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치킨 레이스(3)
통 속의 거대 꼽등이, 요한은 여전히 통 안에 처박힌 채 대가리만 삐쭉 내밀어 자기 앞에 놓인 닭고기를 뜯어먹고 있었다. 놈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메시아는 말씀하셨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
“이 새끼, 말을 할 정도로 회복된 모양인데.”
한 병사가 요한을 손가락질했다. 그러자 다른 병사가 말했다.
“그럼 더 먹여. 이 빌어먹을 닭고기들 조금이라도 줄여야지.”
“그래도 되나?”
“어차피 뒷다리 잃은 병신이고 수컷이라 알도 못깔 놈이니 위협이 못 돼.”
“그래도 탈출하면 곤란할 것 같은데.”
병사들은 광기에 찬 눈으로 요한을 내려다보았다.
“도망칠 낌새가 보이거나 제대로 먹질 못하면 썰어서 닭들에게 먹여버리자. 닭모이도 다급한데.”
요한은 공포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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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치운이 바로 빈정거렸다.
“투계판 연다고 고기가 어디 사라지는 건 아닌데? 내기에서 진 쪽이 다 먹는단 건 아니겠지?”
“아니에욧!”
스텔라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주변에서 쏟아지는 불신의 시선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가르달은 그녀가 마법사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한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꺼냈다.
“지금 다 완성했나? 닭 수천마리를 흔적도 없이 태우는 마법.”
문장은 평이했으나, 어조는 속내가 ‘그런 거 아니면 입 닫아라’ 정도임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에 자기가 개발하겠다고 소리쳤던 그 마법을, 스텔라는 그날 하루가 가기 전에 부정했다.
“그런 거 못 만들거든요!”
“너 임마, 그런 거에 투자하라고 방금 전까지 나한테 말하던 거냐?”
에드워드도 한마디 얹었지만 스텔라는 깔끔히 무시했다. 그녀는 벽을 향해 새하얀 손을 뻗었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죠!”
“밖?”
“닭을 다른 것과 물물교환하는 거에요!”
카치운, 가르달, 리아나, 그리고 에드워드는 떫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속내를 연금술사 미아가 꺼냈다.
“이미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이제 근처 마을들도 닭을 안 받을 지경이라던데요. 게다가 강제로 바꾸려 해도 더는 돼지 따위가 남은 게…….”
“있죠! 남은 돼지!”
스텔라는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다. 미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은 돼지가 있다고요? 설마 마을들이 번식용으로 남겨놓은 돼지들까지 뺏어오자는 건가요?”
“근처로만 한정하시기 없기!”
“어디 내다 팔아서 해결될 물량이면 다른 도시들이 이미 그랬을 텐데요. 게다가 멀리 실어나르는 건 닭들을 폐사시킬 확률만 높여요.”
“헤헹. 이래서 모범생은 꽉 막혔다니까요.”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자기도 자칭 수재면서…….”
“수재와 모범생은 다른 이야기!”
스텔라가 명확히 구분했다. 리안나가 바로 태클을 걸었다.
“하는 짓만 보면 수재가 아니라 움직이는…… 꺄악! 이거 놔요!”
“움직이는, 뭐?!”
아옹다옹한 끝에, 스텔라는 겨우 자신의 계획을 밝힐 시공간적 여유를 확보했다. 그녀는 숨을 씩씩 몰아쉬더니, 목소리를 잔뜩 낮췄다.
“밀수죠.”
침묵. 에드워드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미아는 놀라서 입을 벌렸다.
“밀수요? 설마, 오크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연금술사님, 목소리가 너무 크시다! 생각해봐요. 아직까지 돼지 따위의 물자가 남아 있고 닭은 구경도 못한 곳이 오크들의 요새 말고 또 어디 있겠어요?”
“맞는 말이지만, 밀수는 불법이에요!”
미아는 비명처럼 말했다. 아무래도 불법행위에 크게 데어본 그녀는 거부감부터 드러낼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다만, 카치운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상천외하진 않지만, 견실한 해법이군.”
