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310)
외전2 못된 고양이 (2)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로드리고 경의 편지는 에드워드 일행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사막 한복판에서 에드워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내 눈앞에…… 라스베이거스가 있는겨?”
에드워드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전기로 빛나는 조명발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마을은 거대한 도박장 집합촌이 되어 있었다. 동서 양쪽에서 손님을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각 도박장이 일종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경쟁까지 들어간 그 꼴은, 에드워드가 알던 라스베이거스와 크게 다른 바가 없었다.
“라스베이거스가 뭔데?”
시비 끝에 톱니바퀴 기계 하나를 부수는 아수라장을 보던 베로니카가 싸늘하게 물었다. 에드워드는 약간 더듬는 투로 말했다.
“사막에 있는 도박 도시로 유명하지. 휘황찬란한 조명들로 밤낮없이 빛나는 향락의 땅인데, 의외로 매춘은 불법이랬…….”
“스텔라 양한테 이야기했니?”
에드워드는 잠시 침묵한 다음, 솔직히 고백했다.
“그런 전설 속 도시가 있더라는 식으로. 넌 거기 가면 참 좋아하겠다는 내용으로.”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등짝을 있는 힘껏 때렸다.
짜악!
“네가 심은 죄악이 꽃을 폈네, 아주!”
“여긴 매춘이 합법이란 점에서 질이 더 안 좋네요.”
헬레나의 평이었다. 실제로 마을은 도박장뿐만 아니라, 주점과 매춘굴로도 넘쳐나고 있었다. 전당포는 필수. 카치운은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더니 말했다.
“경마장도 있군. 마술 경기보다는 속도 경쟁쪽인가 본데…….”
“맙소사. 전차경주 때가 생각나는군.”
“이번엔 주최자가 우리 마법사 아가씨라는 게 문제겠지.”
“거기도 전차경주 때처럼 속임수와 음모가 작렬하는 것 같소?”
“척 봐도 겨우 판돈 들고 튀는 것에 만족할 종자들은 아닌데. 승부조작은 만연해 있겠지. 말의 나이를 속인다던가, 기수가 티 안 나게 태업한다던가, 말의 사료에 이상한 걸 섞는다던가. 스텔라 양이라면 안 하는 게 더 이상할걸.”
“왜죠?
이번엔 헬레나의 질문이었다. 카치운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자기 뜻대로 돌아가는 도박판은 꾼들의 영원한 꿈이니까.”
그때였다. 길거리서 거의 발가벗다시피 한 채 하늘하늘한 천만 걸치고 유혹의 춤으로 호객하던 무희들 중 하나가 갑자기 에드워드 일행 앞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연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베로니카 앞에 몸을 던지다 시피 무릎 꿇었다.
“공주님! 저 좀 구해 주세요!”
“누구냐?!”
“왕실 마법사인 벨라예요!”
“수석 왕실 마법사의 제자인 벨라 양? 왜 여기서 그런 꼴로 춤을 추던 거죠?!”
뒤늦게 무희의 탈주를 눈치챈 어깨들이 달려오다가 에드워드네 깃발을 보고 주춤거렸다. 에드워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도박 빚이겠지, 뭐긴 뭐겠어.”
녹색 머리카락의 무희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말씀대로예요. 스텔라 양이 초대장을 보내서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시약을 주면 재주 부리는 노예가 되어서…… 빚이 더 커지면 아예 몸을 팔아야 할지도 몰라요! 이 마을의 실세도 마법사인 스텔라 양이라 도망도 못 치고!”
“스텔라 양이 직장 동료잖아요? 초대장도 받으셨다면서? 좀 봐달라고 하지 않고?”
“그게…….”
베로니카의 질문에 무희는 쭈뼛쭈뼛 말을 잇지 못했다. 에드워드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초대장으로 가볍게 노는 것 이상으로 빚을 졌겠지. 도박 빚은 어디까지나 개인 책임인 법이고.”
무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는 바로 덧붙였다.
