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국면전환 (1)
어둠 속으로 주저앉은 다쉬사베스는 빛이 들어오는 문을 향해 소리쳤다.
“뭐 하는가? 얼른 안 닫고!”
그러나 에드워드는 바로 열쇠검을 휘둘러 문을 닫지 않았다. 그는 잠시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이대로 로버트 폐하를 이 피라미드 안으로 집어넣으면, 내 주변이 당분간 평화롭지 않을까?”
생각지 못한 발언에 다쉬사베스는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지금 왕을 위험에 빠트리겠다는 건가?!”
“나 이제 로버트 폐하의 신하가 아니거든. 루이 폐하의 신하지.”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 빛의 기사가 한 왕을 위험에 내던지려 하는가?”
“보통은 못하지. 근데 그게 저 양반도 원하는 거잖아.”
뒤이어 꺽다리 로버트의 다음 괴성이 들려왔다.
“야, 그거 닫지 마! 도망치게 두지 말라고!”
다쉬사베스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새삼 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였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열고 닫는 건 순전히 내 마음이잖아? 지금 닫아도 나중에 다시 열 수 있겠네?”
다쉬사베스는 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까는 튀라며, 이 새끼야!”
말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안에서 폐하랑 숨바꼭질 실컷 해 봐. 폐하라면 너랑 레피림까지 족치고 피라미드 정문으로 나오실 것 같은데. 그럼 그동안 나는 편하겠네. 자기 사업 때문에 날 닦달하는 왕 둘 중 하나가 잠시 멀어지는 셈이니.”
“꺽다리 로버트 없이 주술사왕이랑 어떻게 싸우게?!”
“아니, 뭐. 꼭 있어야 싸우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로버트 폐하면 싸움 전에는 돌아올 것 같은데.”
인간 꺽다리 로버트가 정말 다쉬사베스를 포함한 대악마들을 무찌를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저지른대도 이상할 것 없다고 지상지하의 모든 이들이 믿었다. 그게 중요했다.
보통은 힘들다.
그러나 그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대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건 왕과 인간들의 오만이 아니라, 진솔히 객관적인 평가였다. 대악마들이 겁에 질리는 데는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광기와 흉폭성은 지금 바로 옆에 있다.
다쉬사베스는 충분히 겁에 질렸다.
“뭘 원하는데!”
“몰라.”
“야, 이 새끼야!”
“만족할 만한 거 아무거나 던져줘 봐. 나도 이런 상황 자체는 생각 못해서.”
다쉬사베스는 다급히 고개를 숙이더니 까마득한 지하에서 온갖 보물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에드워드가 그의 피라미드에서 봤던, 바로 그 보물들이었다.
상아 한 무더기가 날아다니고 갖가지 크기의 루비들이 땅을 구르는 걸 보면서 에드워드가 덧붙였다.
“기왕이면 꺽다리 로버트도 대충 만족하고 돌아갈 걸로 던져 주라. 아님 내가 주술사왕과 싸울 때 도움될 걸로.”
“거 시발 주문도 많네!”
“아, 폐하. 오셨쎼여?”
“받아, 새꺄!”
가죽 장화 한 켤레가 에드워드의 면상으로 날아들었다. 에드워드는 그걸 잽싸게 받아들고는 물었다.
“이게 뭔데?”
“네 발바닥을 노리는 덫을 피하게 해 주는 신발이다!”
“내가 마법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말 따라 상황 따라 다 다른 애매한 적용 범위야. 구체적인 매뉴얼 좀 줘.”
“뭐 그리 깐깐해? 아, 대충 덫이면 다 돼! 창날이라던가, 끈끈이라던가!”
에드워드는 장화를 살펴보았다. 성능은 잘 모르겠지만, 겉보기로는 제법 튼튼하게 잘 만든 것이었다. 세트렛인들이 신고 다니는 샌들과는 좀 달랐다.
“이거 세트렛 양식 아닌 것 같은데. 멋모르고 거기 들어간 모험가한테서 뺏었나 보구만?”
“감정은 나중에 사제한테나 받아 봐! 이제 됐지? 문 닫아!”
다쉬사베스의 비명 같은 요청이 끝나기도 전에,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휘둘렀다. 슝. 문은 잽싸게 닫혔고, 바위산은 침묵을 찾았다.
