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죽음은 언제나 악취미 (1)
도적떼 대 엘프, 그리고 관망하는 기사. 결국 보다 못한 베로니카는 기사 에드워드를 향해 명령했다.
“세속법과 교회법은 영역이 다르다지만 특별사법관이 저 꼴을 보고 넘어가지는 못해. 현행범으로 다 때려잡아.”
“포로를 열 명씩 데리고 다니게?”
“그럼 내쫓아!”
고용주 명령이다. 에드워드는 즉각 열쇠검을 뽑았다. 그는 긴장한 사내들을 향해 말했다.
“들었지? 5초 준다. 하나.”
에드워드는 둘을 세지 않았다. 그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말에 탄 기사가 달려오기 시작하자 도적떼들은 날벌레보다 빠르게 도망쳤다. 엘프 여전사와의 싸움도 우세를 못 가져가던 놈들이었다. 도적 지휘관의 뒤늦은 외침이 허공을 울렸다.
“퇴각, 퇴각! 댁은 우리 큰형님 만나면 좆될 줄 아쇼!”
“이 새끼가?”
에드워드는 지휘관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나 그놈은 그 저주를 되뇔 뿐만 아니라 그 어느 잡졸보다도 빠르게 수풀 속으로 뛰어들어 도망쳤다. 에드워드는 도적들이 흩어지자 속도를 늦추고는 천천히 반원을 그리며 돌아섰다.
“거기까지! 화살이나 돌 날아올지도 몰라!”
베로니카가 소리쳤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화살이나 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게 있다면 엘프한테 이미 썼을 테니까. 하지만 수풀은 말을 타고 달리기에는 거치는 게 많았다. 나무뿌리와 나뭇가지는 물론 함정까지 경계해야 한다.
엘프 여전사는 에드워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더니 베로니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감사의 말을 꺼냈다.
“저 혼자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덕택에 수고를 덜었군요. 벚나무 씨족의 헬레나예요.”
“교황청 교리법무성의 베로니카 캠벨입니다.”
“나한테는 감사 안 하나?”
에드워드의 태클에 베로니카가 웃으면서 대신 답해 주었다.
“너한테 감사하는 순간 네 조건에 동의하는 게 되잖아.”
“아, 그런가?”
헬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엘프가 정조 관념이 없다는 소리는 무료를 주체 못 한 일부 풍운아들 때문에 나온 오해죠. 저는 모범적인 시민이에요.”
“글쎄, 댁도 표준적인 엘프 전사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무슨 의미죠?”
“순찰자라고 했지? 활 어디 갔냐?”
헬레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아르데니아 시민병은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순찰대는 활로 무장한다. 충격보병과 기병은 고용된 인간 등이 더 많다.
“성격이 안 맞아서 안 들고 다닐 뿐이에요. 순찰대도 근접전 담당이 없는 건 아니고. 앵글리아인은 시시콜콜한 걸 따지는군요.”
“뭐, 그런가 보군.”
“그보다 아까 했던 말이 사실인가요? 영주가 성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질 않는다고요?”
“그래, 성벽 위에 며칠째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인댔어. 좋은 징조는 아니지. 집안싸움이 났다던가, 나쁜 일이 일어났다던가.”
헬레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는 베로니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집안에는 내분을 낼 만한 인물이 없어요. 영주가 성을 떠나지도 않았고요. 어쩌면 사교도나 악마의 수작일지도.”
“어떤 범죄가 벌어진 통에 자기들끼리 들쑤시는 중인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이 지방의 문제는 엘프들이 해결할 일일 텐데요? 아니면 기사단 지부에 도움을 청하시죠.”
빠른 선공. 베로니카는 도와주기 어렵다는 말부터 꺼냈다. 헬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아르데니아는 원정 중이라 지금 여기 올 수 있는 엘프는 많지 않아요. 그리고 사교도의 짓이라면 사제의 가호와 주문이 필요하죠. 돌아가거나 항구로 가서 사제를 찾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서 도움을 청하는 게 더 빠를 테고. 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귀하께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마지막 말은 딱딱했다. 베로니카는 중요한 질문을 꺼냈다.
“헬레나 양의 임무가 뭐죠?”
“앙베르 영주의 아들이 기사 수업을 받을 나이가 되었으니, 아르데니아로 데려오라는 명령이 있었죠. 만약 성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그 아이만이라도 빨리 구출할 거예요.”
“기사 수업을 받을 나이라면, 7살쯤 되었나요?”
“8살. 작년에 병을 앓아서 한 해 미뤘다는군요. 현재 그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예요.”
