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위험한 문명 위험한 기계 (1)
전직 도적지휘관이자 현직 호반도시 파수꾼인 인간, 족제비는 자신이 갑자기 소금산의 왕실한테 불려 올라왔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소금광산 앞에서 에드워드는 루이사한테 그를 소개했다.
“쟤는 가슴 큰 여자만 약속되면 용기가 막 샘솟습니다.”
“천박한 자군요.”
“남 말 하시네!”
족제비가 바로 반박했다.
“기사님이야말로 그 왕가슴 엘프 때문에 만티코어랑 결딴냈다 했잖습니까!”
“저거 봐요. 천박하다니까.”
하지만 왕실의 숙녀 앞에서 소리치는 행동이야말로 그가 예절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에드워드의 지적에 루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쓸 만한 성정이군요.”
드워프 병사들이 족제비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방패를 쥐어주었다.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섰다. 에드워드는 그의 어깨를 짚었다.
“저 소리 들리나?”
소금광 안쪽,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 그리고 쇳소리들. 족제비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에드워드는 마저 설명했다.
“적이 갱도를 파헤쳐 소금광에 침입했다. 지금 드워프 군대들은 그거 일일이 막느라고 정신이 없어. 몰아내고 봉쇄하고, 뚫리면 다시 몰아내고. 끝도 없지.”
“그런데?”
“딱 하나, 놈들에게 안 들킨 갱도가 있어. 적 여덟 놈이 파서 만든 건데, 너무 작아서 다른 놈들은 모르나 봐.”
“샛길입니까?”
“똑똑하네.”
“그 샛길로 가서 뭐 하려는 겁니까?”
“조사. 가능하면 일망타진.”
족제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 양보해 줄 거 아니면 안 갑니다.”
헬레나와 수준이 같은 여자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헬레나는 에드워드의 뒤통수를 쏘아보았다.
“당신이 명령하면 하겠지만…….”
뒤의 말이 작아졌다. 절대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당연히 에드워드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난 분양 같은 거 흥미 없어. 지나가는 여자면 몰라도 쟨 내 거야.”
“그럼 이야기 끝났네. 안 갑니다. 제가 미쳤습니까? 척 봐도 뭔가 엄청 위험한데?”
에드워드는 씩 웃고는 그와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는 뭐라 속삭였다. 짧은 설득의 시간 후, 족제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합니다. 한다고요! 젠장! 준비 좀 합시다!”
그는 투덜거리며 보급품 더미로 뛰어갔다. 루이사와 헬레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헬레나가 먼저 질문했다.
“뭘 한 거예요?”
“소금산에 걔 취향에 맞는 아가씨가 있다고 해 놨어.”
이번엔 루이사가 질문했다.
“진짜 있어요?”
“전 모릅니다. 루이사 님께서 나중에 찾아주시죠.”
루이사는 어이가 없어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녀는 밴시 리안나가 자주 내뱉는 짧은 감탄사를 훔쳐서 겨우 평을 내렸다.
“와! 악당!”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찾으면 있겠죠.”
“그야, 오로트의 도시를 전부 찾아보면 저 치와 신분과 외모가 어울리는 아가씨가 없지는 않겠지만…….”
“혼혈도 괜찮을 겁니다. 풍만하기만 하면.”
“괜찮을까요? 혼혈은 대개 드워프 쪽 외모인데.”
“인간 기준으로도 봐줄 만한 예외는 항상 있잖습니까.”
드워프 혼혈 중 예외 사례로 루이사의 몸매를 들먹였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건 실례니까. 루이사는 풍만한 몸매도 아니었고. 그녀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졌다.
“제 친구들은 다들 귀족이니까 안 되겠고…… 유모나 도서관 쪽 인맥을 써 보면…… 왕실 소유 노예를 찾아보면…….”
열심히 궁리하는 루이사 대신 헬레나가 다시 질문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간 병사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죠?”
