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공격대 집결(1)
앵글리아군 선발대 지휘관은 남작이었고 기사들은 그를 필두로 10명 정도. 병사는 기사들한테 고용된 몸이거나 부농 자유민 계층이었다.
남작은 주름살 가득한 불독처럼 생긴 고집스러운 표정의 중년 남자였는데, 에드워드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그래도 에드워드는 그의 문장을 알아봤는데, 왜냐면 남작의 출신지가 꺽다리왕 로버트가 군대를 소집할 때마다 항상 선두로 달려오던 충성파이기 때문이었다.
남작도 그를 알아봤다.
“왕세자의 챔피언. 오랜만이군요.”
남작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귀띔 받아 아는 척하는 건지, 스쳐 지나간 걸 기억하는지는 모른다. 에드워드는 그걸 따지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꺽다리왕 로버트에 쏠렸다.
“국왕 폐하께서는 언제쯤 도착하시는 거요?”
“그거야 그분 마음에 따라 달린 문제긴 한데…… 별 일이 없다면 곧 도착할 겁니다. 이제 봄이 시작되니, 아무리 늦어도 한두달 안에는 오시겠지요. 마메르티니아 원정 때보다 규모도 작고 방해도 없으니.”
남작이 답했다. 앵글리아 명산품인 근육형 재난이 도착하기까지 한두 달도 안 남았다. 그때까지가 에드워드가 마음대로 설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할 것이다.
“한두 달이라.”
남작은 자기 부대를 기웃거리는 리안나한테 시선이 쏠렸다.
“그나저나, 밴시가 어쩌다 성지까지?”
“어쩌다보니 잡아서, 데려왔소.”
“보통 저런 요정은 자기 땅을 떠나면 약해지거나 죽는 것 아니었소?”
“죽지는 않더라고.”
“저 죽을 뻔한 거였어요?!”
리안나가 비명처럼 말했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랬으면 베로니카가 먼저 말했겠지? 힘만 약해졌잖아. 아, 주변에 앵글리아인들이 많아지면 그 울음소리도 더 강력해지는 거 아냐?”
“그건 모르겠는데요!”
“이것도 실험해봐야 하나?”
“저 죽는지 안 죽는지도 실험해보셨던 거 아니에요?!”
에드워드와 리안나의 만담을 보던 남작은 다소 당황했지만, 그의 혼란은 길지 않았다. 헬레나가 바로 화제의 중심을 바꿨기 때문이었다.
“먼데서 와주신 데 감사를 표하죠. 그런데 앵글리아 국왕 폐하의 선발대가 어째서 아르데니아 엘프들과 함께 있는지요?”
남작은 짧은 헛기침을 한 뒤 답했다.
“베로니카 공주께서 아르데니아 엘프들은 바로 시오니아 왕국의 항구에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소. 거기 편승하면 편하겠다 싶어 같이 온 거요. 실제로 예상보다 더 빨리 왔고.”
시오니아 항구를 쓰더라도 군대가 내릴 만한 장소는 제한적이고, 대기열은 길다. 앵글리아군 선발대도 거기 걸렸던 모양이었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순례에 도움이 되어 기쁘군.”
“중간에, 리자드맨 도주한테서 당신 소식을 들었소. 국왕 폐하께서 지나갈 순례길을 먼저 살펴봤다던데.”
“특별히 임무를 맡은 건 아니었소. 그냥 내 순례요. 그게 어쩌다 폐하께 도움이 된 거지.”
“그렇군. 헌데…….”
남작의 시선이 헬레나한테 멈췄다.
“둘째 부인이시라고?”
헬레나는 바로 부정했다.
“엘프 영역에서는 첫째 부인이죠.”
인간의 영역에서 에드워드의 첫째 부인은 베로니카. 엘프의 영역에서는 헬레나. 두 종족이 각자의 입장을 내세운 채 묵인하는 형태. 남작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용케도 이런 복잡한 관계를 구축하시는군. 과감하기까지 하고. 페트로스 경이 감탄할 만합니다.”
에드워드는 헬레나를 돌아봤다.
“감탄?”
“글쎄요.”
헬레나는 딴청을 부렸다. 자세한 사정은 잠시 뒤 에드워드가 가르달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엘프 연놈들 말이야, 재밌더라고. 기사양반이 시오니아 공주의 부군이 된다는 걸 알게 된 헬레나가, 인간들한테 수모를 받는 걸 감수하고, 자기 결혼이란 카드를 기꺼이 던져 고향에 헌신할 기회를 잡은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선발대 치곤 꽤나 큰 200명의 엘프 전사집단이 빠르게 달려온 게 그 탓이고.”
