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소원은 명소에 (3)
카치운은 바로 활과 화살을 꺼내 가고일을 쐈다. 그의 화살은 가고일의 가슴팍에 명중했지만, 튕겨 나오고 말았다. 베로니카는 얼굴을 찌푸렸다.
“단단하네요.”
“젠장, 화살 떨어진 데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
카치운도 낭패라는 듯 말했다. 주변의 사람들이 가고일에게 납치된 애가 걱정된다는 듯 한두 마디씩 얹는 통에 삽시간에 엄청난 소음이 발생했다. 그러나 에드워드 일행은 비교적 침착했다.
“내 애 아뇨. 보면 모르나.”
에드워드의 말이었다. 베로니카는 그를 흘겨보았다.
“보기엔 이미 사라졌는데.”
“여기 주변인들 중에 내 애가 납치된 줄 아는 사람도 있어서 그래. 내가 애 데리고 올 사람으로 보이나?”
“순례자 중엔 일가족은 물론이고 만삭의 부인이랑 같이 오는 사람도 있잖아.”
“아니, 나 말이야.”
“여기 사람들이 널 어떻게 아니.”
대화는 느긋하고 한가하기까지 했다. 한 짐꾼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걱정 안 되십니까?”
스텔라가 입을 삐죽였다.
“고대 미라의 기계톱도 튕겨내는 대가리를 뭐하러 걱정해 줘요?”
가르달은 더 직접적이었다.
“걱정하면 애가 돌아오나?”
헬레나는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말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겠네요. 등대에요. 등대에 소굴이 있나 보군요.”
에드워드는 그 말을 듣고 투덜거렸다.
“거 그냥 곱게 갔다 오려고 했더니 꼭 일이 추가로 생기네.”
“신이나 악마가 그냥 등대 갔다 오는 건 심심하다고 일 끼워주나 보네.”
카치운의 평이었다. 에드워드는 짐꾼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사교도 시체들부터 처리하고, 준비해서 간다. 숙소 잡아서 짐꾼들은 대기.”
* * *
꽁꽁 싸매놨던 사교도 시체들을 귀족 저택에 전달하고, 반액 현상금을 받은 에드워드 일행은 곧바로 준비에 착수했다.
“살면 전액, 죽으면 반액. 알기 쉬운 현상금 체계군.”
리안나가 사라지자 장보기 심부름은 스텔라 몫이 되었다. 그녀가 다른 짐꾼들과 함께 시장바닥을 후다닥 훑어 사 온 준비물들을 보따리에 싸서 내려놓았다.
“기사님다운 발상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그런데 등대 관리사무소랑 미리 협의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헬레나와 베로니카를 먼저 보냈어. 헬레나는 감시, 베로니카는 협의. 우리만 준비하면 돼.”
스텔라는 그제야 두 여자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카치운은 자기 화살 중에서 가장 큰 것을 점검하며 말했다.
“가고일은 돌덩이라 내 화살이 안 통하는데, 다른 몬스터들까지 그 정도는 아니겠지?”
“가고일 외에 다른 몬스터도 있을까?”
에드워드의 질문에 대답한 건 가르달이었다.
“있다는군. 밖에서 그렇게 소리 지르네.”
에드워드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건물 몇 개 너머, 한 무리의 인간들이 일사불란하게 고함을 질러대며 걸어가는 게 보였다.
“시청은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하라!”
“수당 외 배급을 늘려라!”
“빵과 양파를 제때 보급하라!”
에드워드는 입가를 실룩였다.
“노동자 파업?”
“항구면 있을 법하지. 뭐, 저 치들은 항만노동자가 아니라 건설 노동자지만. 시에서 등대를 보수하려고 모집했나 본데, 그놈의 돌괴물들 때문에 다 틀어진 듯하오.”
“흠. 그럼 쟤들은 그 돌괴물들을 보고 등대에서 나왔다 뭐 그런 거지? 우리도 나름 정보 좀 모아야겠군. 리안나가 있으면 저 시위대와 빨리 친해질 텐데.”
그때 가르달이 자기 가슴팍을 가리켰다.
“나도 안 겪은 일이 없는 놈이니, 내가 나서보리다.”
“광산노동자 경력도 있으셨소?”
“소금산에서는 그 짓 안 해본 드워프 찾는 게 더 힘들걸.”
그 대화를 듣던 스텔라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프락치 보내기 모의하는 것 같네요.”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렸다.
“시경비대나 고용주가 보내야 프락치지. 이건 그냥 상호교류야.”
“아무렴.”
드워프는 맞장구를 치면서 지갑을 꺼냈다.
“상호교류는 좋은 거야.”
