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가재는 게 편 (3)
“게딱지들 사이로 뛰어오길래 저 겁쟁이 먹물이 드디어 용기와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나 했더니!”
밴시가 뭐라 하건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뒤이어 베로니카가 철퇴를 들고 건물 안으로 난입했다.
“찾았다, 에드워드!”
에드워드는 반가움에 소리쳤다.
“야, 베로니카! 리안나로 물대포 어떻게든 막아보고 이놈 좀 죽여봐!”
“왜 물대포를 저로 막아야 하는데요!”
리안나가 소박한 항의를 했다. 뒤이어 들어온 공작은 하반신이 빨려 들어간 가재 인간을 보고 잠시 숨쉬는 걸 잊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기괴하군.”
“억, 공작님? 공작님도 오셨슴까?”
“그래, 왔다. 도망치기만 한 게 아니라 결국 잡았구나.”
공작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밴시가 하늘을 날았다.
퍼어엉!
물대포를 맞은 밴시는 우르르 몰려오던 사람들 위로 떨어졌다. 혼비백산한 리안나가 외쳤다.
“왜 나만!”
에드워드가 지하에서 소리쳤다.
“공작님! 물대포를 어떻게든 막으면 됩니다! 튼튼한 걸로!”
스텔라가 덧붙였다.
“밴시 튼튼해요!”
상황을 이해한 가르달은 밴시의 덜미를 붙잡았다.
“방패가 튼튼하긴 한데 쓰기가 영 불편하구만.”
“드워프 아저씨, 이거 안 놓으면 울어버릴…… 어느새 귀 막았어요?!”
밴시는 드워프 귓구멍에 꽂힌 천뭉치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베로니카가 대신 답변했다.
“조금 전.”
뒤이어 가재의 비명과 밴시의 비명이 건물을 메웠다. 드워프는 밴시를 방패 삼아 제일 앞에 세우고는 조심스럽게 가재 인간에게 다가갔다. 베로니카가 그다음, 다른 사람들이 그다음을 이었다.
아무 데나 작렬하던 물대포는 간혹 사람들을 향하기도 했지만, 드워프는 훌륭한 방패수였다. 그가 영웅적으로 버틸 때마다 밴시는 날아가지 않고 물대포의 수압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단 두 번만 버티자, 사람들은 곧 가재 인간 가까이에 접근할 수 있었다. 베로니카는 물에 푹 젖은 리안나를 제치고 철퇴를 휘둘렀다.
콰직!
철퇴가 가재의 눈을 파고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떤 사람은 집게발에 달려들어 그걸 붙잡았다. 또 어떤 사람은 나머지 한쪽 눈을 노렸다. 또 다른 사람은 튼튼한 밧줄을 갖고 있어서 가재 인간의 목에 걸었다…….
공작은 쓸모를 다해 방치된, 물에 푹 젖어 널부러진 밴시를 주워다 일으키며 말했다.
“영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군.”
쉽게 안 부서지는 만큼, 차근차근 박살내는 꼴이 나왔다. 조금씩 난 상처에 헬레나의 글레이브가 내리꽂혀 지렛대마냥 그 틈을 벌렸다. 카치운은 더듬이를 죄다 잘라냈다. 가르달은 벽난로에서 펄펄 끓던 냄비를 발견하고는 그걸 가져와 놈의 입에다 끼얹었다.
가재 인간은 자기가 그렇게 죽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을, 아주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 더는 물대포도 못 쏘고 비명도 못 지르며 움찔거리기만 하자,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괴물을 이런 식으로 죽입니까?”
“안 죽으면 별수 있소?”
가르달은 자기 손바닥에 침을 뱉고는 문질렀다.
“이놈은 원래 빨간색이라 익었는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가네. 자, 가재 손질이 끝났으면, 도끼로 쪼개 봅시다!”
콰직!
가재 목에 도끼가 내리꽂혔다. 그러나 도끼는 절반도 못 들어갔다. 가르달이 투덜거렸다.
“덜 익었어!”
