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광역도발(1)
적 사령관의 반응을 기다리는 중에도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었다. 에드워드는 천막 안에 앉은 채 전령 앞에서 앓는 소리를 냈다.
“누구랑 누가 결투 직전이라고?”
“빌헬름 경과 레오폴드 경입니다.”
전령이 대답했다. 분쟁 사유는 간단했다. 전리품 다툼. 보기 힘들지만, 연구자들에게 비싸게 팔리는 존재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암컷 오크.
사실 비싼 것만이 아니었다. 몇몇 기사들이나 용병들은 사소한 것만으로 감정이 상해 명예를 건 결투에 나설 때가 있었다. 전리품은 그 불씨가 되기 충분했다.
“용케도 참고 중재를 청할 정신은 있네. 둘 다 내일 아침까지 출두하라 그래.”
“예.”
전령은 고개를 한번 꾸벅 숙이고는 천막을 나갔다. 그 다음 전령이 에드워드의 천막으로 들어왔다. 이번엔 에드워드가 먼저 물었다.
“네가 마지막이냐?”
“옙. 마크 경이 보냈습니다.”
“용건은?”
“앓아 누우셨습니다. 요새로 퇴각하겠답니다.”
“병명은?”
“근육통과 요통…… 동행한 엘프들이 진통효과가 있는 습포를 붙여줬지만 효과가 크지 않답니다.”
에드워드는 파스 붙이고 드러누운 노기사를 상상해버리곤 웃어버렸다.
“나이도 있는 양반이 무리했구만. 알았다. 엘프들은 본대로 합류하라 해.”
“예. 아, 그리고…….”
“또 뭔데?”
“이제까지 노예 스물을 노획했답니다. 요새로 데려갈 건데 식비는 어쩔 거냐 하셨습니다.”
“식비?”
전령은 천막 구석의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공주를 곁눈질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데? 그냥 말해.”
“어차피 공주님이 사실 거면 요새 경비로 처리하자고…….”
에드워드는 짧게 혀를 찼고, 베로니카는 깔깔 웃었다. 에드워드가 불허하자 전령은 도망치듯 천막을 빠져나갔다. 겨우 한숨 돌린 기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디 보자. 늑대인간 경보는 요새와 그 주변 마을에 전했고, 교회에 사제 증원도 요청했고, 조르쥬 경과 로드리고 경의 배치는…….”
베로니카는 장난스레 물었다.
“사령관 업무가 성가시지?”
“안 성가신 게 없지.”
“이 기회에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봐.”
“네 심정?”
“정신나간 기사와 막나가는 드워프, 그리고 말 안 듣는 유목전사 등 못말리는 남정네들을 끌고 순례 다녔잖아. 아, 도박광 아가씨도 골치였지만.”
에드워드는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리더란 그런 거겠지.”
“왕이 되면 더 난리가 난다?”
에드워드는 다시 앓는 소리를 냈다. 베로니카는 다리를 반대로 꼬아 앉더니 말했다.
“고마운 줄 알아. 노예들을 내가 다 비싸게 사주는 거.”
“뼛골 깊이 새기겠습니다.”
기사들의 탐욕을 만족시키는 것은 현지의 재물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웠다. 그걸 보조해주는 게 베로니카의 역할이었다. 그녀는 기사들이 노획하는 노예들을 적정가보다 비싸게 사들여 ‘해방’시켰다.
“내가 데려온 시녀들과 하녀들도 [레이디와 기사 놀음> 하면서 남자들 김을 좀 빼주고 있고…….”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베로니카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까지 공세로 나서면, 어떻게 방어할 생각이야?”
“방어 안 해. 계속 공격만 할 거야.”
“계속?”
“오크 사령관의 요새를 공략할 때까지.”
“그건 힘들걸. 그 요새는 다른 성채들과 달리 반듯하게 관리되고 있댔어.”
“알아. 하지만 그 방법뿐이야. 요새 말고 다른 데가 다 불타면 결국 튀어나오겠지.”
