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동귀어진은 악당의 보편 심리
데보라는 에드워드보다는 좀 더 이성적이었다. 그녀는 제안을 보류했다.
“솔깃한 이야기지만, 먼저 사제와 윌킨슨가 놈들부터 패가망신케 해 주죠.”
에드워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겨우 움직이기 시작한 다리를 두드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데보라가 부리는 골렘과 닭들을 빼면,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벤슨에게 윌킨슨 가 사람들을 유인케 한 다음, 성당으로 마을 사람들을 모았어요. 진짜 마녀의 흔적을 찾았다고.”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죠. 하지만 사제도 마을 사람들도 안 모일 수가 없죠.”
“그래서 마을이 조용했군. 벤슨은?”
“가발 쓰고 윌킨슨 가를 유인 중이죠.”
“잠깐. 그럼, 지금 산 뛰어다니는 게 벤슨이야? 여장한?”
“마녀의 비술도 써 줬으니 뒷모습만 보면 속을 수밖에요.”
에드워드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내 앞에는 안 나타나 줬으면 좋겠어. 젠장. 이제 뭘 하지?”
“벤슨을 도와주셔야죠. 따라잡히기 전에 해결해야 해요.”
“결국, 그 친구가 여장한 끔찍한 꼴을 보겠군.”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허리를 폈다. 그는 눈을 빛냈다.
“벤슨이 지금 위태롭냐?”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요.”
“걔를 도로 마을로 내려오게 할 수 있어?”
“가능해요. 홀려 놨으니까. 제가 명령하면 마을 쪽으로 방향을 바꿀 거예요.”
“불쌍한 벤슨. 나 잠깐 윌킨슨 가에 갔다 올게.”
“뭐 하시게요? 벤슨을 도와주러 가는 거 아니에요?”
“우선, 내 갑옷과 검을 되찾을 거야. 그리고 고문서도. 무슨 문서 말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
“탐광꾼의 것이군요. 혹시 탐내셔도 저는 과수원 양보 못 해요.”
“상관없어. 지금 나는 돈보다 복수가 더 중요하거든. 벤슨이 당장 따라잡힐 것 같지 않다면, 내 말대로 해. 나도 생각이 있거든.”
데보라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녀는 재빨리 윌킨슨 가로 향했다. 다행히 그 집은 여전히 텅 빈 채였다. 갑옷과 열쇠검은 기절한 윌킨슨 부인과 돼지치기 옆에 얌전히 있었다. 하지만 고문서는 집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윌킨슨이 갖고 있거나, 어디 숨겨 놨나 보군요.”
데보라의 말이었다. 에드워드는 계획이 조금 어긋났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엎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 젠장. 선수 쳐서 다 뺏는다는 계획은 실패군. 그럼, 대놓고 뺏어야지.”
역시, 기사가 아니라 강도의 언어였다. 데보라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벤슨을 구하러 가나요?”
“그래야지. 성당 쪽으로 오라고 해. 마비약 외에는 증거가 없는 게 아쉽지만, 분노한 기사 앞에서는 그딴 거 소용없다는 걸 보여 줘야지.”
“꺽다리왕 로버트에게는 뭐라고 하시게요?”
“걸리면 사실대로 말하지 뭐. 설마, 나보다 이 새끼들 말을 믿으시겠어?”
에드워드는 이불을 찢어 밧줄을 만든 다음, 돼지치기와 윌킨슨 부인을 묶었다. 데보라의 골렘이 그 둘을 넘겨받았다.
“골렘은 성당에 접근하지 못하니, 근처에만 놔두죠. 전 숨어 있겠습니다.”
“마음대로 해. 협조 고맙고. 보답 필요해?”
“별말씀을요. 제가 살고 싶어서 한 거예요.”
“좋네. 그럼, 하나 더 부탁하지. 벤슨 좀 곱게 봐줘. 홀려서 부려 먹기만 하다니 불쌍하잖아.”
농담 삼아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데보라의 답변은 진지했다.
“그는 보물 사냥꾼의 동생이에요. 형의 복수를 위해 이 마을로 숨어 들어온 거죠.”
뭐 쓸만한 것 없나 더 뒤적거려보던 에드워드의 손이 멈췄다. 그는 데보라와 윌킨슨 부인을 번갈아 보았다. 데보라는 쓰게 웃었다.
“일부러 말을 많이 하면서 진심을 속이는 타입이죠. 형을 죽인 게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제 곁에 맴돌 뿐일지도 몰라요.”
