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8)
28화 가정불화는 만악의 근원
쿵!
윌킨슨 가의 손님용 방 안. 에드워드의 몸이 침대 위에 쓰러졌다. 그의 양팔을 붙잡고 옮긴 돼지치기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곤 제프리 윌킨슨에게 물었다.
“저기, 이래도 뒤탈이 없는 겁니까? 지금 그냥 칼로 쑤셔 놓는 게 좋지 않을까요?”
“칼로 쑤시면 그 똑똑한 이단심문관이 어떤 흔적을 찾아낼지 몰라. 산트롤이나 사교도의 짓으로 가장해서 죽이는 게 제일이야. 연출은 내가 맡을 테니 너희는 신경 꺼라. 다음은 데보라니까, 사제께 가서 대기해라.”
두 돼지치기는 고개를 숙이고는 방을 나갔다. 윌킨슨은 에드워드를 노려보았다.
“데보라는 절대 과수원을 안 팔 거고, 당신들은 그녀를 데리고 산을 내려가려 하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냥 떠나도 안 되오. 언제 돌아와서 자신의 정당한 몫을 주장할지도 모르거든. 그년이 안 돌아오면 그 후손이 돌아올지도 몰라. 그년은 꼭 죽어야 해.”
에드워드는 그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는 눈을 열심히 굴려서 상황을 파악해 보았다.
모욕당한 윌킨슨 부인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남편이 폭주하는 원인을 안다며 에드워드를 유혹했다.
숨겨진 보물에 관한 이야기.
에드워드는 즉석에서 부인에게 사과했다. “필요한 거 말씀만 하십시오, 부인.”
부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는 은밀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잠깐 함께 걸을 것을 권했다. 함정일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았기에, 에드워드는 탁 트인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건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함정이 무장한 남정네들이었다면.
진짜 함정은 부인이 내민 종이 두루마리였다. 그녀는 그것이 탐광꾼이 남긴 고문서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그 두루마리는 흰 가루약을 싸 놓은 것이었다. 에드워드가 그걸 받으려는 순간, 그녀는 그것을 입에 대고 있는 힘껏 숨을 불어넣었고, 가루약은 에드워드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는 뭔가 해 보기도 전에 몸이 마비되었다. 피부를 찌르는 통각과 환청 속에서 그는 꺽다리왕 로버트의 환영까지 보았다.
‘에드야…… 짐이다, 에드야…… 이 트레베리아인보다 못한 에드야! 짐의 녹으로 밀빵과 쇠고기를 먹던 에드야! 상대는 윌킨슨이다. 짐의 백성을 무고하려는 윌킨슨이야! 일어서라, 일어서!’
“죽고 싶다.”
에드워드는 환각 속에서 겨우 첫 말을 내뱉었다. 혀마저 굳었기 때문에 어린애의 말처럼 혀 짧은 발음이었고 기어가는 듯한 음량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물 주전자와 수건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바로 에드워드를 쓰러뜨린 윌킨슨 부인이었다. 제프리 윌킨슨은 부인을 향해 말했다.
“잘 감시하시오. 이단심문관이 똑똑하다고 해 봤자 기사가 없으면 시끄러운 이방인 계집애에 불과하지.”
“알았어요. 이 기사는 어쩌시게요?”
“트롤 먹이로 던져 줄 거요. 그게 여의치 않다면 불태울 거고. 그건 걱정 마시오.”
그때였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돼지치기 휴이가 돌아왔다. 그는 제프리 윌킨슨을 향해 소리쳤다.
“데보라가 도망쳤습니다!”
“눈치가 좋군. 바로 쫓아가자. 이단심문관 쪽은?”
“아직 눈치를 못 챈 것 같습니다. 데보라가 여관 쪽으로 가진 않았습니다. 산으로 갔답니다.”
“서두르자. 데보라만 없애면 그다음엔 어떻게든 할 수 있어.”
사내들은 쿵쾅거리면서 방을 나갔다. 이제 그 안에는 윌킨슨 부인과 에드워드만 남았다.
부인은 쟁반과 물 주전자를 방 한구석에 내려놓고는 에드워드의 발치에 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훑다가 허리띠쯤에 멈췄다. 그녀의 눈빛에 광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결심한 듯 이를 악물고는 일어섰다. 그녀는 가슴골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다. 그리곤 그 내용물을 에드워드의 입안에 흘려 넣었다. 에드워드는 무저항으로 그 약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쿨럭!”