“스텔라가 그걸 방치했다는 건…… 벨라 양, 걔 뒷담화하고 다니셨군? 스텔라가 그걸 눈치채고 복수한 거야.”
무희는 몸을 움찔거렸다. 카치운은 자기 이마를 쳤다.
“앞에서는 웃고 돌아서면 서로 뒷담화하는 관계? 맙소사.”
“뭐, 왕의 공식 정부가 욕먹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보나마나 스텔라가 여마법사들 망신시킨단 소리나 했겠지.”
“근데 백작은 그 사정을 어찌도 그리 빨리 알아채셨소?”
“그야, 스텔라는 쟤 뒷담화를 누구한테 했겠어?”
“아이고.”
“난 그런 데 끼기 싫어서 한 발 빼고 있었지. 한쪽 말만 듣고 한쪽 편만 들어주기 미묘하잖아.”
“저기, 섭정공 각하? 그게 말이죠…….”
“지금 여기서 스텔라 욕을 하면 내가 들은 이야기도 다 꺼내놓을 테니까 일단 가만히 있으쇼. 그리고, 야, 거기 어깨. 얘 빚이 얼마인지 주인장 나오라고 해.”
에드워드는 짧은 교섭 끝에 무희의 빚을 넘겨받았다. 베로니카는 그녀를 외면하고는 말했다.
“내 돈 쓰기도 참 미묘했지만, 네 돈 쓰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아니, 다 그쪽으로 의심해 주면 좀 그런데.”
“아니니?”
“뭐, 춤은 좋더라고.”
춤만으로 갚기엔 오래 걸릴 돈이라 벨라의 운명은 거의 결정적이었다. 그녀는 에드워드의 부하가 내민 망토로 몸을 가린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갈 수만 있으면 이젠 아무래도 좋아요…….”
에드워드는 피식 웃은 다음 다시 도시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스텔라는 지금 어디 있지?”
* * *
에드워드 일행은 곧 스텔라, 가르달, 리안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는 떫은 표정으로 말했다.
“리안나까지 물들었네, 이거. 넌 언제 왔냐?”
“기사님! 이것 좀 보세요! 사람이 쓰레기 같아요!”
“너 그 말 어디서 배웠냐?”
리안나는 남자노예들로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고 그 위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노예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리안나를 떠받치는 걸 본 헬레나는 기겁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니?”
“요정이 자본으로 인간을 굴복시키는 상징적 행위예술요!”
리안나의 부하 직원, 큰 밴시 처녀가 세탁물로 가득한 바구니를 끌고 가면서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이 마을에 오자마자 마법사님한테 넘어가 투자하셨거든요. 세탁소 사업도 확장하시고.”
가르달은 사람 위에 올라타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는 금화로 가득한 수영장을 만든 상태였다.
“언젠가 기사 양반이 금화 수영장에서 노는 오리 이야기를 한 적 있었지? 내가 그 꿈을 이뤄보는군.”
“그거 길게 이야기하면 검은쥐괴물이 쫓아오는데. 어쨌거나 잘 놀고 계시는구만. 그나마 낫네.”
“스텔라가 이런 쪽으로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지 뭐요. 하하! 나쁘지 않은 발상이었어. 기계 톱니바퀴에 장난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은.”
“승률 조작했소?”
“아니. 내가 하는 건 게임의 흥을 위한 합리적인 확률 조정이지.”
“로드리고 경은?”
“이게 보급창이냐 도박장이냐 하며 스텔라 양한테 좀 깐깐하게 따지고 들다가…….”
“설마 해친 건 아니겠지?”
“에이, 그 양반 실력에 스텔라한테 당하겠나? 그냥 떠나겠다고 한 걸 잠시 붙들고 있을 뿐이오. 어차피 부하들도 죄다 도박에 빠져버려서 옴짝달싹도 못해.”
“부하들?”
에드워드는 곧 한 소녀가 바쁘게 빈 술잔 무더기를 나르는 걸 보았다. 사냥꾼집 가출 딸내미 쇠뇌병. 카치운이 입을 쩍 벌렸다.