“흠. 화끈하긴 하더라. 너네 공세. 그게 앵글리아식 전술이야?”
“그랬지. 로버트 폐하는 열 배쯤 더 심했어. 초토화시키고도 남았지.”
“저런.”
“나도 그 정도는 할 거야. 어차피 오크와 사교도놈들 상대로 봐줄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
베로니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에드워드의 등 뒤에 자리 잡았다. 그녀는 슬쩍 에드워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요새를 어떻게 공략할지는 생각해봤어? 적 주력을 끌어낸 다음에…… 어떻게 할지. 역시 회전으로 몰고갈 거야?”
“회전은 장단점이 명확하지. 기병의 전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 하지만 포위당할 수도 있지. 시오니아의 공주님을 끼고 그런 전투 못해.”
“흐음. 나 돌아가야 돼?”
“슬슬 그러는 게 안전할 거 같은데. 네 생각은?”
“내 호위기사들과 근위기사들은 도움이 안 돼?”
“돼. 이 늑대인간 마을을 공격하는 데도 역할이 컸잖아. 뭐, 철광산이나 주요 요지를 점령하는 데 썼다간 내 깃발이 아니라 시오니아 깃발이 올라갈지도 몰라서 이쪽으로 뺀 것도 있지만.”
“그럼 이건 어때? 날 미끼로 추가하는 거야.”
“뭔 미친 소리야?”
“시오니아의 공주가 왔다고 정보를 흘려. 그럼 안 나오곤 못 배길걸.”
“그랬다간 경건왕이 날 목매달 텐데.”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킬 건데 뭔 상관이야? 그러려고 호위병력을 데려온 거고…… 게다가 허수아비에 옷만 입혀 교란시켜도 놈들은 얼이 빠질걸.”
“악랄하네.”
“칭찬 고마워. 가능하면 나도 이 판을 직접 보고 싶거든.”
“근데 어떻게 정보를 흘리지? 누가 왕실 깃발이나 문장을 목격하길 바래야 하나?”
“방법이야 다양하지만…… 일단 오늘밤부터 하나 시도해볼까?”
“뭔데?”
“오늘 내 숙소로 배정해준 집 말이야. 주변에 호위를 빽빽히 배치했지만, 맞은편 산 같은 데서 보면 잘 보일 것 같은 뒤뜰이 있단 말이지. 그리고 헬레나 양은 눈치 있게 철광산에 머물러 주고 있네.”
에드워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래서?”
베로니카는 싱긋 웃었다.
“볼 테면 보라지.”
에드워드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공주님이 그래도 돼?”
“오크 새끼들이 무슨 수로 밀리온까지 와서 소문 낸다니?”
“그렇긴 한데 여기 오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만에 하나란 게…….”
“나면 또 뭐 어때. 그런 걸로 소문나면, 손만 잡았다 헤어져도 소문날 건데. 그리고 무슨 소문이 돌든 내가 눈 하나 깜짝할까.”
“아직 추운데.”
베로니카는 물러서지 않았다.
“네가 데워.”
에드워드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광역도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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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의 활동무대가 된 자루형 대지 안에 존재했던 수많은 성채와 요새들은 몇 세대가 넘는 기간 동안 오크들의 공격과 관리소홀로 이미 쑥대밭이 된 지 오래였다. 석조 요새는 반쯤 무너진 채 인적이 없었고, 목조 요새는 빈 터가 되었다.
그러나 남쪽 출입구를 막는 석조 요새는 주술사 왕의 직접 사령관을 파견해 관리를 했고, 때문에 남쪽에서 세트렛인들이 보내는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빠진 데 없이 온전하고 높은 석벽, 세심하게 설치된 버팀벽, 잘 정비되어 마음대로 통제가 가능한 도개교, 물은 없지만 적당히 파인 해자, 물 새는 곳도 없고 불벼락도 버틸 수 있는 망루, 밖에선 공격하기 어렵지만 안에서는 마음대로 사격이 가능한 구멍들 등.
오래됐지만 치밀하고 견고한 그 요새 안은, 공포에 질린 오크들의 집합소이자 성토장이 되었다.