“마녀의 비술이 다른 건 다 알아도 남자의 진심은 못 알아내는 건가?”
“연심은 마녀도 알기 힘들어요. 싸고 나면 현자가 되는 남정네들 많잖아요. 결혼 후에는 폭군이 되는 남자도 있고. 복수심만으로 이 마을에 온 남자를 제가 뭘 보고 믿을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둘이 알아서 해. 내가 더 끼어들 문제는 아닌 것 같군.”
“걔한테 저 덮치라고 하셨다죠?”
찔끔한 에드워드는 헛기침을 했다. 쿨럭.
“전통적인 남녀관계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이야. 그런 거 있잖아. 밤에 일부러 어려운 길로 찾아오는 거로 사랑을 증명하는 남자들.”
“반대로 덮쳐지는 기사님을 보는 건 꽤 신선했어요.”
에드워드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기절한 윌킨슨 부인을 슬쩍 보고는 이를 부득부득 갈기 시작했다.
“미인이지. 끔찍한 약 맞은 것만 빼면 그래도 참았을 텐데 말이야.”
“죽이실 건가요?”
에드워드는 잠시 검에 손을 댔다가 뗐다.
“아니. 한 번 안 죽이기로 했으니까, 번복할 필요는 없겠지. 소원 성취했으니 장례식 준비나 하라 그래. 가족이 최소 하나는 줄어들 거야.”
에드워드는 출격 준비를 마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점검해 보았다.
“베로니카는 어디까지 알아?”
“전부 다요. 벤슨의 입으로 상황을 다 전달해 줬죠.”
“너 안 죽이겠대?”
“이교도식 주술사가 이단자보다는 나으니까 해 안 끼쳤으면 상관없다던데요?”
에드워드는 납득했다. 베로니카다운 대답이었다.
* * *
베로니카가 정색해서 마녀의 흔적을 찾았다고 입장을 바꾸자 리처드 사제는 반색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뜸 데보라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대신 마을 사람들을 성당으로 대피시키고, 교회의 기록과 고문서 열람을 요구했다.
“멀리 일 나간 사람들은 어찌합니까? 윌킨슨가 사람들도 아직 안 들어왔는데요.”
주임 사제의 말라깽이 하인이 질문했다. 베로니카는 토지 대장 등 각종 문서를 홱홱 넘기면서 대답했다.
“알아서 피하겠지. 어쨌든 문은 열어 주지 마. 마녀에게 홀렸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옳은 판단입니다.”
사제가 맞장구를 쳤다. 그는 슬쩍 베로니카에게 질문했다.
“토지 대장과 주민 명부는 그게 전부입니다. 옛날에 왕명으로 작성했던 것이지요. 갱신을 안 한 지가 좀 되긴 했습니다만…….”
“중요한 참고가 됐습니다. 다음 문서 주시죠.”
사제는 고문서를 내밀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대의 보물에 관한 것 같은데, 고어로 이루어져 있군요.”
“제 짧은 지식으로도 거기까지는 알아냈습니다만, 더는 해독하지 못했습니다.”
베로니카는 직감적으로 그게 보물 사냥꾼의 물건임을 눈치챘다. 그러나 모르는 척, 점잖은 척 질문했다.
“이건 어디서 났죠? 이런 시골에 있을 문서가 아닌데.”
“제 스승님의 유산입니다. 큰 수도원에 계셨다는데, 이단자들에게 공격받으셨을 때 가까스로 빼돌린 물건 중 하나라더군요. 불행히도 그분은 그다음 화를 피하지 못하셨지만요.”
뻔한 거짓말이었다. 베로니카는 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녀로 하여금 고문서를 해독하게 할 생각이다.
“이건 고대 십 왕국 시절 때 문서군요. 해누아 여왕의 보물고 장부예요. 누군가가 알뜰하게 작성을 해놓았군요.”
“혹시, 그중에 이번 마녀 소동과 관련된 것이 있을까요?”
“글쎄요. 문서가 진품인지부터 가려내야 하는데.”
보물 목록에는 잉크로 대충 찍찍 그은 선이 있었다. 베로니카는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보물 사냥꾼이 허탕 친 것들. 주임 사제의 스승이라면 그는 사제면서 연구자일 것이다. 연구자가 이런 귀한 고문서에 줄을 막 그을 리가 없었다. 잉크는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 최근에 메모를 붙였다 뗀 흔적도 있었다.
