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게판
기사들과 병사들, 사제들은 게들이 가득 메운 도로로 나왔다. 그들은 장애물을 쌓고 검과 횃불을 휘둘렀다. 사명감을 가득 충전한 채 바다를 건너와, 축제에서 기력마저 충전한 사내들은 충분히 과격했고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게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올라타는 건 기본이었다. 작은놈들은 벽을 타기까지 했다. 게다가 놈들은 자기들이 공격당하면, 도망가기보다는 화를 내는 족속이었다.
“으악! 게가 문다!”
집게발에 검을 붙잡힌 병사가 소리쳤다. 다른 병사가 몽둥이를 휘둘러 그 집게발을 때렸다.
“검보단 몽둥이가 더 낫다! 과감하게 쳐!”
그리고는 등딱지 위로 몽둥이를 내리쳤다. 콰직! 장애물을 넘나드는 게들도 철퇴를 얻어맞고는 다리가 나가떨어지며 날아갔다.
웬만큼 큰 게들은 쇠뇌병들이 노렸다. 잘 만들고 크고 강력한 쇠뇌들 중 일부는 게 한 마리쯤은 그냥 관통해 그 뒤의 다른 게를 적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방법이 소용없었다. 게들은 너무 많았다.
게 내장의 비린내가,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바다 비린내가 항구를 덮었다.
“눈에 안 띄려고 선택한 길일 뿐인데, 예상보다 더 좋은 선택이었군. 저래서야 길로는 절대 못 가.”
에드워드가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문과 창문을 걸어 잠갔다. 도로 위에 나온 무장순례자들은 게떼 속에 고립된 무리에 불과했다. 가끔 게들을 피해서 조심조심 걷거나, 벽에 달라붙은 채 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안 주고 지나쳐 가길 바라는 사람이 드물게 있을 뿐이었다.
“게들이 조금 더 공격적이었다면 큰일 났겠군요. 끔찍했겠어요.”
헬레나의 말이었다. 불행히도 그녀의 낙관적 전망은 오래갈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게들이 벽이나 계단을 타고 지붕까지 올라오고 있어. 지붕 위까지 게 판이 되기 전에 얼른 항구로 가야겠는데. 난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게 다루는 능력은 없다고.”
“아까도 이야기했던 거군요. 그게 어디의 해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해적이 게를 다룰까요? 게가 헤엄을 치진 않을 텐데.”
캐리비안의 해적 이야기를 더 깊게 꺼낼 건 없었다. 세트렛 해적 이야기니까.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진지하게 함대를 몰고 침공해 올 것이 아니라면…… 몰렉이 줄 수 있는 게 생각 없이 움직이는 게 떼 뭐 그런 것뿐이겠지. 세트렛 도시들 사정도 급한 것 같으니까.”
“하긴, 대규모 함대가 움직이는 건 쉽지 않죠.”
헬레나는 항구로 시선을 돌렸다. 세트렛 갤리선 셋. 척 봐도 해적선. 목표는 난리통에 물건 훔치거나 배 나포하기 정도일 것이 뻔했다.
“소동물도 이 정도로 모이면 정말 재해군요. 게들을 유인하는 게 뭔지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런 거 내가 알면 내가 세트렛 주술사지, 이단심문관에게 푼돈으로 고용된 기사겠어?”
베로니카는 공교롭게도 외출 중. 행선지는 들었으니 리안나를 전령으로 보냈지만, 그녀가 사태를 한 번에 해결해 줄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런 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설령 게들을 유인하는 무언가가 항구 안에 있고, 그걸 찾아 파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게 떼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결법 따위 내놓을 지식도, 여력도, 시간도 없어. 그냥 성자의 유골함만 탈취한다.”
“그렇게 말하니 우리가 강도 같군요…….”
“음. 다른 제안 있어?”
헬레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야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 거예요. 문제는 스텔라 양이죠.”
“기사님! 좀만 더 기다려 주세요!”
여마법사 스텔라가 숨이 턱에 찬 채 소리쳤다. 그녀를 부축하던 유목민 전사 카치운은 크게 투덜거렸다.
“운동 부족이야, 마법사!”
“운동 미친 듯이 하는 사람들이 잔병치레는 더 많이 치르는 거 알아요?”
