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번개질주(2)
발라민은 광분해서 철퇴를 휘둘러댔고, 그럴 때마다 번갯불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그의 난동도 멈출 때가 왔다.
파지직!
번갯불이 엉뚱한 데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번갯불은 주변의 다른 인간들이 아니라 점점 더 그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섬광의 원래 궤도에 서 있는 기사는 붉은 서코트를 입은 자였다. 가슴팍에는 여전히 교리법무성의 흰 망치 문장이 있었지만, 방패는 그의 가문을 상징하는 매듭 문장을 그려넣었다. 지휘봉처럼 휘두르던 검을 집어넣고 기병창을 든 기사가 말했다.
“재밌는 무기를 갖고 있네. 악마의 선물인가?”
서로 목소리가 들릴 만큼의 거리에서, 에드워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발라민은 대꾸없이 번갯불을 잠시 멈췄다. 불타서 죽은 인간과 오크의 사이. 에드워드는 다시 비웃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꺼내 써도 됐을 텐데, 뒤로 돌아 도망쳤군. 아무래도 성이 더 급한 문제였나 본데. 주술사 왕이 ‘절대 성을 뺏기지 말라’고 했다던가?”
정곡. 발라민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급하게 돌아왔는데, 그새 뺏겨버렸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발라민이 처음으로 에드워드한테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는 그를 비웃었다.
“못 알려줄 건 아니니까 가르쳐드리지…… 속성으로. 지옥에 가서 악마들이랑 상담해보면 빠를 거야.”
발라민은 피 맺힌 고함소리를 내지르면서 철퇴를 휘둘렀다. 콰르르릉! 일직선의 벼락 줄기가 에드워드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 것도 방향을 잃고 땅에 처박혔다.
“너! 더러운 마법사년! 감히 수작질을!”
“말하는 걸 보니 넌 마법사가 아니네. 하지만 그쪽만 번개를 써서야 공정하질 않잖아?”
스텔라가 웃으면서 말했다. 에드워드는 그게 신호인양 뛰쳐나갔다. 바르그에 올라탄 오크 사령관 발라민과, 군마에 올라탄 기사가 서로 스쳤다.
꽝!
첫 공방은 번갯불이 맺힌 철퇴가 에드워드의 방패를 날려버렸다. 기사는 묵직한 충격 속에서 간신히 자세를 잡았다.
“깽!”
날이 번뜩이는 창이 바르그의 목을 찌르고 갈랐다. 두꺼운 가죽 따위 상관 없다는 듯. 창은 반절이나 푹 박혔다가 부러졌고, 바르그의 이빨은 기사의 말을 스치지도 못했다.
“으윽!”
발라민은 쓰러지는 바르그의 등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땅에 착지한 그는 몸을 돌리는 에드워드를 노려보았다. 바르그를 잃은 탓에 시선의 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다른 오크보다 건장한 자였다. 그리고 번개의 철퇴를 놓치지도 않았다.
“이놈! 이것도 막을 수 있는가 보자!”
발라민은 철퇴를 하늘로 높이 치켜들었다. 대여섯 개가 넘는 번개 줄기가 한꺼번에 뛰쳐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텔라가 더 빨랐다. 번개들은 철퇴에서 뛰쳐나오자마자 방향이 뒤틀려 수직으로 치솟아, 마치 새장의 창살처럼 발라민과 에드워드 사이를 갈랐다. 이번엔 길이가 더 길어서 하늘까지 치솟았다.
발라민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가 흘리는 낮은 신음소리에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역시 편리하기만 한 놈은 아닌가 본데……..”
그가 부러진 창대를 버리고 열쇠검을 뽑는 사이, 스텔라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외쳤다.
“기사님, 이거 보통 번개가 아닌데요! 주문의 영역에 있는 게 맞긴 한데……!”
“어떻게 다른 건지는 내가 알 바 아니고! 공격할 타이밍이나 내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텔라는 에드워드 옆으로 말을 달려와 그의 등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서코트 너머 사슬갑옷이 찰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마법의 힘을 기사에게 부여한 여마법사가 바로 외쳤다.
“지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번개로 만든 창살이 땅을 향해 누웠다. 에드워드는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느낌을, 손끝과 발끝으로 정전기 같은 게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으며 그 사이로 질주했다.
