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가재는 게 편 (2)
에드워드는 선수에 묶인 세트렛인 포로를 향해 말했다.
“게 떼랑 부딪히면 네 책임이야, 피주머니!”
“그게 왜 내 책임이냐! 피주머니는 또 뭔데!”
세트렛인 포로가 힘겹게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에드워드는 그 비명을 무시하고, 양손을 머리 위로 교차시켜 깍지낀 채 노잡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더 빨리! 8기통처럼!”
“대체 뭐라는 거야?!”
세트렛 포로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쾌속선 노잡이들은 대꾸할 기력도 없었다. 그들은 있는 힘껏 노를 젓는 데만 관심 있었다. 선장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배를 댈 수 있을 곳이 없는가 하는 무지막지한 질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저기! 저 모래톱으로 방향을 잡는다! 충격에 대비!”
선장의 외침 후, 쾌속선은 모래사장을 향해 돌격했다.
박살나는 걸 각오하고 모래톱 위로 튀어 오른 배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떼를 가로질러 밀물 방파제 앞까지 미끄러졌다.
“살려줘어어어어어!”
세트렛 포로의 비명이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피 튈라.”
배는 모래톱을 가로질러 방파제 바로 앞에서 멈췄다. 다행히도, 쿵 하고 부딪히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뱃머리를 살펴보았다. 세트렛 포로는 코앞까지 다가온 방파제에 그만 졸도해 버린 상태였다.
“카치운, 얘 기절했는데.”
“유골함에 여마법사에 포로까지 지고 다니게 할 생각이오?”
카치운이 비아냥거렸다. 에드워드는 방파제 위를 살펴보았다. 모래톱과 방파제도 도시의 일부이므로 여전히 게 떼로 덮여 있었다. 그는 헬레나를 돌아보았다.
“시체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는 것 같던데, 대가리만 떼어내 볼까?”
“가르달 씨 시키면 좋을 일인데.”
헬레나는 글레이브를 고쳐 잡았다.
“세트렛인을 죽이는 것 따위야 아무 문제도 없지만, 일단 기회는 한 번 줘보죠.”
휘잉!
날이 크게 휘둘러지더니 밧줄이 끊어졌다. 세트렛 포로는 머리가 깨지는 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큰 소리와 함께 방파제 위로 떨어졌다.
“끄악! 뭐야?!”
“운이 좋기도 해라. 깨어났네.”
헬레나의 말에 카치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운이 나쁘다고 하는 거요. 저놈 입장에서는.”
에드워드는 배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세트렛 포로의 목덜미를 붙잡아 일으켰다.
“어차피 계속 데리고 다닐 건 아니니까…… 한 번만 더 일해라.”
“회개했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쇼.”
세트렛 포로가 말했다. 물론 코앞까지 육박하는 방파제의 모습에 회개하는 거야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그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
“나중에 사제 앞에 가거든 한 번 더 말해.”
스텔라가 뱃전으로 고개를 내밀며 끼어들었다.
“기사님, 기사님! 그놈한테 몰렉 개새끼 해보라 해요!”
“넌 그거 어디서 들었어?”
“리안나가 가르쳐주던데요!”
“애가 못된 것만 기억하네.”
“기사님 탓이잖아요!”
“잡담은 그만하고 내려가! 가재 인간이 쫓아오잖아!”
카치운은 줄사다리를 내린 다음 스텔라를 억지로 밀어붙였다. 헬레나는 그런 거 없어도 무방했기에 그냥 바로 뛰어내렸다.
“고용인들 인성도 좀 신경 쓰셔야겠어요.”
스텔라, 리안나, 카치운의 인성.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그거 여기 트렌드는 아니더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의 노잡이들과 선원들이 배 밖으로 뛰어내렸다.
“도망쳐! 괴물이 안 멈춘다!”
에드워드는 세트렛 포로를 돌아 세운 다음 헬레나에게 말했다.