“첫째, 드워프 군대는 이제 손이 모자랄 지경이야. 둘째, 설령 드워프 병사를 모집해도 가르달 외에는 내가 컨트롤이 안 돼. 드워프는 자존심이 너무 세. 셋째, 유사시엔 버리고 튈 거야.”
헬레나는 경악해서 외쳤다.
“어떻게 사람을 사지에 던질 생각부터 해요?”
“다들 감수하고 하는 거야. 적 성벽에 제일 먼저 올라서는 병사가 금화를 받는 원리지. 저 치도 알아. 왕실 인사가 가슴 큰 아가씨를, 평민이든 노예든 찾아주는 기회가 또 올 것 같아?”
헬레나는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짧은 감상으로 대화를 끝냈다.
“인간 남자들이 유독 단명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남자가 변태가 아니라면 인류는 멸망하는 법이지.”
뒤이어 온 족제비네 패거리들은 좀 더 평범하고 쉬운 보상을 약속받았다. 돈. 물론 그 액수는 적지 않았다. 루이사는 패기 있게 소비 촉진을 선언했다.
“은화를 한 통씩 가득 채워 드리죠!”
“오오오오!”
졸지에 인간 병사들로 만들어진 결사대가 탄생했다.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루이사에게 헌신을 약속했다. 그 눈물이 얼마나 진실된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앙베르 백작령에서 쟤들 큰형님이 약속한 한탕이 물 건너갔으니 돈 궁한 놈들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어.”
베로니카는 그를 흘겨보았다.
“도적들을 돈으로 회유해 병사로 쓰는 거야 가끔 있는 이야기이긴 한데…….”
“돈 지랄의 때가 왔다.”
“네 돈이니? 소금산 돈이지.”
“소금산 돈 많잖아. 무덤 꾸밀 때 쓰지 말고 이럴 때 써야지.”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드워드도 실제로 많은 사례금을 약속받고 이 조사대를 이끌게 되었으니까.
다들 긴장감이 넘치는 것과 반대로, 밴시 리안나는 빙글빙글 돌면서 기쁨의 춤을 추고 있었다.
“쟤들은 옷 없어! 안 울어도 돼! 마법약도 안 통해! 불도 안 붙어! 사랑한다, 세상아!”
하지만 에드워드는 리안나의 정수리를 짚었다.
“너도 간다.”
“왜요?!”
“안 죽으니까. 그리고 번역기가 필요해.”
“안 돼!”
리안나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좌절했다. 가르달은 그녀를 안쓰럽다는 듯이 보고는 말했다.
“만능에 불사면 그것보다 무서운 게 없는데, 어찌 된 일인지 쟤는 참 팔자가 사납소.”
에드워드는 피식 웃었다.
“쟤 팔자보다 우리 저녁밥부터 걱정하쇼. 못 먹을지도 모르는 판에.”
샛길은 으슥한 곳에 있었지만 물고기 괴물들이 파헤치는 대형 갱도와 거리가 멀지는 않았기 때문에 드워프들이 신경 써서 위장해 놓았다. 제일 쓸모 있는 건 암염과 잡석과 죽은 괴물 잔해를 접착제 따위로 뭉쳐 놓은 덩어리였다.
족제비는 그 덩어리를 있는 힘껏 밀었다. 작은 틈새가 생기자 캐슬린이 쏜살같이 그 밖으로 나간 다음 돌아왔다.
“안전해요!”
족제비 뒤로 다른 인간 병사 둘이 더 붙어 장애물을 마저 밀어냈다. 에드워드는 대형 갱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산한 녹색 빛이 괴이한 도시 곳곳을 어른거렸다. 그 너머로 수많은 그림자가 보였다. 가르달은 그 숫자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전보다 더 늘어난 것 같지 않소?”
“많이들 깨어나고 있나 보군. 이대로 자기들끼리 잡아먹다 궤멸해 버렸으면 좋겠는데.”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그게 이 조사의 첫째 목적이었다. 적의 정확한 규모 파악.
드워프 군대는 수로쪽 오크들을 공략하는 동시에 각 갱도를 막는다. 그동안 에드워드를 포함한 조사대는 안쪽의 괴물들과 도시를 조사한다.
