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39)
39화 꼬마 악령
결국 리안나의 설명으로 에드워드는 꼬마 밴시를 벗기고 멀쩡한 처녀를 학대했다는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베로니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자기 앞에 무릎 꿇은 캐슬린을 요모조모 뜯어 보았다. 캐슬린은 이단심문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눈을 이리저리 돌렸지만, 에드워드는 그녀를 곤경에서 구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맞지? 산 거 아니지? 얘 죽은 거라니까?”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녀는 캐슬린의 앞에 쪼그려 앉더니,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 보았다. 주물주물. 에드워드는 감탄하면서 그 광경을 보았다. 잠시 뒤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네. 산 게 아니네, 이거.”
“이단심문관님, 그 노하우 좀 알려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게 쓰겠습니다.”
에드워드가 농을 걸었지만 베로니카는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
“천국에 보낼 거면 확실히 보내지, 얘를 왜 끝장 못 내고 여기다 불러왔어? 이곳 악령만으로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덤이야? 여기가 악령 시장이야? 2개 사면 할인해 주고 3개 사면 하나 더 주는 동네야?”
“그걸 왜 나한테 따지냐? 너도 얘가 천국 간 줄 알았으면서.”
“그게 문제야! 나 이미 교리법무성에 편지 썼어! 니가 악령을 정화했다고!”
“까짓거, 정정하는 편지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내 평점이 깎여!”
에드워드는 다시 감탄했다. 교회 행정 조직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일갈이었다. 베로니카는 팔짱을 끼고는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물론 성자의 저주를 받은 손으로 두들겨 패 정화를 시도한 전례가 없었으니 참작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부풀려도 모자랄 성과를 괜히 깎는 짓을 하면 교리법무성 안에서 내 입지가…….”
“언젠가 교리법무성은 그 관료주의와 보신주의 때문에 사고 칠 것 같다.”
“네가 신경 쓸 일 아니거든?”
둘의 눈치를 살피던 캐슬린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게, 천국 가긴 갔는데요……. 수문장님이 그딴 식으로 오지 좀 말고 회개하고 오래서 쫓겨났어요.”
에드워드는 킬킬 웃어 버렸고 베로니카는 이마를 짚었다. 주먹이 문제인지 귀접이 문제인지 정확히 묻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다. 그녀는 캐슬린에게 물었다.
“지옥은 안 가 봤어?”
“가 봤죠. 기사님께 한 맹세가 아직 유효하니까 도로 내려가라고 쫓아내던데요. 정신 차리고 보니 기사님의 허리띠에 들러붙어 버렸죠.”
베로니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망할 종마 새끼가 타락하든가 아님 이 망령 새끼가 회개하든가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소리잖아, 그거.”
“어, 그런 건가요?”
“너 회개 덜했냐?”
에드워드의 질문에 캐슬린은 몸을 배배 꼬았다.
“잘 모르겠는데요오…….”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목을 팔로 끌어안고 구석으로 간 다음 속삭였다.
“안 되겠다. 쟤 당분간 네가 데리고 있어.”
“어, 그래도 되나?”
“교리법무성에 들키지만 않으면 돼. 어떻게든 숨겨.”
“그럼 당장 엘프 년한테서부터 숨겨야 되는데?”
“일단 겉보기로는 산 사람과 별 차이가 안 나니까 생존자라는 식으로 넘어가든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숨겨야지. 아, 나 보고서에 쟤 이름 안 썼거든? 그러니까 별개의 존재라고 우겨 보는 것도 생각해 보자.”
“쉽게 설명해 줄래?”
“늪지의 악령 캐슬린은 공식적으로 천국 갔고, 허리띠의 캐슬린은 네가 우연히 얻은 마법 아이템.”
“근데 그거 감정하면 망령인지 정령인지 마법인지 다 들통나지 않나?”
“감정 안 받으면 돼. 이미 아는 걸 감정받아서 뭐 하게. 쓸데없이 눈 좋은 놈들만 피하면 돼.”
“하긴. 근데 어디서 얻었다고 하지?”
“기회 봐서 내가 날조해 줄게.”
베로니카와 에드워드는 다시 리안나와 캐슬린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둘을 보고 베로니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이미 요정도 데리고 다니는데 망령이 대수겠니.”
“아하하…….”
리안나와 캐슬린은 둘 다 어색하게 웃었다.
베로니카는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에드워드가 주워 온 검은 원판을 일행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이건 일회용 주술 도구야. 별자리의 힘을 이용하지. 악마의 도서관과 연결되어서 ‘필요한 지식’을 주는 물건이야. 하지만 술자가 도리어 악령에게 잡아먹히면서 그 지식들은 악령의 것이 되었단 말이지. 심각한 문제긴 하지만, 이것 자체는 이제 별 힘이 없어.”
“안 위험하단 말이지?”