“어차피 믿을 수 없는 놈을 계속 데리고 다닐 수는 없어. 해안가만 돌파하면 버리자.”
“버리면 다시 해적 무리에 합류할 것 같은데요?”
헬레나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세트렛 포로는 엄숙히 선언했다.
“몰렉 개새끼.”
공작과 베로니카 일행은 겨우겨우 해안가에 도착했다. 무리는 이상하게 불어나서, 도시의 주교와 시장까지 포함해 버렸다. 그들은 게 떼를 피해 고립되어 있다가, 어느 사이엔가 용기백배해 버린 상태였다.
“도시에 상륙한 해적은 소수가 아닌가! 게들은 먼저 공격하지 않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목소리가 클수록 자신의 추태는 가리고, 아직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들볶는 데 유리했다. 주교는 입에서 불을 뿜듯이 열변을 토했다.
“아저씨, 시끄러워요.”
리안나의 조용히 태클을 걸었지만 주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꼬마 밴시의 등을 살짝 꼬집었다.
“주교님한테 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마.”
“아니꼽잖아요.”
다행히 주교는 밴시의 조그만 목소리 따위 듣지 못했다. 그는 광신적인 전투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더 눈을 돌렸다.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 떼한테 힘쓰느라 기진맥진한 사람들은 별로 도움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없고. 일단 후미로 돌려야겠군.”
그때였다. 리안나가 매의 눈으로 에드워드를 찾아낸 건.
“기사님이다!”
“응?”
베로니카는 리안나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과연 붉은 옷의 기사가 저 멀리 방파제 위에서 잠깐 나타났다가 골목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투구까지 쓴 사람을, 그 잠깐 사이에 에드워드인지 아닌지 분간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녀는 리안나에게 물었다.
“방금 그거, 정말 에드워드야?”
“밴시의 돈주머니에 걸고! 기사님이에요!”
“여기 붉은 옷의 기사는 널렸잖아. 잘못 본 건 아니겠지?”
베로니카의 말을 들은 가르달은 사방팔방의 기사들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공작의 호위이야 옷이 가지각색이었지만, 각자 알아서 싸우거나 새로 합류한 사람들 중에 붉은 옷은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오, 저것도 붉은색이네.”
가르달의 굵은 손가락 끝은 가재 인간을 가리켰다. 공작은 경악해서 입을 벌렸다.
“저게 뭐야?!”
“붉은 가재네요.”
리안나가 말했다.
“가재가 두 발로 걷는다고?!”
“말하는 꼽등이도 있는데요, 뭘.”
그 말에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기껏해야 게나 세트렛 해적 정도만 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또 이상한 것한테 쫓겨 다니고 있네. 정말, 눈에 안 띄고 싶다 해도 쟤 팔자는 어쩔 수 없나 봐.”
베로니카의 넋두리와 별개로, 가재 인간은 척 봐도 위험 요소였다. 공작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인원을 쪼갠다! 배를 확보할 사람, 게 떼를 치울 사람, 상륙한 해적들을 상대할 사람, 가재를 쫓아갈 사람…….”
“성유골은 에드워드 손에 있겠죠. 방파제에서 올라온 걸 보면, 그새 수송함에 갔다 온 모양이에요.”
베로니카가 말했다. 공작은 방파제에 바짝 붙어 있는 쾌속선 끄트머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배를 타고 가서, 선상 백병전에서 유골만 어떻게든 모셔왔단 말이지? 재주도 좋군.”
“당신 제자잖아요?”
“그러고도 남을 놈이긴 하지. 하긴, 성인의 유골에다 소원을 빌어서 저주를 해제해 보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다른 성인이 풀어줄 저주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공작은 바로 우선순위를 조절했다. 1순위는 에드워드가 간 곳, 2순위는 혹여 에드워드가 유골을 빼내는 데 실패한 경우를 대비해 아직 선상 백병전 중인 함선들.