“각 부락들의 교역로가 통째로 털렸습니다! 인간 기사놈들의 도적질 때문에 떠돌이 행상들도 발길을 끊었습니다! 필요한 물자가 수급되질 않습니다!”
“철광산이 넘어갔다는 게 사실입니까? 놈들의 대공세가 시작되면, 지금 각 부락의 철괴 재고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남쪽에서 철을 가져와야 합니까?”
“버틸 식량과 무기가 아직 있는 부락은 차라리 낫지. 검은이빨네 부락은 아예 전멸했더만.”
“그쪽 부락들은 기습에 대비해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던데?”
“겨울이 막 끝났다지만 지금 월동지를 떠나다니 큰 결단이긴 한데…… 조치가 없으면 결국 뭉쳐서 한꺼번에 다 죽을 판이오.”
시끌벅적한 두목들 사이에서 한 오크가 중얼거렸다.
“뭔가 입장이 바뀐 것 같은데. 보통 이런 걱정은 인간들이나 했을 거라고.”
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아니지만. 오크들 사이에서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신임 사령관이 뭔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뇨? 뭣 때문에 공물을 거두는 거야?”
납세는 빛이건 어둠이건 진영을 안 가리는 불평요소. 그들을 상대하던 세트렛인 말단 관료는 했던 말을 또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령관께서 군대를 소집키로 하셨으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곧 그 효과가 나타날 거요! 시오니아놈들은 곧 푸른바위거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
길어지는 보급선,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 방어에 적합한 구조물의 전멸은 곧 인간 기사들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크들은 성질이 급한 편이었다.
“우린 바로 합류할 수 있소! 사령관도 스스로 출진하시오!”
“그래! 기사를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놈들은 여자까지 끼고 야유회 다니듯 우릴 쳐죽이고 있다고!”
“두목들이 모여 있는데 얼굴 한 번 안 비춘다는 게 말이나 돼?!”
그야 성난 오크끼리 얼굴 비추면 서로 폭력사태가 나오기 마련이니까. 세트렛인 말단 관료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신임 요새사령관이자 거구의 오크 전사인 발라민은 아성의 작은 창으로 그 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왼쪽 눈 아래에 교차점이 있고 그 끝이 이마부터 턱까지 닿는, 기울어진 십자 흉터. 그는 콧김을 거세게 내뿜었다.
“반항적인 놈들을 다 쳐죽였는데, 협조적이던 놈들이 더 난적이군. 섣불리 쳐죽일 수도 없고.”
“지금 내려가시면 결국 충돌할 겁니다. 상황을 좀 더 보시죠.”
한 오크 부하의 말이었다. 다른 오크 부하도 입을 열었다.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엘프 군대뿐만 아니라 드워프도 있더랍니다. 시간을 주면 철광 주변의 요새화를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거긴 제련을 위해 나무를 베어대서, 건축용으로는 쓸만한 자재가 없어. 폐석을 퍼다 날라 쌓는다면 모를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령관은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회의실에 모인 부하들을 한번 둘러본 그가 말을 이었다.
“기사들 중에는 야전으로 들어가면 이길 수 있다고 믿는 만용 가득한 놈들이 있다. 우리가 적은 수로 섣불리 출진하면 그 만용을 사실로 만들어줄 거다. 중요한 건 수다. 그리고 장소다.”
“그럼…….”
“그리고 하나 더. 우리 주군인 주술사왕의 의도도 중요하지. 그분의 뜻은 확고하다. 꺽다리 로버트건 시오니아의 경건왕이건, 어느 군대도 남쪽의 돌출부를 위협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즉, 전장은 이 토지로 국한되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우리는 이 성 밖에서 한발자국도 안 나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 성밖 부락들은 어찌합니까?”
냉정한 판단이 뒤를 이었다.
“놈들의 역할은 이 성이 포위되지 않게 하는 것뿐이다. 만약 그들이 전멸하더라도, 우리 성이 건재하다면, 주술사왕의 의도에는 지장이 없다.”
