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파리굴 (2)
시장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연회에 참석해 있던 VIP들의 눈이 전부 변했다. 심지어 하인들 중에도 일부가 그 꼴이었다. 제정신인 하인들의 비명이 경악과 공포 속에서 터져 나왔다.
드워프, 여마법사, 밴시 또한 깜짝 놀라 에드워드 곁으로 모였다. 스텔라는 에드워드의 팔을 와락 끌어안고는 소리쳤다.
“세상에, 기사님! 저게 뭐예요?!”
“낸들 아냐?”
드워프는 당황했는지 대장간 망치를 여전히 무기로 든 채 말했다.
“맙소사, 기사양반.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거요? 과연 난세의 영웅답군!”
“아니, 훨씬 소박하게 생각했는데. 사기도박판이거나 사교도 소모임 정도로. 저런 게 냅다 눈 뒤집고 정체를 깔 줄은 몰랐지. 어째 일이 커지는 듯한…….”
“원래 나는 뭐든지 다 안다는 투로 말해야 상대가 압박을 받으니 잘한 거요.”
“아, 그건 그렇지.”
밴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마법약 쓸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적으니까.”
“일단 저것도 곤충형 같으니 통할 것 같긴 한데…….”
에드워드가 중얼거리는 순간, 시장의 등에서 투명한 벌레 날개가 돋았다. 시장은 식탁 위로 낮게 날아올랐다.
“좀 이른 듯하지만, 이미 경계심을 가진 기사 앞에서 시간을 끌 필요도 없겠지. 부패한 땅의 왕이요, 구더기 지옥의 사령관이신 바이낙스 님의 종으로서, 너흴 주술사 왕에게 선물할 것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떠벌떠벌 대답해 줘서 고마워. 인간이 제 형태를 잃은 사교도.”
“잘 아는군, 인간.”
“인간 아닌 척은 하지 말자. 악마도 못 된 게.”
에드워드의 빈정거림에 사교도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모습이 평범한 인간 같은가?”
몇몇 사교도는 턱이 온갖 형태의 벌레 주둥이로 갈라지고 겹눈은 부풀듯 더 커졌다. 옷이 찢어지면서 곤충의 다리가 나타났다. 또 어떤 사교도는 옷이 터질듯 부풀더니, 목 아래부터는 거대한 구더기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밴시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행 시작하고 본 악마와 사교도들 중에서 제일 역겹게 생긴 것 같아요.”
“곤충이라는 게 관찰하는 재미가 있긴 한데…… 나도 더 보기 싫다.”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뽑았다.
“뭐 좀 재미난 이야기, 일확천금 같은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희망사항이었던 것 같군. 그냥 사교도 이야기네.”
“그냥? 네 죽음도 ‘그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한 거대 구더기가 에드워드를 향해 쇄도해왔다. 그 순간 놈의 주둥이에 커다란 검은깃 화살이 내리꽂혔다.
콰직!
구더기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트는 순간, 카치운이 말했다.
“이번엔 어째 대형 사고 같은데?”
“물러서요!”
헬레나가 소리치면서 앞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인간들 사이를 흐르는 물처럼 통과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멀쩡한 사람들을 쫓아오던 사교도 하인들은 그 공격 하나하나에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문을 닫아라! 절대 아무도 내보내지 마! 암약하는 자와 자기도 모르게 수작질에 걸린 자를 경계해야 한다!”
베로니카가 아직 멀쩡한 경비병들을 향해 내린 명령이었다. 에드워드는 최대한 반갑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명적 소리 듣고 근처에 있을 거라 생각은 했다. 지원군은?”
“사제 둘, 교회기사 둘, 병사 열넷.”
“뭐야, 그게 전부야?”
“지금 이 도시가 전차경주 때문에 얼마나 혼란스러운 줄 아니? 그나저나, 네가 적극적으로 악마와 사교도의 음모를 분쇄하는 날이 다 오네.”
“실은 그냥 대규모 도박 사기 같은 거였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 젠장, 돈 안 되게시리.”
베로니카는 사교도들을 살펴보고는 결론을 내렸다.
“날아다니는 건 밴시의 약으로 못 잡겠지?”
“사제님이 기사님 닮아간다! 왜 저부터 던질 생각을 하시는데요?!”
“벌레잖아. 네 마법약은 벌레 잡는 데 탁월하잖아.”
“맞긴 맞는데……!”