“리베르타?”
“앗, 카치운 씨! 섭정공 각하! 죄송합니다! 지금 좀 바빠서요!”
“여기서 일해? 너 용병 관뒀냐?”
“아뇨! 빚 갚고 계속할 거예요! 오늘 밤에는 따야죠!”
리베르타는 가르달의 빈 맥주잔들을 휩쓸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카치운은 혀를 찼다.
“그 꼬맹이들 중에선 쟤 빚이 제일 크겠구만.”
베로니카는 이마를 짚었다.
“신의 계시로 우물을 만들었다는 마을이 이런 꼴이어서야…….”
“심사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악마가 끼어든 거 아닐까요, 진짜.”
헬레나도 씁쓸한 투로 말했다. 에드워드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 우물 찾은 성직자, 디나 양은 어디 있는겨?”
“아, 걔는 저어기 저쪽에.”
가르달이 손을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건물 너머. 에드워드는 조심스레 물었다.
“걔는 마이너스 감정의 덩어리라, 도박 빚 생기면 몽둥이부터 휘두를 것 같은데? 괜찮은 거요?”
“아, 걔는 도박 빚 없소. 다행이게도, 그리고 심심하게도. 실은 세 번째 우물물이 모자라서 말이오.”
“모자라?”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들고 있으니 말이지. 물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오. 스텔라가 끌고 가서 네 번째 우물을 찾는 중이지. 같이 있을걸?”
카치운이 조그맣게 말했다.
“에드워드 경?”
“왜?”
“시약채집처에서 물 팔던 노인네 기억 나쇼? 사막의 유령을 경고하던 그 양반. 방금 저기 지나갔는데.”
“성인이 창밖에 있다던 지난번 농담과 비슷하네. 그러지 맙시다. 농담치고는 무섭소.”
“농담 아닌데.”
에드워드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는 고삐를 고쳐잡고는 말했다.
“일단 스텔라 엉덩이부터 때려 주고 봅시다.”
과연 가르달의 지적대로, 스텔라는 네 번째 우물 작업 현장에 있었다. 예상과 다른 게 있다면, 우물은 이미 거의 다 완성된 것 같고, 스텔라는 일꾼들과 함께 밧줄을 붙잡은 채 낑낑거렸고, 디나는 그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더란 것이었다.
에드워드는 휘황찬란한 비단옷을 입은 스텔라를 보고 질문했다.
“묻고 싶은 게 참 많은데 일단 이것부터 묻자. 좋은 옷에 안 어울리게 왜 직접 노동을 하고 있냐?”
“아, 백작님! 마침 잘 오셨어요! 좀 도와주세요!”
“뭘 도와?”
“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돌덩이가 막고 있거든요! 엄청 단단해요! 팔 만큼 파내서, 지금 밧줄 걸어서! 꺼내려고 하는데! 꼼짝도! 안 하네요!”
“내가 왜 그걸 도와줘야 하냐?”
“기사님 괴력이면 충분히 밧줄 감을 거 아니에요? 돌이고 나발이고!”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돌아봤다. 심기불편한 표정. 에드워드는 도로 스텔라를 돌아봤다.
“야, 스텔라. 일단 얘기부터 좀 하자. 너 좀 심하게 굴었다.”
“이거 도와주시면요!”
“내가 내린 임무랑 다르잖아, 이거.”
“필요해 보이는 거 다 지원해주라면서요! 명령대로 했잖아요! 동서 교류와 화합의 장! 단어보다 더 빠른 손패! 멋들어진 거점도시!”
“그래, 놔두면 도시가 되기는 하겠네. 근데 나와 로드리고 경이 만들려고 했던 건 보급창이라고.”
“그것도 잘 진행되고 있어요! 창고를 몇 채나 지어놨거든요! 다 여기서 끌어모은 돈 덕이죠! 그러니 좀 도와주시죠?!”