‘이단심문관을 속이려고 하다니, 간도 크네.’
그때였다. 성당 정문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한 마을 사람이 뛰어와 외쳤다.
“기사님이 왔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계세요!”
“아, 걔는 예외. 열어 주세요.”
“홀렸으면요?”
“홀렸으면 걔 힘으로 문짝을 부수고 들어오겠죠.”
마을 사람은 납득하고 다시 뛰어갔다. 리처드 사제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베로니카를 재촉했다.
“그 문서에 뭐라고 적힌 건 더 없습니까? 제자가 가치도 모른 채 가지고 있으니 스승님께 죄스럽기만 합니다. 혹시 그 문서가 이런 사태에 대한 어떤 경고를 갖고 있던 것이라면…….”
“글쎄요. 저도 언어나 암호 전문가는 아니라서요.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아니면 다른 이들의 조력을 얻어야 할 것 같은데.”
베로니카는 애매한 대답만 흘리면서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대부분은 그 보물을 어디서 얻었고,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었는데, 간략한 그림도 첨부되어 있었다. 베로니카는 그중 뭔가 익숙한 단어를 발견했다.
열쇠검.
그건 그림도 없었지만, 설명은 암호로 적혀 있었다. 다만 베로니카가 앉은 자리에서 풀 암호는 아니었다.
‘이건 앵글리아 왕실의 보물인데, 왜 고대에 멸망한 왕국의 보물고 목록에 올라가 있지? 이것과 몇몇 보물들은 암호로 적혀 있는데, 그만큼 중요하거나 위험한 물건이란 뜻인가?’
베로니카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보았다. 그것은 다 만든 문서에 급하게 덧붙인 것 종이였다. 거기 쓰인 암호는 원본 문서에 쓰인 것과 달리 조악한 수준이었고, 그건 베로니카가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었다. 표식으로 삼을 만한 물건의 생김새, 위치, 거리 등.
‘보물을 숨겨 둔 장소.’
베로니카는 주임 사제의 행적을 알아차렸다. 제프리 윌킨슨은 이 장소를 사제와 공유한 것이다. 사제는 문서 전체를 해석할 능력은 없었으나, 마지막 페이지의 장소만이라도 어찌어찌 해독하는 데 성공했고, 윌킨슨은 보물 일부를 나눠 주기로 약속한 대신 그의 동의를 얻어 마녀사냥을 벌였단 것.
“혹시, 장소도 적혀 있나요?”
사제의 두 번째 질문이었다. 그에겐 모험이었다. 장소 외의 정보도 알기 위해, 장소가 노출될 위험을 무릅쓴. 만약 여기서 ‘그렇다’고 대답하면, 베로니카도 제거 대상에 들어갈 것이다. 사제의 손이 슬그머니 허리 뒤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아마도 무기. 여기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사제는 대처법을 바꿀 것이다.
‘약은 수작을.’
그녀가 표정 관리에 들어갈 때쯤, 에드워드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성당을 때렸다.
“야, 이 악당 새끼들아! 기사에게 마비약을 써 놓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았냐!”
사제가 찔끔하는 모습에 베로니카는 소매로 입을 가렸다.
* * *
성당 문이 열릴 때쯤, 에드워드보다는 늦게 벤슨이 도착했다. 그를 뒤따라온 윌킨슨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에드워드가 문이 열린 성당 앞에서 그들 모두를 맞는 구도가 나왔다.
에드워드는 어느 사이엔가 마구간의 짐에서 앵글리아 왕실의 흰 사자 문장이 그려진 방패까지 들고 나온 완전 무장 상태였다. 전용 강철 손잡이를 만들어 붙였지만, 그래도 저주받은 손아귀에 안 부서진다는 보장이 없어서 평소엔 잘 안 꺼내던 물건이었다.
벤슨은 여자 옷을 걸친 채 머리에는 건초로 만든 가발을 쓰고 있었다. 건장한 남자가 체구 작은 여자 옷을 등에 망토처럼 걸치니 그런 가관이 없었다. 여장이라기보다는 무슨 봉변을 당한 모습 같았다. 그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아직 이해를 못 한 상태로 숨만 몰아쉬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렸다.
“이 꼴을 데보라로 착각하다니, 윌킨슨가 사람들은 눈이 삐었군.”
윌킨슨가 사람들도 당황한 티가 났다. 제프리 윌킨슨과 그의 친구들, 일꾼들은 벤슨과 에드워드를 번갈아 보았다. 마을 사람들도 성당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네 이놈, 어떻게…….”
