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49)
49화 대업적 1호
에드워드는 따뜻하고 미끌거리는 감각 속에서 눈을 떴다. 다행히 만티코어 뱃속 같은 결말은 아니었다. 그는 큼직한 천막 안에 담요를 덮고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담요 안에 여자 둘이 기어들어 와 있었다. 에드워드는 아직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그 여자 둘이 베로니카와 헬레나라면 웃기겠단 생각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니었다. 담요 밖으로 얼굴을 내민 건 아가티우스가 버리고 간 창녀들이었다. 그녀들 중 하나가 에드워드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 깼어요?”
“뭐하냐?”
“간호 중이죠. 엘프들은 아르데니아에 보고하러 갔고, 이단심문관님은 기도 시간이시거든요.”
“여기 어디야?”
“캠프요. 기사님이 지켜 주셨죠.”
에드워드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꿈쩍도 안 했다. 고개만 좌우 위아래로 겨우 조금씩 움직일 정도였다. 창녀는 담요 밖으로 손가락을 꺼내 까딱거렸다.
“절대 안정. 이단심문관님이 주문을 다 때려 박아 겨우 회복시킨 거니까 무리하지 마세요.”
“왜 못 움직이는 거냐? 묶었어? 아니면 나 그만큼 크게 다친 거야?”
“전부 다요. 거기다 이단심문관님이 속박의 주문까지 걸어 놓으셨던데요.”
“마지막은 왜?”
“절대 안정하라는 의미겠죠. 기사님, 허리띠 아니었으면 만티코어랑 같이 죽었을지도 몰라요. 근처 다른 나뭇가지에 걸려 선 채로 기절해 계셨다니까요.”
에드워드는 텐트 한구석에 놓인 자신의 옷가지로 시선을 돌렸다. 허리띠 끝이 까불거리듯 까딱거렸다. 에드워드는 도로 창녀들을 보았다.
“그럼 너네는 절대 안정해야 하는 사람 위에서 뭐 하냐?”
창녀들은 배시시 웃으면서 일어났다. 담요가 벗겨지면서 벌거벗은 그녀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베로니카나 헬레나에 비길 수준은 아니지만, 아가티우스가 끼고 살았던 만큼 캠프의 창녀들 중에선 분명 상위권이었다. 그녀들은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말했다.
“만티코어를 때려잡고 우릴 지켜 준 기사님한테 보답하려고.”
“어떻게 보답해 줄 건데? 난 날 묶는 창녀들한테 별로 좋은 경험 없어.”
창녀는 손에 작은 병을 들고는 자기 손에 그 내용물을 흘렸다. 약간 달콤한 냄새가 나는 기름이었다.
“마사지죠.”
“체온도 올리고. 비 좀 맞으셨으니까.”
에드워드는 피식 웃어 버렸다.
“핑계는 좋네. 베로니카는 이거 모르지?”
“남자 맛도 못 봤을 사제 년한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해요?”
“얼굴 빨개진 채 도망칠걸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그러진 않을걸.”
“뭐야, 벌써 그 여자랑 밤새셨어요?”
“걔는 내 호위 대상이거든? 흠집 나면 큰일 나.”
분명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거부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용병 캠프 안이고 베로니카와 리안나가 있으니 여자들이 에드워드의 돈주머니를 들고 달아날 걱정은 다소 덜하다는 것. 이 여자들이 악령이나 악마 같은 것만 아니라면 별문제는 없다.
“마음대로 해라.”
미끈하고 끈적하게 달라붙는 그녀들의 피부는 매력적인 자극이었다. 피가 절로 더워지는 느낌에 에드워드는 마사지의 효과를 인정했다.
여자들의 손길이 슬금슬금 한곳으로 집중될 때쯤이었다. 헬레나, 페트로스, 베로니카가 천막의 문을 열더니 들어왔다. 선두는 헬레나였기 때문에 페트로스는 말릴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창녀들은 에드워드의 몸 옆에 누워 담요로 몸을 가렸다.
“너 환자거든?”
베로니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해 말로 동의했다.
“오는 거 거절할 수는 없잖아.”
“종마 놈. 멀쩡한 것 같네.”
베로니카는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창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아래 계집들, 살살 해라?”
창녀들은 담요 아래서 고개만 끄덕였다. 에드워드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안 말리냐?”
“걔들 떼어내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네놈 똥오줌을 누가 치우니.”
“아.”
베로니카 다음은 헬레나가 입을 열었다.
“아르데니아에서 지원 병력을 보냈습니다.”
“아르데니아가 보내는 지원 병력들은 항상 뒷수습만 하는군.”
“당신이 욕심부린 탓이잖아요.”
헬레나는 텐트 구석의 작은 상자 하나를 끌어다 그 위에 앉았다. 당황한 페트로스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만 나가지?”
“너나 나가.”
굉장히 낮고 단호한 어조였다. 페트로스는 더 말을 못 하고 천막을 나갔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렸다.
“화났어? 페트로스가 네 눈치만 보는데?”
“약간은요. 제가 당신 칭찬을 좀 하게 됐거든요. 그 사실에 화가 나네요.”