주변에 따라오는 병사나 기병은 없었다. 번개 속성의 자칭 수재 마법사 스텔라조차도 따라붙지 못했다. 죽음의 길 사이로 난 좁고 좁은 삶의 길, 승리의 길을 따라 질주하는 건 에드워드 혼자였다.
발라민은 갈래창 사이를 뛰어오는 듯한 그 모습에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최소한 네놈만은 죽일 것이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스텔라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얇은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가 에드워드의 머리 위를 울렸다. 에드워드는 이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거인촌에서 오거 주술사와 스텔라가 주문대결을 벌일 때 난 소리. 주문이 깨졌을 때 나는 소리. 누구의 주문이 깨졌는지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번갯불들이 양손을 마주 박수치듯,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하나가 되듯 에드워드가 달려가는 한가운데로 합쳐졌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에드워드는 발라민의 코앞에 도달했다. 그는 열쇠검을 앞으로 내질렀고, 발라민은 채찍을 휘두르듯 철퇴를 당겨 휘둘렀다.
번개가 합쳐지고 시야가 새하얗게 변하는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섬광 속에서 에드워드는 열쇠검으로 빛의 끝자락을 갈랐다.
콰직!
발라민의 긴 자루 철퇴는 열쇠검의 끝을 스쳐지나 에드워드의 어깨를 때렸고, 에드워드는 낙마해버렸다. 콰당!
“크윽!”
기사후보생 시절부터 질리게 배운 낙법을 반사적으로 썼지만,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안 들었다. 죽는다! 진짜 죽는다! 죽었다! 번갯불 사이에서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세상이 어두워졌다.
“응?”
에드워드는 먼지 구덩이에서 고개를 들어보았다. 어두워진 게 아니었다. 섬광이 사라진 것일 뿐.
그리고 정수리와 이마가 열쇠검에 그대로 파여, 가르마에 운하라도 파놓은 것 같은 발라민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놈은 비틀거리더니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에드워드는 급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가 있는 장소는 번갯불에 바싹 구워진 오크들과, 살아남은 오크들의 경계선이었다. 그 경계선을 결정지은 건 발라민.
에드워드는 살아남은 오크들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야. 봤냐?”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공백은 급히 달려온 인간들이 채웠다.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엘프들도 후방에서 그들을 돌파했다.
이제 오크들은 무너진 군대라는 표현도 아까웠다. 그건 발라민이 살아있을 때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목숨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고 무기를 휘두르는 표적에 불과했으며, 때로는 그것마저도 제대로 못해냈다.
“기사님! 살아 있어요?!”
스텔라의 목소리였다. 에드워드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단발 분홍머리의 여마법사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손에 쥔 열쇠검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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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이야 자비를 받을 수 없는 종족이지만, 헬레나는 유독 더 심했다. 그녀는 에드워드가 거대한 번개줄기 사이로 사라지는 걸 보았고 거의 졸도할 뻔했다.
그녀는 다행히도 에드워드가 무사한 걸 확인하자마자 와락 끌어안았다. 피비린내와 땀냄새, 엄청난 열기가 가득한 포옹이었다.
그 다음에, 광분한 아르데니아 돌격병은 발라민의 시체를 뼈 한 조각 안 남기고 부술 기세로 밟았다.
“망할 놈의 오크 자식이 어디서 이상한 걸 주워와서는!”
“머리 좋은 놈이긴 했어. 접근을 안 시키면 된다는 식의 무기였으니까…… 번갯불 맺힌 무기는 일회성이라도 기사한테 치명적이기도 하고.”
에드워드의 감평이었다. 그는 낙마로 구석구석이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성문 앞에 섰다. 그 앞에 대롱대롱 매달린 밴시 리안나가 소리쳤다.
“밴시를 수문장으로 쓰다니 너무하다 이거에요! 어쨌거나 시키는 대로 접근시키진 않았지만!”
“수고했다.”
에드워드는 그 말만 짧게 했다. 곧 성문이 열리면서 밴시는 성문에 맞아 허공에서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끼야아아아악!”
대롱대롱대롱. 가르달이 성벽 위를 향해 소리쳤다.
“그 요정 계집애 그만 치우쇼!”
리안나는 배려가 별로 없는 험한 손길로 끌어올려졌다. 하지만 드워프가 밴시한테 신경을 써줬다는 사실에 카치운이 놀리듯 말했다.