제프리 윌킨슨의 말에 에드워드는 뻥을 쳤다.
“내 손은 독도 정화하지. 성인의 가호다. 이 악당 놈아. 작년에 이 마을을 찾아온 탐광꾼의 죽음도 네놈 짓이겠지? 그 사람 얼굴에 흰 가루가 묻어 있었다던데? 나하고 같은 방법으로 마비시켰지?”
윌킨슨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첫 번째, 부정.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내 집의 마비약은 부인이 호신용으로 쓰는 거요. 리글리 부인에게 받아서…….”
“그게 호신용이면 네 집안은 암살단이다. 그딴 무식한 약을 사람의 면전에 퍼붓다니.”
“당신이 내 부인에게 무슨 짓을 한 거 아니오?”
“네놈의 여자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하긴 했지. 좀 전까지 날 내려다보면서 ‘데보라는 돌아오면 안 된다’고 한 주제에 연기를 하려고? 마을 사람들을 속여 보려고? 집어치워라, 이 개자식아. 네 마누라는 내가 직접 다리를 작살낸 돼지치기와 함께 묶여 있다. 이제 증거고 나발이고, 네놈을 직접 족칠 테다. 왕한테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다면 내가 직접 끌고 가 주마.”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뽑았다. 분노한 기사의 공격이 임박하자 일꾼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을까? 그들의 흔들림을 느낀 윌킨슨은 바로 노선을 변경했다.
두 번째, 분노.
“뭘 겁내? 돌과 밧줄을 던져!”
하지만, 에드워드가 더 빨랐다.
“무릎 꿇고 엎드리지 않는 놈은 다 죽는다!”
일꾼들은 손에 쥔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본래는 데보라를 향해 던지려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망설임과 공포 때문에 제대로 던지지도 못하거나, 빗나가거나, 어설프게 맞혔다. 첫 번째 명중탄은 방패 대신 에드워드의 오른쪽 어깨 위를 때렸지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등 너머로 날아갔다. 망설임과 공포 사이로 뛰어든 에드워드는 바로 일꾼들을 썰어 대기 시작했다. 선두가 칼에 베이는 순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물러서! 피해!”
“돌, 돌 더 가져와!”
“여기에 돌이 더 어딨어?”
“말똥이라도 던…… 으아악!”
십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기사 하나를 당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에드워드는 분노한 기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증명했다. 그는 방패로 다음 표적을 후려쳐 쓰러뜨린 다음 바로 칼을 꽂아 넣었다. 끝이 뭉툭한 칼이어도 사람의 목에 박아 넣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용기라기보다는 마지막 발악으로 도끼나 몽둥이를 휘두르는 장정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방패에 막히고 칼에 베였다.
애초에 윌킨슨에 떠밀려 데보라를 조리돌릴 생각밖에 없던 패거리였다. 과부가 아니라 완전무장한 기사 따위를 기대한 놈은 없었다. 선두가 무너지는 순간 무리는 빠르게 와해되어 도망쳤다. 윌킨슨은 시퍼렇게 질렸다. 에드워드는 다시 소리를 질러 댔다.
“네놈들의 땅은 죄 잡초 밭으로 만들고, 가축과 쟁기는 불살라 버리고, 부인과 딸들은 시장 바닥에서 구걸케 할 테다! 넌 전에 죽은 그 돼지처럼 배를 갈라 마을 입구에 내걸어 주마!”
파멸이 예고되자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윌킨슨은 품속에서 약첩을 꺼낸 다음 성당 앞 우물 옆에 섰다.
“가까이 오지 마!”
“그건 뭐야? 또 마비약이냐? 두 번 당할 것 같냐?”
마비약이 아니었다. 해답은 성당 안의 리글리 부인이 줬다.
“그건 산트롤 유인제잖아! 그걸 우물에 넣으면 안 돼.”
“그게 뭔데?”
에드워드가 되물었지만, 윌킨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에드워드도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이교 축제니 마녀니 하더니 네놈 하는 짓이 더 그거에 가깝네. 트롤을 부려? 내가 트롤 한두 마리를 두려워할 것 같냐?”
윌킨슨은 우물 안에 약첩을 던져 넣었다. 곧바로 우물 안에서는 분홍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안돼!”
리글리 부인이 비명을 질러 대자, 에드워드는 연기 기둥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동네는 트롤이 좀 많나?”
그 순간 저 멀리서 트롤들의 울음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