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61)
61화 플라잉 밴시
드워프 평균은 세간과 에드워드의 인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토벌대장인 드워프 장군은 가르달과 별다를 게 없는 성격이었다. 그는 흙더미 위로 쉽게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에 분노가 차올라 얼굴이 검붉어진 판이었다. 그는 루이사 앞에서 버럭거리다시피 열변을 토했다.
“본래 공성전은 공격군이 방어군의 3배는 되어야 하는데 지금 거의 1.5 대 1이오! 간악한 오크 놈들이 서로 연계해서 이따위 수작질을…….”
장군의 말을 무시하고 루이사는 지도를 펼쳤다. 드워프들의 지도는 꽤 정밀한 편이었다. 하지만 사라진 물길을 찾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크들이 점령한 물길은 지하도시와 산 아래로 흘러가는 물의 일부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큼 적은 양인 것도 아니에요. 대체 그 물을 어디로 흘려보냈을까? 그 마법 허리띠로 계속 찾아볼 수 있을까요?”
루이사는 에드워드 옆에 여자 형태로 나온 캐슬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저 산속을 저 혼자서 어떻게 다 살펴봐요?”
뒤이어 에드워드가 반대로 루이사에게 제안했다.
“그럼 병력을 조금 빼서라도 근처 봉우리를 점령해 관측하는 건 어떻습니까?”
루이사 역시 고개를 저었다.
“병력이 1.5 대 1이라잖아요. 조금이라도 뺐다간 바로 부담이 될 거예요.”
“어차피 올라가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토벌대장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이게 에드워드 경의 말대로 시선 끌기라면 놈들이 내려오지도 않을 거요. 병력을 차출하겠소!”
“봉우리에 올라가도 물길이 안 보이면 헛수고하는 것 아니에요?”
루이사의 말에 토벌대장은 앓는 소리를 냈다. 더 깊은 곳에서 물이 끊겼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크들이 물로 뭘 할 수 있지?”
베로니카가 의문을 제기했다. 에드워드는 당장 떠오르는 것을 하나 말해 보았다.
“수공.”
“수공?”
“지하도시나 소금광에 물을 쏟아 넣는다고 생각해 봐.”
“끔찍할 것 같긴 하네.”
둘의 대화를 듣던 루이사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크들에겐 그럴 기술과 인력이 없어요! 놈들의 영역에서 지하도시까지 땅굴을 판다니 말도 안 되죠!”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놈들의 영역이 아니라 물길이 끊기는 곳에서부터는? 그건 안 멀지도 모릅니다. 잊혀진 폐광이나 자연동굴 따위를 발견해서, 거기부터 작업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말이 안 돼요! 오크들 대부분은 여기서 싸우고 있을 텐데요?”
“정말 대부분이라 확신합니까? 오크의 숫자는 아무도 확신 못 합니다. 지금 전선도 그렇잖습니까?”
루이사도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굴렸다.
“정말로 물이 소금광이나 도시로 쏟아져 들어온다면…… 도시나 광산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그래서 오크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뭐죠?”
“오로트 왕국의 멸망은 어떻습니까? 오크는 몰라도 악마는 좋아할지도.”
“멸망까지는 안 갈 거예요. 드워프들은 건축과 갱도 전투의 달인이니까, 지금이라도 대항할 갱도를 파거나 배수로를 미리 파 둔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어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럼 이제 뭐가 필요합니까?”
에드워드는 지도에서 눈을 뗐다. 루이사는 확신에 찬 소리로 말했다.
“물길의 행방을 알아야 해요. 병력의 증강을 요청하죠. 저 목책을 넘어서 놈들을 쫓아가면 물길을 찾을 수 있어요. 소금광에는 적 갱도를 찾아보라 하고요.”
지휘부는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에드워드는 드워프 토벌대장을 향해 말했다.
“증원군은 언제 올 것 같습니까?”
“지금 전서구를 보내면,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고 예비 병력도 있으니까 빠르면 모레쯤.”
“그럼 증원군이 도착할 때쯤, 놈들 노포와 감시탑을 처리해 봅시다.”
“무슨 방법으로 말이오? 마법사? 놈들도 주술사가 있어서 정면으로는 힘들 텐데.”
에드워드는 말없이 리안나와 캐슬린을 붙잡았다.
* * *
오크들은 드워프 군대의 증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소강상태일 때, 그들도 준비를 많이 해 둔 상태였다. 노포에는 장전 중에 보호받기 위한 전면 방패까지 추가했다. 쏠 때는 방패를 치우고, 장전할 때는 가린다. 간단하지만 드워프 쇠뇌병들의 속을 뒤집어놓기엔 충분했다.
