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308)
외전1 아내의 의무 (2)
시간이 흘러, 헬레나가 첫 출산을 마치고 산후조리까지 어느 정도 끝냈으며 에드워드가 그녀를 위해 시간을 냈을 때쯤.
위치는 카말라 백작성. 길고 긴 임신 기간 동안 에드워드와 헬레나는 끈적한 손길로 서로의 몸 곳곳을 더듬고 쥐어짜는 걸로 서로의 애정 욕구를 채웠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우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에드워드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와, 기사님. 눈빛이 아주 그냥 종마 같아요.“
“욕하는 거냐.“
침구를 정리하던 리안나가 깐족거리자 에드워드는 인상을 썼다. 리안나는 입을 삐죽였다.
“의무방어전 하느라 죽어 나가는 남편들 이야기 가끔 보는데 말이죠. 기사님은 안 괴로워요?“
“내가 왜.“
“너무 많은 여자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고통받는 남자 이야기들 있잖아요.“
“후후. 물론 가끔 힘들긴 하고 때로는 죽을 것처럼 힘들긴 하다. 여자들이 싸우기 시작하면 더 그렇고. 하지만 벌써 만족하고 질려 버리기에는 내 여자들이 너무 극상의 지체를 자랑한다…… 헬레나는, 특히 그 거대예술 같은 가슴!“
“아직 덜 쥐어 짜이셨네, 이거.“
에드워드는 리안나를 창밖에 매달아 버리는 걸로 응징했다. 밴시가 빽빽 울면서 〈꼭 세쌍둥이 낳으세요! 육아에 치여 지옥 가세요!〉라고 저주를 했지만 에드워도는 더 이상 신경 쓰지않고 밤이 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잠시 뒤, 시종이 전달한 쪽지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준비가 더 필요해서 약간 늦어요. 열쇠검 좀 빌려 가요.〉
“아니, 그걸 어따 쓰게?“
* * *
“높으신 분들은 진짜 너무 하지 않아요, 니코스 씨?“
약병과 수조와 새장과 다시 약병이 드글거리는 어느 골방. 단발 은색 곱슬머리의 여자 악마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학자의 허름한 로브를 입었고, 머리 위로는 붉은 뿔이 셋 나 있었다. 구석에서 글을 쓰고 있던 니코스는 그걸 듣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옥 최고의 ‘창조자‘ 모데라가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창조 좋아하네. 진짜 창조는 빛만 하고요. 전 있는 걸 조합해 신종을 개발할 뿐이에요. 그리고 다른 악마들은 그마저도 가치를 깎아 후려치죠.“
“저런.“
“오크만 해도 그렇다니까요. 이제 와서 오크 새끼들이 왜 빛의 종족들보다 숫자에서 밀릴 판이냐고 클레임 거는게 어디 한두 번인가. 그거 들을 때마다 저 진짜 죽고 싶어져요.“
“저런저런.“
모데라는 이를 뿌드득 갈고는 소리 높여 의뢰주들, 즉 상급악마들을 규탄했다.
“니들이 적어낸 최초 요구성능이 바로 그거였다고! 덩치는 크고! 음식 효율이 좀 나빠도 그만큼 탐욕스럽고! 빛의 종족들을 암컷으로 뺏어 쓸 수 있고! 쌈박질에만 관심이 있어서 모든 것을 끝까지 추적해 불태울 수 있는 싸움 최적화 종족! 근데 시발놈의 빛이 인간이라고 똑같이 생산력 미친놈들을 만들어 지상에 내리더니, 아예 ‘농경‘이란 기술까지 내려 주데요?!“
“아, 그랬지.“
“아니, 오크가 농경에 관심 없는 건 당연하잖아요! 내가 걔들은 수렵, 채집, 거래만 할 줄 알게 설계했으니까! 걔들 개발할 땐 엘프도 석기 시대라 농경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런 기술이 생길 줄 알았으면 나도 오크가 농경에 관심 좀 기울이게 설계했을 거예요! 근데 오크가 인간들에게 숫자로 역전당하게 생긴게 내 탓이에요?!“
“불합리한 질책이지.“
“거봐요! 게다가 난 대책을 내놓으래서 오크들도 농경이 가능하게 감자 업데이트도 했다고!“
“성실하구만.“
“비전문가가 깽판칠 때는 더 좆같다니까요? 레피림이 그랬죠. 아니, 왜 오크들이 소나 돼지의 자궁을 빌리지는 못하게 설계했냐고 물으면 제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대놓고 ‘그럼 오크 새끼들이 빛의 종족을 공격할까요? 숲에 숨어서 수간이나 하겠죠?‘라고 말하면 나 푸줏간에 매달았을 거면서!“