베로니카는 대답을 망설였다. 앙베르의 지배자와 엘프 도시 아르데니아는 일행의 여행에 중요한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식으로 요청이 들어온다면 무시할 수도 없었다. 에드워드는 헬레나의 등 뒤로 말을 몰아간 다음 말했다.
“대가가 있으면 못 할 건 아니지.”
베로니카가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헬레나는 곧바로 대가를 제시했다.
“설령 아무런 일이 없더라도, 아르데니아와 벚나무 씨족의 이름으로 사례를 하죠.”
베로니카는 결국 동의했다.
“사제가 나설 일이 아니라면 즉시 손을 떼고 떠나겠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헬레나는 글레이브를 어깨에 메고는 앞장섰다. 에드워드가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돈 말고 다른 거 안 되나?”
“안 돼요.”
느긋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베로니카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에드워드에게 경고했다.
“동의 없이 쟤 몸에 손댔다가는 씨족 전체와 원수질 거다?”
“동의하면?”
“그럴 일 없어요.”
베로니카보다 헬레나가 먼저 답했다.
앙베르 영주의 성은 낮은 바위 언덕 위에 지어진, 크고 견고한 돌벽 요새였다. 외성과 내성의 이중 구조로, 내성은 4층 탑이었다. 도개교는 내려와 있었지만, 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그 아래의 작은 마을은 영주 일족과 그 가신들, 고용인들이 안 나온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딱히 어떤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다. 투덜거리며 자경단을 꾸리고는 곧바로 방종에 빠져든 게 전부였다.
“기사님! 여기 계란 싸게 팔아요! 먹고 가요!”
마을을 둘러보던 밴시 리안나가 광장서 손을 흔들어 댔다. 에드워드는 코웃음을 쳤다.
“저 계란, 원래는 영주에게 바쳐야 할 현물이었을걸. 안 거둬 가니 상하기 전에 돈으로 바꾸려나 본데.”
에드워드는 마을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작을 한 꾸러미 짊어진 꼬마들이 양손에 죽은 새들을 잔뜩 든 채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혀를 찼다.
“영주가 손 놨다고 사냥터까지 손대는군. 인망이 없나 본데?”
“그러게. 걸리면 손목이 날아갈 텐데.”
베로니카가 동의했다. 헬레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앙베르 백작이 가혹한 세금으로 이름 높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이상하네요. 이곳 사람들의 행동은 마치 영주가 다시 성문을 열고 나오지 못할 거라 믿는 듯해요.”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오늘만 사는 건지도 모르지. 그런 놈들 많다?”
“아까 그 도적들처럼요?”
“그렇지.”
“잡담은 그만.”
베로니카는 둘의 대화를 끊고 성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 밤이 되지만 불빛 하나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기괴하네. 기척 없는 성채에, 뭔가 홀린 듯한 주민들이라니.”
“사교도의 짓인가?”
에드워드가 물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몰라.”
“문이 안 열리면 어쩌지?”
두번째 질문의 대답은 엘프 헬레나가 했다.
“등반해야죠.”
에드워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시작부터 중노동일지도 모른단 말이지?”
하지만 그 걱정은 성 앞에서 무색해졌다. 리안나가 성 앞에 짐수레를 세워 놓고 일행이 말에서 내리자,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조금 열린 것이다. 에드워드는 그 문틈을 바라보았지만, 외성에서 내성까지는 조금씩 짙어지는 어둠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수상한데. 뭐가 문을 열었는지 이단심문관의 주문 같은 걸로 판정 못 하나?”
“악마나 사교도가 아니야. 더 귀찮고 골치 아픈 거야.”
베로니카가 즉답을 했다. 그녀는 에드워드의 등 뒤에서 문틈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장 원시적인 사제야. 주술사야.”
리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술사요? 마녀 데보라 같은?”
“그 여자는 체계가 잡힌 숙련자였지. 기원의 대상이 정해져 있고. 이건 아니야. 완전 날것이야. 어떤 얼간이가 ‘아무나 좋으니 내 이야기를 들어 줘!’를 외쳐 버렸고 진짜 ‘아무나’ 와 버렸어. 그게 악령인지 옛것인지는 아직 몰라.”
“와, 잠깐 안을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많이 알아내셨네요.”
“그야 너무 흔한 일이거든. 이래서 교회가 엉터리 주술사를 싫어하는 거야. 사교도로 가는 전 단계나 마찬가지라고.”
