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당신 누구야 읍읍 (2)
콰르르릉!
천둥소리가 사막의 하늘을 울렸다. 에드워드는 마을로 시선을 돌렸다. 구경꾼들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 들었다.
“마을에 벼락이 떨어졌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지만, 무슨 일인지는 안다. 스텔라의 번개 마법. 단 한 발뿐이고,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장지까지 보일 정도는 아닌 소규모 마법이 이어지고 있거나, 더는 마법을 쓸 상황이 아니거나.
“젠장, 마을 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
에드워드는 바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올리비아가 그를 제지했다.
“아직 놀들과의 결투가 안 끝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맡기십시오.”
에드워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텔라는 베로니카랑 붙어 있거든? 걔가 마법 쓸 정도의 일이면 베로니카도 걱정되어야 정상 아니냐?”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불길한 침묵. 헬레나가 먼저 눈치를 챘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것 같군요.”
에드워드의 머리도 비슷하게 돌아갔다. 그는 다시 한번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말했다.
“이 새끼들 짓이라고? 아직 베르세바의 영역 안인데, 무슨 사고를 쳤다는 거야?”
“안면몰수하고 나선 듯하네요. 아마도 베로니카 양을 강제로 데려가려 했나 본데.”
헬레나는 글레이브를 고쳐 잡았다.
“선물 받기 정말 싫었나 보군요.”
올리비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카치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놀들은 결투를 멈추지 않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물러설 겁니다. 이 마을도, 놀들도 알 바 아니니까요. 놀들부터 해결하시죠. 아가씨는 우리가 모십니다.”
에드워드는 혀를 찼다.
“이 새끼들이? 과격하게 나오네. 우리가 놀들을 무시하면 어쩌려고?”
“먼저 결투를 신청한 건 당신이었죠. 당신이 물러서려면 놀들에게 그럴 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텐데요. 편한 대로 하시죠.”
지금 당장 놀들과의 결투를 때려치우고 베로니카에게 달려가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그럴 수단이 있느냐는 것이다. 뒤통수에 놀들을 달고 달려갈 수는 없으니까. 에드워드가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는 순간, 놀을 데리고 놀던 카치운이 입을 열었다.
“뭘 망설이나?”
그 말을 꺼낸 유목전사는, 바로 활을 꺼내어 화살을 재었다. 자그마치 3발. 그를 상대하던 놀이 당황해 외쳤다.
“결투 중에 무슨…….”
피융! 한 시위에 놓인 화살 3발이 동시에 밤하늘을 갈랐다. 카치운 앞의 놈은 물론이고 뒤의 두 놈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카치운은 다들 알아듣게 소리를 질렀다.
“뭘 봐? 다 쳐죽여! 죽이고 뺏는 놈이 임자다!”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가르달이 환호하며 나섰다.
“드디어 내 차례군!”
분노한 놀들이 앞으로 나섰다.
“결투의 규칙을 어긴 비겁한 놈들을 죽여라!”
하이에나 대가리들이 읊을 말로는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보통은 인간 쪽이 놀들을 향해 할 말이었으니까. 구경꾼들 중 일부는 카치운과 가르달에 바로 합세했다. 결투는 곧바로 패싸움이 되었다.
올리비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천박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군요. 당신들은 어쩔 겁니까?”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뽑았다.
“댁은 엉덩이를 맞아야 비킬 모양이지?”
올리비아쪽 전사들도 마주 검을 뽑았다. 올리비아는 팔뚝의 머리카락 정리용 쇠막대기에 손을 댔다.
“전사 둘로 놀 일곱을 상대하게 두실 겁니까?”
“다른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카치운과 가르달이면…….”
에드워드가 말하는 순간, 올리비아의 쇠막대기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채앵! 헬레나의 글레이브가 간신히 그 쇠꼬챙이를 쳐내는 순간, 올리비아는 검을 뽑았다.
“쓰러뜨려라! 죽여도 상관없다!”
에드워드는 바닥에 나동그라진 쇠막대기를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좀 혼나야겠네.”