약병의 내용물 절반쯤을 마신 다음, 에드워드는 기침을 했다. 부인은 에드워드의 고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기사에게 대 주면 이제 나도 레이디인가?”
안 좋은 농담이었다. 에드워드는 남은 힘을 짜내어 입을 열었다.
“고문서가 있긴 있지?”
“그래. 죽은 남자는 탐광꾼이 아니라 보물 사냥꾼이었어. 그가 먼저 마을을 속이고 남편을 속였지. 하지만 내가 그의 고문서와 메모를 훔쳐봤고 모든 걸 알아냈어.”
여자의 손길이 음란하게 에드워드를 훑었다.
“내 공이야. 하지만 남편은 자기가 잘난 줄 알지.”
“내조 잘하네.”
“그럼. 하지만 남편은 날 달래 주지 않아. 일꾼들을 괴롭히는 수단으로만 여기지.”
에드워드는 자신의 고간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이지도 않았지만, 힘은 들어갔다. 마치 그곳만 별개의 생물인 것처럼. 에드워드는 윌킨슨 가의 일꾼 이야기를 떠올렸다.
“일꾼들을 유혹했나?”
“간단한 이야기야. 딸에 낚인 외지 일꾼이 못 버티고 품삯을 요구할 때쯤 내가 이 약을 먹이고, 남편이 현장을 덮치는 거지. 주인집 부인 강간 미수라니, 소문 없이 쫓아내기에는 충분한 핑계잖아.”
“알뜰하네.”
부인은 에드워드의 고간을 쓰다듬던 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았다.
“난 싫어. 돈에만 미친 수전노 남편도, 모든 걸 알면서 모르는 척, 너그러운 척하는 리글리 부인도, 이 궁벽한 마을도. 내겐 자극과 복수가 필요해.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슬슬 넷째를 가져도 될 것 같거든?”
“컥?”
에드워드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이야기가 어째서 그리되는 건데?’
윌킨슨 부인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넌 불타 죽거나 트롤에게 먹혀 죽을 놈이니까, 마지막 자비를 베푸는 셈 치지. 남편 몰래 귀족인 네 씨를 임신해도 재밌을 테고.”
부인의 눈에는 이미 색욕과 광기만이 번득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상의 앞섶을 풀어 가슴골을 더 드러내고, 에드워드의 상의와 바지를 벗겼다.
“이런 멋진 몸은 일꾼들에게도 흔치 않지.”
에드워드는 강간 미수만 있던 게 아니라 진짜 불륜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비웃음을 섞어서 말했다.
“네 딸들은 다 진짜 윌킨슨이냐?”
“신경 끄지?”
바람난 여자는 기사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두 손의 손톱을 모두 그의 허벅지에 박고 그의 단단한 살갗을 움켜쥐었다. 에드워드는 잘 안 움직이는 안면 근육으로도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반대로 여자는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래! 이거야!”
차마 크게 소리 지를 수 없는 걸 안타까워하던 여자는 다시 자양 강장제를 꺼냈다. 그녀는 약병의 주둥이를 연인의 입술처럼 빨았다. 곧 그녀는 입에 약을 가득 머금고 에드워드에게 키스했다.
여자는 짧은 탄성을 이어 갔다. 그녀는 승리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에드워드의 손목을 붙잡은 채 그의 가슴팍에 엎어지고는, 그의 손으로 자신의 얼굴과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연인처럼 깊은 키스를 해 왔다.
그때 에드워드의 양손이 빛났다.
* * *
돼지치기 빈스는 제프리 윌킨슨과 동료 휴이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옆길로 샜다. 그가 보기에 과부 데보라는 정말 마녀일지도 몰랐다. 제프리 윌킨슨의 지시대로 움직인 일꾼들, 친구들은 다들 그 과부의 달리기 실력이 그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윌킨슨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든 말든, 지쳐 나가떨어진 빈스는 결국 동료들의 등을 바라보다 마을로 내려와 버렸다. 그는 우물물로 목을 축인 다음 주인집으로 돌아갔다. 모두 일하러 나갔거나 데보라를 잡으러 나간 빈집. 세 자매도 일하러 나간 탓에, 집은 윌킨슨 부인만 지킬 터였다.
슬금슬금 집안을 돌아다니던 빈스의 눈에 곧 윌킨슨 부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손님용 침대 위에 상의를 벗은 채 옆으로 길게 누워 있었다. 그녀의 매끈한 등을 본 빈스는 슬그머니 욕정이 동하는 걸 느꼈다. 바보 일꾼처럼 여자에 혹해 이 집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윌킨슨 부인은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사는 어디 다른 곳에 가두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를 가두고 지친 채 잠든 부인. 빈스는 아랫입술을 핥은 다음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부인?”
