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5)
25화 탐정 놀이 (2)
에드워드는 성당으로 가지 않았다. 그는 여관의 빈방을 잡아 거기서 하룻밤을 잤다. 술에 취한 채로 어둠 속을 걷기는 싫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묽어진 어둠 속에서 잠을 깼다. 밖에서 물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찰박찰박찰박. 에드워드는 창문을 열어 보았다. 여관 뒷마당, 으슥한 곳에서 희미한 햇빛 속에서 한 여자가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방을 나섰다. 그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할 만큼 취한 채 바닥에 널부러진 일꾼 몇을 지나 뒷마당으로 나갔다. 여자는 놀라지도 않았고, 손을 멈추지도 않았다. 에드워드는 그녀가 첫 번째 방의 창녀인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탁자처럼 쓰는 나무 그루터기 위에는 약병과 야채 꼬투리들이 나뒹굴었고, 그 옆의 물통 안에는 가느다란 나무 주걱이 꽂혀 있었다.
“영업 끝났어요.”
창녀의 목소리는 에드워드가 본 생김새보다 더 고왔다. 그는 허물 뒤집어쓴 공주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내가 아는 싸구려 창녀들은 손님이 거부해도 기어 와서는 요금을 뜯어내던데.”
“여기는 저 하나뿐이고, 그러니 가장 비싸죠. 저는 빛 아래로 나가기 싫어요. 기사의 손아귀에 죽기는 더 싫고요. 이해됐나요?”
에드워드의 시선이 그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한 번 훑었다.
“하나뿐이라면, 여기서 가장 싼 창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창녀의 손이 멈췄다.
“아침 발기가 안 가라앉아요? 손이나 입이라도 괜찮으면, 한 발 빼 줘요?”
맨정신에 한 발 정도면 사고 없이 일을 치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일이 급하다.
“그러다 실수로 네 머리채라도 잡았다간 대형 사고야. 난 다른 일 때문에 너한테 볼 일이 있다.”
“마녀 소동요?”
에드워드는 대답 대신 시선으로 그루터기를 가리켰다.
“저건 뭐냐?”
“뭐요?”
“약병과 야채 꼬투리.”
“피임약이랑 피임 도구죠.”
“어떻게 쓰는 거지?”
“남자를 받기 전에 안에 꼬투리를 넣고 약을 바르죠. 처음 봤어요?”
“그래.”
창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남자들은 싸는 데만 관심이 있죠.”
“약은 뭘로 만든 거냐?”
“나무의 수액이라고 들었어요.”
“네가 만든 게 아니군.”
“제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저런 걸 만들어요?”
“리글리 부인이 줬나?”
“그 부인이 그렇게 인심 좋아 보여요?”
“나쁜 사람 같지는 않던데.”
“창녀한테 피임약을 줄 만큼 너그럽진 않아요. 물을 뿌리지도 않지만.”
“그럼, 누가 줬나?”
“말해야 돼요? 당신이 무슨 권리로?”
에드워드는 주머니를 꺼냈다.
“얼마냐?”
“얼마일 것 같아요?”
“몰라. 제일 싸게 받아 본 게 얼마냐?”
“돈 없다고, 늙은 호박으로 내려는 놈이 있었죠. 덕택에 며칠을 호박 수프만 먹어야 했지만.”
“촌구석답군.”
에드워드는 주머니에서 제일 작은 은화 하나를 꺼내 던졌다. 그건 물통 안에 정확히 떨어졌다. 그걸 건져 본 창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났다. 그러나 곧 그녀의 눈에 두려움이 감돌았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벗어 놓은 옷을 챙겨 들고 주머니에 은화를 집어넣었다.
“부자네. 간밤에 손님으로 받을 걸 그랬나 봐. 여기 얼마나 있을 거예요?”
“길어지면 그때 보고 결정하지. 대답할 마음이 생겼나?”
“그럼요. 이제 전 용의자가 아니라 고발자니까요. 과수원집 데보라요. 걔는 어머니한테서 이런 약 만드는 법을 배웠다더군요.”
“그 약, 고객은 너뿐인가?”
“아마도요. 다른 마을 여자들도 쓰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 여자들과 잘 대화 안 하거든요.”
“남자들과는 어때?”
“누가 누구 좋아하는지 전부 말씀드릴 수 있어요.”
“데보라와 벤슨은 어때?”
창녀는 코웃음을 쳤다.
“벤슨만 불타죠. 둘이 결혼 못 하면 제가 그의 씨를 낳고 말 것 같아요. 감당이 안 되는 놈이라니까요. 힘 좋아도 쓸 곳을 못 겨누면 무슨 소용이람.”
“데보라는 알고?”
“아마 알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둘이 배가 안 맞을까?”
“전들 아나요? 데보라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죠.”
“다른 남자들은 어때?”
“데보라를 탐내는 놈은 없어요. 있어도 벤슨을 이기긴 어렵지 않을까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그를 받아 주면 고맙겠어요. 제가 힘들거든요.”
“그놈 정력이 그리 좋나?”