“할 건 다 해놨다, 이거냐. 근데 도시꼴이 아무리 봐도 죄악의 현장인데. 도박장 열라는 명령, 난 안 했다? 게다가 그걸 복수에 쓰는 등 권력을 휘두르고 있어?”
“뭐 어때요? 벼락 떨어지는 일만 아니면 됐지! 번 돈은 기사님한테도 상납할게요!”
베로니카는 더 떫은 표정을 지었다.
“벼락 안 떨어진다고 다 괜찮거나 허락되는 일인 건 아니에요. 세상일을 얼마나 제멋대로 해내는 거야.”
“그건 심판이 오면 그때 판가름 받죠!”
스텔라의 말에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에서 내렸다.
“이야기가 길어지겠군. 일단 물값은 해결해야겠지. 디나 양, 여기 맞지?”
“그게, 계시대로라면요.”
“또 계시를 받았어?”
“아뇨. 그전처럼 물그릇을 들고 찾아봤어요. 별 세 개가 들어오는 자리가 하나 더 있더군요.”
“거봐요! 신도 허락하셨다니까!”
스텔라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에드워드는 그녀를 밀쳐낸 다음, 대신 밧줄을 쥐었다.
“흡!”
짧은 기합 소리가 나온 직후, 마치 병마개를 따듯 뻐엉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는 커다란 비석 같은 게 밧줄에 묶인 채 끌려 나왔다.
“만세! 뚫었다!”
“물이다! 물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일꾼들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베로니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비석을 향해 말을 몰았다.
“가만. 이거 비석 같은데.”
에드워드의 주의도 우물보다는 비석에 향했다.
“내가 봐도 그렇게 생겼네. 유적 같은 것만 나오면 꼭 일이 터지니까, 이 비석이 뭔지 좀 알아봐.”
“다행히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쓰여져 있어. 근데 이상하네. 오래오래 땅에 묻혀 있던 비석 같은데.”
“왜?”
“글씨는 방금 쓴 것 같거든. 어디 보자. [왜 너희가 이 악한 곳으로 왔겠느냐? 이곳에는 씨 뿌릴 땅도 없고, 열매도 없고, 마실 물도 없느니. 내가 너희를 여기로 인도한 것은 패역한 백성들을 위함이 아니요, 내 뜻과 정의가 강처럼 흐를 날을 위함일진대, 너희가 약조한 바를 잊고 너희와 패역한 자들을 위해 스스로 물을 냈으니…… 어, 잠깐.”
베로니카가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이 흔들리는 걸 본 에드워드는 불안감에 질문했다.
“저기, 베로니카? 좀 알아듣기 쉽게 번역해 줄 수 있겠어? 가능하면 좀 줄여서.”
쿠르르릉!
그때, 땅이 흔들렸다. 뒤이어 우물에서는 파란빛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베로니카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대충 [네 여자 관리 안 할래, 이 새끼야? 이번엔 봐준다. 5분 안에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어라>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는데.”
에드워드는 황급히 우물로 달려가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푸른 빛으로 물든 우물물 너머, 금빛 도시가 있었다. 그리고 우물물과 그 금빛 도시 사이에는 날개 달린 금빛 천사가 오른팔을 한껏 뒤로 젖힌 상태였다. 우물물을 물들이는 파란 빛은 천사의 오른팔에 들린 창에서 나오고 있었다.
빛이 빡쳤다.
에드워드는 바로 우물로부터 달아났다.
“도망쳐!”
에드워드가 스텔라를 붙잡고 말에 오르는 순간, 무시무시한 물기둥이 하늘을 찌를 기세로 치솟아 올랐다. 도시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도시는 호수가 되었고, 물살에 밀려난 사람들은 몸만 챙겨 간신히 그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 도시!”
스텔라가 물가에서 주저앉아 좌절했다. 어느샌가 나타난 기사 로드리고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 난리통에 죽은 사람이 없다니, 신의 기적이오.”
“기적은 기적인데…….”