“그 이야기가 지금 왜 나와!”
스텔라는 수통의 물을 홀짝였다. 상당수는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봄이 오긴 오나 봐요. 땀이 날라 그래.”
실은 좀 더 남았지만. 에드워드는 헬레나를 돌아봤다.
“저 속도에 맞추면 배 털리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무리.”
헬레나가 말했다. 그녀는 글레이브를 들어 앞을 가리켰다.
“이미 지붕 위까지 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더 서둘러야 길이 안 닫히겠죠.”
에드워드는 스텔라와 카치운을 돌아보았다.
“좀만 더 힘내쇼, 카치운.”
“기사님! 격려는 제가 필요한데요!”
스텔라가 소리쳤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여차하면 카치운이 끌고 오란 소리야.”
“기사님, 나빴어! 최소한 업으라고 해주세요!”
카치운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기사 양반이 한번 업으쇼. 교대로 하자고.”
“아, 젠장. 가르달도 데려올 걸 그랬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지, 빨리 결정하세요. 작은 게만 올라오는 게 아니에요.”
헬레나의 재촉에 에드워드는 결국 스텔라를 업었다. 그는 헬레나한테 말했다.
“좀 느려지겠네. 게 떼들 좀 부탁할게.”
헬레나는 글레이브를 양손으로 잡았다.
“적절한 무기일지는 모르겠지만, 해보죠.”
헬레나는 곧바로 다음 지붕으로 뛰었다. 그리고는 글레이브의 날을 세운 채 크게 휘둘렀다. 날이 아니라 그 옆에 부딪힌 게들이 허공을 날았다. 엘프 여전사는 날이 아슬아슬하게 지붕에 닿지 않게,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부우웅!
지붕이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카치운은 혀를 내둘렀다.
“저게 되는군.”
헬레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쯤은 해야 우리 기사님도 만족하겠죠.”
에드워드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 등짝 위의 미녀가 좀 더 가벼우면 상황이 완벽했을 거야.”
스텔라는 에드워드의 등짝을 때렸다.
* * *
베레스포드 공작은 보다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게들이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휘하의 기사들과 병사들로 하여금 쐐기 진형을 갖추게 했다. 그리고 방패를 옆으로 눕힌 채 천천히 전진했다. 간혹 방패를 넘어오는 녀석은 숙소에서 가져온 빗자루로 슬쩍 밀쳐냈는데, 그 역할은 베로니카와 리안나가 맡았다.
“기사들이 들기엔 모양새가 영 안 좋은 무기긴 하군요. 이걸 쓸 생각을 하셨다는 것만 해도 꽤 파격적이긴 하지만요.”
베로니카의 감상이었다. 그녀는 리안나한테도 한마디 남겼다.
“넌 빨래약 사용금지.”
“어차피 쓸 생각도 없긴 한데, 왜요?”
“전에 네 빨래약 맞은 전갈이 미쳐 날뛰는 거 봤잖아.”
“전갈이 게 사촌이에요?”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
리안나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베레스포드 공작은 제때 제대로 화답하지 못했다. 그는 주변에 흩어진 무장순례자 무리를 규합하는 데 정신을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렬은 느릿느릿하지만 천천히 항구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줄줄이 사람들을 이끌었다.
“이래서야 너무 느리군요. 과연 항구까지 갈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겠고. 에드워드처럼 지붕 위로 올라갈 걸 그랬나 싶습니다.”
한참 뒤, 겨우 한숨 돌린 공작이 말했다. 그의 옆에 있던 가르달이 껄껄 웃었다.
“공작 나리께서 빗자루 들고 지붕 위를 달릴 거요? 그것도 볼만하겠구만.”
가르달은 리안나 뒤를 이어 도착했는데, 에드워드가 베로니카 호위를 맡겼다고 전했다. 보통은 헬레나가 하던 일이었다. 에드워드가 발 빠르게 항구로 갈 생각이라는 건, 설명이 없어도 짐작할 수 있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항구에 소수의 사람만 도착해도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요. 세트렛 놈들이 지금쯤 약탈로 재미 보고 있을 테니까요.”
“놈들은 게 떼를 물리칠 방법이 있겠지요?”
