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죽음은 언제나 악취미 (2)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일단 이것부터 확실히 하자고. 쟤 못 구한 건 내 책임 아니다?”
“넌 이 상황에 그것부터 걱정하니?”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잖아. 난 저거 예상 못 했다?”
“어휴, 알았어.”
증인 겸 이단심문관이 납득하자 에드워드는 다음 타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엘프 헬레나.
“그 꼬맹이, 시체로 만날 각오도 좀 해 둬야겠어.”
“……그래야겠군요.”
마지막은 리안나였다. 그녀는 프라이팬에 달라붙은 계란프라이처럼, 이미 닫힌 문짝에 눌어붙을 기세로 몸을 바짝 붙이고 입의 재갈도 풀어 버린 상태였다. 에드워드는 어이없다는 투로 질문했다.
“뭐 하냐?”
“나갈래요! 전 무서운 거 싫어요! 아픈 건 더 싫어요!”
“나가긴 어딜 나가? 일 끝내기 전에는 못 나가.”
“기사님 의지로 안 나가는 게 아니라 악령 때문에 못 나갈 거예요!”
“멍청아, 악령인지 아닌지 아직 모르잖아. 그리고 난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까 상관없어.”
“네?”
에드워드는 어깨를 한번 으쓱한 다음, 문의 왼쪽 아래 경첩을 붙잡았다. 콰드드득. 경첩이 엉망으로 찌그러지면서 문이 흔들렸다.
“봤지?”
헬레나는 경악한 표정을, 베로니카는 웃는 표정을 지었다. 헬레나는 서둘러 질문했다.
“경첩을 부수고 문을 열겠다는 말이에요?”
“뭐, 수틀리면.”
“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거죠?”
“설명하자면 좀 길어.”
베로니카는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수도원의 그 경첩, 기억하고 해본 거야?”
“기본이지.”
“그 경첩이 뭔데요?”
리안나가 질문했다. 에드워드는 짧게 대답했다.
“너 잡혀서 궤짝에 갇혀 있던 첫날밤 이야기. 신경 꺼.”
리안나의 동공이 충격과 공포의 기억으로 흔들리는 것을 무시하고, 에드워드와 베로니카는 주방으로 들어섰다. 베로니카는 허리를 숙여서 죽은 하녀를 살펴보았다.
“리안나, 횃불 좀 이쪽으로 더 기울여봐.”
혼비백산한 리안나는 주인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주방으로 들어와 지시대로 했다. 베로니카는 간단히 살펴본 다음 허리를 폈다.
“일단 다른 속임수는 더 안 보이는데.”
“열쇠 같은 거 없어?”
“무슨 열쇠?”
“시작부터 죽는 시체에는 어떤 단서가 있기 마련이지.”
“누가 그래?”
“괴담이 그냥 그렇더라고.”
베로니카는 에드워드를 흘겨본 다음 시체를 짓누른 샹들리에를 손가락질했다.
“그럼 저거부터 치워야겠네.”
결국 헬레나도 주방으로 들어섰다. 수레바퀴 모양의 샹들리에를 들어다 옆으로 치워 놓고, 하녀의 시체를 뒤집었다. 리안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다시 문짝으로 달려가 계란프라이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나가고 싶어! 여긴 요정한테 너무 가혹한 직장이야!”
에드워드는 리안나의 비명을 무시하고 샹들리에에서 기름 등을 뽑아내 헬레나와 베로니카에게 나눠 주었다. 에드워드가 점잖은 언사로- 주술사한테 죽을래, 나한테 죽을래? – 리안나를 돌려세운 다음에야 사방은 좀 더 밝아졌다.
주방 겸 작업장. 탁자와 양동이와 만들다 만 빵반죽이 널린 곳이었다. 샹들리에는 불이 꺼졌지만 아궁이는 은은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제야 에드워드는 탄내를 느꼈다. 그는 그 위의 오븐을 열어 보았다. 장갑 낀 손으로 석쇠를 빼내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지글지글 타는 사람의 팔.
“불려 온 게 식인 취미도 있나?”
“왜 이 빌어먹을 세상은 항상 사람 먹는 것들만!”
리안나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헬레나는 잔뜩 긴장했지만 베로니카는 피식 웃어 버렸다.
“어둠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 다 그렇지. 뭐, 그저 끔찍하게 죽였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거기엔 열쇠 같은 거 있니?”
“아니, 없어. 그냥 이렇게 죽은 건가 본데.”
“여기엔 열쇠가 있어요.”
헬레나의 말이었다. 그녀는 하녀의 허리춤에서 피에 물든 철제 열쇠고리를 꺼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븐을 도로 닫고는 말했다.
“그거 잘 간수해. 어딘가에는 쓸 구석이 있을 거야. 그 외에는 보자…… 이상하게 칼이 모자라군.”