에드워드가 질문하자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정 별자리들의 힘으로 영적인 존재와 접촉하기 쉽게 해 주는 것 정도가 고작이야.”
“그럼 캐슬린은 계속 이 상태야?”
“몰라. 그건 이제 주술 도구가 아니라 너와 네 허리띠와 저년의 문제야. 그건 네가 실험해 봐.”
“쟤랑 해도 됨?”
“해라, 해. 뭐든지 해 봐. 이 종마 자식아.”
베로니카는 에드워드를 한번 꼬나본 다음, 앞장서서 옥상옥으로 향했다. 에드워드, 리안나, 캐슬린은 그녀를 졸졸 따라갔다. 베로니카는 그 건물 안의 마법진과 시체까지 살펴보았다. 그녀는 시체의 소지품을 뒤져 본 다음 결론을 내렸다.
“신분은 아마도 백작령의 말단 병사. 정황상 이 시체가 주술을 실행한 놈이겠지.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주술사는 아니네.”
에드워드가 물었다.
“어떻게 알아?”
“우연히 기도가 닿은 경우가 아니라, 주술도구를 사용하는 전문 주술사라면, 주문의 반동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도구 역시 한둘 더 있기 마련이지. 이 시체는 그런 게 없어.”
“그럼 우연히 주술 도구를 얻은 불행한 남자인 건가?”
“그런 것치고는 마법진이 너무 정교하지.”
베로니카는 시체의 소지품 중 작은 종이쪽지를 집어 펼쳤다. 그것의 중앙에는 벽의 것과 똑같은 마법진이, 구석 자리에는 나란히 옆으로 붙은 3개의 정사각형이 그려져 있었다. 베로니카는 바로 욕을 내뱉었다.
“하아, 또 이 새끼네.”
“왜? 뭔데?”
“이 정사각형 상징은 아주 유명한 놈이야. 교리법무성에서는 ‘지나가는 주술사 니코스’라고 부르지. 제 딴에는 사람들을 돕는다면서 주술 도구를 뿌리고 다니는 떠돌이야. 실력은 일류 중 일류라서 교회에 잡히지도 않아.”
“사교도인가?”
“악마에게 가르침을 받긴 했지만 사교도는 아니야.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 여튼 이 시체는 그 주술사에게 그럴싸한 말로 이 주술 도구를 받아 냈을 거야. 그리고 자기 목적을 위해 썼는데…….”
“뭔가 잘못됐다?”
“아마도. 그 ‘지나가는 주술사 니코스’의 건망증이 도졌거나, 이 자식이 어설픈 지식으로 오용했거나.”
하지만 이 성탑의 악령은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 특히 영주는 끔찍하게 고문하다 죽였다. 보통 주술이 아니다. 리안나는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다른 데서 힘을 꾸준히 공급받는 타입은 아니란 게 확실해졌으니 이제 이단심문관의 주문 세트를 선물해 줘야지. 내려가자!”
일행은 옥상에서 4층으로 바로 내려갔다. 에드워드는 계단 아래 증기사우나에 눈길을 줬다. 커다란 장롱이 문짝을 막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욕지거리를 뱉으며 장롱을 걷어찬 다음 문을 열었다. 그가 이미 탈출했기 때문인지 증기는 더 올라오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푹 젖은 옷가지들을 그 방에서 꺼내 물기를 짜냈다.
“밴시 마법으로 옷 마르게 하는 법은 없냐?”
“저는 마법 같은 거 모르는데요.”
“세탁이 되면 탈수와 건조도 자동으로 되어야 하는 거 아냐?”
“와, 폭언! 제가 대체 무슨 재주로 햇빛과 바람을 대신해요?”
“골드스타 가문은 하던데.”
“대체 뭐 하는 가문이래요?!”
“경쟁 가문으로 쓰리스타가 있단다.”
“그런 괴물 같은 집안이 또 있어요?!”
“돈은 쓰리스타가 더 많은데 빨래는 골드스타가 더 잘하지.”
“대체 왜?!”
“이 가문들은 빨래가 끝날 때마다 악기 연주도 한다?”
“대단한데 이상해!”
“애한테 이상한 이야기 막 지어내서 들려주지 마.”
베로니카가 태클을 걸자 에드워드는 킬킬 웃었다. 그는 리안나한테 그녀의 옷을 던져 준 다음 자기 옷을 입었다. 여전히 축축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 입으면 악령의 어떤 수작에 당할지 모른다. 에드워드는 젖은 천 옷 위에 사슬갑옷과 서코트까지 챙겨입은 다음 중얼거렸다.
“녹은 안 슬어야 할 텐데. 다 끝나면 기름통부터 찾아봐야겠다.”
에드워드는 캐슬린의 목줄로 썼던 허리띠를 풀고 다시 자기 허리에 찼다.
“이단심문관이 바로 옆에 있는데 엉뚱한 짓을 하지는 못하겠지.”