“그럴 거예요. 아니면 자기들 배도 곤경에 처할 테니까.”
공작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세트렛 해적을 잡아다 족치는 게 제일 좋겠습니다.”
“심문은 제가 하죠.”
“차분히 심문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베로니카는 빗자루로 게 한 마리를 천천히 밀어내면서 말했다.
“속성 코스로 해보죠.”
“이단심문관에게 그런 기술도 있군요.”
베로니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에드워드가 하고 있을지도.”
리안나 역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기사님 앞에서는 악마도 토끼가 되죠.”
* * *
세트렛 해적들이 발 딛는 곳마다 게들은 저절로 비켜섰다. 처음에는 세트렛인들도 그게 어색한 듯 발을 좀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그러나 적응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발에는 곧 속도가 붙었다. 그들은 게 떼에 포위당한 무장순례자들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면서, 배와 창고로 뛰어갔다.
헬레나가 그들 위로 뛰어내리기 직전까지.
쿠웅!
글레이브 날에 해적 하나가 반토막이 났다. 세트렛인들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그러나 그들의 분노보다 더 매서운 화살이 날아왔다.
퍼억!
“적이다! 적이다!”
게 떼를 상대하기 정신없는 게 아니라, 세트렛인들을 정확히 노린 강습. 뒤이어 에드워드가 건물 계단을 굴러떨어지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요란하게 내려와 세트렛인들을 덮쳤다. 한 무리의 세트렛 해적들은 그걸로 박살이 났다. 쓰러지거나, 죽거나.
“봤지? 이 새끼들 시체 주변으로는 게들이 안 오네.”
에드워드가 말했다. 그러나 원하던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헬레나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일이 계속 이어지네요.”
“지쳤어?”
“약간은요.”
세트렛인 상대보다 게 치우는 게 더 힘들긴 했다. 항구에 가까워질수록 지붕 위까지 이미 게 떼로 덮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와 카치운도 스텔라를 번갈아 업고 달려야 했기 때문에 숨을 좀 돌려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자, 마법사. 잘 쉬었지? 일할 시간이다.”
“어느 배로 할까요?”
“아직 안 뒤집어졌고, 선원들 좀 남아 있는 배. 노 저을 기력 없어. 네가 젓겠다면 몰라도.”
“신중하게 골라야겠네요.”
스텔라는 깔깔 웃은 다음, 항구의 배들 중 하나로 시선을 돌렸다. 세트렛 약탈자들이 타고 온 쪽배는 제외. 아직 선원들이 남아서 분투 중인 배들로. 당장 출발해야 되니, 너무 커도 안 된다.
표적을 정한 스텔라는 곧바로 주문을 외웠다. 콰르릉! 흰 번개 주문이 날아가 뱃전을 때렸다. 잔뜩 달라붙어 있던 게들이 도로 바다에 뛰어들면서 배가 균형을 되찾았다. 에드워드는 세트렛 생존자 하나의 덜미를 붙잡고는 그 배를 향해 뛰어갔다.
양동이와 대걸레 등 온갖 도구로 게들을 밀쳐내고 치우던 선원들은 에드워드 일행을 보고 벙쪘다.
“뭐, 뭐야?”
“선장 나오라 해! 카치운, 교섭하쇼!”
“옵션은?”
“최대한 빨리!”
“드워프식으로 해봐야지.”
카치운은 칼을 뽑아 들며 말했다. 에드워드는 카치운에게 교섭을 맡긴 다음, 세트렛 포로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대던 놈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자, 질문. 이 망할 게들을 피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그런 거 난 몰라! 그냥 게들이 우릴 피해갈 거라고만 들었어!”
세트렛 해적의 빠른 고해였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테스트해 보자.”
잠시 뒤, 세트렛 포로는 선수상마냥 뱃머리에 묶여 더 큰 비명을 질렀다. 카치운의 빠른 교섭에 당한 선장은 덜덜 떨며 말했다.
“이래도 됩니까?”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말이었지만 가장 큰 의미는 ‘이걸로 과연 안전하겠냐’였다. 에드워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잘 되길 빌어보자고.”
그는 선장의 등을 주먹으로 툭 친 다음, 소리쳤다.
“목표, 성유골 수송함! 최대한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