쇠를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들 가운데서 드워프의 목소리가 에드워드의 귀를 파고 들었다. 가르달의 지휘를 받는 인간 대장장이들이 매우 소란스럽게 일하는 요새 대장간 일대는 엘프들의 귀를 피하기에 나쁘지 않은 대화장소였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순서와 내용이 묘하게 섞였군.”
“사실 걔 머릿속에는 자기 취향으로 완성된 유부남을 빨아먹을 생각밖에 없었…….”
“그거 헬레나가 들으면 드워프 양반을 성문 앞에 거꾸로 매달테니 그만둡시다.”
“진실을 말하는 자가 핍박 받다니, 슬픈 세태요.”
에드워드는 가르달을 가볍게 제지했다. 엘프들이 어떤 착각을 했든, 헬레나가 어떤 오해를 받든, 그게 헬레나의 의도든 아니든,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굳이 정정해줄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환영할 이야기였다.
“어쨌거나 병사 숫자가 확 늘었군. 대장간이 더 바빠지겠소. 엘프놈들도 드워프 대장간 신세를 지게 해야지.”
“더 올 거요. 기억나쇼? 베니아 시부터 폴라 시 근처까지 잠깐 동행했던 술고래와 마조.”
“로드리고 경과 조르쥬 경?”
“그 친구들도 온다고 했소.”
“흠. 폴라에서 배 타고 출발만 하면 될 인간들이 왜 아르데니아에서 출발한 엘프들보다 늦는 거요?”
“거기서 군대를 모아서 온다는군. 성지까지 자기들 일행만 달려오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될 거라. 항구엔 돈 없는 순례객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잖아. 뭣보다 폴라엔 로드리고 경의 친척인 창고업자 페르난도가 있으니 군자금도 바로 빌릴 수 있고.”
“과연!”
“많이 모아오면 좋겠는데.”
“하지만 너무 많이 모아오면, 주도권이 넘어가지 않소?”
가르달이 걱정스레 물었다. 많은 시오니아 영주들이나 현지 지휘관이 할 법한 걱정이었다. 에드워드는 현지인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깃발이 여럿이면 오히려 땅주인의 목소리가 커지지. 아까 남작이랑 그래서 열렬하게 대화 좀 했소. 앵글리아군 선발대는 어디까지나 손님이고, 난 내 깃발이 있고, 여기서 내가 점령하는 곳은 다 내 땅이라고.”
“흠, 흠. 그래서? 합의한 거요?”
“합의했지. 대신 앵글리아군 선발대는 요새방어를 맡을 거요. 국왕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임무니까.”
“그럼 앵글리아인들은 안 싸우는 거요?”
“아니. 공세에 참여하긴 할 거요. 기사 셋에서 다섯 정도는 항상 남고, 요새를 마음대로 써도 좋고, 공세에 참여할 경우 전리품은 각자가 챙기는 걸 보장한다는 거지.”
“그러다 요새가 앵글리아 손에 넘어가는 것 아뇨?”
“시오니아와 오크들 사이에서 요새만 덩그러니 가져가서 뭐하게. 유지도 못해. 그건 걱정할 것 없소.”
“그렇군. 그럼 어디 보자. 조르쥬 경과 로드리고 경이 얼마나 모아오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움직일 시점에서는 가용 가능한 총병력이 2천 정도는 되려나?”
“지금까지는 1200명이오. 진짜 사방에서 박박 긁어모았고, 모으고 있지.”
베로니카가 꾸준히 보내온 병력들, 에드워드의 편지를 받고 모이는 사람들, 헬레나가 불러온 아르데니아 군대, 소문 듣고 찾아온 순례자들과 용병들 등등. 에드워드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저주 푼 직후 카치운이랑 같이 달려가 성묘수호기사단을 잠깐 도운 적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베로니카의 편지를 받고는 이제야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된 모양이더라고. 그쪽도 부대를 차출해서 보내준다 했소.”
가르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놈들 규모는 5천에서 6천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있소. 도시놈들의 호들갑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겠지.”
“그 정도는 된다고 다들 떠들더군.”
“2천 다 모으기 전에 공세로 나서는 건 위험하오.”
“2천 다 모아도 수적열세인 건 마찬가지요. 기동력과 전투력으로 만회해야지. 아니면 놈들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후자가 더 마음에 드는군.”
“유인책은 항상 효과적이지만, 쓰기 어려운 고급 기술이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의논할 게 있는데.”
“뭐요?”
“베로니카가 이 일대의 지리정보에 대한 문헌들을 보냈소. 오래 전에 이 일대 영토들을 소유했던 귀족 가문들의 고문서라는군. 싼값에 털었대.”