첫 공격 시간은 해가 진 직후였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 호위를 헬레나에게 맡긴 다음, 열쇠검을 뽑고 근질거린다는 투로 말했다.
“루이사 양한테 점수 좀 따 볼까?”
그 옆의 가르달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루이사 님이 인간에겐 미녀라니 욕심나는 건 이해하오만, 저게 살 빠진 거요. 그건 감안하시오.”
“응? 원래 뚱뚱했소?”
“미인이셨는데, 건축사가 되고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들었소.”
“드워프 왕실의 건축사가 그렇게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인가?”
그 순간 드워프 군대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크 목책과 노포에서 불길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오크들이 당황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에드워드는 그 모습을 보고 낄낄 웃었다.
“통했네.”
“그러게 말이오. 저게 되네.”
가르달이 답했다. 잠시 후, 오크들도 뭔가 깨달은 듯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드워프 군대는 바로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다 깨부숴!”
토벌대장부터 고함을 지르며 달려나가 버렸다. 루이사의 목소리가 그 뒤에서 들렸다.
“좀! 침착하게! 하라고요! 왜 대장이 선두에 달려가?!”
에드워드는 그제야 왜 루이사가 살이 빠졌다는 건지 알았다. 그는 가르달을 돌아보았다. 그는 애가 타는 듯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안 갈 거요? 오크 대가리를 깨야지!”
그는 병사가 아니라 에드워드를 따라온 전사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에드워드가 나가지 않으면 그도 못 나간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동료와 성격이 안 맞는 직장이란 피곤한 법이지.”
가르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과 나는 성격이 잘 맞아서 다행이오.”
“근데 취향은 크게 다른 것 같소. 이제 드워프 기준으로 넣지 마시오.”
“저번에 보니 경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츄라이, 츄라이였…….”
“하지 마쇼.”
* * *
밴시 리안나는 허리띠에 매달린 채 매우 느리게 하늘을 날았다. 그녀의 손에는 가리개가 달린 화승, 그리고 빈 나무틀이 있었다. 그 나무틀은 마치 길거리 장사꾼이 어깨끈으로 가슴팍쯤에 매달고 다니는 것처럼 생겼는데, 텅 비어 있었다. 원래 그 안은 작은 기름병으로 가득했다.
“내 명중률 봤죠? 내가 뭐랬어요? 망령은 이런 거 못 하지?”
리안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노포에 죄다 불이 붙어 버리는 장면은 확실히 볼 만했다. 멀쩡히 남은 노포는 둘뿐이었고 그걸로는 드워프 군대를 저지할 수 없었다.
리안나와 캐슬린은 야음을 틈타 예비 화살과 장작과 식량 따위에 먼저 불을 붙인 다음, 소란이 일어날 때쯤 노포를 불붙인 기름병으로 저격했다.
“돌멩이도 불에 타는 것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여전히 투석이 매섭네.”
허리띠 캐슬린은 태평하게 말했다. 리안나는 거기 동의하지 않았다.
“기사님이 우리 더 부려먹을 소리네요. 이제 그만 내려가요.”
“그 기사님이 명령한 게 하나 더 있었어.”
“네? 그게 뭔데요?”
“네 울음소리가 필요하시대. 히히힛.”
캐슬린은 음산하게 웃느며 리안나의 몸을 묶은 천에서 스르륵 매듭을 풀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리안나는 기겁했다.
“잠깐, 그게 대체 무슨……!”
캐슬린은 리안나의 말을 마저 듣지 않고 그녀를 접전지역으로 내던졌다.
“꼭 지옥 가세요오오!”
리안나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오크들 위로 추락했다. 캐슬린은 악령답게 깔깔 웃어 버렸다.
“난 가도 괜찮은데?”
미리 귀를 막아 놓은 드워프들과 에드워드는 그 순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전과 확대. 돌파당한 구멍은 대책 없이 넓어지기만 했다. 오크들은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곧바로 붕괴되었다.
에드워드는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린 리안나를 바라보았다. 탁 트인 장소인 데다 전투의 함성이 소란스러워, 밴시의 울음소리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효과가 있었다. 때문에 캐슬린은 리안나를 매달고 오크들 바로 머리 위를 스치듯 비행했다.
밴시의 울음소리는 리안나가 기절할 때까지 짧은 시간만 이어졌지만, 에드워드가 날뛰기에는 그걸로 충분했다.