그 순간, 한 사교도가 번개처럼 날아가 밴시를 낚아챘다. 리안나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파리가 밴시 먹는다!”
콰르르릉!
그 순간 진짜 번개가 작렬해 사교도와 밴시를 같이 구워버렸다. 다행히도 밴시는 불사. 사교도는 시커멓게 타버렸지만, 리안나는 추락해서 땅 위를 꿈틀거렸다.
“뭔데요! 왜 밴시도 같이 벼락 맞는 건데!”
“번개 마법은 그렇게 밀착해 있는 걸 따로 공격하는 게 가능한 주문이 아니거든.”
“나쁜 마법사!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밴시 괴롭히는 거죠!”
“그럴 여유가 있으면 좋겠네…….”
에드워드도 긍정했다.
“밴시는 비전도체가 아니군.”
“기사님 또 이상한 소리 하신다! 저 도박중독 마법사 좀 말려봐요!”
밴시가 항의하거나 말거나, 스텔라는 미간을 좁히며 표적들을 바라보았다. 구더기 형태인 놈들만 빼고, 그들은 일제히 날아올랐다.
“시의 유지들이 전부 사교도라니, 시의 입장에서는 재난이네요. 게다가 이 자들이 획책하던 일은 분명 시 단위 재앙이겠죠.”
카치운의 비아냥이 뒤따랐다.
“그거 아쇼? 오늘 비장의 요리가 곤죽이 된 마부들 시체던데?”
스텔라의 얼굴이 새파래졌고, 에드워드도 좋은 표정을 짓진 못했다.
“그거 어디서 봤소?”
“내가 주방으로 돌아서 왔거든. 금쟁반에 담아 덮개로 덮어놨더라고.”
“젠장. 인육 애호가들이셨군. 우리 식사에도 장난친 거 아냐?”
에드워드의 말에 가르달은 달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
“발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수한 주문이 아니라면, 아마 우린 멀쩡할 거요. 시간이 좀 지났거든.”
“음식에 독을 안 쓰다니, 친절하군.”
“거위나 닭은 잡기 전에 모이를 잔뜩 먹이잖소.”
“아, 그런 건가.”
둘의 만담을 뒤로하고, 카치운은 다시 화살을 쐈다.
피융!
이번엔 빗나갔다. 그는 밴시를 향해 소리쳤다.
“정문에 화살통 가져왔으니까 뛰어갔다 와!”
“와! 이젠 번개 맞은 밴시도 부려먹으세요?!”
“싫으면 네 돌멩이 던지는 재주로 저것들 맞춰 보든가!”
“내 팔자야!”
밴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문 쪽으로 도망치듯 달렸다. 에드워드는 카치운을 힐끗 보았다.
“저것들 다 떨어뜨릴 수 있겠소?”
“생각보다 빨라서 힘들겠는데. 원래 파리는 벽에 앉아 있는 걸 잡는 게 더 쉽잖소.”
적절한 비유였다. 헬레나는 거대 구더기를 상대하다가 소리쳤다.
“뭐가 문제예요? 에드워드 경이 평소처럼 뭔가 기발한 수로 빨리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에요?”
“말이 쉽지, 그게 흔한가.”
“아무 대책 없이 여기 왔어요?”
“사기도박, 정치적 음모, 사교도 소동 중 하나일 것 같긴 했는데 설마 특급 사교도가 떼로 날아다닐 줄은 몰랐지.”
가장 최근에 접한 날아다니는 적은 가짜 밴시. 그래도 그건 이 파리 떼들에 비하면 느리고 낮게 날았으며 하나뿐이었다. VIP들은 남녀노소를 안 가리고 뚱보였지만 날아다니는 속도는 보통이 아니었다.
“파리는 원래 날벌레 중에서 꽤 느린 편에 속한다던데. 이 자식들은 그렇지도 않군.”
“시야에서 사람 귀찮게 하는 건 딱 파리 그대로인데 말이죠. 가까이 붙지도 않아서, 번개 마법으로 일망타진하기도 힘들어요.”
스텔라가 투덜거렸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니까, 가장 강력한 주문을 쓸 생각은 하지 마. 그리고 시약 아껴.”
“저 정도로 모습이 변한 사교도면 약한 번개 주문을 무시할 가능성도 있어요.”
“마법사 같진 않던데…….”
그 순간 몇몇 사교도가 목도리를 풀더니 그걸 쥐고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의미하는 건 하나뿐이었다. 에드워드는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피해!”
