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꾼들의 종말은 불가피한 것
불길하기 짝이 없는 보랏빛이 지하실의 악취, 습기, 온기마저 압도했다. 노인의 얼굴은 조금씩 커져서 이젠 거인의 것과 그 크기가 비슷했으며, 사람들을 굽어볼 수 있었다. 그 불길함의 정체는 헬레나가 제일 먼저 뱉었다.
“설마…… 저 자가 ‘죽음의 주술사’인 건가요?”
베로니카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지만, 그런 것 같군요. 동쪽의 주술사 왕…….”
드워프는 호기로웠다.
“오호라! 좋은 일이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던데, 오늘 교황청의 이단심문관이 그 낯짝을 확인했군!”
주술사의 낮은 웃음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
-하하하…… 구태여 숨긴 것도 아닌데, 알아봤자 무얼 하리? 한낱 순례객들이?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주제에 정보가 늦군. 여기 있는 기사양반이 소금산의 드워프와 함께 어떤 위업을 쌓았는지 들려주랴?”
리안나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같이 밴시를 학대했어요.”
스텔라는 밴시의 입을 틀어막고 계단쪽으로 움직였다.
“미쳤니, 너! 저런 거물한테는 말 거는 거 아니야!”
“읍읍 읍읍읍 읍읍읍!”
다행히 죽음의 주술사는 밴시와 스텔라에게 관심이 없었다. 마치 편한 의자에 앉는 듯 두상이 약간 뒤로 움직였다.
-그 도시는 시오니아 수도와 지척이라, 꽤나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기사 하나가 다 망쳐 버렸군.
에드워드가 겨우 입을 열었다.
“댁과 이놈들이 섬기는 악마가, 벌레 모습을 좋아하는 게 실책이었지.”
-내 취향은 아니었네. 은자 유스타스가 보낸 열쇠검의 기사여.
“내 이야길 아주 잘 아는군. 레피림이 귀띔해줬냐?”
-지금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데. 보여 줄까?
“사양하지. 미녀 악마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걔는 좀 질척질척해.”
그 순간, 연기의 한쪽 구석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주술사의 손가락 끝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그 현상은 금방 사라졌다.
-악마를 분노케 하는 데 재주가 있군. 은자 유스타스가 점 찍은 인간답다.
“그래서, 불안의 싹을 확인하러 그 고개를 들이미셨나?”
-레피림과 다쉬사베스의 사이에 끼인 인간이라면, 포경선의 선장이 지켜보는 인간이라면 한 번쯤 돌아볼 가치는 있지.
“나, 그렇게 대단한 놈인가?”
-글쎄. 대부분의 기사는 내게 위협이 안 돼. 빛의 미덕을 실현하기보다는, 미덕을 위해 싸우길 바라는 자들이거든. 시오니아 국왕처럼 가장 숭고한 기사들조차 그 한계를 벗기 어렵네.
에드워드는 대꾸하지 않았다. 주술사는 그를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자네는 어느 쪽인가? 자네가 가진 무엇에 악마들과 은자가 주목했다고 생각하는가?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원하는 여자를 손에 넣고 풍요로운 땅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설령 얻는다면, 그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 얘기하지 마.”
베로니카가 말했다. 그녀는 철퇴를 고쳐 쥐었다.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매수하려는 것일 테니까.”
주술사 왕이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에드워드는 바로 움직였다. 그는 열쇠검을 옆으로 크게 휘둘러 수정구슬을 쳐냈다.
까아앙!
구슬은 칼등에 부딪혀 벽으로 날아가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보라색 연기와 빛도 순식간에 흩어졌다.
에드워드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긴, 착신자 부담 통화는 받기 싫더라고.”
헬레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행위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평했다.
“주술사 왕이 에드워드 경을 주목하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군요. 이 정도로 견제를 받는 자가 흔할까요?”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사람들이 나 끌고 나가서 저기 주술사 왕이 있으니 목을 따오라는 식으로 전개되지만 않으면 좋겠네.”
“왜요? 업적으로는 좋잖아요? 오랜 세월 성지를 위협한 마왕을 쓰러뜨리는 건데.”
“업적은 성공 각이 보이는 것부터 해치우는 주의라서. 뭐, 전투 중 적국의 왕에게 일기토를 신청하는 기사의 예가 없는 건 아닌데…….”
왕이 졌다면 그 순간 전투가 기사 편이 승리할 이야기였지만, 안타깝게도 기사가 졌다. 그건 양측의 전력이나 전황과 상관없이 벌어진 에피소드였다. 명예와 위신, 모험과 신앙, 기사도가 들끓는 전장.
에드워드는 혀를 한 번 찼다.
“나라면 좀 더 준비를 하고 붙겠어. 그리고 지금 우선순위는 베로니카 데리고 수도 가는 거랑 저주 푸는 거라.”
“붙지 마. 죽을 일 있니?”
베로니카가 핀잔을 줬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주술사 왕의 관심은 달가운 일이 아니야. 크면 그가 부리는 재앙이 닥치거든.”
“방금 그건 작은 관심이야, 큰 관심이야?”
“아마 악마 레피림 때문에 고개나 한번 내밀어본 것 아닐까 싶긴 한데…… 모르지. 그자의 속내 따위는. 얼른 여길 떠나는 게 좋겠어.”
에드워드 일행은 기름을 뿌리기 시작한 교회 병사들을 지나쳐 지상으로 도로 올라갔다. 스텔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차경주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아서 대박 내는 일은 없네요. 조작 수단을 못 찾았으니.”
베로니카는 그녀를 흘겨봤다.
“있긴 있었어요. 주술사 왕의 주술 몇 가지.”
