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1)
21화 허깨비는 증거로 인정치 아니한다.
암브로즈 시를 떠나 바로 산을 넘어 버렸다면 이야기가 간단했겠지만, 출발이 너무 늦었다. 그래서 예정대로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 베로니카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이 자리에 없는 연금술사 미아 루이스의 험담을 조금 흘리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 글 읽는 여자가 좀 많이 음탕하잖아.”
“너 지금 시비 거니?”
마찬가지로 글 좀 읽은 여자의 말에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렸다.
“여자가 먼저 옷을 벗으니 남자는 할 수밖에 없잖아.”
“알았으니 그만해. 머리 복잡해진다.”
초여름. 옮겨 심을 가을 양배추와 겨울을 날 봄 양배추 씨앗, 주일 전에 수확할 완두콩보다 가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모든 분쟁은 그보다 가치 없는 것들을 위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분쟁의 한복판에는 이를 위해 준비된 듯한 사제와 기사와 밴시가 있었다. ‘준비되었다’가 아니라 ‘준비된 듯한’이다. 그들은 완두콩 미만의 사건에 흥미가 없었다.
그들 앞에는 마녀재판이 한창이었다.
마녀. 약초꾼에서 주술사나 악마 숭배자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직종.
마음은 콩밭에 있고 인간은 지옥에 있다.
“볶은 콩 더 없냐?”
기사 에드워드가 말했다.
“그게 마저인데요.”
밴시 리안나가 대답했다.
“니들은 맘 편해서 좋겠다.”
이단심문관 베로니카가 중얼거렸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 교회 앞 광장. 한 소녀가 산발한 머리를 흔들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꿈에 마녀가 나타나 저주를 내렸다고 했다. 그녀는 마녀가 자기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소리를 질러 댔고, 그 결과 자신이 발작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증거라며 어깨를 햇빛에 노출시켰다. 울긋불긋한 피부와 손톱자국을 보자 마을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두드러기를 긁은 것 같은데?”
에드워드의 말은 주민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벌레 물린 것 같아요.”
리안나가 말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밴시의 마법약이 직빵인데. 저 여자애 침구류를 싹 세탁하면 되잖아.”
“이번엔 거대 벼룩이라도 나오나요?”
“정말 마녀가 있다면 그 정도는 부리겠지. 늑대 인간과 거대 개벼룩 세트 같은 거. 내기할래?”
“전 저게 마녀의 짓이 아니라는 데 걸게요.”
“똑똑해지는군. 나도 아니라는 데 걸지.”
“그럼 내기가 되나요?”
“노예와 주인이 둘 다 승자라면, 주인이 다 가져가는 게 내기의 법칙이지.”
“엑.”
리안나는 멍한 표정으로 에드워드를 올려보았다. 또 당했다.
“애 놀리지 마. 사내놈은 커도 애라더니.”
베로니카가 둘의 만담을 잘랐다.
“산을 넘기도 전에 또 사건을 맞닥뜨릴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내 전공 분야긴 하네.”
“교황청 교리법무성의 특별 사법관 납시오.”
에드워드가 깐죽거리자 베로니카는 눈을 흘겼다.
그녀는 리안나를 향해 지시했다.
“우물 가서 물 한 통 떠와.”
“넵.”
리안나는 우물로 쪼르르 달려갔다 돌아왔다. 그 짧은 사이에 군중의 열기는 더 고조되었다. 그들은 발을 구르면서 소리쳤다.
마녀가 누구냐? 마녀가 어디 있느냐?
소녀의 소변을 호밀 가루에 반죽한 빵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미리 와 있던 개들이 그걸 게걸스럽게 먹고는 소녀의 주변을 맴돌았다.
“가관이군.”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나처럼 법에 밝은 인간이 필요하지.”
베로니카가 답했다.
그녀는 물이 가득 찬 양동이를 들고 소녀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차디찬 우물물을 소녀의 면전에 끼얹었다. 촤아악! 군중은 자기들이 그 찬물을 맞기라도 한 것처럼 침묵했다. 뒤이어 베로니카는 양동이를 그녀의 머리에 씌우고 아직 포기를 못 한 개들을 걷어찼다. 깨갱! 개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붉은 옷의 이단심문관은 하늘을 찢어버릴 목소리로 선언했다.
“이 재판은 교회법상 불법이며, 허깨비는 증거로 인정치 아니한다!”
* * *
스트롬니스 마을, 스트롬니스 교회의 리처드 사제는 통통하고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외양이었다. 그러나 향기로운 독초를 입에 문 표정을 지었다. 삼키면 즉사할 것 같지만 뱉으면 향기로워야 할 것들. 그는 자신이 당한 공개적인 망신에 대해 불평한 다음, 정중한 항의 끝에 비난을 담았다.
“밴시는 허깨비 아닙니까?”
리안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은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그녀의 주인인 베로니카가 먼저 나섰다.
“이 마을은 허깨비가 빨래를 합니까?”
반박은 없었다. 리안나는 자기가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을 훌륭히 수행하는 노예인가 밝히려 했지만 에드워드의 손이 더 빨랐다.
“저리 가서 애들이랑 놀아라.”