대화를 들은 시장과 주교도 공작의 뒤에 붙었다.
“성인의 유골이 위기에 빠진 걸 본국이 알면 내 모가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유골만은 지켜야 합니다! 주교좌성당의 숙원이!”
리안나는 다시 직설적으로 중얼거렸다.
“기사님네 기도랑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네요.”
* * *
에드워드는 등 뒤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짜증을 냈다.
“저거 막을 수 있는 거 뭐 없나?”
“밴시 데려오세요! 밴시! 밴시는 버틸 테니까! 왜 걜 두고 오셔서!”
“아, 게딱지들만 있는 줄 알았지! 저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데려왔지!”
스텔라와 에드워드가 티격태격하는 걸 듣던 카치운이 작게 말했다.
“이 대화 기억해뒀다가 꼭 리안나에게 전달해주지.”
일행 중 세트렛 포로는 없었다. 대충 해안가 게 떼를 헤쳐나간 뒤의 에드워드가 그를 방패로 내던졌기 때문이었다. 회개한 보람도 없이 세트렛 포로는 물대포를 맞고 나가떨어졌다. 근처 건물의 마구간까지 날아가 처박혔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불명.
헬레나는 건물과 지붕 사이사이, 게 떼가 그나마 적은 곳으로 진로를 잡았다. 도저히 발을 못 디딜 것 같으면 글레이브를 한번 휘둘러 게들을 싹 밀어냈다.
“그래도 건물이 있는 시가지로 들어오니, 물대포를 피할 수는 있네요.”
가끔 무모한 기사들이 가재 인간 상대로 나섰다가 물대포를 맞고 나가떨어지는 것만 빼면.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정면에서 저놈을 해결하기는 어렵겠어. 더 복잡한 곳으로 가야 돼.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유골을 일단 숨겨야 돼. 저 물대포 맞았다간 안 그래도 찌그러진 두개골이 이번엔 진짜 뼛조각도 안 남을걸.”
“숨겨 놓기로 한 장소는 몇 군데 찍어놓으셨다면서요? 어디에요?”
에드워드는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다음 사거리에서 오른쪽, 지붕 세 개 건너서 그 아래 1층!”
“가까워서 다행이군요!”
헬레나는 에드워드의 지시대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잠시 뒤, 헬레나는 도착한 장소의 지붕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여기요?!”
“그래.”
뒤이어 달려온 카치운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하필 여기요?”
“바닷가에서 그나마 가까워서 오기는 편하잖아. 그리고 몰렉의 부하 새끼들이 제일 안 뒤질 것 같고.”
스텔라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기사님, 마법사가 조언하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좀 무리에요. 이번엔 용명을 떨칠 생각이 없다는 건 알지만……. 만약 가재 인간이 그런 거 상관없이 유골을 찾을 수 있으면 헛수고고요.”
“해봐야 아는 거지.”
에드워드는 카치운의 등에서 유골함을 빼낸 다음, 그걸 열었다. 한쪽이 찌그러진 두개골. 에드워드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기 처박히기 싫으면 저주 풀어달라…… 고 하면 더 저주받겠지. 뭐, 욕심은 안 부릴게. 대신 댁도 좀 참으쇼.”
* * *
가재 인간은 마법사보다 마법 시전 속도가 빨랐다. 그러나 움직임은 인간보다 조금 느렸다. 그래도 게들이 가재 편이었기 때문에, 게 떼의 방해 없이 길거리를 누빌 수 있었다. 가재 인간은 에드워드 일행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놈의 더듬이들이 까딱까딱 움직였다.
갑각류는 후각에 크게 의존한다. 가재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골함의 재료인 흑단나무의 냄새를 맡았다. 성인의 유골에서 나는 독특한 접착제 냄새도.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던 놈은 곧 어느 건물로 방향을 잡았다. 문을 집게발로 부숴 열자 카치운이 이를 갈았다. 그는 옆으로 게걸음을 걸으면서 기둥 뒤에 숨었다.