여악마 모데라는 책상 모서리를 잡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아, 정말! 개발부서 괜히 입사했어! 화려한 거, 좋은 거는 전부 다른 부서가 다 뺏어가고! 대전쟁도 수천 년 전에 진즉 끝나서 메시아가 재림하기 전까지는 영영 군축 시대고! 현세도 이젠 새 종족 만들어봤자 빛보다 더 잘 만들 수 없다는 소리에 예산도 새 프로젝트도 뚝 끊겨서 아무것도 못하고!“
“약이나 만드세. 저번에 만들었던 약은 평이 좋더만.“
“훌쩍. 평이요?“
“다산의 약. 그 레시피 쓸 만하더라. 사용자도 아주 만족했어. 출산 당일엔 죽는 줄 알았다나 보지만, 임산부가 다 그렇지. 애엄마들에게 경의를.“
“쳇. 그건 제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도 아니고, 어쩌다 나온 부산물이었다고요. 그런 거 잘 만들어 봤자 빛만 더 유리해지는 거 아니에요? 주술사왕이 사라지고, 레피림도 패퇴하고, 다쉬사베스는 꺽다리 로버트에게 멱살 잡힐 위기고, 용살자는…… 요즘은 후계 생산에 여념 없으려나. 어쨋거나 지금 어둠은 핀치 중의 핀치라고요.“
“판이 기울지언정 엎어지지는 않아. 메시아가 재림하기 전까지는 그렇지. 장기적으로 보게, 장기적으로. 판이야 언제든지 다시 어둠으로 기울 수도 있는걸.“
“그때는 니코스 씨도 다시 빛의 편에서 활약하시고요?“
“뭐, 그렇지.“
“근데 이미 그쪽에서 대활약하고 계시네요. 그럼 당신이 보는 균형 상태가 바로 지금 이 상태인 거 아냐?! 그간 어둠이 우세했다고?!“
“뭐, 그렇지. 경건왕의 대가 끊기고, 꺽다리 로버트가 아퀴타니아랑 싸워대고, 트레베리아는 내전 중이었으며, 레피림이 부상하고 있었으니.“
“뭐야! 그럼 이제까지 지옥을 들락거리면서 빛을 도운 거예요?!“
“아니, 지옥이나 오크 부락에도 손을 좀 쓰긴 했어. 결과가 생각대로 안 나오고, 빛이 좀 지나쳐서 그렇지.“
“내가 못 살아! 높으신 분들이 알면 니코스 씨는…… 맞다. 아무도 못 건드리지. 이 부도수표.“
쿠우우우우웅!
그 순간, 골방이 크게 흔들렸다. 모데라와 니코스는 당황해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갑자기 웬 진동이지?“
“누가 ‘지옥문‘을 강제로 열었나 본데요. 싸우면서 오는 것 같은데…….“
“허. 아지지야 대도서관에 간만에 만용 가득한 놈이 나타났나 보군. 그런거 싫지는 않지만. 가만, 오고 있다고?“
“네. 이쪽으로 오는 것 같네요. 뭐, 그래 봤자 이 공방에는 감히 못 오겠…….“
모데라가 말하는 순간, 벽이 날아갔다.
콰과과광!
“끼야아아악?!“
“뭐야?!“
모데라는 비명을 질렀고 니코스도 기겁했다. 그리고 흙먼지 사이로, 배가 홀쭉 들어간 엘프 헬레나가 글레이브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빛나는 열쇠검.
“산후조리까지 끝내고 오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여전히 여기 있어서 다행이군요. 니코스 씨.“
“어…… 안녕하시오. 엘리제 양. 혹시 백작도 데려왔소?“
“헬레나에요. 백작은 바빠서요. 남자가 준비에 힘 빼서 좋을 거 없죠.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만. 다산의 약 있어요?“
니코스는 일말의 죄책감 없이 바로 모데라를 가리켰다.
“난 조수 역할이고! 레시피는 얘가 갖고 있소!“
“니코스 씨이이이이?!“
여악마 모데라는 바로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헬레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레시피 자체는 악마의 것이었나 보군요. 뭐, 상관없어요. 당신이 재료랑 제작과정 검수만 하면 되겠죠. 그러니 약 내놔요.“
“아니, 뭘 그리 당당하게 말해! 마치 맡겨놓은 것처럼! 이거 남편에게 물들었구만!“
“대가를 원해요? 돈은 내죠.“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행운의 주술사 니코스는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감히 날 돈으로 사려는 겐가!“
정령의 가호를 받은 엘프 헬레나는 그 힘으로 커다란 자루 하나를 공방 안으로 던져넣었다. 묵직한 금속성 소리가 울리더니, 자루 바깥으로 엘프식 공예품들이 슬쩍 흘러나왔다. 번쩍번쩍. 주술사 니코스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어차피 활동비는 필요하잖아요.“
“꾸짖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군…….“
악마 모데라는 발끈해서 일어났다.