“칼?”
“여긴 주방 겸 작업장이니까 칼이 널려 있어야 돼. 그런데 한두 자루뿐이야.”
에드워드는 도마 위 죽은 토끼의 목덜미에 꽂혀 있던 식칼을 뽑으며 말했다.
“그리고 토끼는 목을 쳐서 잡는 게 아니지. 오븐 안의 팔도 새까맣게 태운 거 보면, 먹는 데는 흥미가 없는 놈일지도 몰라.”
“침착하시군요. 익숙한 일인가요?”
“아니. 믿는 구석이 있는 거지.”
에드워드는 베로니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하녀의 시신에게 간단한 기도문을 읊어 주는 중이었다.
“적법한 사제로서 교회의 요구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전례를 행하니, 빛께서는 사제에 임하여…….”
법률 문서 같은 기도문이었다. 에드워드는 그녀가 돌아서자 말했다.
“끝났냐?”
“대충. 일단 언데드로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
“좋아. 이제 선택지는 대충 둘이네. 위층, 아니면 아래층.”
“여자가 튀어나온 아래층부터 뒤져 봐야 할까?”
“1층이나 지하는 볼 것 없어. 창고, 우물, 감옥 따위가 있을 게 뻔해. 게다가 하녀가 거기서 뛰쳐나온 걸 보면 악령이든 주술사든 거기엔 없어. 2층이 작업장이니까 3층은 홀이겠지. 몇 군데만 더 보고 거기로 가자.”
주방 겸 작업장인 2층에는 사실 더 볼 것이 없었다. 일행은 잠시 뒤 도로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3층은 에드워드의 예상대로 홀이었다. 평소에는 연회가 벌어지거나, 사람들이 영주를 만나는 장소. 그러나 올라서자마자 보인 건 바닥을 빈틈없이 덮은 사람들이었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졌다.
“다들 자는 건 아니겠죠?”
리안나가 모기날개 소리로 질문했다. 에드워드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사람들한테 걸어갔다.
“썩는 냄새는 안 나는데…….”
그는 열쇠검 끝으로 제일 가장자리의 사람을 툭툭 건드려 보고는 말했다.
“죽었네.”
“이쪽도요. 다 죽었어요.”
엘프 헬레나의 말이었다. 그녀는 에드워드보다 거리를 벌리고 글레이브로 시체들을 쿡쿡 찔러 보았다.
“여름인데 시체가 안 썩었어요.”
“이 서늘한 기운과 관계가 있는 걸까?”
그때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홀의 동쪽,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는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이쪽으로! 거기 있으면 위험하오!”
동쪽에 제일 가까웠던 베로니카가 등불을 높이 들어 올려 보았다. 수염을 기르고 사제복을 입은 백발노인이었다. 그는 아치형 출입구에 기대 있었는데, 가슴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 앞으로 나섰다.
“누구냐?”
“백작의 전속 사제요! 그보다 어서 그들에게서 떨어지시오! 다들 일어설 거요!”
일행은 화들짝 놀라서 다시 시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말대로였다. 시체들이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헬레나는 제일 안쪽, 영주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체를 보고 신음소리를 흘렸다. 건장한 체구에 옷은 가장 화려한 자였다.
“앙베르 백작…….”
“역시 백작 나리도 죽었군. 베로니카? 어느 쪽이 더 안전해?”
에드워드의 질문에 베로니카는 바로 답변을 줬다.
“동쪽! 사제는 멀쩡해!”
일행은 곧바로 사제 쪽으로 붙었다. 시체들은 대개 건장한 남자들이었다. 영주의 가신들, 하인들, 병사들. 잘 무장한 기사도 있었다. 리안나와 베로니카는 전속 사제를 부축해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을 둘러본 베로니카는 짧게 말했다.
“기도실! 여긴 백작가의 기도실이야!”
“그렇소. 여기서 언데드들을 어느 정도 막으면서 버텼다오. 하지만 내 힘은 이제 바닥이오…… 오늘치 주문도 쓰기 어렵소. 사제가 와서 다행이오. 어서 주문을…….”
“아, 베로니카? 언데드한테 주문 쓰지 마. 주문 쓸 거면 저 영감이나 치료해.”
에드워드는 사제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는 열쇠검을 겨누고 입구를 막은 채 말했다.
“어차피 이놈들 다 족치지 않으면 못 나가.”
“여기서 싸우게?”
베로니카가 물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도실과 사제를 뒤에 두고 좁은 입구에서 싸우는 것만큼 언데드랑 싸우기 좋은 조건은 드물지.”
에드워드는 시체들의 손을 보았다. 다들 크고 작은 칼을 들고 있었다. 2층 주방에서 싹 사라졌던 칼들의 행방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에드워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놈들, 서로 찔렀구만?”
