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전초전 (2)
보기에 따라서 시오니아군은 여러 가지 평가가 가능했다. 거대하다, 호사스럽다, 소란스럽다 등등.
그러나 그 누구도 그 군세가 장엄하다는 것만은 부정하지 못했다.
그 장엄한 군세 한복판에서, 밴시는 물에 홀딱 젖은 꼴로 경건왕 앞에 서서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텔라가 빠르게 정리한 문서를 들고서, 그것과 밴시를 번갈아 보던 경건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 왜요? 제가 뭐 잘못 말했나요?”
밴시가 당황해서 질문했다. 이런 데 눈치 안 보는 드워프가 바로 말을 얹었다.
“중구난방으로 말하지 마라, 좀.”
“며칠씩 돌아다니면서 본 것들 말하는데 순서 좀 꼬일 수도 있죠!”
“너도 네가 말 개판으로 하는 거 알긴 아는구나.”
드워프의 힐난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았다. 사람들은 밴시의 말을 그저 현장의 생생함을 느끼기 위한 배경음악 정도로 여겼고, 드워프의 말도 거기에 포함되었을 뿐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현안에만 집중되었다.
“말 그대로 금쪽같은 정보들이군. 코끼리의 숫자, 바르그 무리의 숫자, 오크들의 배치까지. 심지어 주술사왕 본인으로 의심된다는 거대천막의 존재까지.”
경건왕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는 밴시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수고 많았다, 요정. 넌 뭘 좋아하느냐?”
“고기요!”
“그럼…….”
“닭고기 빼고요!”
경건왕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시종장. 이 요정에게 붉은 고기를 내리게.”
“예, 폐하.”
버릇없는 어린애 모습이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요정이 사라지자, 천막 안은 다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마른침을 삼킨 다음 말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폐하. 요정은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라…….”
“그건 나도 알고 있는 것이니 설명할 필요는 없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하르몬 주와 이곳 중 어디가 주공인지 미리 알아낸 건 우리에게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주었네. 그건 분명 좋은 소식이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쁜 소식도 있어. 먼저 검은벽요새 이야기를 하지. 적 병력 3천에게 공격 받고 있다더군.”
하르몬 주의 지배자가 된 에드워드보다 경건왕의 정보가 더 빨랐다. 에드워드는 갑자기 환생 전 군대에서 조인트 까이던 게 생각이 나 식은땀을 흘렸다.
“그쪽에서 오던 전령이 도중에 합류했기에, 내가 먼저 그 소식을 들었네.”
다행히 루이는 에드워드를 탓하려던 게 아니었다. 에드워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전령은 어디에…….”
“그냥 내가 말하지. 내 여동생의 오랜 벗이자 충직한 기사요 보기 드문 여자인 올리비아 경은,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적을 막아내고 있네. 놈들이 요새를 넘는 일은 아마 없다고 봐도 될 걸세.”
“다행이군요.”
“하지만 하르몬 주의 남은 병력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도 차단되었지.”
“의도한 바입니다.”
“그래. 좀 모자라긴 하지만. 그런 천혜의 요새에는 좀 더 무모하게 달려들어 줘야 그쪽 병력이 낭비될 텐데. 그 정도 욕심은 없더군. 대놓고 눈속임에 가까운 규모야.”
이쪽을 더 강하게 몰아칠 것이다. 에드워드는 다시 침을 삼켰다.
“하오나 폐하, 설령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앵글리아군과 아퀴타니아군이 올 때까지만 버틴다면…….”
“아마 못 올 거야. 온다고 해도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
“예?”
“앵글리아 왕과 아퀴타니아 왕세자 사이에서 불화가 생겼네. 누군가가 아퀴타니아 왕세자의 깃발을 부러뜨린 모양이더군.”
“그거 불길한 징조군요. 적의 간자가 한 짓이라고 해도 그럴싸하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증거는 없고, 둘 사이의 감정은 이미 폭발한 상태라네. 자세한 내역은 모르지만, 아퀴타니아 왕세자는 불손했고, 앵글리아 왕은 꽤 험한 말을 했나 보더군.”
