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59)
59화 드워프 기준
밴시 리안나는 마차 관련 부품을 기웃거리다 관뒀다. 그녀가 어설픈 지식으로 땜빵 수리를 하던 짧은 시절은 가르달의 합류로 끝났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본업인 세탁과 옷수선으로 관심을 돌렸다.
“사제복은 어떻게 고치는지 이번에 잘 봐둘 거예요. 그러면 다음엔 제가 고칠 수 있어요!”
에드워드는 그녀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산업 스파이는 혀 뽑고 손 절단하는데.”
“고작 그걸로?!”
“애 놀리지 마, 이 애어른아.”
베로니카가 딴죽을 걸었다.
사제복의 수선이 끝난 뒤, 베로니카는 탈의실에 들어갔다. 잠시 뒤 나온 그녀를 보고 에드워드는 감탄사를 뱉었다.
“갑자기 서비스가 좋아졌는데?”
“너 보라고 입은 거 아니거든? 산 타면 치렁치렁한 게 거슬리니까 개조한 거야.”
베로니카의 사제복은 상체 부분만 금실로 수선하고, 하체 부분은 끈으로 조절해 여닫을 수 있게 개조되었다. 사실 노출이 어쩌네 기율이 어쩌네 해도, 수녀나 사제가 옷을 맘대로 개조해 야하게 입는 일은 흔했다. 에드워드가 그걸 먼저 연상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보기 좋네.”
“흥. 산에 올라가면 안에 다른 옷도 입을 테니 기대 마.”
이후 베로니카는 간단한 상비약 등 언제나 사던 준비물을 보충했다. 그리고 소금산에 들어갈 걸 대비해 촛불 등을 추가로 구매했다. 얇은 가죽 따위로 가림막을 만들어 빛만 투과시키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그후에도 베로니카는 시장을 한참 돌아다니더니, 방한복과 설상화 앞에 섰다.
“우리가 나설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요 근래를 돌아보면 어떤 경우로든 우리가 소금산의 이변과 엮일지도 모르겠어.”
“별일이네. 감으로 판단하다니.”
“나서기 좋아하는 네 탓이거든? 그놈의 업적이 뭐라고.”
“그래도 저건 사지 마. 설령 엮이더라도 만년설 있는 곳까지 갈 일이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잖아. 정 필요하면 차라리 소금산에서 사.”
“거기서 사면 비쌀걸? 게다가 우리 육로로 가면 겨울쯤에나 성지에 도착할 텐데 그때 입어도 되잖아.”
“마차에 쟁여 놓게?”
“리안나가 관리하면 썩지는 않겠지.”
“와! 추가 업무!”
리안나의 우회적 거부에도 불구하고 베로니카는 방한복을 샀다. 자기 것만.
“리안나는 토끼가죽으로 버티면 되겠고…… 너는 네 돈으로 사.”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더 살펴보고.”
에드워드는 주로 기호품에 관심을 가졌다. 무기는 열쇠검 하나뿐이고, 갑옷은 아르데니아에서 수리를 다 했기 때문에 신발 몇 켤레 보충하는 것 외에는 신경 쓸 것이 없었다. 그는 견과류와 건과류 등 오래 가는 기호품들을 골랐다.
연초는 사지 않았다. 연초는 교황청이 전매하는 작물인지라 비싸기 짝이 없었다. 호기심에라도 입에 댈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하지만 연초 가게 앞은 대낮부터 삼삼오오 모여 파이프를 피워 대는 드워프와 인간들로 만원이었다.
“면죄부 장사보다 연초 장사가 더 남는다더니.”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독점과 독점과 독점과 독점. 아르데니아는 올리브유를, 소금산은 암염을, 황금대구 상회는 바다 생선 수입 권리를, 교회는 연초를 독점했다. 독점은 돈이 된다.
“너도 독점하는 것 하나 생겼잖아? 만티코어를 잡은 기사.”
베로니카의 말에 에드워드는 쓰게 웃었다.
“좋기는 한데 알아서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잖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지어다. 연초도 교회 사람들이 땀 흘려 재배하는 거야.”
“그래, 나 도둑놈 심보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그때였다. 시내 쪽에서 웬 사람들이 그를 향해 바삐 걸어왔다. 옷차림들이 제법 근사한 사내들이었다. 갑옷을 입지는 않았지만 허리엔 검을 찼다. 그들은 에드워드를 향해 말을 붙였다.
“혹시 아르데니아에서 만티코어를 잡은 기사 에드워드 경이시오?”
“그렇소. 그쪽은?”
“오로트의 왕 폼페 폐하께서 보낸 종사요. 그분이 당신에 대한 소식을 듣고 초대하셨소. 무역로와 시민의 보호에 나서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겸해서. 꼭 한 번 방문해 주었으면 하시는데.”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돌아보았다.
“오로트?”
“소금산의 정식 국명이야. 몰랐어?”