베로니카는 마을 방향을 향해 눈을 돌렸다. 탐욕과 방종으로 미쳐 날뛰던 마을 사람들이 성과 짐수레 쪽으로는 접근은커녕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이단심문관이 할 일 맞네. 이 안에 주술사 또는 그 도구가 있어. 이 성채 사람들은 거기에 홀린 거야. 그것도 사람 죽이는 종류. 문제는 왜 우리에게만 이 문을 열어 줬냐는 건데, 짐작이 안 가네. 엘프를 찾는 건가?”
“엘프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건가요?”
헬레나의 말에 베로니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까지 이 문짝을 두드려 봤을 놈들과 우리 일행의 차이점이라면 그것뿐이니까요. 뭐, 아직은 추측이에요.”
전투전문가 에드워드는 상황을 먼저 확인했다.
“마을 놈들도 홀린 건가?”
“아직은 아니야. 그들은 본능적으로 방어 행동에 나선 거라고 봐.”
“주문은 몇 개 남았어? 둘?”
“넷. 이미 발동된 주술 도구의 존재를 감지하는 데는 주문까지도 필요없어. 구체적인 위치까지 알아내기가 힘들 뿐이지.”
베로니카의 말에 헬레나는 감탄했다.
“주문을 넷이나 축적하시다니, 사제로서의 역량이 대단하시군요. 제가 본 가장 뛰어난 사제도 셋이 고작이던데.”
베로니카는 사실 다섯 개까지 축적이 가능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계속 말을 이었다.
“감탄은 미뤄. 엘프 아가씨, 무기는 글레이브와 단검이 끝인가?”
“네.”
“베로니카, 마차에서 갑옷 꺼내 입고 철퇴 들어. 리안나는 재갈 물고.”
“어휴, 다른 방법을 찾든가 해야지, 이거 불편해서 어쩌죠?”
“알아서 해. 선두는 내가, 후미는 엘프가 맡는다.”
리안나가 불평을 쏟아 내며 꼼지락거리는 게 끝나자 일행은 문을 완전히 열고 짐수레와 말을 외성 안으로 들였다. 에드워드는 마구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주의 말들이 전부 쓰러져 있었다. 상태를 굳이 볼 필요는 없었다. 모두는 각자의 무기를 들고 외성 안쪽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마구간, 고용인 숙소, 간이 대장간 따위의 시설들이 있었지만 전부 텅 빈 상태였다.
외성 관찰이 끝나자 일행은 내성으로 다가갔다. 내성은 입구가 1층이 아닌 2층에 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역시 일행이 접근하자 문이 삐걱하고 열렸다. 리안나가 횃불을 들고 그 안을 비추어 보았다. 조용했다. 그리고 더 어두웠다. 일행은 하나둘씩 그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과 경비병들의 휴게실, 주방 입구 따위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에드워드는 계단을 곁눈질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작이 불에 타들어 가는 소리와 고기 타는 냄새.
그때 계단 아래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다급하게 달리는 속도였다. 게다가 일행을 향했다. 모두의 무기가 그쪽을 향했다. 1층에서 달려 나온 건 모습을 드러낸 건 머리쓰개와 앞치마, 단촐한 옷차림을 한 젊은 하녀였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 문 붙잡아!”
그녀가 외치는 순간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당황한 리안나가 문손잡이를 붙잡았지만 밴시 소녀의 힘으로는 그 속도를 전혀 늦추지 못했다. 에드워드는 그녀의 덜미를 잡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히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하녀는 옆으로 비켜선 일행을 지나쳐 그 문짝에 온몸을 부딪혔다.
“아아아아아아아!”
하녀는 절망에 빠진 소리를 흘렸다. 그녀는 문을 전력으로 당겼다. 하지만 문은 꿈쩍도 안 했다.
“열어 줘! 죽고 싶지 않아! 날 여기서 내보내 줘!”
“살고 싶으면 나한테 붙지? 일단 제정신인지 확인 좀 받고.”
에드워드가 농을 걸었지만 하녀는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도로 성 안으로, 주방 쪽으로 뛰어갔다. 그 순간 허공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천장을 향하는 순간, 수레바퀴처럼 생긴 큼직한 샹들리에가 하녀의 머리 위로 추락했다. 그녀는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콰직!
샹들리에가 살과 뼈를 짓뭉개는 소리와 함께 짧고 날카로운 비명이 끊겼다. 즉사였다. 리안나는 시퍼렇게 질려 버렸다.
“읍읍읍?”
에드워드는 바닥에 천천히 퍼지는 피웅덩이를 보고 쓰게 웃었다.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는데, 환영식이 악취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