베로니카는 에드워드 곁으로 천천히 걸어오더니 말했다.
“악마를 삥 뜯다니.”
“자랑스럽지?”
“때로는 요긴하네.”
“마침 잘 왔어. 감정 좀 해 주라.”
“저주 걸린 건 없어. 척 봐도 알겠네.”
“보물들 액수는 얼마쯤 될 것 같아?”
“꺽다리 로버트에게 반만 상납해.”
“나머지 반은?”
“내가 관리할게.”
“투자자님, 배당수익은 좀 나중에…….”
“시끄러. 로버트 폐하나 달래 봐. 난 자신 없다?”
베로니카의 말대로, 뒤늦게 도착한 꺽다리 로버트는 심히 좌절했다.
“야, 임마! 왜 닫은 거야!”
에드워드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과 모습으로 꺽다리왕 로버트를 돌아봤다. 뒤늦게 방해된다는 걸 깨달았는지 망토를 벗어던지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갑옷마저 벗어던진, 태초의 야만전사가 그곳에 있었다.
다른 인간이 들었다면 ‘그거 예장용이지? 실전용 아니지?’ 소리 들을 커다란 도끼를 들고, 울룩불룩한 근육을 자랑하는 거구의 사내.
에드워드는 바로 표정관리, 목소리 관리에 들어갔다.
“폐하, 기껏 성지까지 오셨는데 저거 잡겠다고 어딘지도 모를 저 너머로 날아가 버리시면 우리 군사작전이랑 시오니아 백성들은 어찌합니까.”
“아, 잡고 돌아오면 되잖아!”
“시간 아깝습니다. 폐하가 먼 데로 날아가 버리는 게 주술사왕의 노림수일지도 모르고.”
구라다.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일단 에드워드는 자기 말을 안 믿었다.
다행히 꺽다리 로버트는 별로 깊게 의심하지 않았다.
“야, 그냥 다시 열어주라.”
“못 엽니다. 이미 받은 게 있어서.”
에드워드는 다쉬사베스가 던지고 간 보물들을 가리켰다.
“대가를 받아놓고 어떻게 약속을 깹니까?”
“악마 새끼들이랑 한 약속은 깨도 돼!”
“전 폐하가 아니라 뒷감당이 안 되거든요…….”
“에라이, 젠장!”
쿠웅!
로버트는 다쉬사베스의 표식을 도끼로 내려찍으며 콧김을 내뿜었다.
“야, 이거 어떻게 여냐?”
“폐하는 못 여실 텐데요.”
“와, 이 새끼. 또 왕에게 개기네?”
“폐하, 체통을 지키소서. 우리 앵글리아네 전통은 전사왕이지 조폭 아니잖아요.”
“가끔은 차이가 없다!”
“그걸 폐하 입으로 말씀하십니까?”
“군신지간이 살갑고 좋지, 뭘 그래!”
“아, 폐하. 저 이제 폐하 신하 아닙니다. 루이 폐하의 신하인…….”
그 순간 꺽다리왕 로버트의 날라차기가 작렬했다.
그동안 [불량기사가 출세하는 법>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 *
“저승 보고 올 뻔했다. 기사 인생의 2막이 내릴 뻔했어. 이게 희극이었다면 배우들 무대 고별인사 나올 타이밍이었지.”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리안나는 바닥에 널브러져서 중얼거렸다.
“1막은 뭔데요?”
“감옥 갇히기 전에 그거 맞아봤거든. 그게 내 기사 인생 1막이지.”
“요정의 무대는 언제 막이 내릴까요.”
“왜? 저승 가고 싶냐?”
리안나는 꺽다리 로버트의 발자국이 남은 얼굴을 번쩍 들고는 소리쳤다.
“관객들은 기사님네 여자들 코 꿰이는 거 다 봤으니 이제 밴시의 해피엔딩을 보고 싶을 거예요! 내 결말만 남았다고!”
“얼씨구. 누가 그런 걸 보고 싶어한다고.”
“기사 친구를 구하기 위해 꺽다리왕 앞에다 요정을 집어던진 드워프의 종말을 보고 싶어하는 밴시요! 기사님이 수플렉스 당하는 것 이상의 절경을 보나 했는데!”