“다들 소금산, 소금산 하니까 몰랐지.”
드워프 왕의 초대.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 다음, 옆으로 기울였다.
“혹시 물 줄어드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거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소. 그런 명령은 받지 못했으니.”
교묘한 대답이었다.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드워드는 옆의 잡상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매대를 뒤적거리던 에드워드는 잠시 뒤 리안나에게 조약돌만 한 납덩이 여러 개를 던져 주었다.
“넌 앞으로 이게 무기다. 잘 던져.”
“네? 어디다요?”
“소금산의 왕에게 물어보러 가자.”
종사는 난감하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 * *
“왕의 종사와 신하 중에는 인간들이 있지요. 그들이 꾀를 냈을 겁니다. 간악한 놈들. 정치를 하는 인간은 조심해야 하오.”
숙소로 돌아온 에드워드 일행이 드워프 왕의 종사를 만난 이야기를 하자, 가르달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는 자기 봇짐에 신발 몇 개를 더 엮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청하면 될 텐데, 꼭 본론을 나중에 이야기한단 말이오. 정치하는 인간들의 나쁜 버릇이라오.”
“나중에라도 이야기하면 다행이지.”
“내 말이 그거요!”
에드워드의 찬동에 가르달은 박수까지 쳐 줄 기세였다. 베로니카는 그들을 흘겨보았다.
“너도 기사면 정치가 후보거든?”
“네가 성지 가서 영지랑 신부를 줘야 정치가가 되든 말든 하겠지.”
“당장 영지가 급하면 헬레나랑 결혼하든가. 그래도 성지는 가야겠지만.”
“동침은 몰라도 결혼은 거부합니다. 아직은요.”
베로니카의 말에 헬레나는 단칼에 확언했다.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였다.
일행은 숙소를 나서 소금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들어섰다. 완만한 경사로 굽이치는 길이었다.
“내가 이런 경사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길 무시하고 직선으로 올라가면 참 빠르겠다는 거야.”
에드워드의 투덜거림에 베로니카가 나지막하게 답했다.
“못 올라가니까 이런 경사로를 만들지.”
역시 피로에 물든 목소리였다. 굽이길의 개수를 세던 에드워드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가르달에게 물었다.
“아, 묻는 걸 깜빡했네. 혹시 간밤에 내 방에 창녀 넣었소?”
“그랬소. 인간 기사들은 그런 걸 좋아하더라고.”
“일을 치른 것 같긴 한데 뚜렷한 기억이 없지 뭐요. 아침에 보니 이미 나가고 없더군.”
“저런. 미녀로 넣었는데.”
“드워프 기준이오?”
“다른 기준이 있소?”
“씨이부라아알!”
에드워드는 마상창시합 단체전 중 상대방 진영에서 꺽다리 왕 로버트를 본 사건을 떠올렸다. 물론 그 시합은 온갖 불리한 조건 끝에 에드워드네 진영이 대패했다. 딱 그 정도의 낭패감이었다. 가르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에드워드를 보다 말했다.
“취향 문제라면, 헬레나 양도 들어갔소만.”
에드워드는 뜨악한 표정으로 헬레나를 보았다. 그녀는 항상 똑같은 그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성이 에드워드 경의 요구에 응하려면 알아야 할 게 많다면서 참관을 권하더군요. 어차피 저한테 닥칠 일이니 나쁠 것 없다 싶어 응했어요. 능숙하게 잘 짜던데요?”
가르달이 황급히 물었다.
“그게 뭔 소리여?”
“이미 뻗은 사람은 기억이 없다고 손만으로 해결하더군요.”
대답을 들은 가르달은 자기 이마를 쳤다.
“본 과정 안 했어? 그런데 돈을 그렇게 받아 가? 약은 녀석들 같으니!”
드워프 기준과 엘프 기준 사이에 낀 에드워드는 뚱한 표정을 지었고 베로니카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에드워드는 헬레나에게 질문을 하나 더 했다.
“너도 손댔냐?”
“시범을 따라 해 보긴 했죠.”
“……무슨 생각이 들었어?”
에드워드와 헬레나 사이에 짧지만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헬레나는 몇 초 뒤 대답했다.
“이걸 감당하려면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
에드워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롱은 아닌 게 다행이다. 그는 가르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형편없는 서비스에 비싼 요금을 받는 창녀들’을 성토하느라 바빴다. 상인다운 태도였다.
여자의 손길 정도에 남자가 영혼의 상처를 입었다면 개도 안 믿을 것이다. 웃음거리나 안 되면 다행이다. 남성성을 과시해야 하는 사회. 억울해하거나 따지는 건 오히려 독이었다. 에드워드는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모르겠다. 내가 기억 못 하면 됐지, 뭐.”