에드워드는 쓴 것을 잔뜩 입에 넣은 표정으로 말했다.
“상상이 갑니다.”
“켈러핸 경도 그 말을 했네.”
에드워드는 경건왕 옆에 선 근위기사단장 켈러핸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그도 별로 다를 것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앵글리아 궁정에 들락거린 사람들은 다들 아는 꺽다리 로버트의 성정. 루이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양쪽이 무슨 말을 했을지 뻔하다던데. 굳이 내 귀로 그 상상을 듣고 싶지는 않네.”
“로버트 폐하께서는 상대방 부모의 안위를 묻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계시죠.”
한 지역 사람들의 성질이 어찌 쉽게 하나로 규정되겠냐마는, 에드워드는 한 가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앵글리아 기사들은 창칼뿐만 아니라 컴퓨터 게임을 잡아도 영혼의 맞다이를 선호하며 서로한테 쌍욕을 박는 포지션을 타고 난다고.
“결정적으로, 그 직후 나타난 오크 족장 가즐을 로버트가 물리치는 과정에서 아퀴타니아군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네. 예의상으로나마 도울 마음이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지.”
단단히 꼬였다. 에드워드는 왕의 앞만 아니라면 자기 이마를 짚고 싶었다.
“결국 양쪽 군대는 화해하기를 포기하고 각자 행동할 것 같다는 게 내 간자의 보고였네. 아직 새 보고가 올라오진 않았지만, 확정적이겠지.”
“정말 안 좋은 소식이군요.”
“앵글리아 왕실과 아퀴타니아 왕실의 사이가 별로 안 좋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같이 두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할 수 없지. 그나마 한쪽 또는 양쪽 모두가 바로 귀국해버리는 일은 안 일어난 게 다행이야.”
“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남쪽의 군대는 생각보다 느리게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군요.”
“거기다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지.”
“예?”
“주술사왕의 배후에 있는 동방 국가들 말이야. 그쪽으로 보낸 사절단이 발각된 모양이야.”
에드워드는 더없이 낭패라는 표정밖에 지을 게 없었다. 루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놈들이 잠입한 무리를 발견해 그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사와 엘프의 목을 쳤다는데, 정황상 그게 조르쥬 경과 데스피나 양 같네.”
“확실한 겁니까?”
“확실하지는 않아…… 간자가 눈으로 확인한 게 아니라 귀로 들은 소문이거든.”
에드워드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거짓 정보일 가능성도 있겠군요.”
“아주 근거가 없는 정보는 아닐 거야. 우리가 사절단을 보낸 걸 놈들이 예측했던가 알아챘다는 소리니까. 어쩌면 놈의 군대와 직접 마주쳤을지도 모르지. 죽은 기사가 노란색 서코트였다고는 이야기도 있었네.”
조르쥬의 서코트도 노란색. 하지만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조르쥬 경이건 데스피나 양이건 쉽게 죽을 종자들은 아닙니다. 사절을, 하다못해 서신이라도 챙겨 달아났을 겁니다.”
“그렇지. 사절단을 찾아 격멸했다면 오히려 더 크게 소문이 나야겠지. 사절단에는 다른 기사들과 엘프들도 있었네. 죽은 사람들은 사실 소수고, 나머지는 무사할 확률이 없다고는 못해. 그 기사와 엘프가 조르쥬 경과 데스피나 양이 아니란 법도 없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는 말아야겠지. 희망적 관측에만 의존해 전략전술을 짤 수는 없네. 어차피 동방의 증원군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기도 했지만…….”
경건왕은 음울하게 말했다.
“일단은, 우리 힘만으로 주술사왕과 대결할 준비를 해둬야 할 거야.”
* * *
경건왕의 천막을 나온 뒤, 카말라 백작의 천막에서. 에드워드 일행은 겨우 옷을 갈아입은 밴시를 구석에 두고 한 자리에 모였다.
“오빠는 꼭 안 좋은 소식들만 몰아서 온다니까.”