“다 익히면 먹을 거요? 그냥 치우고 나 좀 꺼내주쇼. 일단락된 것 같은데.”
에드워드가 지하에서 빈정거렸다. 카치운이 그에 답했다.
“안 나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소, 기사 양반.”
“응? 왜?”
“공작만이 아니거든. 사람이 좀 많아.”
“뭐…… 공작님 호위병이나 그런 쪽?”
“높으신 분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소.”
“뭐?”
건물 밖에서 안을 힐끗거리던 주교와 시장이 그제야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만신창이가 된 가재 인간을 슬쩍 피해 카치운에게로, 정확히는 유골함으로 달려왔다.
“그게 유골함이오? 성인께서는 무사하시오?”
“당신이 유골함을 지킨 거요?”
카치운은 베로니카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거 열면 안 되는데.’
불행히도 베로니카는 못 알아들었다. 고개만 갸웃거릴 뿐.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낀 에드워드도 침묵했다. 시장과 주교는 유골함을 완력으로라도 뺏을 기세였다. 카치운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 그걸 주교에게 떠넘겼다. 헬레나는 눈을 질끈 감았고, 스텔라는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없어!”
주교의 비명이었다. 유골함은 텅 비어서, 약한 접착제 냄새만 남아 있었다. 카치운, 헬레나, 에드워드는 말 한마디 없이 침묵했다. 시장은 높이 째지는 목소리로 질문을 꺼냈다.
“유골은 어디로 간 거요?!”
카치운은 에드워드를 버렸다.
“이 아래 있는 양반에게 물어보쇼. 내 책임 아냐.”
에드워드는 ‘실은 성인께서 강림하사, 두개골을 자기 분실물이라면서 갖고 승천하셨다’라는 개소리를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좀 더 냉정한 상태인 공작과 베로니카가 보다 올바른 추론을 내리기 전까지.
“어딘가 숨겨뒀겠군.”
“어디 숨겨뒀나 보네요.”
베로니카는 지하 바닥을 향해 질문했다.
“어디 뒀어?”
“어…… 그냥 갖고 다니다가 실수로라도 물대포 맞으면 뼛조각도 못 찾을까 봐, 또는 도로 뺏길까 봐 숨겨놨어.”
“그래, 잘했네. 그래서 어디야?”
“몰렉의 추종자들이 못 건드릴 만한 곳.”
“교회로 보냈어? 누구 손으로?”
“아니, 교회는 아니고…….”
“왜 그리 뜸을 들여?”
주교와 시장은 가재와 출입구 사이의 틈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에드워드를 닦달했다.
“귀하가 누군지는 모르나, 유골이 어디 있는지는 지금 당장 말씀해 주셔야겠소! 아직 위기가 끝난 게 아니란 말이오!”
“성유골을 탐내는 건 세트렛과 그 괴물들뿐만이 아니오! 빛의 종족일지라도 ‘성인의 뜻’이라며 훔쳐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오!”
에드워드는 아까보다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이 도시의 주교요!”
“이 도시의 시장이오!”
에드워드는 다시 침묵했다. 이해하기 힘든 침묵에 베로니카는 불길함을 느꼈다. 에드워드를 잘 아는 공작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좀 민망한 데 숨겼나 보군.”
“민망한 데요?”
“매춘굴이라던가, 닭장이라던가…….”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에드워드를 향해 말했다.
“너, 거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 일단 나와봐.”
가르달은 주변의 눈치를 보다 가재 인간을 끌어냈다. 출입구가 열리자 으깨진 게 내장으로 냄새를 지운 에드워드가 나타났다. 역한 바다 비린내에 베로니카는 소매로 코를 막았다.
“설마 게 무더기에 숨겨놓은 건 아니겠지?”
“이 게들도 몰렉의 수하들일 텐데 그런 바보짓을 하겠냐?”
“하긴. 그래서, 어디야?”
“높으신 분들은 좀 물려줘. 내가 들고 올게.”
주교와 시장은 납득하지 못했다.
“아니! 내 눈으로 꼭 봐야겠소!”
“한시가 급하오!”