“옹호하지 마세요! 이래서 유목민들이란!”
“유목민들은 원래 무관세 자유무역의 열렬한 추종자들이거든.”
가르달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밀수가 문제가 되는 건 흔히 말하는 ‘전략물자’가 오크들에게 넘어가기 때문인데…… 고기 대 고기라면 그래도 양심상 좀 낫다고 할 수 있지.”
“농담하세요? 밀무역은 무엇을 주고 받든, 어떤 식으로든 오크들에게 이득이 될 수밖에 없어요! 무역이란 상호호혜적인 것이니까! 닭고기 총량과 돼지고기 총량이 똑같은 수준이어도 그런 변명이 통할까 말까 한데요!”
“똑같이 하면 안 되나?”
“오크들이 돼지고기보다 닭고기를 간절히 원할 리가 없잖아요!”
“원할 수도 있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안 되면 되게 하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세요?!”
미아와 가르달이 투닥거리는 사이, 에드워드도 거기 홀린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불법이긴 하지만…… 나쁜 방법도 아니지.”
“기사님?!”
“밀수, 특히 어둠의 세력과의 밀거래는 만국에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긴 하지만, 예외도 있거든.”
“예외요?”
“정보수집을 위한 밀거래는 암암리에 이루어져. 대개는 핑계에 불과하지만……나도 이제 ‘사령관’이니 그 핑계 한번 써줘야지.”
“공주님의 부군 되실 분이 그러셔도 되나요?!”
“전방이 별 수 있냐? 여기 대빵은 나야. 그리고 생존이 급하면 비상수단도 쓰게 마련이지.”
“이게 생존이 급한 일인가요?”
에드워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아니라고 생각해?”
그 순간 밖에서 닭들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꼬끼오! 한 놈이 울어대면 나머지도 다 따라 우는 닭의 습성상 요새는 곧바로 소란스러워졌고, 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닭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든 후, 에드워드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크랑 밀무역을 하지? 우리 중에 해본 사람 있어?”
없음. 하지만 스텔라가 간악한 혓바닥을 굴렸다.
“기사님이 만들어놓은 줄이 있잖아요? 오크 진영과 여길 오가는 인간 남자 노예.”
전의 그 이중간첩.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좀 더 들일까 했는데, 그놈한테 떡밥을 던져줘야겠군.”
에드워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집무실 밖으로 걸어갔다. 그는 스텔라의 옆을 지나치며 어깨를 툭 쳤다.
“쓸만한 조언이었다, 마법사.”
“이 정도는 기본이죠! 저도 인텔리라고요!”
스텔라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콧대를 드높였다. 미아는 그 모습을 걱정스레 보았다.
“불안요소가 한둘이 아닌데…….”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 연금술사님만 조언자가 아니랍니다? 결정은 고용주가 하는 거죠!”
경쟁심 가득한 스텔라의 말에 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번 두고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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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진영에서도 인정 받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로맨스와 집념이 넘치는 노예 남자는 마을 여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래서 에드워드의 허락이 떨어진 후에는 거의 매일 강을 건너오다시피했다. 정보를 못 캐도 음식을 갖고 돌아가면 오크들이 그를 잡아먹지는 않으니까.
그는 닭고기는 정말 양껏 가져갈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닭에 학을 뗐는지, 이중간첩에게 죽은 닭을 잔뜩 안겨주었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그에게 훈제 닭을 잔뜩 선물했다. 닭장을 산더미처럼 잔뜩 짊어진 나귀를 넘겨받은 노예 남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걸 제가 다 훔쳤다고 말하면, 아무리 저능한 오크들이라고 해도 안 믿을 텐데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는 요새사령관의 선물이라고 해.”
“예?”
“서로 면상이나 보게 회담 날짜 좀 잡자고 해.”
“예?”
“서로 간만 볼 게 아니라 한번 만나자고 해. 어렵나?”
노예는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그런 걸 주선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잘됐네. 뭐든지 하겠다며. 이번에 해봐.”
“지금,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요새에 닭이 남아돈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듣긴 했습니다만…….”