“그래?”
“아르데니아는 당신의 업적에 놀라움과 경의를 표했어요. 적절한 대가와 명예가 주어질 거예요. 만티코어의 동굴에 포로로 잡혀 있던 사람들도 당신에게 감사와 선물과 초대장을 남겼죠. 나중에 확인해 보세요.”
“넌 어쩔 건데?”
“약속대로 당신을 따라가야겠죠.”
“잘됐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요.”
“왜? 설마 만티코어로도 부족하냐?”
헬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과정이 문제예요. 업적은 당신의 가치가 아니죠. 제가 본 건 그저 운이 조금 더 좋고 저주가 걸렸을 뿐인…… 평범한 인간 기사니. 끝까지 놈의 갈기를 놓치지 않은 당신의 끈기만은 칭찬할 만하겠지만요.”
“나름 계산한 거야.”
“네?”
“올가미가 실패하고 놈의 목 뒤에 올라탔을 때, 갈기를 쥔 손에 힘을 주는 걸로 놈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지. 통나무 더미에 들이박은 건 우연이 아니야.”
헬레나는 잠시 입을 벌렸지만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렇다 해도 나머지는 우연이죠. 만티코어가 당신의 손에 붙잡히지 않았다면, 당신이 올라타지 못했다면, 놈의 시야가 자기 피와 빗물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지 생각해 봤나요?”
“만티코어의 식사용 고기 하나 추가란 말이지?”
“네. 그런 당신을 따라가도 제게는 특별한 경험이 남지 않을 거예요. 개한테 물린 것 같은 하룻밤만 남겠죠. 자그마치 만티코어를 쓰러뜨린 기사인데도 말이죠. 그게 어이없고 화나는군요.”
“저 녀석 운이 다할 때쯤 떠나면 되겠네.”
베로니카가 웃으면서 거들었다. 에드워드는 창녀들을 향해 말했다.
“나 좀 일으켜 앉혀 줘.”
창녀들은 담요 밖으로 나와 에드워드를 앉혔다. 그제야 에드워드는 베로니카와 헬레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 텐트 안에 여자가 넷이나 있다니 참 좋네. 흥분되는군.”
그는 킬킬 웃은 다음 헬레나를 향해 말했다.
“먼저 하나 밝히지. 난 업적에 매달리는 게 아니야. 업적이 곧 나다.”
“무슨 뜻이죠?”
“저승을 보고 돌아오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알아?”
헬레나와 베로니카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에드워드는 그녀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갔다 온 거지. 그때 깨달았어. 업적보다 중요한 건 없어. 그게 마상시합 우승 기록이든 왕실 챔피언 복무 기록이든, 내 족보든 뭐든 좋아. 내 흔적을 남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못할 것에 덤비란 말이 아니야. 할 수 있을 각이 보이는 데 안 하는 건 죄악이야.”
헬레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할 수 있을 각? 재미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그건 만용에 흐려진 판단이죠.”
“잘못 본 건지 아닌지는 내가 증명했다. 네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고. 여튼 난 재능을 얻었으니 시합마다 이길 거고, 여러 나라 왕들의 눈에 들 거고, 큰 땅을 얻어서, 손에 닿는 년들은 다 건드려 볼 거고, 자랑할 만한 무덤에 묻힐 거다. 하지만 그건 보통 기사의 명예 추구하고는 결과만 같고 동기가 다르지. 나는 업적이 곧 내 가치야.”
“명예도 애착도 없다는 건가요? 그럼 당신 영혼은 떠돌이와 다름없군요.”
“뭐, 그럼 너도 내 영혼이 붙을 곳은 못 된단 말이지.”
헬레나의 얼굴이 굳었다. 항상 인간과 기사의 가치를 논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도발당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는 창녀들을 향해 눈짓했고, 그녀들은 그를 도로 자리에 눕혔다. 에드워드는 긴 숨을 내뱉듯 말했다.
“여하튼 내 차례는 끝났다. 이젠 네 차례다. 너도 증명해 봐. ‘만티코어를 잡은 기사’의 업적이 될 가치가 있는지. 수단은 네 자유다. 따라오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지.”
따라오지 않아도 좋단 뜻이었다. 헬레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텐트를 나갔다. 베로니카는 에드워드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사후 세계를 언제 봤어? 들어 보니 만티코어 때보다 일찍인 것 같은데?”
에드워드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언제인지가 그리 중요한가?”
베로니카는 피식 웃었다.
“재밌는 말이었어. 출세가 목적인 건 남들과 같지만 동기가 다른 기사, 업적만이 가치 있는 떠돌이 영혼이라.”
베로니카는 몸을 돌려 텐트의 출입문에 섰다. 그녀는 에드워드를 흘겨보았다.
“너 실은 앵글리아나 왕실 챔피언 자리에도 애착이 없었던 것 아냐? 그래서 왕실 보물에 감히 손을 댄 거고.”
“나도 온전히 모르겠는데 네가 알리?”
“흥. 길거리에서 죽을 녀석. 여튼 푹 쉬어.”