그래도 에드워드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베로니카는 조금 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어디 둔 거야, 대체?”
* * *
문제의 장소는 변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더 심했다. 리안나는 코를 싸매 쥐었다.
“요리로 먹을 때는 맛 났는데. 그건 잘 씻었던 것들인가 보네요.”
“아니, 그 요리들도 구린내는 좀 났어. 향초를 팍팍 넣어서 가린 다음 나름 참고 먹은 거지.”
카치운이 덧붙였다.
항구에는 반드시 있으면서, 대량의 부산물을 내놓고, 바다에 인접한데다, 몰렉의 수하들이 절대로 건드리지 않을 것 같은 장소.
“소 도축장……!”
시장이 신음 소리를 흘렸다. 항해에 필요한 식량인 염장 고기는 당연히 대량의 쇠고기로 만들어진다. 소고기를 나르는 것보다 소를 도축장까지 걸어오게 하는 게 더 편하고, 온갖 오물들을 버리는 거리도 짧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위치는 바다에 인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몰렉은 소머리의 악마. 에드워드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소대가리를 숭배하는 새끼들이니까 여긴 피하겠지 싶어서 말이야.”
카치운은 잔뜩 쌓인 소 내장 무더기로 걸어갔다. 씻어내기는커녕, 아직 내용물을 빼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그는 거길 뒤적거리더니 피와 분비물과 배설물이 잔뜩 묻은 자루 하나를 꺼냈다. 당연하지만, 고무 등이 없는 세상에서 방수는 기대할 게 못 되었다. 카치운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냄새 배겠는데.”
두개골을 꺼내 보기도 전에 주교는 졸도했다. 에드워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나중에 위치 정보나 슬쩍 흘려 주고, 내가 한 게 아닌 척하려 했거든. 설마하니 공작님에 시장님에 주교님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
공작과 베로니카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헬레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작전을 시작할 때 태도에서 좀 이상하다 싶긴 했죠. 이런 계획인 줄은 저도 직전에 알았어요.”
카치운은 손을 씻고 싶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난 시킨 대로 했을 뿐이야.”
스텔라는 도망치려 하다가 리안나에게 옷자락을 붙잡혔다.
“어딜 혼자 살려고!”
“이거 놓지 못해, 이 간악한 꼬맹이!”
카치운이 조심스럽게 두개골을 꺼냈다. 다행히 부드러운 것들 가운데 묻혀 있던 덕인지, 파손된 곳은 없었다. 대신 핏물이 좀 들었다. 카치운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밴시로 씻게 해볼까, 이거.”
“제 전문분야 밖의 일임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옷이 아니잖아요!”
리안나가 고개를 내저었다.
에드워드는 시장의 얼굴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걸 보고, 주먹으로 이마를 짚었다. 원래 계획은 유골만 확보해 어디 숨겨둔 다음, 적당히 싸우다 도시를 떠나는 것이었다. 유골이 숨겨진 장소가 드러나는 건 그다음. 사실 후보지는 소 도축장 외에도 다양했지만, 괴물이 쫓아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선택할 곳은 많지 않았다.
뺏기거나 부서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소리로 항변하는 수밖에.
“훌륭해!”
베로니카가 말했다. 에드워드는 자기가 꺼내려던 말을 잊었다.
“잠깐, 뭐라고?”
“기발해! 네 말대로거든! 몰렉의 사교도라면 절대 저길 건드리지 않을 거야!”
베로니카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에드워드랑 눈을 마주쳤다. 에드워드는 그녀의 눈빛이 여행을 시작한 이래 최고로 무서웠다.
“넌 가재 괴물한테서 기지를 발휘해, 성유골을 가까스로 숨긴 거야! 덕택에 도시는 성유골을 지켰지!”
“어…… 내 말이 그 말이긴 한데.”
이단심문관의 말에 시장은 어버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졸도해 하인들에게 부축받는 주교를 손가락질했다.
“어, 사제님? 그런데 주교님은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졸도 하셨…….”
“안도감에 그만 긴장이 풀려 기절하신 거죠!”