응답이 없었다. 빈스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순간, 침대 아래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빈스의 발목을 낚아챘다.
“으아악!”
빈스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입에 거품을 문 채 기절한 윌킨슨 부인은 움직임이 없었다. 뒤로 자빠진 빈스는 고통과 공포에 소리를 질러 대면서 손을 휘저었지만, 침대 밑에 있는 괴물을 공격할 수단 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조금씩 침대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빈스는 다리가 정강이까지 침대 밑으로 들어갔을 때, 고통 때문에 기절해 버렸다.
에드워드는 민달팽이처럼 돌돌 말아 버린 그의 양다리를 한쪽으로 치워 버린 다음 침대 밑에서 기어 나왔다.
“개새끼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몸으로 만들어 주마. 내가 이대로 끝장날 줄 알아?”
아직도 잘 안 움직이는 몸으로, 독이 먹히지 않은 손아귀 힘에만 의지한 채 그는 바닥을 기었다. 그는 애벌레처럼 땅을 기어 윌킨슨네를 탈출했다.
어떻게든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만 숨어 있으면 된다. 마비만 풀리면 윌킨슨 일가 따위는 문제도 아니다. 마을 전부 덤벼도 순식간에 지도에서 지워 줄 자신이 있었다.
“이 개벼룩 같은 새끼들, 가죽째로 불에 던져 싸그리 죽여 버리겠어. 우물엔 염소의 창자를 잘라다 처넣어 주마. 수레에 장작을 쌓아 불을 붙인 다음 가장 큰 건물에다…….”
에드워드가 온갖 저주를 읊으며 수풀 속을 기고 있을 때쯤,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사람의 소리는 아니었다. 에드워드는 깡마른 닭과 병아리들이 자기 주변을 에워싸는 걸 느꼈다. 꼬꼬댁.
“까마귀도 아니고 닭들이라니. 내 꼴이 웃기는군.”
그때 누군가가 에드워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야, 잠깐만! 거기 계신 신사분, 혹시 평화롭게 대화할 생각 없소?”
“걱정 마요. 데보라에요.”
적의가 없는 목소리였다. 에드워드는 그녀를 돌아보지도 못했지만, 마치 그녀를 본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아가씨, 꼭 축복받을 거요. 쫓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잘 따돌렸나 봐? 여하튼 나 좀 도와줘.”
“그러죠.”
설명이 필요 없었다. 에드워드의 어깨는 가볍게 들렸다. 에드워드는 당황해서 말했다.
“아가씨, 힘이 너무 좋은데? 손도 무지 두껍고. 대체 언제 단련한 거야?”
에드워드는 슬쩍 눈길을 돌렸다. 흔들리는 고개가 간신히 시야를 조금 확보했다. 그를 부축하는 건 데보라가 아니었다. 커다란 진흙 골렘이었다. 에드워드는 입을 쩍 벌렸다.
“오, 젠장.”
에드워드는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말을 뱉었다. 골렘은 에드워드를 부축해서 마을 광장까지 끌고 갔다. 그곳엔 데보라만 있었다. 그녀는 돼지치기들이 만든 저울 위에 앉아 있었다. 에드워드 주변을 맴돌던 닭들과 병아리들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한테로 옮겨 갔다. 에드워드는 그녀의 반대편에 놓인 오리를 보고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마녀와 오리는 무게가 같다.
저울은 수평이었다.
데보라는 저울에서 내려와 에드워드를 땅에 앉히고는 병을 내밀었다.
“마셔요. 마비독을 풀어 줄 테니.”
에드워드는 향을 맡자 그게 사과주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말이어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사과주를 마신 다음 거친 숨을 토했다.
“좀 살 것 같군. 젠장. 아가씨, 진짜 마녀였어?”
“이야기 속 기사들은 착한 마녀에게 도움받기도 하지요. 설마 도움받아 놓고 마녀를 불태우진 않겠죠?”
“반대로 해 주지. 이 마을에 불 질러 버릴 텐데, 같이 할 건가?”
데보라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에드워드를 보았다.
“기사님은 아무래도 이야기 속 기사님들과 완전히 같지는 않은 것 같군요.”
‘뭐 이런 놈이 다 있어?’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