그녀마저 텐트를 나가는 순간, 다시 창녀들이 에드워드의 몸에 올라탔다. 그녀들은 식어 버린 몸을 다시 달구며 기사에게 속삭였다.
“저런 콧대만 높은 년들보다 저희가 더 잘해 드릴게요. 저희도 데려가 주시는 거죠?”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였다.
“글쎄. 두고 봐야지.”
* * *
아르데니아는 아가티우스의 시민권 박탈과 사형을 선언했다. 시민과 군대를 버리고 도망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망친 아가티우스를 어떻게 잡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반대로 에드워드는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만티코어는 종족의 자존심 이전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는 순식간에 아르데니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수많은 엘프들과 인간들이 ‘만티코어를 죽인 기사’를 보러 몰려왔다.
둘의 극명한 대비 아래 벚나무 씨족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에드워드가 헬레나를 데려가는 것을 인정했다. 대괴수 만티코어를 잡은 것이 씨족과 도시를 위한 공헌으로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씨족 대표 중 가장 완강한 자들은 에드워드를 일부러 피하는 것으로 대처하려 했지만, 에드워드는 만티코어 대가리를 들고 그들의 집으로 쳐들어가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것 좀 저리 치우시오!”
아직도 역병의 악취가 풀풀 나는 만티코어의 면상을 마주한 엘프 강경파들은 결국 완전히 항복해 버리고 말았다.
“집정관 생활하면서 별별 인간들을 다 봤는데, 자네가 제일 놀랍군. 설득 수단이 참신해.”
동행한 아르데니아 집정관의 말이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만티코어 대가리를 도로 자루에 넣은 다음 뒤에서 대기하는 엘프 병사들에게 넘겼다. 한 발짝 뒤에 있던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헬레나 양이랑 같은 심정이네. 만티코어를 잡은 위대한 기사가 이런 개망나니라니.”
에드워드는 그녀의 소박한 불만을 무시했다. 셋은 그 집안을 나서면서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첫 시작은 에드워드였다.
“근데 여자 하나로는 거스름돈이 심하게 남는 것 같지 않습니까?”
“벚나무 씨족의 여전사면 충분히 귀하지.”
집정관이 대답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그리고 헬레나도 아마 거기에 동의할 겁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뭐, 흔한 남녀 간 자존심 싸움이죠. 내가 더 가치 있네 없네.”
“저런.”
“이제 저한테 걔는 가슴만 큰 엘프 년에 불과합니다. 만티코어를 죽인 기사에 빗댈 년이 몇이나 되겠어요.”
“벚나무 씨족이 들었으면 자네한테 결투를 신청했을걸.”
에드워드는 만티코어 대가리가 든 자루를 가리키며 고개를 크게 갸웃거렸다. 집정관은 정정했다.
“최대한 정중히 항의했을 거야.”
“여하튼 씨족 일은 씨족 일이고, 도시에서도 선물을 좀 받고 싶군요.”
“금화라도 줄까? 아니면 다른 여자? 죄짓고 벌 받는 중인 엘프 여자들도 있거든.”
“그래도 돼요?”
“귀한 집 딸내미들을 보내는 것보다 죄인들을 속죄 명목으로 보내는 게 더 나은 경우도 있지. 마침 자네가 성지순례 중이라니 핑계 갖다 붙이기 좋잖아.”
엘프라도 계급주의는 별수 없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참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다른 걸로 받고 싶습니다.”
“뭔가?”
“올리브 씨앗.”
집정관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지적했듯, 만티코어를 잡은 기사와 척을 지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날강도 만난 기분이군.”
“군대가 다 나가고 비어 버린 도시를 구원했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 안 됩니까?”
“빌어먹을 놈의 만티코어. 소리소문없이 여기까지 와서 이 지경을 만들다니.”
집정관은 에드워드 앞에서 처음으로 욕을 내뱉은 다음 에드워드의 어깨를 붙잡고 건물 그림자 아래로 들어가더니, 자기 허리춤에서 주머니 하나를 풀었다.
“조건을 붙이지. 앵글리아, 아퀴타니아, 북부 트레베리아에서는 재배를 시도하지 않는다.”
“너무 광대한데요.”
“우리도 기름 팔고 살아야지.”
“이거 싹은 나요?”
“집정관의 상징물 중 하나로 보관하던 거라 오래되긴 했는데, 아마 날 거야.”
“좀 멀쩡한 거 못 줘요?”
“그게 내 한계야. 그걸로 만족해 주게.”
생각보다 당황하지도 않고, 미리 준비된 듯한 씨앗을 주었다. 아마도 씨앗을 요구하는 자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일 것이다. 싹 틔우기는 쉽지 않을 게 뻔하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 주머니를 받았다. 언젠가 조건에 걸리지 않는 영지를 얻은 뒤 심어 보거나, 남에게 팔면 될 것이다. 그냥 평생 갖고 있기만 해도 된다. 어디 가서 자랑으로 내밀 만한 증표다.
“그럼 이거에 여자들 추가.”
집정관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고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등짝을 때렸다.
“하나만 해, 하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