“네?”
“안도하신 겁니다!”
“이 광경에…….”
“저 또한 성유골이 무사함에 감사기도를 올리고 싶군요! 교황청 교리법무성 징계과 이단심문관으로서 빛의 승리가 가까웠음을 확인했으니까요! 상황이 급박하지만 않다면 이미 했겠지요! 도시는 아직도 게 떼로 덮여 있고, 항구엔 세트렛 약탈자들이 돌아다니고, 바다에서는 배들끼리 선상백병전을 이어가고 있네요!”
베로니카는 시장의 어깨를 붙들었다.
“무명기사의 기지는 어디까지나 지나가는 에피소드죠. 이 사태를 수습해야 지도자가 명성을 거머쥐지 않겠어요, 시장님?”
시장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공작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
“어쨌든 다 당신 공이 되는 겁니다. 주교님은 기절했으니까요.”
공작의 눈길이 카치운을 향했다. 카치운은 자신의 옷소매로 해골을 급히 비벼 닦은 다음 말했다.
“이거 원래 색깔이 이랬소.”
시장은 조심스럽게 성유골을 넘겨받았다.
“원래 이랬군요.”
“그렇소.”
시장은 에드워드를 지나쳐 원래의 성유골함에 해골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자기를 따라온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성유골을 모시고 주교좌성당으로 간다! 주교님도 모셔라! 지원군이 어디까지 왔는지도 확인해! 서둘러!”
시장과 그의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나갔다. 건물 안에 들어오지 못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밖의 사람들도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공작이 어떻게 해야 게 떼를 헤쳐나갈 수 있는지 보여줬기 때문에, 그들의 걸음은 주저가 없었다.
이제 건물 안에는 에드워드와 공작 일행만 남았다. 공작은 에드워드를 향해 말했다.
“게 떼는 어쩔 수 없어도 세트렛 약탈자들은 해결해야겠지. 기사로서 물러나지는 않겠지?”
“여기서 물러나면 시장과 주교한테 진짜 밉보이게요?”
에드워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스텔라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교님이 안도감에 기절하기는. 제가 그렇게 기절할 판인데. 수명 줄어드는 기분이야.”
“쳇.”
“너 방금 쳇이라 했지, 이 잿물 냄새나는 요정!”
기어이 밴시와 여마법사는 서로의 머리채를 붙잡고 뒹굴기 시작했다. 스텔라는 밴시보다 머리카락이 짧고 키도 컸으므로, 리안나가 일방적으로 붙잡힌 상태였다. 리안나는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가르달은 껄껄 웃었다.
“겨우 평온이 돌아왔군. 이번엔 기사양반이 사제 아가씨한테 빚졌소.”
에드워드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가재는 게 편이라. 베로니카도 그러니 내 편 들어준 거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닌데, 너 이번 건 상당히 위험했다? 도시가 도착을 고대하던 성유골을 소 내장 무더기에 파묻어 버리다니.”
“그냥 파묻었냐? 자루로 두 겹 쌌어. 나름 신경 쓴 거야. 유골 그거 안 구해줘도 되는 걸 내가 나서준 건 잘한 거 아닌가?”
“그러게. 왜 나섰을까? 용명을 떨치려던 것도 아니었고. 그게 궁금하긴 하네.”
베로니카가 말했다. 에드워드는 투구를 벗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성지가 가까우니 덕이나 쌓아보자?”
“저주 때문에?”
“그외 이거저거도 있지, 뭐. 성인의 유골이 세트렛에게 넘어가는 걸 두고 봤다든가 하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순례길에 마이너스일 것 같고.”
베로니카는 웃어 버렸다.
“긍정적인 변화네.”
공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성지 한 번쯤 보낼 만하구만.”
에드워드는 인상을 쓰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만 나가죠. 냄새 때문에 돌겠네.”
“절반은 기사님한테서 냄새나요! 게 냄새!”
리안나가 말했다.
잠시 뒤 밴시는 꽁꽁 묶인 채 게 떼 앞에서 구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