“너! 이 빌어먹을 엘프년! 감히 어딜 들어와서 행패야! 여긴 내 공방이야! 니코스 씨는 세 들어 사는 거고!“
“니코스 씨 아내분이세요?“
“누가 이 늙은이 아내야!“
“그럼 존대할 필요 없네. 게다가 회개도 불가능한 악마라니, 죄책감 가질 필요는 더 없고. 난 너하고 거래할 거 없어.“
모데라는 이를 뿌드득 갈고는, 옷을 스스로 찢었다. 부우우욱!
여체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개와 소와 돼지와 말과 닭의 머리를 가진 괴물로 변했다. 키는 공방의 천장까지 닿았다.
“너! 지옥을 뭘로 보는 거냐! 지옥문이 화장실 문짝인 줄 알아? 만용을 부려 지옥에 들어온 자, 돌아가지 못하고 영원히 고통받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런 건 지옥 중심부 이야기고. 여기 지옥 변두리잖아.“
모데라는 폭발했다.
“내가 변두리 쫄따구라고 무시하니, 너! 실험체로 삼아 영원히 고문해 주마!“
“오히려 좋네. 대가를 낼 필요 없이 싸워서 굴복시키면 되는 거니까. 지금부터 버릇을 하나 새로 들여줄게. 넌 토끼야.“
짐승의 머리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여기 토끼 없는데? 무슨 영문 모를 소릴!“
잠시 뒤, 섭정공 직속 마법사 스텔라가 무너진 공방 벽 구멍을 엿보며 말했다.
“갑자기 좀 도와달라길래 뭔가 했더니. 남편한테 제대로 배우셨네요, 진짜. 이젠 백작님 못지않게 깽판 치고 다니실 수 있네. 과연 용살자의 짝이라고 해야 하나요?“
데스피나는 목소리만 흘려보냈다.
“미안해, 니코스.“
니코스는 볼멘소리를 뱉었다.
“아니, 사과는 따로 받을 악마가 있는 것 같은데.“
모데라는 높이 비명을 질러댔다.
“항복! 항복! 저는 토끼예요! 토끼 모데라예요! 저 토끼 맞다고요! 제 부모님도 토끼예요! 살려주세요! 긴 귀 동료끼리 기꺼이 도와드리겠…… 꺄아아아악! 엘프가 토끼라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그 혼돈상을 보고 있던 니코스는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이 균형은 또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1년 뒤, 헬레나는 원하던 대로 세쌍둥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
“저기요, 공주님! 그건 엘프용 약이거든요! 인간용은 없거든요! 시간과 예산요? 아니 돈지랄로 해결될 게 아니라니까요! 애초에 실험 부산물이었는데, 꺄아아악! 저기, 밖에 있는 백작님! 저 좀 구해 줘요! 안 구해 주면 백작님 애들로 연대 하나 세우게 될 거라니까! 얼른!“
지옥의 여악마 모데라가 시오니아 왕성 지하 고문실에서 베로니카한테 닦달당하기 시작한 건 그 직후의 일이었다. 에드워드는 저주에 성공해 기고만장한 밴시를 다시 창밖에 매달아버린 다음, 완전무장하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페트로스네도 갑자기 세쌍둥이 임신 소식이 들리더라. 걔네도 결국 썼구나, 그 약.“
카치운도 쇠모자 투구를 쓰며 투덜거렸다.
“용 잡을 때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지 않소?“
“내 말이. 시발. 살다살다 악마를 사제한테서 구출해 주는 날이 다 오네. 이젠 어둠도 나 부려먹는겨?“
다산이 미덕이라지만, 헬레나가 세쌍둥이를 거듭 낳거나, 베로니카 등 ‘무모한‘ 인간 여자들도 그러는 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여자들 몸도 걱정되고.
스허나 명분도 성깔고 지위도 앞서는 여자한테서 악마 뺏어오기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완전무장한 두 남자와 그 부하들은 왕성 지하실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파브리스와 공주의 직속 부하들이 방패를 들고 막아선 문짝. 피로에 찌든 파브리스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공동섭정 부부의 공식 첫 권력싸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