베로니카가 투덜거렸다. 그게 경건왕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보가 빠른 건 좋은 거야. 최소한 대처할 시간이 생기니까.”
“연합군이 분열되고 사절단이 실패하는 걸 대처할 방법이 있을까?”
이런 악조건일수록 불타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가르달이라던가, 조르쥬 경이라던가. 하지만 카치운은 냉정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작전이 시작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소. 오함마 하나를 준비했더니 그게 조각나서 장도리 두 개 꼴이 된 격이야. 그냥 방어전으로 전환하는 게 더 안 낫소?”
가르달은 친구와 자신이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는 데 놀랐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다시피했다.
“방어전이라니! 저쪽 군대는 언제 흩어질지 모르는 놈들이지만, 우리 군대는 여기저기서 모인 연합군이오! 당장 한 달 열흘만 지나면 의무복무를 끝냈다고 귀향해버리는 기사들이 속출할걸!”
“사실 나도 그냥 돌아가고 싶소.”
“거봐!”
“유목전사들은 자기들 목초지와 무역허가증만 챙기면 그만이거든. 그들은 빨리 돌아가고 싶을 테니 둘 중 하나만 요구할 거요. 당장 공격해서 결판을 내던가, 아니면 본대만 방어전을 치르고 자기들은 귀향해 버리든가.”
“그렇지!”
“그래서 난 후자를 추천하는 거요.”
“아니, 왜?!”
“귀향한 기사와 유목민들은 다시 소집할 수라도 있으니까. 지금 싸웠다가 말아먹으면 거대한 전력공백이 생기니까.”
“코끼리가 있다잖아!”
“코끼리는 공성병기가 아니오. 성을 공략하는 데 쓰진 못해.”
카치운은 에드워드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하나 더 삐끗하면, 바로 철수하자고 왕에게 조언합시다.”
“하나 더?”
“철수를 말할 계기는 있어야 하잖소.”
“계기라…… 그 계기가 바로 패배가 될 수도 있지.”
에드워드는 동료들을 돌아봤다.
“난 하르몬 주와 카말라의 방어거점들을 재건해 보았고, 그간 주술사왕의 선봉대가 무너뜨렸던 이 지방의 성벽들도 다시 쌓으라 지시했어. 솔직히 말하지. 그 어떤 방어태세도 미완성이고 부족해. 각 성안에 처박히면, 분산되어서 격파될 거야. 검은벽요새가 버틸 수 있고, 남쪽의 연합군이 움직이는 지금, 우리가 치고 나가야 돼. 앵글리아군과 아퀴타니아군이 내년까지 있어 줄 지도 의문이니까.”
“극적인 역전승이야말로 기사의 로망이긴 하죠.”
스텔라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에드워드한테 물었다.
“묘수가 있으신가요, 백작님?”
에드워드는 생각을 거듭했다. 문득 그는 한쪽 구석에 잘 정리된 자신의 무구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사절단의 소식을 떠올렸다.
노란색 서코트를 입은 기사가 죽었다.
그게 조르쥬 경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그 소식이 거짓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에드워드는 가르달한테로 고개를 돌렸다.
“가르달.”
“왜 그러시오?”
“구리나 황동 같은 것도 잘 다루지 않소?”
“내가 구리냄비 땜질하는 거 못 보셨소?”
“저거랑 겉모습 똑같은 거 만들 수 있소?”
가르달은 에드워드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금빛 불사조 장식이 붙은 마법의 투구. 드워프는 못된 표정을 지었다.
“야바위에 맛들이셨구만? 그런데 비슷한 수가 계속 통하겠소?”
“내가 중고품 거래 사기범들 수법을 좀 봤지. 원래 야바위는 상대를 계속 바꿔가다, 안 통할 때까지 하는 거요. 사기범이야 연거푸 저지르는 짓이지만, 당하는 놈들은 다 처음 겪는 일이거든.”
가르달은 껄껄 웃었다.
“일리 있구만. 밤샘을 해서라도 만들어놓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