잠시 뒤, 시위대는 빠르게 해산했고, 드워프는 맥주를 들이켰다. 등대를 살펴보고 돌아온 베로니카와 헬레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사제였다.
“준비하랬더니 술을 마셔? 그것도 새 술친구들까지 사귀었네?”
“취지는 이해했는데, 광산노동자와 건설노동자가 같나요?”
에드워드는 맥주잔을 비우며 말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뭔데, 그게. 그리고 네가 무슨 노동자야?”
“이단심문관한테 월급 받는 보안 담당자. 월급 올려줘.”
짜악!
등짝 때리는 소리와 함께 짧은 술판이 해산되었다. 짐꾼 중 하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애는 언제 구출하러 갑니까? 걔가 불쌍해지는구만.”
* * *
“마법사야말로 노동자인데 왜 술판에 안 끼워줘요?”
“인텔리와 육체노동자가 같냐.”
“와, 기사님. 얄밉기가 아주 그냥…… 리안나가 누구 보고 배웠는지 알 것 같아.”
우여곡절 끝에 일행은 등대 앞에 섰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가고일한테 납치당한 애요? 드물게 있죠. 그것보다는 다른 돌괴물들이 더 문제지만요. 가고일은 최상층 바깥쪽에서 가끔 날아오를 뿐이지만, 다른 놈들은 아예 안에서 살거든요.”
“이야기는 들었다.”
에드워드도 심드렁하게 답했다. 건설노동자들이 제공한 정보는 층별 괴물의 종류, 성향, 숫자 정도였다. 거기엔 가고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3층까지는 대부분의 돌괴물이 안 움직이거나 적대적이지 않다. 그래서 가족의 화평을 기원한다는 방문객들은 3층까지만 올라가는 게 관례였다. 문제는 4층부터.
“거칠고 우락부락한 건설노동자들도 돌괴물을 기피 하는데, 기사 나리의 검으로 어떻게 놈들을 물리친단 말입니까?”
곡괭이나 삽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에드워드는 돌 하나를 집어 들어 손아귀 힘으로 부수는 걸로 답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얌전히 입장료만 징수했다.
“생각해 보니까, 리안나는 공짜 입장했네.”
에드워드의 말에 가르달이 폭소했다.
“오, 생각해 보니 그렇군! 돈 아꼈네! 그놈의 가고일이 가벼운 순서대로 옮겨줬으면 좋겠군!”
“그럼 다음 순서는 스텔라인데.”
에드워드가 슬쩍 스텔라를 돌아보았다. 깡마른 여마법사는 입을 삐죽였다.
“가고일이 저 채가면 기사님 발목부터 잡아줄게요.”
등대 안은 유명한 명소라고 해도 3층까지는 한산했다. 파업 등의 분위기를 탄 모양이었다. 에드워드는 기념품 따위를 파는 잡상인을 지나쳐 작은 창문으로 다가갔다.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 부적을 빙자한 약간의 잡동사니, 미신적인 냄새가 나는 현물들이 그 창문 아래에 쌓여 있었다.
에드워드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작은 사각형을 반쯤 채우는 푸른 바다, 나머지 반을 채우는 하얀 하늘.
“원래는 선원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던 곳인데, 가족 전체의 화평을 기원하는 걸로 확대되었대.”
그 옆에 선 베로니카의 설명이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럼 원래는 네 가족들이 여기 서야 했겠네. 너 무사히 돌아오라고 기원하게.”
“나쁘지 않은 상상이네. 하지만 오라버니는 기도만 할 사람이 아니지.”
“별종 수집가답게 해결사들을 연달아 보낼 거란 말이지?”
“그것보다 더 골치 아플 수도 있지.”
“이런 데 기도하지 않는 사제님 대신에 내가 빌어줄까? 정략결혼이 그리 간절하면 백작님이나 하세요.”
에드워드는 등짝을 긴장시켰지만, 사제의 손바닥은 날아오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작게 말했다.
“백작은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오빠는 그럴 수 없으니 말이지.”
“뭔 말이야?”
“아무것도 아냐. 네 가족의 화평이나 빌어봐.”
“더 높이 올라가서 빌지 뭐. 그게 더 좋지 않겠어? 풍경도 더 근사할 텐데.”
카치운은 그 말에 고개를 젓고는, 잡상인에게서 산 나무토막을 창틀 아래 뒀다.
“기사양반이 날뛰고 나면 남는 게 없을지도 모르니 미리 빌어둡시다. 무클이 아내도 맞았는데, 사내구실을 제대로 하기를…….”
“음. 우리 상회의 머저리들이 부디 왕가를 호구 잡고 지속적인 장사를 하길…….”