* * *
“이 여마법사까지 챙겨야 합니까?”
한 사내가 뽀글머리를 한 채 투덜거렸다. 스텔라는 꽁꽁 묶인 채 짐짝처럼 그의 안장에 얹혀 있었다. 파브리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겠나? 남겨두면 골치 아픈 카드가 될 테고, 죽이자니 아가씨한테 한 소리 들을걸.”
“에드워드 경은 죽여도 된다고 했잖습니까?”
“그야, 에드워드 경은 봐주면서 상대해서 막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 앵글리아 왕실의 챔피언이라고. 꺽다리왕 로버트네 말이야. 뭐, 전력으로 상대하란 이야기지. 쉽게 죽지도 않을 테고.”
“그런 놈을 따님한테 맡기시다니, 걱정되지도 않으십니까?”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걔는 반쯤 내놓은 자식이라.”
“예?”
“걔는 아가씨를 모시러 온 거지, 날 위해 따라온 게 아니야.”
“어…… 다른 겁니까?”
“다르지. 세상 어느 부모가 딸내미를 여기사로 키워서 성묘수호기사단에 입단시키고 싶겠어? 내가 그러고 싶었는 줄 아냐? 너 그렇게 살 거면 나랑 의절할 각오하라 그랬는데도 안 먹히더라.”
파브리스는 자기 안장 앞에, 스텔라와 마찬가지로 꽁꽁 묶인 여사제로 시선을 돌렸다.
“백작가도 아가씨가 이단심문관이 될 거라고는 예상 못했지. 말 안 듣는 딸내미들 천지라니까.”
부하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먼저 입을 열었던 사내가 다시 질문했다.
“그럼 올리비아 님과 백작가 아가씨는 무슨 사이인 겁니까? 성묘수호기사단원이 개인 자격으로 쫓아오다니…….”
“친구. 아가씨 얼굴 아는 사람이 필요할 거라, 말리지도 못했지.”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희는 다들 아가씨를 이번에 처음 뵈었으니까요. 유학 전에 얼굴 뵌 분이 대장뿐이니.”
“고참들은 다들 사정이 있어.”
파브리스는 짧게 말했다.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뒤를 힐끗 보았다.
“포로가 있으니 아무래도 발이 느리군.”
“올리비아 님이 성공적으로 시간을 끌어야 할 텐데요. 앵글리아인 챔피언을 상대로 과연 괜찮을까요?”
파브리스는 미소를 지었다.
“이기진 못해도 지진 않을 거다.”
* * *
“이 망할 년, 사제였어?!”
에드워드가 경악해서 외쳤다. 올리비아는 에드워드한테 완력으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근력강화의 주문. 특정 부위의 힘만 미쳐 날뛰는 에드워드와 달리, 필요한 곳에 고르게 구현되는.
빛의 주문을 쓰는 기사이자 성직자, 그게 올리비아의 정체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강화와 방어 주문 특화. 올리비아는 덤덤하게 말했다.
“기사이자 수도사인 사람은 있는데, 기사이자 사제인 사람이 없을 줄 알았나요?”
“내가 오래전부터 종교기사단을 향해 돌던 불평을 다시 좀 쓰지. 기사면 기사고 수사면 수사지, 둘 다 하는 건 솔직히 좀 반칙이야!”
“구시대적이시군요.”
에드워드는 이를 갈았다. 여자, 기사, 성직자 조합이라니 드물기 짝이 없는 조합이다. 올리비아가 그만큼 인재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이 받은 저주에 대해서 좀 알아봤습니다. 성인 유스타스의 저주라지요? 그 저주는 빛의 주문으로도 안 풀리는 한편, 빛의 주문을 파훼할 수도 없을 겁니다.”
“아, 그래서 사제 아가씨들 유혹해보는 것도 생각은 해봤는데 말이야. 여사제가 흔한 것도 아니고 다들 기겁해서 안 하더라고.”
“……침대에서 빛의 주문을 외게 할 생각을 하다니, 매우 천박하군요. 응하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합니다.”
올리비아는 더러운 걸 본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한테도 그런 더러운 심정으로 접근했습니까?”