에드워드는 땅에 드러누운 채 중얼거렸다. 디나는 속죄의 목걸이, 즉 자신의 가죽 목걸이를 단단히 조이며 말했다.
“빛의 뜻은 과연 깊군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속죄하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로니카는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물 속에서 뭘 봤는지 뻔히 예상이 가는데, 절대 말하고 다니지는 마. 세상에, 맹세로 천사를 부른 경건왕의 나라에…….”
그다음에 생략된 말은 에드워드도 예상이 갔다. [죄악으로 천사를 부른 마법사도 있다니> 에드워드는 헛웃음을 지으며 스텔라를 지켜보았다.
가르달이 스텔라 옆에 주저앉았다.
“내 황금! 내 기계들!”
리안나도 그 옆에 주저앉았다.
“내 투자금! 유동성 위기에요! 난 망했다!”
큰 밴시 처녀는 그 난리통에도 지고 나온 바구니를 호수에다 집어던졌다.
“저기요, 섭정공 각하? 저 그냥 이 일 때려치려는데요. 저도 정부 입후보해도 되나요? 정부 되면 사장님보다 높아지는 것 맞죠?”
“환영하지. 근데 그 전에 빛이 시키는 것부터 좀 하고.”
에드워드는 베로니카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법사를 얌전하게 만들려면?”
“응.”
“해고해.”
“그건 빼고.”
“내근직으로 돌려. 외근직 절대 맡기지 마.”
“그걸로 충분하려나?”
베로니카는 말채찍을 비틀어 쥔 채 이를 뿌드득 갈았다.
“방법이야 있지. 사고 한 번 칠 때마다 육아휴직 한 번. 맹세 받아내.”
“어, 그래도 되나?”
“대형사고를 쳤으면 큰 대가를 치러야지. 이 소동이 났는데 얌전히 휴직해 집에서 애나 보라고 하면, 징계 치고는 너그러운 거다?”
아직 현역인데 직함도 추가되고 차후에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도 있는 마법사지만, 그렇게 냅두면 안 될 대책 없는 사고뭉치. 에드워드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일이 끝난 뒤엔 은퇴하는 게 더 나은 인간도 있는 법이지.”
* * *
시간이 흐른 뒤, 백작성. 사업 수몰의 충격이 컸는지 다이어트에 성공해 순례 시절까지 감량한 가르달은 에드워드 앞에 앉았다. 두 남자 사이에는 튀긴 감자와 맥주가 한가득이었는데, 메뉴는 극락의 것이었지만 오가는 이야기는 별로 즐겁지 않았다.
가르달이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들으셨소? 스텔라가 수몰시킨 그 마을 말이오.”
맥주를 홀짝이던 에드워드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왜?”
“지금은 거기 수몰된 금을 찾는 보물탐험가들의 마을이 됐더라고. 보급창 역할은 해내고 있고.”
“그렇군.”
“내 금인데 말이야.”
“잃어버린 금이지. 신의 뜻으로 망실했다면, 소유권 주장하기도 어려울 것 아뇨?”
“제길.”
“좋은 경험했다 칩시다.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거지, 뭐.”
“결국 기사 양반 좋은 일만 됐군. 정부만 둘 들였어.”
“돈 나갈 일 생기는 게 뭐 좋다고.”
“마법사들도 요정도 다 임신시켜놓고 그런 소리 하면 설득력이 없소…… 그러고 보니 스텔라는 요즘 어떻소?”
“아, 지금 휴식 중. 걔는 또 임신해서.”
“잉? 그새 또? 육아휴직 연장이구만. 피임 실패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세탁물을 끌어안은 리안나가 그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마법사님 그새 또 사고쳤대요! 애 업고 도박장 갔대나! 이 기세면 공주님도 따라잡겠다 이거예요!”
드워프는 참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자튀김을 집어 들었다.
“그 못된 고양이는 뭔 수를 써도 못된 고양이지.”
에드워드는 말없이 맥주잔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