“평범해요. 젊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놈 하나만 손님으로 받는 게 아니잖아요? 빌 때마다 찾아오니까…….”
“아, 그렇군.”
풀타임 근무는 창녀라도 고된 법이다. 에드워드는 창녀가 옷을 입는 사이에 잠시 머릿속을 정리한 다음 질문을 꺼냈다.
“마녀 소동 전후로는 데보라한테 특이한 일 없었나?”
“이제 걔 잡아가실 건가요?”
“더 캐 보고.”
“근데, 걔는 아마 마녀 아닐 거예요.”
“왜?”
“교회도 빠짐없이 다니고, 산 아래 주교관에 사과술과 빵을 납품하거든요.”
“아, 그건 들었어. 솜씨가 좋다지?”
“주교좌성당서 검증받은 셈이잖아요?”
에드워드는 코웃음을 쳤다.
“납품 때 중요한 건 품질, 최저가, 인맥, 그리고 뇌물이지. 신앙심이나 여자의 정체가 아니야.”
그럴싸했다. 창녀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마녀라면, 피임약 제조법 좀 캐서 알려 주세요. 그러면 공짜로 쓸 수 있겠죠?”
철저하게 중립적이면서도 이기적인 동기였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마녀라면.”
창녀가 옷을 다 차려입을 때쯤 에드워드는 마지막 질문을 꺼냈다.
“윌킨슨 씨네 삼 자매 쪽은 어때?”
“셋째가 지금 약혼자를 못 미더워하죠. 벤슨을 좋아하는 것 같은 눈치던데, 자세히는 몰라요. 제가 잘못 아는 것일 수도 있고.”
“아, 여자 쪽은 잘 모른댔지.”
“부인은 확실히 문제가 있지만요.”
윌킨슨 부인. 검은 곱슬머리의 미인이었다. 에드워드는 흥미를 보였다.
“어떤 문제?”
“쫓겨난 일꾼들과 문제가 있었다는 것 같아요.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평범한 문제였다. 에드워드는 피식 웃어 버렸다.
“욕구불만 유부녀라…….”
* * *
밴시 리안나는 숲에 있었다. 정확히는, 숲과 일체가 되었다. 그녀는 어깨 위부터만 내놓은 채 땅에 파묻혀 있었다. 그녀는 반쯤 기절한 상태였고, 에드워드는 그녀의 뒷덜미를 붙잡아 부드러운 흙에서 무 뽑듯 뽑았다. 그는 밴시를 공중에서 흔들어 흙을 탈탈 털어 냈다. 리안나가 겨우 정신을 차리자 그는 설명을 요구했다.
“뭐하냐, 너?”
“밴시는 식물인가 동물인가 실험해 봐야겠대요.”
“이 마을은 꼬맹이들의 학구열이 높구만. 뭘 어떻게 증명하겠다는 거야?”
“제가 식물이면 열매를 맺어서 밴시가 늘어날 거래요.”
에드워드는 악마 들린 돼지가 물 달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표정을 지었다.
“짐승 귀 달린 계집애들이나 양이 열리는 나무의 전설은 들어 봤는데.”
“그거 진짜예요?”
“몰라. 둘 다 비싸다고는 들었다. 하나는 옷을 입는 고양이고, 하나는 진짜 양이랬거든.”
“옷 입는 고양이가 양보다 비쌀 것 같네요.”
“대신, 옷값이 나가겠지. 그나저나 밴시는 이 지경을 당해도 안 죽는다는 것만 증명되었군. 사람 꼬맹이가 당했으면 지금쯤 목숨이 간당간당했을 거다.”
“꼽등이 제국의 멸망도 보고 왔는데요, 뭘.”
“사소한 원한은 좀 잊자.”
“네, 네. 노예의 고통은 사소한 법이죠.”
“잊을 때까지 도로 묻어 줄까?”
밴시는 고개를 저었다. 도리도리. 에드워드는 ‘지옥 가세요’라는 소박한 항의를 들었다고 그녀를 도로 물에 던졌던 망나니였다. 그녀는 최초의 문제로 의식을 되돌렸다.
“그 대악당 주임 사제님은 어떻게 됐어요?”
밴시의 존재를 부정했으니 리안나 입장에서는 대악당이 맞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렸다.
“이 마을 어딘가에 마녀가 도사리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열심이지.”
“모함이죠?”
“아마도. 그가 내민 마녀의 악행 따위는 전부 우연이거나 조작이었어.”
“누구를 마녀로 몰려고 그랬던 걸까요?”
“내가 보기에, 후보는 둘이야. 여관의 창녀랑 과수원집 과부. 제일 만만하거든.”
“그럼, 그 둘이 위기인 건가요?”
“몰라. 겨우 그녀들 때문에 마을에서 둘째가는 부자가 주임사제와 결탁할 것 같지는 않거든.”
“애매하네요. 결탁이 아니라 집단광기 같은 게 아닐까요?”
“그렇게 보기엔, 주임사제가 고집을 부리는 게 이해가 안 가지. 아무리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게 인간이라지만.”