“그럼요. 그리고 저 지금 아무런 힘도 없다니까요?”
“그래, 잘됐네.”
에드워드는 캐슬린의 어깨를 붙잡고 선두에 세웠다. 밴시 리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 기사님. 그거 설마…….”
“넌 자주 해 봤지? 위험한 곳에는?”
“개부터 밀어넣는 법이다!”
리안나의 말에 캐슬린은 죽상이 되었다.
“제가 개군요.”
“아까 네 발로 기어 봤잖아. 그래서, 저 너머에는 악령이 있는 거 같냐?”
에드워드는 규방 너머 침실의 문짝을 가리켰다. 캐슬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안 느껴지는데요.”
“확실해?”
“아마도?”
에드워드는 캐슬린을 밀치고 규방을 통과해 침실 문짝 바로 앞에 섰다. 하지만 베로니카도 고개를 저었다.
“없어.”
에드워드는 문을 열어 보았다. 침대 위에는 백작 부인의 시체만 있었다. 에드워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망할 꼬마 악령이 엘프 년을 데리고 어디로 갔을까?”
“이미 죽은 거 아냐? 시간도 꽤 지났는데.”
“백작에게 한 짓을 보니 쉽게 죽일 것 같지는 않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려고 하겠지. 캐시, 다시 냄새 맡아 봐.”
“냄새 맡는 거 아니에요!”
캐슬린은 머리를 싸매고 한참 끙끙거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 근방에는 없어요.”
에드워드는 캐슬린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베로니카를 보았다. 베로니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악령 찾고 쫓는 데 개를 쓰는 동네도 있다지. 쓸 만하네.”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일행은 캐슬린을 앞세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홀의 시체들도, 기도실의 사제도 멀쩡했다. 베로니카는 사제에게 뭔가 아는 게 있나 물어봤지만 그도 아는 게 없었다. 기도실 안에서는 계단을 볼 수도 없었다.
“인간을 이동시킨 건 바닥에 한정된 능력일 겁니다. 아니면 베란다나 옥상 밖으로 던져서 추락시켰을 테니까요. 자주 쓸 수 있는 것도 아닌 듯하고.”
“한 위치에 고정된 NPC의 대사는 대개 별로 쓸모가 없더라.”
“예?”
“아무것도 아니오.”
그의 말은 에드워드와 베로니카도 짐작한 것이었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일행은 층 하나를 더 내려갔다. 2층, 주방 겸 작업실. 캐슬린은 역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1층이나 지하군. 젠장. 비밀통로 같은 거라도 있으면 골치인데. 차라리 감옥이어라, 제발.”
에드워드의 기원이었다. 1층은 창고, 감옥, 무기고였는데 불행히도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창고 옆을 통과해서 반대편에 있었다. 밴시가 먼저 코를 킁킁거렸다.
“물 냄새가 나는데요.”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는 개가 두 마리군.”
“너무해!”
캐슬린은 그 반대였다.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저기 있네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푸른빛이 계단에서 흘러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잡것이 또 같은 술수를 쓰면 어떻게 하지?”
“걱정 마. 같은 수법에 두 번은 안 당해. 교리법무성의 문장을 걸고.”
“좋아, 믿는다. 캐슬린은 잘 숨어. 엘프의 시선 밖으로만 다니도록.”
에드워드는 성큼 발을 내디뎠다.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고 곧 우물이 있는 지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 공간은 꽤 넓었다. 영주의 아들, 악령 들린 꼬마는 지하실 한가운데 우물 뒤에 서 있었다.
“너희 어른들은 얌전히 죽을 줄을 모르는군.”
악령의 말에 에드워드는 침을 뱉었다.
“엘프는 어쨌냐?”
그 순간 우물 위 천장에 매달린 도르래가 저절로 움직였다. 밧줄 끝에 달린 건 물을 퍼내는 바구니가 아니라, 통나무에 묶인 엘프 헬레나였다. 차가운 지하수에 푹 담겨 있던 그녀는 이를 딱딱 부딪히고 있었다. 다행히 어디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지만 시선이 흐리멍텅한 게 앞도 제대로 못 보는 듯했다. 베로니카는 빠르게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항복하고 얌전히 정화되면 별일 없을 거다.”
에드워드의 말에 악령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 집의 사제도 날 못 막았는데 네깟 놈들이? 내 부활을 방해하지 마라!”
다시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에드워드는 이번에는 그것을 느꼈다. 묵직하고 서늘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베로니카가 나섰다.
“너는 빛의 권능과 그 강함을 인정하라!”
그녀의 철퇴에서 빛이 나오는 것과 함께 바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악령은 분노해서 소리쳤다.
“그 알량한 기도, 이제 몇 개나 남았냐?”
“네 생각보다는 많을걸.”
베로니카가 대답했다. 에드워드는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열쇠검을 거꾸로 들고 악령이 깃든 소년에게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