한 오크가 바로 부정적인 의견을 꺼냈다.
“그러나 정말 그들 모두가 전멸하면, 우리 성은 군세가 확 줄어들 뿐만 아니라 형세까지 외로워집니다.”
“그래. 그건 좋은 일이 아니지. 어쨌거나 병력은 많을수록 좋고. 그러니까 전멸은 안 하게 해줄 거다. 견제만 할 정도의 부대를 출동시키고, 생존한 부락들을 규합하되……. 주력부대는 아낀다.”
“그걸로 충분하겠습니까? 적에는 엘프 군대도 있는데.”
“어차피 나가도 우리 역시 인간 놈들과 마찬가지 처지에 처한다. 푸른바위거성은 견고한데다, 그 뒤의 도시들은 저 머저리 부락들보다 안전하고 풍요로우며 거대한 후방기지다. 우리 성보다 방어에 더 유리해.”
사령관은 부장들을 돌아봤다.
“내가 함락도 시키지 못할 성을 공략하기 위해, 주력부대를 이끌고 성을 나갔다가, 길고 긴 보급선에 매달려야 되나? 까딱 잘못하면 전멸할 위험을 무릅쓰고?”
게다가 공략실패는 사령관의 권위만 떨어뜨리는 악재. 부하들은 납득했다.
“길고 길게 본다. 살아남은 늑대인간들을 확인해라. 간첩이 필요하다. 전사집단으로 못 쓰면 간첩 역할이라도 시켜야…….”
“겁쟁이!”
날카롭게 찢어지는 목소리였다. 부장들은 기겁했고 사령관은 잠시 얼이 빠졌다.
“어떤 놈이냐?!”
발라민 사령관이 소리치는 순간, 탁자 위에 검은 연기와 함께 금빛 로브를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검고 붉은 머리카락의 그녀는 인간처럼 보였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오크들은 모두 그녀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았다.
“악마다!”
악마가 만든 종족인 오크들은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주술사왕의 명령을 받는 발라민 사령관조차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오, 지옥의 고귀한 이여…….”
레피림은 자신들 앞에 무릎 꿇은 오크들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네놈들! 전사 숫자만 5천이 넘을 놈들이, 겨우 2천도 안 되는 인간들에게 겁먹고 물러서? 성 안에 처박혀 있기만 하겠다고? 너희를 설계한 악마에게 따져야겠다! 네놈들을 지성 가진 종족이 아니라 개와 돼지, 소와 말의 자궁에서 나오게 해야 했다고!”
“하지만…….”
“대꾸하지 마라!”
발라민 사령관은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그는 주술사왕의 권위를 빌려, 모기만 한 목소리로 힘겹게 대꾸했다.
“제 능력이 부족하여 그럴 수가 없습니다. 주술사왕께서도 사수를 지시하셨…….”
“주술사왕은 멀고 전선은 가깝다! 병법에서 이르기를, 장수는 왕의 입이 아니라 전황을 보라 하지 않았더냐!”
“그 전황이…… 여의치 않나이다…….”
쿠웅! 뭔가가 돌바닥에 내려앉는 묵직한 소리. 악마의 폭력이 휘둘러지는가 해서 오크들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죽거나 다친 오크는 없었다. 오크들은 침묵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기다란 자루의 양손철퇴가 탁자 아래 놓인 것을 보았다.
그것은 새카맣지만 광택이 있어 빛났고, 팔각기둥의 무게추가 달렸다. 자루에는 알아보기 힘든 문자가 쓰여 있었는데 마법의 문자임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었다.
레피림은 낮게 말했다.
“너, 십자흉터 발라민아. 네게 전황을 바꿀 무기를 주겠다. 이 무기는 너의 격도 올려줄 것이다. 너는 승리와 명예와 더 강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니, 이것이 탐난다면, 그 자루를 잡아라!”
발라민 사령관의 눈이 오크 특유의 탐욕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레피림은 쐐기를 박듯 힘있게 속삭였다.
“그리고 내게 기사 에드워드의 목을 가져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