“마법대결을 해본 여마법사를 쫓아올 줄 알았는데, 유골함을 찾아오는군. 대체 추적수단이 뭐지?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
“나머지 인간들은 어디 갔냐?”
“내 질문에 대답해주면 나도 알려주지. 어때?”
가재는 집게발을 카치운에게 겨눴다.
“쏘기 전에 말해라.”
“역시 후각이냐? 후각 맞아? 후각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순간 물대포가 기둥에 작렬했다.
콰앙.
카치운이 옆으로 몸을 굴리며 화살을 쐈다.
피융! 턱!
이번엔 두 번 맞아주질 않았다. 마법진이 사라진 빈 집게가 화살을 쳐냈다. 그 순간 2층 복도에서 헬레나가 뛰어내렸다. 위치는 가재의 뒤.
“죽어!”
엘프 여전사가 글레이브를 휘둘렀지만 가재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럴 줄 알았다!”
가재는 몸을 홱 돌려 글레이브를 쳐냈다. 뒤돌아보는 게 안 되는 외관을 보고 노린 매복. 뻔한 패턴이라고 말해 주려던 찰나, 무언가가 가재의 발목을 낚아챘다.
“으억?!”
가재는 비명과 함께 넘어졌다. 그리고는 지하로 빨려들어 갔다. 바닥에 있는 지하실 입구가 에드워드의 매복처였다. 헬레나의 등장에 때를 맞춰 뛰쳐나온 그는 가재 인간의 발목을 낚아채 당긴 것이다. 그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속임수는 원래 2중 3중으로 하는 거랬지. 아이고, 게 비린내.”
“이놈! 놓지 못할까!”
가재는 하반신이 지하 출입문으로 끌려 들어간 채, 상반신만 지상에 내놓고 호통을 쳤다. 놈에겐 불행히도, 거대한 집게발은 지하실 입구에 들어갈 만큼 크지 않았다. 상반신만 걸려서 집게발이 하늘을 향하자 물대포는 바로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 매복처도 미리 선정해둔 거요?”
카치운의 질문이었다. 에드워드가 지하에서 대답했다.
“아니. 그냥 즉석에서 보고. 흔하잖소, 이런 건물과 지하창고 따위.”
“임기응변이 뛰어나시군.”
“아, 근데 문제가 있네.”
“뭔데?”
“이 상태에서 어떻게 이놈을 죽이지?”
“그냥 그 손으로 쥐어짜 버리쇼.”
“게 내장에 뒤이어 가재 내장이라니.”
뒤이어 가재 인간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더니 주둥이로 곤죽이 된 내장과 피거품을 내뿜기 시작했다. 헬레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좀 곱게 죽였으면 좋겠어요. 자비심보다는…….”
“알아, 안다고.”
하지만 가재 인간은 하반신이 박살이 나고도 죽지 않았다. 상반신이 계속 집게발과 나머지 다리를 움직이며, 자세를 고쳐잡으려 했다. 빙글빙글 돌던 상반신이 때때로 집게발을 수평으로나마 놓는 데 성공하면, 바로 물대포가 작렬했다. 카치운과 헬레나는 그걸 피하기 바빴다.
“질긴 놈. 죽지도 않아! 기사 양반! 안으로 확 끌어당기쇼!”
“이놈은 상체가 걸려서 안 당겨지는데.”
“그럼 나와서 상체를 끝장내야지!”
“이놈을 출입구에 끼워뒀는데, 내가 어떻게 나가?”
“임기응변이 완벽하질 못하구만!”
그때였다. 가재 인간이 부쉈던 문을 박차고 스텔라가 뛰어들어온 것은. 그녀는 평소의 게으름뱅이다운 모습에서 탈피해 소리쳤다.
“밴시 왔어요!”
“이거 놔요! 이 간악한 인텔리겐차!”
밴시가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