“연결고리가 없네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하나 있긴 있어. 탐광꾼.”
“네?”
“여관을 쓰지 않고 윌킨슨 집 안에 머문 탐광꾼이 있었대. 근데 그놈은 과수원집 뒤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군.”
“조사해 보셨어요?”
“아직. 탐광꾼이 여관에 오래 투숙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이나 일꾼들과는 별 교류가 없었다는 것은 확인했어.”
“그럼, 답이 나오네요! 탐광꾼이 과수원에서 광맥을 찾았는데, 윌킨슨 씨가 독차지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예요! 탐광꾼을 죽이고, 과수원을 뺏으려는 거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확인해 보려고. 너도 가자.”
“네? 어디요?”
에드워드는 그의 손에 있던 등불을 밴시에게 넘겼다.
“탐광꾼의 굴.”
항상 그렇듯이, 밴시한테 거부권은 없었다.
둘은 나무들 사이의 좁은 샛길을 지나 한참을 헤매다 겨우 탐광꾼의 굴에 도착했다. 아침 햇살 속에 드러난 굴 입구는 성인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에드워드는 귀마개를 꺼낸 다음 밴시를 앞세우고 칼을 뽑았다.
“나중에 갑옷이나 방패 하나 사 줄까?”
“의도가 달갑지 않은 친절이네요.”
“빈 굴에 짐승이나 괴물이 들어가 사는 이야기는 흔하지.”
“괜히 겁주지 마세요. 마을에서 그렇게 먼 곳도 아닌데. 끽해야 고양이 따위나 있겠죠.”
“애인한테 바람맞은 처녀 같은 게 있어도 딱이겠는데.”
“있으면 어쩔 건데요?”
“기사답게 위로해 줘야지.”
“와, 옆에서 참고해도 되나요?”
“안 하는 게 좋을걸. 옷 벗고 할 테니까.”
“앗.”
둘은 잡담을 하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던 그들은 곧 탐광꾼의 흔적을 몇 개 발견할 수 있었다. 물병, 대야, 담요, 흙으로 빚은 요강 따위가 마련된 은신처. 사람 하나 눕기 적당한 장소였다. 에드워드는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무 빠른데? 바람이 통할 정도잖아.”
“햇빛과 너무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걸까요?”
“탐광꾼이?”
“공기도 빛도 안 통하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곳에서 자고 싶겠어요? 작업 끝나면 그래도 입구 쪽에서 자고 싶겠죠.”
“그렇긴 하지. 여하튼, 이 탐광꾼은 윌킨슨 씨 댁에서 계속 신세질 마음은 없었나 본데. 요강 열어 봐.”
밴시는 코를 잡은 다음 요강 뚜껑을 열었다. 흔적은 있지만, 안은 텅 비었고 바싹 말랐다.
“오래 지났네요?”
“누가 그 이후에 쓰지도 않았다는 말이군.”
“외부인이 죽고 남긴 것들이니 불길하다 생각한 걸까요?”
에드워드는 은신처를 좀 더 둘러보았지만, 특별히 사람의 손길이 더 닿은 것은 없다.
“탐광꾼이 광맥을 찾았고, 윌킨슨 씨가 그걸 안다면 여기다 손을 안 댔을 리가 없어. 광맥을 찾든, 숨기든. 좀 더 들어가 보자.”
그러나, 둘의 모험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토굴의 구조는 단순했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것 하나, 옆으로 뻗어 나간 것 하나를 합쳐 길이 둘이었는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막혀 있었고, 옆으로 가는 것은 밖으로 길을 내버린 판이었다. 햇빛 아래, 나무들 사이로 다시 나온 밴시가 혼란 속에서 질문했다.
“탐광꾼은 출입구를 두 개나 파나요?”
“내가 광부냐? 그런 걸 내가 알겠냐? 그보다 이건 좀 난감한데.”
“어, 왜요?”
“이 탐광꾼이 파고들던 산은 과수원 뒤쪽으로 이어져 있어. 만약 그가 과수원 방향으로 파고 들어가다 광맥을 발견했다면 모든 설명이 맞아떨어지는데.”
“아니에요?”
“아냐. 갱도나 이 출입구나, 눈대중으로 봐도 과수원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야. 별로 깊게 파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판다 해도 과수원 뒤를 그냥 지나친다고. 여긴 아무것도 없어.”
리안나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확실해요? 기사님은 광부나 측량 기사가 아니잖아요?”
“너 공성전한다고 갱도 파 봤냐? 난 파 봤거든?”
“대체, 뭐하다가 공성전까지 해 보셨어요?”
“왕세자 따라다니면 별꼴을 다 보게 되지. 기사는 마상창 시합만 하는 게 아니거든. 내가 17살 때 앵글리아 왕실이 트레베리아 왕실과 분쟁이 있어서 3년짜리 전쟁을 치렀는데……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
“어디로요?”
에드워드는 굴 아래 산길로 시선을 돌렸다.
“과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