콰직!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드워드의 옆을 지나친 돌멩이 하나가 식탁 위를 후려갈겼다. 투석. 겨우 망치를 놓고 제대로 된 무기를 챙기던 가르달은 노호성을 질렀다.
“이런 비겁한 놈들! 난 하늘 위를 공격하지 못하는데!”
투척용 도끼의 사거리 밖. 스텔라는 가르달 뒤에 숨으며 말했다.
“귀족 나리들이 투석전이라니, 품위가 없네요. 어디서 배운 거야?”
에드워드는 식탁에 내리꽂힌 돌멩이를 들어, 자기 손가락 힘으로 날려보았다. 그러나 투석 전문가도 아니고, 근거리도 아닌 원거리에서는 컨트롤이 개판이 나고 말았다. 돌멩이는 의미 없이 허공을 갈랐다.
“아, 이거 귀찮은 새끼들이네.”
몇몇 파리 사교도들이 성벽 위에 내려앉았다가 다시 날아오르면, 놈들의 손에는 돌멩이, 화살, 쇠뇌 등이 들렸다. 에드워드는 사교도 놈들이 연회 장소를 야외 정원으로 고른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날아오를 공간이 충분하고, 무기가 충분한 성벽을 왕복할 수 있다…… 이 새끼들, 보통이 아니군.”
“그대의 손아귀 힘을 피하기 위함이지요.”
시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놈의 턱은 어느 곤충의 씹는 주둥이처럼 벌어졌다. 눈썹 위로는 커다란 더듬이가 돋았다.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파리도 아니고 그냥 괴물이네.”
“나약한 인간의 육신을 벗고, 오히려 그 육신의 포식자가 된 모습이지요. 훌륭하지 않습니까?”
“사교도가 되면 미학도 바뀌냐? 난 그렇게 살고 싶진 않은데.”
“기사님, 뒤!”
스텔라가 외쳤다. 에드워드는 재빨리 몸을 피했고, 돌멩이 하나가 에드워드의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콰직!
“그럼 죽으시죠. 당신의 시체는 무모했던 도전자들의 시체와 함께 우리 양식이 될 겁니다. 머리통은 특별히 처리해 주술사 왕과 레피림 님께 보내드리죠. 당신의 여자들은 구더기들의 먹이가 되어 산채로 뜯길 것이고.”
“다른 투자 제안받습니다.”
에드워드의 농에 응답한 건 여자 사교도들이었다. 컴컴한 건물 쪽에서 나체의 여자들이 나타났다. 그녀들은 무기와 비명이 빗발치는 아수라장 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나오며 에드워드를 향해 말했다.
“번영하라는 축복은 어둠도 내리는 것. 이쪽으로 오시는 방법도 있지요.”
“미를 원하시나요? 어둠에도 미는 있는데.”
그녀들의 손에는 장전된 쇠뇌가 들려 있었다. 에드워드는 빈정거렸다.
“남자 유혹할 때 무기 들라고 어느 매춘굴에서 가르쳐 주냐?”
카치운과 가르달이 방패를 들고 나섰다. 카치운은 원형 가죽방패 뒤에서 중얼거렸다.
“너무 많은데. 안 맞을 수는 없겠어. 기사 양반, 생각나는 게 있다면 지금 저지르쇼. 그게 뭔지는 몰라도 지금보단 나을 거야.”
“설마하니 지금 와서 저 깡마른 여자들 택하진 않겠지?”
가르달이 걱정된다는 투로 붙였다. 스텔라가 바로 한마디 얹었다.
“우리 기사님은 첫사랑이 영생을 준다고 꼬드겨도 사제님을 택한 분이라…….”
“닥쳐요, 좀.”
“쟤들이 사제님 미만 잡것들이란 뜻이었어요.”
에드워드는 답지 않은 소리를 꺼내야 했다.
“나 생각 좀 하게 다들 조용히 해 주면 안 돼?”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에드워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건 너무 조용하군. 도서관처럼…….”
그 순간 그는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에드워드는 스텔라를 돌아봤다.
“마법사.”
“네?”
에드워드는 속내를 짧게 요약했다.
“나 지금 불기둥을 세워야겠는데.”
스텔라의 눈이 고용주의 사타구니를 향했다. 발정난 짐승 새끼를 보는 듯한 그 눈빛에 에드워드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