에드워드는 고양이 던지듯 리안나를 창밖으로 던졌다. 밖에서 도사리던 악동들이 밴시를 들고 달아났다. 밴시의 비명은 처절했다.
“기사님, 꼭 지옥 가세요!”
에드워드는 그 외침을 무시하고 창문을 닫았다. 주임 사제는 침착하게 말했다.
“착한 애들이지만 과격할 수 있습니다. 개구쟁이들이라.”
“밴시를 울리면 다 기절할 거요. 딱 그 정도 힘은 남겨 뒀거든. 설마 밴시를 울리고 싶은 얼간이가 어딨겠냐마는.”
교회의 고용인이 술잔을 들고 올 때쯤 여자애의 비명이 멀리서 들려왔다.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
“가지 마. 그 정도는 꼬마들이 알아서 대처해야지.”
베로니카가 에드워드를 멈춰 세웠다. 그는 미련 없이 문손잡이를 놓았다. 베로니카와 리처드 주임 사제는 다시 대화에 들어갔다.
스트롬니스 마을은 암브로즈 시의 동쪽 계곡 속에 있었다. 좁고 험했지만, 남동부 해안으로 가는 지름길 옆이다. 큰 상단이 지나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들은 가파른 지름길 대신에 이익이 남는 길을 택하는 게 보통이었다. 순례객이 들르는 마을도 아니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그들은 옆으로 새지 않고 산 너머 다른 마을까지 단번에 내려갔다. 점심때 지나서야 출발한 게으름뱅이거나, 출발 지점이 그보다 먼 여행객이 아니라면 이 마을에 들를 일은 많지 않았다. 더 높은 곳의 산트롤이나 가끔 내려와 해를 끼칠까 말까 한 벽촌.
하지만, 괴사건들은 이 땅을 피해가지 않았다. 어느 집 삼 자매가 단체로 악몽을 꿨다던가, 마을의 세 우물 중 하나가 갑자기 말라 버렸다던가, 풀어 키우던 돼지가 갑자기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즉사했다던가.
마을 사람들은 이를 마녀의 행적으로 돌렸다. 리처드 주임 사제는 마을 사람들의 추대로 재판관을 맡았다. 재판은 3일 동안 열기로 했고 오늘이 첫째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 동행하는 기사의 숙취 때문에 늦게 출발한 방문객이자 이단심문관인 베로니카는 도착하자마자 그 재판의 정당성을 부정해 버렸다.
“이곳 사람들의 신앙심이 두터운 것은 이해하나, 마을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교회법에 도전하다니 사제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도전이 아니라 응급 대책이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겠습니까? 산 아래에 역병과 해충이 창궐하자 주교님은 연락이 닿지 않고, 행정관은 이런 벽촌엔 관심이 없습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돼지가 쓰러져 죽고, 여자들이 악몽을 꾸며 우물물이 마른 것이 주교좌성당과 왕궁에서 해결할 일입니까? 재판을 열어야 할 일인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이곳은 작은 마을입니다. 충분히 큰일입니다. 처녀 셋이면 이 마을의 혼인 적령기 여성의 절반입니다. 우물 하나는 밭 가는 소들을 위해 쓰던 것이고요. 원인을 밝히고 사람들을 수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베로니카는 안경을 꺼내 쓴 다음, 자신의 책 [이교도와 몬스터 사전>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쿵! 그리고 다른 책들도 꺼내놓았다. [이단의 사상사>, 쿵! [정신의 질병>, 쿵! 마지막으로 자신의 작은 망치를 꺼냈다.
“이단과 이교도와 악령과 허깨비를 가려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게 어떤 악의를 갖고 교묘하게 암약하는 것들이라면 더욱. 이 책들을 달달 외워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과 제 스승께서는 ‘자격 있는 자’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찾으라 했습니다.
실례입니다만, 사제님은 이 책들을 읽어 보지도 못하셨고, 좋은 스승을 두지도 못하셨으며, 자격도 없고, 증거를 찾지도 못하셨습니다.
손 떼시죠. 재판을 강행하겠다면 교구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때는 주교님의 관심도 돌아오겠지만, 마녀보다 이 교회에 더 관심이 많으실 겁니다. 주교님은 이교도보다는 이단과 내부 단속에 더 관심이 있으시거든요.”
리처드 주임사제는 그 긴말을 한 번도 끊지 못하고, 그저 듣기만 했다. 베로니카의 말은, 지금 손 떼면 봐주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사제는 두 손을 들었다.
“좋습니다. 제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제 잘못이니 참지요. 다만, 이 괴사를 해결해 주십사 합니다. 이단심문관의 본업이시잖습니까?”
“우리가 왜?”
에드워드가 끼어들었다. 그는 검 자루의 폼멜을 만지작거렸다. 주임 사제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것을 곁눈질했다.
“아까 못 들었소? 이건 재판에 부칠 일도 아니라고. 그리고 이쪽은 나름 바쁘거든?”
“됐어. 가만있어.”
베로니카가 에드워드의 말을 잘랐다. 그녀는 긴장한 리처드 주임 사제를 향해 말했다.
“재판까지 열 것은 못 되겠지만, 잠깐 살펴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요. 돼지의 일부터 볼까요?”
사제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