일행은 아웅다웅하면서 이틀을 더 걸어, 드워프들의 잡곡밭과 방목지와 쉼터여관 따윌 지나쳤다. 그리고 경사로의 끝, 지하 도시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는 경비병부터가 드워프였다. 그리고 지하 도시 역시 통행세를 걷었다. 다만 에드워드 일행은 왕의 손님이기 때문에 면세였다. 에드워드는 다른 사람들의 눈빛을 즐기다 말했다.
“시기와 선망이 쏟아지는군.”
입구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는데 서로 간극이 상당히 멀었다. 게다가 벼랑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먼 곳의 문은 나무다리를 건너가야 했다. 먼 곳의 것이 화물용임이 단번에 보였다. 그곳엔 자그마치 화물용 승강기가 운행되고 있었다.
“리안나, 마차 몰고 저쪽으로 가.”
“저게 뭔데요? 왜 밑으로 바닥이 꺼지는 거죠? 괜찮은 거예요?”
리안나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향해 주먹을 보였다.
“실시.”
리안나는 즉시 실행에 옮겼다. 잠시 뒤 승강기에 마차째 탑승한 그녀가 비명을 꺅꺅 질러 대는 걸 무시하고 에드워드는 사람용 출입구로 들어섰다.
지하도시는 복잡한 굴과 방의 연속이었다. 출입구 주변 공간들은 정문이 돌파될 시 방어용으로 구축된 냄새가 더 강했다. 채광창은 좁았고 그 안은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인가 점점 공간은 넓어지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일행은 곧 드워프들의 ‘광장’에 도착했다. 그 순간 가르달만 빼고, 너나 할 것 없이 감탄사가 나왔다.
“장엄하구만.”
에드워드의 짧고 굵은 평이었다. 대체 무슨 재주로 파놓은 것인지 모를 거대한 지하공간과 그것들을 지탱하는 기둥들. 천장에는 거대한 도넛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린 은빛 원반이 매달려서 광장 곳곳에 빛을 비추고 있었다. 불빛의 수도 확연히 늘었다. 에드워드는 원반을 가리키며 가르달에게 물었다.
“저거 설마 은인가?”
“그렇소. 은거울이지.”
“부자군.”
“그 정도는 아니오. 일단 합금이고, 아주 얇다오.”
그래도 대단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소금산의 왕이 사는 궁전과 예배당이 눈에 들어왔다. 예배당은 놀랍게도 소금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이었다. 광장은 죄 돌인데 예배당만 소금이었다. 즉, 소금광에서 암염을 가져와 지었단 이야기다.
“돈지랄의 향연이구만.”
베로니카의 평은 좀 더 품위 있었다.
“지하라서 안은 어둡고 공기가 탁할 줄 알았는데, 제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군요.”
“안 보이는 곳에 환기갱을 여기저기 뚫어 놨소. 장소에 따라 수력과 풍력, 그리고 마법을 이용해 배기를 해결한다오. 그래도 인간들은 적응하기 힘들어 하지만.”
“빛은 어디서 해결하죠?”
“원반의 경우엔 저기로 빛을 보내는 채광창이 있소. 그리고 그 외에는…….”
가르달은 가로등을 가리켰다. 암염을 깎아 만들고 그 안에서 불을 피운 소금등이었다.
“가스등을 쓰지요.”
“가스?”
“지하에서 나오는 가스요. 포집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폭발 사고가 잦아서 흔하게 쓰진 않지만.”
에드워드는 정신없이 구경하다 말했다.
“채광창이나 환기갱으로 적이 침입할 가능성은?”
“당연히 방어 시설이 짝을 맞춰 같이 준비되어 있지요. 함정도 즐비하다오. 뭣보다 위치부터가 험하디 험한 곳이라 밖에서는 접근하기 어렵소.”
“오크 따위가 침범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리는군.”
“그렇소. 사실, 이 근방의 오크 부락들은 드워프 군대에 눌려 큰 군세를 이루지도 못했소. 대개 소규모 도적단 수준이고, 자기들끼리 아웅다웅하기도 바쁘지.”
“그럼 왜 소금산의 왕이 우릴 부른 거지?”
“나도 그걸 모르겠소.”
그때였다. 완전무장한 드워프 병사들이 궁성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아담한 체구의 인간 여성이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왔다. 마치 결혼식의 신부처럼 흰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아직 어린 티가 안 가신 금발의 미녀였다.
가르달은 기겁해서 허리를 숙였다. 대충 높으신 분이라는 건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여성은 에드워드의 앞에 멈추더니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지하 괴물들의 재앙이자 만티코어의 처형자이신 에드워드 경이시죠?”
“그렇습니다만, 숙녀분께서는?”
그녀는 살포시 웃으면서 자신의 소개를 했다.
“오로트 왕 폼페의 딸, 루이사입니다.”
에드워드는 숙녀 앞에서 잠시 멍을 때린 다음 가르달에게 시선을 돌렸다.
“드워프 기준 어디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