전속 사제는 그 말에 바로 꼬리를 덧붙였다.
“그것만이 아니오. 악령이 있소. 그년이 사람을 미치게 할 뿐만 아니라, 불쌍한 희생자들을 허공에 내던지고 목을 뒤틀었소.”
“년? 여자요?”
“8살 여자아이의 악령이었소.”
“나이까지 알다니 특이한데. 최근 이곳 영주가 여자애를 죽인 적 있소?”
사제는 마른침을 삼킨 다음 다시 말했다.
“그렇소. 하지만 최근의 일은 아니오. 8년 전의 일이오.”
그때였다. 큼직한 도끼가 어둠을 가로지르며 날아왔다. 에드워드가 나서기 전에 헬레나가 글레이브로 그걸 쳐 냈다. 깡! 에드워드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우. 빠른데.”
“도끼가요?”
“아니, 너. 방금 도끼 던진 건 언데드 아니지?”
“네, 그보다 더 높은 데서 날아왔어요.”
그때 악령의 거대한 외침이 홀을 뒤흔들었다.
“내 집에서 나가!”
외침이 메아리치는 순간 리안나는 제단 위 황금타우십자가를 향해 엎드렸다.
“주님, 저 개종했으니까 좀 살려 줘요! 맨날 소원도 기도도 무시하고 그러면 개종이 무슨 소용이야!”
일행은 밴시의 방종한 기도를 무시했다. 에드워드는 악령에 지지 않고 마주 외쳤다.
“집? 아르데니아에 전입 신고는 했냐?”
대답은 없었다. 언데드들이 첫 발을 떼는 순간 사제가 말했다.
“자기가 영주의 딸이라고 하더군요.”
“미친 거 아냐? 영주는 아들 하나뿐이라고 들었는데?”
“이름도 세례도 받지 못하고 죽은 쌍둥이 여아요. 엘프를 증오하지요.”
“아, 그래서 우리에게 문을 열었나 보군. 그런데 악령이 왜 엘프를 싫어하지?”
사제는 헬레나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작 부인은 난산이었소. 쌍둥이 중 하나만 살릴 수 있었지. 불행한 일이었소. 그때의 산파는 엘프들이 보낸 의사였다오.”
헬레나는 돌아보지 않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 의사가 아니라 전사인데요?”
사제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약간 맥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엘프잖아.”
“불합리한 증오군요.”
“합리적이면 그게 악령이겠어?”
“하긴, 당신도 아르데니아의 엘프 전체에 유감이 있다고 했죠.”
“당신 가슴엔 이제 유감 없는데.”
“안 돼요.”
진지한 것 같지만 진지하지 못한 대화였다. 사제는 쥐어 짜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농담하며 대처할 일이 아니오, 교회의 기사여.”
“난 교회 소속이 아니라 저기 이단심문관에게 고용된 거요. 뭐, 어쨌든.”
에드워드가 말을 다 하길 기다려 주지 않고 첫 번째로 돌격한 언데드는 완전무장한 기사였다. 에드워드는 놈의 칼을 받아 내 흘려낸 다음 목을 날려 버렸다. 하지만 수도원에서 맞닥뜨렸던 언데드들과 달리 놈은 머리가 날아간 상태에서도 비틀거리며 다시 자리에 섰다. 에드워드는 감탄했다.
“얼씨구? 이놈은 좀 질기네?”
놈이 다시 자세를 잡는 순간, 에드워드는 그냥 놈의 오른 어깨를 대각선으로 내리쳤다. 콰직! 사슬갑옷이 부서지고 가슴팍까지 열쇠검이 파고들었다. 놈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헬레나가 그다음 공격을 이었다. 그녀의 글레이브가 놈의 팔을 마저 잘라 냈다. 기사 언데드는 포기하지 않고 남은 손으로 에드워드의 열쇠검을 붙잡았다.
그 순간 언데드 무리가 일제 돌격을 시작했다. 열쇠검을 봉쇄했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저 우연의 타이밍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씩 웃고는 열쇠검을 있는 힘껏 돌렸다. 우드드득! 가슴이 뜯겨 나간 기사 언데드가 드디어 쓰러졌다. 헬레나는 다시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대체 그 힘의 근원이 뭐죠?”
에드워드는 열쇠검에 사람의 가슴팍을 매단 채 언데드들을 노려보며 답변했다.
“성인.”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백작가 전속 사제와 엘프 헬레나가 납득하는 사이, 에드워드는 언데드들을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나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세례를 못 받았어? 주술에 걸렸어? 알 게 뭐야, 시발! 네깟 것들이 혓바닥 좀 놀렸다고 성인에게 저주받은 나보다 불경하냐?”
사제와 엘프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베로니카가 뒤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걸로 경쟁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