에드워드는 쇠 투구를 쓴 오크를 손아귀 힘으로 두개골까지 박살 내고, 방패를 든 오크는 방패째로 손목을 비틀며 전진했다. 난전에서는 손아귀에만 한정된 괴력도 쓸 데가 있었다. 오크들은 더 기겁했고 드워프들은 사기가 올랐다.
“오오오오오! 찢어 죽이자!”
군대의 흉포함은 질 때 드러나고 호전성은 이길 때 드러나는 법이다. 에드워드도 마주 외쳤다.
“엔진 소리 죽이는데!”
엔진은 ‘전쟁에 사용되는 기계’란 뜻이니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재료가 집요정과 망령이라는 것만 빼고. 전쟁의 천사가 본다면 기뻐할 광경이었다. 기절한 리안나는 약간 김을 빼는 모양새였지만 곧 캐슬린이 치워 버렸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보던 루이사는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쟤 정말 불쌍하네요.”
숙녀의 보편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단심문관 베로니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고기 주면 다 잊으니까 걱정 마시죠.”
* * *
오크들의 2차 방어선은 그들의 갱도 바로 뒤에 만들어졌다. 갱도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빨아들이는 수로이기도 했는데, 그 옆으로는 오크들이 들락거릴 통로가 있었다. 즉 물길이 놈들의 방어선인 셈이었다.
“저기가 물길이군요! 대체 언제 저런 갱도를 판 걸까요?”
루이사는 감탄했다. 에드워드도 그게 궁금했다.
“잊혀진 옛 갱도나 뭐 그런 거 아닙니까?”
“아뇨. 소금광은 이쪽에서 작업을 한 일이 없어요. 역시 자연동굴일지도?”
“어쨌든 이번엔 만만치 않겠습니다. 놈들이 준비를 잘했네요.”
오크들의 방어선은 여전히 고지를 점거한 형태였다. 그리고 호되게 당한 경험을 반영했는지 화재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했다. 곳곳에 물통이 놓여 있었고, 한구석에서는 인간 노예들이 진흙을 잔뜩 개고 있었다.
오크들의 병종에도 개인장비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궁수가 큰 폭으로 늘었고 목에는 끈 달린 귀마개를 걸쳤다. 병력 손실을 보충할 셈인지, 창을 들고 헐벗은 인간 남자 노예도 곳곳에 보였다. 에드워드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크들이 노예까지 전쟁에 동원하는 건 오랜만에 보는군. 언제든 도주할 수 있었을 텐데.”
토벌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크 놈들도 약아서 아무나 보내지는 않네. 배교자들을 중심으로 내보내거나 인질을 잡지.”
“어쨌든 바닥을 드러냈단 말이군요.”
“그렇지. 급하긴 급한 모양이야.”
에드워드는 다시 루이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물의 양과 갱도를 보고 어떤 판단을 내리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출구 자체는 소금광까지의 거리는 꽤 있지만, 물이 끝도 없이 들어가는 걸 보니 매우 깊은 모양이에요. 어쩌면 소금광과 거의 이어지기 직전일지도 모르죠. 저 안에 막대한 양의 물이 저장되어 있고, 오크들이 수문 역할을 하는 것을 치워 수공을 개시한다는 구조가 되겠죠.”
납득이 가는 시나리오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한 인간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오로트의 전령이었다. 그는 토벌대장과 루이사 앞에 무릎 꿇었다.
“소금광의 광부들이 적 갱도를 찾았습니다! 땅 파는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오, 빨리 찾았네?”
에드워드가 감탄했다. 루이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갱도가 깊다는 뜻이겠죠. 우리도 모르는 동굴을 오크들이 찾아서 수공을 기획하다니, 놀라운 일이네요.”
“뭐, 어쨌든 해결이 됐군요.”
전령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뭐가 아니란 말이지?”
대장의 말에 전령은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갱도가 한둘이 아닙니다! 제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만 서른이 넘습니다! 소금광 전체에 땅 파는 소리가 울릴 지경입니다! 지금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소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악이 지휘부를 휩쓸었다. 오크의 숫자는 아무도 확신 못 한다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다. 토벌대장이 다급히 말했다.
“절대 불가능해! 인력이 없어서 노예까지 동원하는 놈들이?”
“그럼 확인하는 수밖에 없지.”
에드워드가 말했다. 그는 바로 자기 짐을 챙겼다.
“루이사 님과 함께 오로트로 돌아간다. 소금광에 가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