.”
베로니카는 졸음깨우기용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스텔라 양은 구경 안 가나요?”
“기사님이 이번엔 남으래요. 혹시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거든 남은 장정들과 협력하라고. 매장지 쪽은, 지원이 필요할 때 가도 안 늦겠죠.”
“그럼 설욕하기는 글렀군요.”
“설욕요?”
“놀들을 상대로 주문을 선보이면서 마법사의 가치를 보여주겠다 하지 않았나요?”
“와, 하나하나 안 잊고 다 기억하시네. 뭐, 다음 기회로 미뤄야죠.”
스텔라는 그릇에 놓인 건포도 약간을 쥐어 입에 넣었다. 그녀는 간식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일 안 하고 노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야 설욕의 기회가 없겠는데요.”
“에이, 마법사가 나설 일이 설마 앞으로 하나도 없겠어요? 일은 닥치면 그때 해결하는 거예요.”
“에드워드가 좋아할 말이군요. 의외로 짝이 잘 맞으실지도.”
“흐흥. 그래도 기사님은 사제님 거니까…….”
“누가 누구 거라고요?”
“아니에요? 법적인 의미로 사제님 것 맞잖아요.”
“흥. 교회법으로는 아니에요. 당신은 교회법적인 의미로 말했겠지요.”
교회법의 영역 중 하나는 가족에 관한 사항. 스텔라는 깔깔 웃어버렸다.
“저야 가족보다는 불륜 상대로 더 적절한 여자니까요.”
“그런 취급, 싫어하시는 것 아니었나요?”
“같잖은 고용주와 같잖은 그 아내가 절 그런 취급하는 게 싫은 거죠. 멋지고 강하고 부유한 후원자를 싫어하진 않아요.”
베로니카는 미간을 좁히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럼 멋지고 강하고 부유한 후원자의, 그 아내는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요?”
스텔라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시기하지 않는 게 아내의 미덕이죠.”
베로니카는 화를 낼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나 스텔라의 말에는 구체적인 명칭이 빠졌고, 에드워드는 여마법사의 기준 중 최소 하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즉 스텔라는 에드워드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으면서, 베로니카를 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화를 내는 건 오히려 농락당하는 것이었다.
지금 해야 할 것은, 최대한 부드럽게 넘기기.
“그런 후원자와, 그런 본부인을 만나길 빌어드려야겠군요.”
“어머나, 고마워라. 그런데 사제님이 불륜녀를 응원해도 되나요?”
베로니카는 최대한 심드렁하게 말했다.
“확률이 낮은 일이거든요.”
“너무하신다! 엘프님은 오히려 응원해주실 거면서!”
“헬레나 양은 종족도 사정도 다르거든요?”
베로니카는 말해놓고 아차했다. 스텔라는 다시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의 표정을 지었다.
“하긴 엘프님은 기사님과 사제님이 맺어지든 말든 기사님을 따라다니겠죠. 그리고 사제님과 묘한 관계를 형성할테고요. 전에 뭐라고 하셨더라? ‘같은 개한테 물린 동지’로?”
“그게 그 의미는 아니었는데요.”
“그럼 제가 어떤 의미를 어떤 의미로 오해했나요?”
베로니카는 이를 갈았다. 스텔라의 말상대를 한 것부터가 실수였다. 심심한 고양이 앞에서 강아지풀을 흔든 격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망나니의 동행자라는 의미였을 뿐…….”
똑똑똑.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대화를 끊었다. 베로니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누구죠?”
문밖에서 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드워드 경한테서 전령이 왔습니다. 사제와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는군요.”
베로니카는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 생겼나 보군요. 바로 나가죠.”
베로니카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묵직한 몽둥이가 그녀의 배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