가르달은 제일 질 안 좋은 동전을 내려놓으며 빌었다. 에드워드는 그들의 모습에 입을 삐죽였다.
“가족이라.”
“떠돌이 기사는 상속받을 게 없으면 본가에 별 감흥이 없다고는 하더라만, 넌 좀 심한 것 같네.”
베로니카의 평이었다. 에드워드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꿈 같은 가족이었거든. 부정적인 의미로. 잠에서 깨고 나니까 별로 기억도 안 나.”
가르달이 웃으면서 말했다.
“거 보통 이런 때는 ‘이젠 이 일행이 내 가족이다’ 같은 게 클리셰 아뇨?”
에드워드는 입을 더 삐죽였다.
“낯 간지러운 클리셰지. 뭐, 일단 셋은 진짜 한 침대 한 가족 후보…….”
짜악!
베로니카는 기어이 에드워드의 등짝을 갈겼다.
“빌 것 없으면 그만 올라가자.”
베로니카는 먼저 앞장서 올라갔다. 에드워드는 카치운을 돌아봤다.
“부끄러워하기는. 그나저나 아까 베로니카가 한 말, 성지 사정 아는 양반이 좀 설명해 주시겠소?”
“무슨 말?”
“백작은 정략결혼을 할 수 있지만, 쟤 오빠는 못한다는 말.”
“항카이부는 쌈박질만 했지, 그리 깊게 활동하진 않았는데…… 대충 백작한테 무슨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
“그거 성지의 어떤 현상인가?”
“아니. 그냥 내 해석이오. 백작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 개인으로서는 못할 이유가 있다 뭐 그런 뜻 아닐까.”
묘한 말이었다. 권력과 영지를 귀족이 사유화하는 시대에 정치적 입장과 개인적 입장을 나눈다는 건. 에드워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상이 가는 게 별로 없는데. 혹시 그건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정략결혼은 무리라던가.”
“그럼 그 오빠란 양반은, 자기 대신 여동생을 써먹으려는 나쁜 양반이구만.”
“그렇게 되네.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은데…… 귀족식 돌려 말하기는 이해하기 어렵군. 나도 귀족이지만.”
“그러니 툭하면 기사도 문학의 기사들이 바보짓하고 비극을 맞지.”
“흠. 쟤는 그 전에 자세한 사정을 말해 줄라나?”
“글쎄. 사제 아가씨가 기사 양반을 죽게 냅둘 것 같지는 않지만.”
카치운은 에드워드를 앞질러 베로니카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결국 기사 양반이 먼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 아니겠소? 아님 또 꿈 같은 가족을 만들 거요? 부정적인 의미의.”
에드워드는 쓰게 웃었다.
“진짜 가족이라. 솔직히 상상이 안 가긴 하는데.”
결국 에드워드는 제일 마지막으로 발을 뗐다.
4층 출입구는 쌓아놓은 건설자재 사이에 겨우 나 있었는데, 거기만 새것인 문짝이 달렸고 경비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전달받았습니다. 하녀 꼬마가 가고일한테 끌려갔다고요?”
“그래. 자주 있는 일인가?”
“흔한 일은 아니죠. 납치보다는 절도가 더 흔하거든요.”
경비병은 문짝에 달린 작은 창으로 문 너머를 살펴본 다음, 자물쇠를 풀었다.
“마물이나 사교도가 꼬마를 납치하는 건 주로 제물용이라지요. 너무 큰 기대는 마십쇼.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니. 구하려다가 오히려 당하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드워드 일행은 대꾸하지 않고 문을 통과했다. 가르달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밴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으니 결국 구하러 가야 하지.”
“그러게. 죽을 일이 없으니 구하러 가긴 가야 하네. 이건 또 묘한 단점이군.”
“애 죽으라고 저주 거는 거예요?”
가르달과 에드워드의 대화에 헬레나가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노예 지분의 50%는 내 건데 허락 없이 죽으면 안 되지.”
“경의 노예는 죽는 것도 허락받고 죽어야 하나요?”
“노예가 다 그렇지 뭐.”
스텔라가 그 말에 빈정거렸다.
“좀 전까지는 노동자의 탈을 쓰신 분이 도로 노예주로 돌아오셨네.”
그 순간, 사람 무릎 높이의 돌덩이 하나가 일행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왔다. 그것은 에드워드 일행 앞에서 멈추더니, 둥글게 말았던 몸을 펼치고 팔다리와 머리를 내밀었다. 거북이 모양의 돌괴물이었다.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뽑았다.
“야, 슈퍼 마X오라고 들어는 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