“아니, 걔는 자기가 먼저 왔는데.”
빠드득. 이 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올리비아가 한발 더 접근했다. 채앵! 두 검이 서로 부딪히면서 금속성 소리가 울렸다. 에드워드는 실소했다.
“화났어, 성박휘?”
“저주 받은 기사 주제에 뉘우침은 한 조각도 없는 모습에 실망했습니다. 성지가 코앞인데 오만함은 전혀 고쳐진 게 없는 듯하군요.”
“엄청나게 뉘우치고 엄청나게 고친 거야, 이게.”
“그래서 당신이 반쪽짜리 기사에 불과한 겁니다. 창도 못 쥐고 고삐도 조심스레 쥐어야 하는.”
다른 전사들을 상대하던 헬레나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진즉 고쳐질 성품이었다면 저주도 안 걸렸죠.”
“에이, 너까지 그러기야?”
에드워드가 멋쩍은 투로 말했다. 올리비아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된 무기도 쥐지 못하는데, 그 괴력도 소용 없는 상대는 처음 겪어 보시겠지요?”
“아니, 근데 솔직히 말해서 말이야.”
에드워드는 잔뜩 찌푸린 얼굴을 지었다.
“어느 희극이더라. 이런 대사가 있더라고. 내가 그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뭐죠?”
에드워드는 올리비아를 향해 열쇠검을 겨누었다.
“내가 약해졌다고 해서 네가 강해진 게 아니거든?”
발끈한 올리비아가 다시 한발 나서는 순간,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그녀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묵직한 손잡이가 그대로 그녀의 콧등을 강타했다. 까앙! 고꾸라진 올리비아에 에드워드가 바로 올라타 그녀의 사지를 짓눌렀다.
“아까 그 쇠막대기의 답례다. 던지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평소와 거의 다를 게 없는 자세에서 기습적으로 검 던지기. 손가락의 괴력도 실어서. 보호주문이 아니었다면 그 순간 끔찍하게 죽었을 충격량이었다. 올리비아는 발버둥을 쳤지만 이미 승부가 났다.
“이, 이렇게 단순한 방법에!”
“원래 치명적인 건 짧고 단순한 법이야. 사제로서는 몰라도 기사로서는 아직 한참 모자라구만.”
에드워드는 낄낄 웃은 다음 헬레나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도와줘?”
쿠웅!
두번째 전사가 쓰러졌다. 헬레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안 죽이는 게 어려울 뿐이에요.”
“사실 나도 그래. 저쪽이 먼저 죽인다고 나섰으니 죽여도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베로니카네 부하들이라……..”
남은 전사들이 움찔했다.에드워드는 마저 말을 맺었다.
“백작가의 부하 여러분들. 계속 싸울 텐가?”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저 멀리서 가르달의 목소리가, 그리고 놀 전사들의 비명소리가 그들의 마지막 전의를 꺾었다.
“신장줄이기협회장의 복귀!”
“끼야아아아아악!”
콰직. 목뼈 끊는 소리.
“어…… 명예로운 항복도 인정해 줍니까?”
무기와 장비를 가진 채 전장을 이탈. 에드워드는 베르세바 방향을 가리켰다. 남은 사람들은 잽싸게 자리를 떴고, 올리비아는 버럭 화를 냈다.
“이 겁쟁이들! 멍청한 것들! 돌아오지 못해?!”
“댁은 우리 상관도 아니잖소. 추궁은 나중에 백작님께 들으리다.”
냉정한 작별인사였다. 에드워드는 다시 웃어버렸다.
카치운이 놀들을 마무리 짓는 가르달보다 먼저 돌아왔다. 그는 회수한 화살들의, 피 묻은 화살촉을 닦으면서 말했다.
“이제 결투고 뭐고 소용 없길래 그냥 다 죽였소. 상관없지?”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를 향해 말했다.
“파브리스가 베로니카를 데리고 도망쳤을 텐데, 추적할 수 있겠소?”
카치운은 씩 웃었다.
“누구한테 뭘 묻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