“제가 쓸 수 없는 거잖아요. 설령 쓸 수 있어도 사제님이 쓰게 냅둘 것 같진 않고.”
“잘 아시네요. 뭐, 시 유지들이 죄다 몰살당했으니 전차경주가 중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아아, 손해가 막심하네.”
“손해는 무슨.”
에드워드는 피식 웃고는 리안나를 향해 말했다.
“챙길 수 있는 거 다 챙겨라. 시장 저택쯤 되면 좋은 것도 있겠지.”
“어, 그래도 돼요?”
“놈들은 나하고 싸워서 진 거니까 걔들 재산은 내 합법적 전리품이야. 뭐, 그래도 교회나 유족들이 손댈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니 빨리 움직이는 게 좋겠지.”
“넵!”
리안나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드워프가 그 뒤를 이었다.
“돈 될 것 감식안은 예나 지금이나 드워프가 제일이지!”
카치운도 마찬가지였다.
“화살값은 건져야지.”
스텔라는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으로 따라갔다.
“자본금이나 확보해야겠어요. 올리비아 경을 떼어놓을 방법도 새로 강구해 보고.”
남은 건 에드워드, 베로니카, 헬레나. 에드워드는 그녀들을 돌아봤다.
“올리비아 문제는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할 것 같은데.”
헬레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전 상관없어요. 베로니카 양의 문제지.”
베로니카는 오늘 뱉은 것 중 가장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한번 열린 도박판은 끝을 봐야 한다.
시 유지들이 몰살당했거나 말거나, 전차와 경기장이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전차경주는 강행되었다. 베로니카는 진절머리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주술사 왕도 예상 못 했을 거야. 인간의 욕심과 광기란.”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렸다.
“좋지, 뭐. 주술사 왕도 나한테 신경 쓸 일이 줄어들지 않겠어?”
“무슨 논리니, 그거.”
“사건이 많을수록 정신은 분산되기 마련이잖아. 뭐, 깊게 파고들어서 주변에 눈이 머는 타입도 있지만.”
에드워드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성묘수호기사단원이자 여사제인 올리비아가 있었다.
먼저 경기장에 와 있던 그녀는 퀭한 눈으로 에드워드 일행을 맞았다.
“전차경주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얼마나 놀랐던지. 다른 사람들과 연대해 필사적인 항의를 했지요. 하마터면 밤잠도 설친 이틀간의 공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뻔했어요.”
스텔라는 머리를 싸맸다.
“사교도 소동과 그 뒷수습 때문에 경주 자료는 들여다보지도 못했어…… 당연히 취소될 줄 알았는데!”
“방심하지 않는 자에게 승리가 있나니.”
올리비아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경기 진행은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내기의 심판 격인 헬레나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도기 파편 둘을 비교해 보며 말했다.
“박빙이네요. 올리비아 경과 스텔라 양이 동점이에요. 하지만 마지막 승부가 좀…….”
“뭔데?”
에드워가 묻자 헬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올리비아 경이 이길 것 같네요. 스텔라 양, 무슨 생각으로 이 전차에 걸었어요?”
“하나 정도는 역배당 걸어도 되지 않을까 해서…….”
“역배당이라니, 한심한 짓을 했군요. 설마 우리 내기와 별도로, 돈을 걸었습니까? 그렇다면 욕심이 일을 망친 사례로 남을 겁니다.”
승산이 낮은 전차에 일부러 돈을 거는 행위. 올리비아가 스텔라를 비웃었다. 둘 다 우승전차를 못 맞추면 순위로 따지기로 했는데 역배당이면 그 순위마저도 낮을 게 뻔했다. 스텔라는 대꾸도 못 했다. 베로니카는 에드워드를 돌아봤다.
“수도까지 시끄럽게 떽떽거릴 시녀가 생겼네.”
“잘 지내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다들 포기한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경주가 시작되었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전차들이 한꺼번에 출발했다.
우르르르르르릉!
바퀴가 모래 바닥을 긁는 소리가 함성들 사이사이로 새었다.
“인텔리가 돈 건 전차가 어느 건데요?”
리안나의 질문에 헬레나는 한 전차를 가리켰다.
“저기, 검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전차.”
“저거…… 따라잡고 있는데요?”
“그러네?”
헬레나의 어투는 그리 놀라지 않았고 덤덤한 쪽에 가까웠지만, 관중과 일행은 아니었다. 경악에 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솟았고, 많은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텔라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달려! 달려! 죽어라 달리라고!”
그녀가 손을 흔들면서 외치기 시작하고 두 바퀴째, 올리비아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선두를 지키던 전차 하나가 그만 바퀴축이 부러지면서 엎어진 것이었다. 그 직후 다른 전차가 그 잔해를 들이받으며 뒤집어졌다.
콰지직!
“믿을 수 없어! 역배당이다! 역배당이다!”
스텔라는 비명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댔다. 에드워드와 베로니카도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차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스텔라는 광란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야! 가끔 역배당 터져야 그게 경주지! 정배당만 꼴아박을 거면 뭐하러 이걸 보냐고! 꼴 좋다! 경주에 꼴아박지 말고 집에 가서 취업하고 시집 가…….”
그 순간 헬레나와 카치운이 스텔라를 붙잡았다. 카치운은 그녀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고는 속삭였다.
“진정하고 주변을 좀 봐라, 이 멍청아!”
그제야 스텔라는 경기장 관중석이 소름 돋는 적의로 소용돌이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돈 잃은 자들의 갈 곳 없는 분노. 에드워드는 가르달을 앞세워 베로니카의 등을 밀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온갖 물건이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하는 걸 목격했다.
“야, 튀어!”
잠시 뒤, 관중석 벽이 무너질 정도의 대폭동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