“그 짠순이 기질은 왕궁 들어가도 어디 안 가는구만…….”
“거기에 광물 정보도 적혀 있다는군.”
가르달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건 정말 드워프의 영역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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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앵글리아 선발대를 제외한 기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르달은 ‘드워프답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필요한’ 브리핑을 맡게 됐다.
“고문서들을 확인해보니, 한때 이 지역에는 채산성 좋은 철광산들이 있었소. 과거형인 이유는 오크들의 점령 이후 폐광이 됐기 때문이오.”
“폐광이라. 오크들한테 기술력이 없는 거요?”
한 기사의 질문이었다. 가르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전에 상실한 곳이지만, 당시에도 이미 오크들 기술로는 무리였소. 인간 노예들로 채굴을 이어간 것도 잠깐이고, 이젠 광산 주변 폐석과 모래에서 철가루를 모아다 장난감 같은 고로에서 제련하는 게 고작이라는군.”
“세트렛인들은 기술이 있을 텐데?”
“지형과 거리의 문제가 있는데…… 요약하자면, 주술사왕의 군대까지 철을 날라주는 게 더 힘들 판이라, 그냥 세트렛 영역의 철광을 쓰고 마는 게 낫지. 때문에 광산 개발 협력은 없었던 모양이오.”
수운이 가능한 경로가 동서냐 남북이냐 그것만 해도 운송비가 확 달라지는 문제. 듣고 있던 헬레나도 한마디 얹었다.
“설령 세트렛인들의 협력이 가능하다 해도, 툭하면 자기들끼리 싸우는 오크들 한복판에서 안정적인 채굴이 가능할 것 같진 않군요.”
“엘프가 광산 일에 생각이란 걸 다 하다니 놀랍구만.”
“엘프도 광산이 있고 대장간이 있거든요? 누굴 원시인으로 알아요?”
둘이 티격태격할 기미를 보이자 에드워드가 손을 뻗어 제지했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채굴이 중단된 채 손도 못 대는 광산들이 있다?”
“그렇소. 주술사왕 세력은 자기들이 먹진 못할 철광이지만, 시오니아에게 넘겨주지도 않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듯하오. 이 지역을 재점령하면 질 좋은 철이 쏟아져나오고 오크놈들의 위협도 멀어지면서, 비단생산지가 더는 위협 받지 않을 병기창이 완성되지.”
“그런 정보를 용케도 다 얻었군.”
“공주님이 고문서를 뒤져서, 포로가 된 오크들을 심문해서, 탈출한 노예들에게 물어서 종합한 정보지. 좀 낡았지만 지도도 있는데.”
드워프는 벽에다 지도를 내걸었다. 기사들의 눈이 그 지도에 박혔다.
“양측 본대가 격돌할 때까지, 우리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짧소. 주요 표적은 여기 철광, 여기 옛 도시터, 그리고 오크 사령관이 있는 요새, 그리고 몇몇 요지들…… 우리 앞의 강과 이어지는 여기 하천 쪽은 식민도시 작은 거 하나 지을 수 있겠지? 뭐, 가서 보고 결정해.”
“잠깐, 그 지역 설명 좀 길게 해봐요!”
“정보가 낡은 데다, 이런 건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몰라. 됐군. 대충 이 정도네.”
드워프는 긴 설명과 함께 여기저기에 별표를 그렸다. 기사들 사이에서 탄식 같은 소리가 나왔다. 지금 위치로부터 동쪽으로 입구, 남쪽으로 출구가 난 자루 같은 대토지.
“너무 넓은데!”
에드워드는 낮은 목소리로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저 정도는 되어야 우리가 다 갈라먹지. 꿈은 크게 가집시다. 댁들도 성 하나씩은 장만해야 할 거 아뇨.”
“몇몇 요지만 장악하면 이 공간 전체를 지키는 게 불가능은 아니오. 거기 지키고 있으면서 시오니아-앵글리아 연합군을 기다리는 게 우리 목표지.”
가르달이 덧붙였다. 기사들은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걱정스레 질문했다.
“그럼, 이 자루 안의 5천 오크는 어떻게 격멸시켜야 합니까?”
에드워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25일 동안 서로 눈치보기 많이 했지. 저쪽 지휘관은 새로 부임하자마자 의료지원을 돌렸고 적 지휘관의 정보부터 수집하는 놈이야. 신중하지. 이쪽의 세도 늘었으니, 신중한 놈한테 시간을 주지 말자고.”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뽑아들고는 지도를 검끝으로 짚었다.
“먼저 오크 부락을 보이는 대로 다 불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