“그 이야기, 오크들에게도 했어?”
“예.”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을마다 닭을 지원해줄 정도로 이 일대가 풍요로워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풍요로워졌다기보다는 재난에 가까웠지만. 에드워드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거기까지만 해.”
하지만 노예 남자는 곧바로 ‘네, 알겠습니다’ 하지는 않았다. 그는 에드워드의 부하가 아니었고, 두 진영 사이를 줄타기 하는 자에 더 가까웠다. 그는 당혹감 속에서 가까스로 에드워드의 진의에 닿았다.
“설마 밀무역 같은 걸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왜 아니겠나?”
에드워드는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침묵. 노예 남자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에드워드는 그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 몰아치듯 선공을 날렸다.
“서로 떠보기를 하는데, 그 수단에 밀무역은 제외한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말만 그렇게 하고 자기 이득을 보려고 현상유지하는 분들도 있다지요.”
“견문이 생각보다 넓군. 하지만 그렇게는 안 굴러가.”
“왜지요?”
“생각은 그닥 안 깊군. 난 공주의 부군될 사람이고, 전공이 필요해. 무슨 말인지 알지? 이따위 대치 상태, 균형은 오래 못가.”
에드워드는 노예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그 괴력을 발휘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강하게.
“오래오래 두고두고 상황을 볼 것 같아? 내일이라도 당장 서로 쳐죽일 수 있어. 네가 나와 오크놈을 만나게 했는데, 서로가 의심 끝에 무기를 꺼내들고 바로 싸움이 붙어도 이상할 게 없지.”
“앵글리아 국왕이 오기 전까지는…….”
“소소한 싸움은 이미 많아.”
다시 침묵. 한참 뒤 노예가 말했다.
“너무 빠른 것 같습…….”
“질질 끌어서 너한테 좋은 건 또 있나?”
오크의 노예생활이 길어질수록 남자와 그 아내에게 남는 건 고통과 죽음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에드워드는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만나자마자 결판이 날거라고는 장담 못해. 서로 평화롭게 이야기나 하고 끝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을 거다. 어쨌거나……..”
에드워드는 낮게 속삭였다.
“넌 네 아내만 생각해라.”
노예 남자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요새라고는 하지만 목책의 태반은 연이은 전투로 크게 파손된 상태입니다. 목책은 이미 기능을 상실해했고, 사실상 캠프죠. 푸른바위거성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대편이 특히 그렇습니다. 오크들이 수리를 대충 했죠.”
항상 그렇지만 속내가 보이는 정보였다. 에드워드는 웃어버렸다.
“거길 노리라고?”
“사령관님 방향에서도 목책 대신 잡동사니로 만든 장애물로 대충 막아놓은 구간이 있긴 합니다.”
“아, 봤어. 그거.”
“그건 함정입니다. 그 장애물 뒤에 허방다리가 있습니다. 그 아래 구덩이는 깊고 꼬챙이가 있죠.”
“엥? 놈들이 흙을 팠다는 보고는 없었는데?”
“밤마다 조금씩 파서, 흙을 여기저기 버린 겁니다. 오크 대장은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입니다.”
“젠장. 그 구덩이, 깊어?”
“장애물 높이만큼은 될 겁니다.”
사람 키보다 더 깊다.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함정일 것이다. 에드워드는 사내의 어깨를 툭 쳤다.
“알았다. 가라. 일단 자리를 마련해라.”
노예는 고개를 한번 꾸벅 숙이고는, 나귀를 끌고 바로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에드워드를 따라온 부사관이 중얼거렸다.
“저놈이야 당장 싸움이 나는 게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최소한 오크들과 밀무역을 한번은 성공한 뒤에 전투했으면 좋겠군요.”
“왜?”
“그래야 그 끔찍한 닭대가리들을 조금이나마 오크들 위장에 밀어넣고 폐기할 수 있죠.”
“그것도 그렇군…….”
에드워드는 음울한 표정으로 그 말을 긍정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지점이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요새로 귀환한다. 기사들과 사관들을 모아서 회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