보물을 싣던 짐마차 앞에서, 가르달은 연초 파이프를 뻑뻑 피우며 말했다.
“두 사내는 멋들어진 우정을 과시하며 술과 고기와 황금으로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
“와! 양심불량! 내가 드워프 아저씨 사업 망하는 꼴은 꼭 한번 보고 말 거야!”
“허허허. 내가 듣던 것 중 가장 안 무서운 저주구나. 그리고 네 차례는 아마 안 올 거다.”
“엥? 왜요?”
“카치운이 남았잖아.”
“어…… 그러니까, 카치운 아저씨는 일단 마누라님한테…….”
“누구 멋대로 남의 인생 엔딩을 결정하고 난리야.”
카치운이 밴시의 덜미를 붙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밴시는 바동거리며 소리쳤다.
“중요한 문제예요! 로버트 폐하도 그랬잖아요! 기사님의 죄는 시인들이 두고두고 노래할 폐하의 활약상을 무산시킨 죄라고! 기대한 사람들 많았을 텐데!”
“그게 밴시의 엔딩까지 기대할 근거는 아닌 것 같은데.”
카치운은 밴시를 짧게 놀린 다음, 에드워드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로버트 폐하가 그러던데. 자긴 한 덩치 하는 놈들과 싸우고 싶으니까, 주술사 나부랭이랑 싸우는 건 경이 하라고.”
“삐지셨군. 젠장. 설마 돌아가신대?”
“그건 아니고. 오크 대족장으로 표적을 고정하신 것 같소.”
“어차피 주술사왕이랑 같이 움직이니, 같이 처리해야 할 놈들이긴 한데…… 그래서, 주술사왕은 내가 알아서 잡으라?”
“뭐 그런 거지.”
에드워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좀 나중으로 미루면 안 되나, 그거.”
* * *
악마 레피림이 유폐됐다는 소식은 지옥에서 제일 빨리 퍼져나갔고, 인간 세상에서도 곧 퍼져나갔다. 다만 인간 세상에서 그녀의 유명세는 아직 높지 않았기에, 그저 ‘소금을 훔친 악마가 패했다더라’ 정도의 소식에만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어느 쪽이건 주술사왕의 귀에 들어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술사왕은 천천히 왕좌에서 일어났다.
“이제야 불안요소가 사라졌군. 모략이라는 게, 동맹이 될만한 족속을 오히려 공격해야 할 일이 없지는 않지만, 하필 그게 오늘 내 앞의 일이 되다니. 얄궂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주술사왕은 자신의 왕좌를 떠나, 호위병들과 함께 성탑으로 나갔다. 그는 거성의 한 모서리를 담당하는 곳에서, 작은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너무 복잡해 성 안까지 다 못 넣고, 그 밖에서 분주히 돌아가는 병기창들. 오랜 세월 동안 그의 거성을 직접 공격할 세력은 없었고, 그 탓에 성과 그 주변은 사실상 도시로 진화하고 있었다.
나무란 나무는 모두 잘라 태우고, 굴뚝이란 굴뚝은 모두 검붉은 불을 때는 광경.
“주술사왕이시여. ‘여덟 발톱의 전사들’이 준비를 끝냈습니다.”
한 오크 전사가 그의 뒤로 다가와 보고했다. 주술사왕은 낮게 으르렁거리는 투로 말했다.
“이 아래로 집결시켜라.”
곧바로 집결나팔 소리가 울렸다. 그걸 신호로, 일반적인 오크들보다 더 큰 오크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세트렛인들, 변절자들, 그리고 떠돌이들이었다. 그렇게 모이는 종족의 종류만 거의 열 손가락을 채웠다.
수는 많지 않았지만 종족은 다양했고, 그 눈은 투지로 불탔다.
주술사왕은 서쪽을 가리켰다.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너희는 본대에 앞서 사방을 불태워라! 모든 것을 빼앗고, 갖지 못할 것은 불태워라! 너희는 오직 승리로써 구원받을지니!”
모인 전사단한테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술사왕은 좀 전에 보고한 오크 전사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특히 하르몬 주와 카말라 백작한테 공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레피림은 사라졌으나 그 뒷수습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