“기분이 좋은가 보구만?”
“악마의 무기를 대놓고 살펴보며 두드려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소?”
뒤늦게 성문까지 달려온 베로니카가 에드워드를 향해 소리쳤다.
“야, 거기 정지! 야!”
에드워드는 힘없이 발걸음을 멈추고는 기정사실 약혼자를 돌아봤다.
“좀 더 있다 오지, 왜 벌써 와?”
“방금 그 꼴을 봤는데 어떻게 안 와? 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낙마로 구른 것뿐이야. 번개는 스치지도 않았어.”
“낙마도 보통 일은 아닌데. 정말 괜찮은 거야?”
“배운 낙법대로 어떻게든 했어. 성 안 확인이 끝나면 그때 주문 좀 써주던가. 아, 독가스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지 않아?”
“독성이 약하거나 바람에 흩어져서, 주의가 필요한 사람은 많지 않아. 화살 맞은 사람들이 더 위급할걸. 그리고 넌 네 몸부터 신경 써. 내 주문을 써야겠네. 아직 남았으니.”
그 말에 에드워드는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혹시 나한테 주문 썼어?”
“그 거리에서 어떻게 너한테 쓰니?”
근위기사들이 필사적으로 뜯어말리는 통에, 그리고 에드워드가 스텔라의 보호 아래 혼자 뛰쳐나간 통에 둘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그럼 보호주문은 없었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 옆에 선 올리비아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베로니카가 에드워드에게 붙여준 사제 겸 수도기사.
“혹시 나한테 주문 썼어?”
“썼죠. 간신히 타이밍 맞춰서.”
“이런. 역시나. 번개가 갑자기 갈라지더라고. 고마워라.”
하지만 올리비아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그 재앙 같은 번개를 막을 수준의 주문은 아니었습니다. 몹시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아는 주문 중에 그런 번개를 막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게 없군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베로니카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걸 막으려면 기적이라도 필요할걸.”
에드워드는 뜨악한 표정으로 가르달의 손에 쥐어진 철퇴를 보았다.
“저게 그렇게 괴물딱지 같은 물건이야?”
“프리지아 학당의 수재를 힘만으로 짓누르는 괴물이지.”
베로니카의 말에 스텔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일에 더 가까웠으니.”
베로니카가 짧게 위로했다. 하지만 길지는 않았고 더 추가하지도 않았다. 연인이 죽을 뻔했으니 그 이상 좋은 말을 해주기도 어려웠다.
가르달은 철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 것 치고는 이제 아무런 힘도 없는 듯한데? 여기저기에 마법문자와 악마의 상징물들이 새겨져 있지만.”
베로니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망가진 것 같군요. 추에 상처가 났네요.”
“기사 양반이 낸 건가?”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세요. 드워프의 기술로도 정화가 가능하지 않나요?”
“악마의 선물이라면 사제나 마법사도 같이 붙어야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내가 맡지. 수리에 재가공에 정화까지 할 일이 많겠군. 상황에 따라서는 위력이 떨어지거나 아예 없어지는 것도 감수해야겠지만. 야, 마법사. 이게 무슨 문구 같냐?”
“처음 보는 문구들인데요…… 해독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어요.”
스텔라가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그것 나름대로 진행하고. 일단은 먼저 좀 볼 게 있지.”
에드워드는 성 안을 점거한 병사들과 나동그라진 시체들을 지나가 반대편 성문까지 나아갔다. 일행은 그 위에 올라가 반대편을 보았다. 들어온 곳과 반대로, 고원을 내려가는 길. 좁은 길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세트렛 영역.
주술사왕이 시오니아를 향해 만든 돌출부의 허리.
“여기가 내 땅의 끝이군.”
에드워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베로니카가 덧붙였다.
“그리고 새 최전선이지. 축하해.”
에드워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봉토라. 언젠가는 가질 거라 생각했지. 이런 식은 예상 못했지만.”
“시오니아의 왕위계승자는 뭐 예상이나 했니?”
“아르데니아의 벚나무 씨족도요. 슬슬 정산해야겠죠?”
“정산? 개척과 결혼식까지는 아직 길이 멀지 않나요?”
“그건 공주님도 마찬가지셨으면서.”
두 여성이 슬쩍 시선을 부딪히자 에드워드는 낮게 중얼거렸다.
“내부 정리가 시급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