제일 마지막으로 지하 공간에 들어선 건 베로니카와 헬레나였다. 베로니카는 갱도 언저리만 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데 자원했다.
“이게 진짜 옛 종족이고 뭐든지 잡아먹을 놈들이라면, 교황청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야.”
베로니카의 말에 에드워드는 쓰게 웃었다.
“교황청이 이것까지 손 쓸 여력은 없을 것 같은데. 주문 하나 읊는 거로 이 자식들을 도로 잠들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네.”
“천사나 악마가 멸망시킨 도시들의 전설을 일개 사제한테 기대하기에는 너무 혹독한 거 아니니?”
“그럼 왜 따라오냐?”
“네 입으로 말했잖아. 주문 다섯 개나 쓰는 사제가 필요하다고.”
“그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거든?”
사실 말은 그렇게 해도 든든하긴 했다. 소금산은 이 괴물 종족에 대해서 기록도 정보도 없었다.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무얼 얼마나 먹는지, 앞은 어떻게 보는지, 번식은 어떻게 하는지,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지,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대화가 가능한지, 성향이 빛인지 어둠인지 중립인지 등등…….
“하긴, 이 도시가 뭘 섬기는지 알려면 사제가 따라오긴 해야겠지.”
조사대의 목적지는 사원이나 행정청으로 보이는 거대 구조물이었다. 도시 한가운데가 아니라 갱도 쪽으로 치우친 곳에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은 도시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덜했다.
조사대는 골목길을 시작으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도시 안은 괴물이 많지 않았다. 대개는 이미 먹히고 남은 잔해였다.
“이 녹색 빛은 처음 봤을 땐 없었는데, 이것도 무슨 번식을 하는 건가?”
베로니카는 건물에 달라붙은 형광 물질을 철침으로 긁어내 병에 담았다. 에드워드는 최대한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불빛 많이 필요 없고 좋네 뭐.”
베로니카는 형광물질이 묻은 철침을 한 병사가 든 횃불에 가져다 댔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녹색 빛이 사라졌다. 곧 연기와 그을음이 남았다.
“물기가 있네.”
베로니카는 그 옆의 흰색, 소금 같은 것을 긁었다. 그건 물기가 없이 푸석거렸다. 똑같이 횃불에 넣어 보자 밝은 빛을 내며 타기 시작했다.
“이것도 번식하는 게 맞나 봐. 빛을 내는 건 산 거고, 흰색은 죽은 거고.”
“잘 타네. 불 질러 볼까?”
“겨우 이걸로 화공이라도 벌이게? 택도 없어.”
베로니카는 병을 갈무리한 다음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장갑 낀 손으로 흰 가루를 만져 본 다음 손을 털었다.
잠시 뒤, 일행은 옛 종족의 도구와 마주했다. 하지만 그건 움직이지 못했다. 베로니카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쇠로 만든 지네가 있다면 그런 모습일 것이었다. 다만 그게 지네와 다른 것은, 웬만한 짐 마차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그 위에는 말라비틀어진 대형 상어가 꿰어져 있었다. 족제비는 검으로 그 상어를 툭툭 건드려 보았다.
“이건 안 먹었네? 맛이 없나?”
“동족을 먹는 놈들이 맛을 따질 것 같진 않은데.”
에드워드가 말했다. 그 순간 쇠가 돌을 긁는 소리가 울렸다. 지네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임은 명확했다. 하지만 눈앞의 기계가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다.
“미친 오크 놈들.”
“알뜰하네.”
베로니카와 에드워드가 각각 짧게 평했다.
새로 나타난 쇠지네는 상어를 꿴 것보다 작았다. 그 위에는 부상을 입은 오크들 셋이 고기경단처럼 뭉쳐서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저게 뭔지 알아?”
에드워드의 질문에 베로니카가 바로 대답했다.
“움직이는 걸 보니 알겠네. 고통의 기계야. 악마나 옛것에게 제물을 바치고 얻는 괴물이지. 실물은 처음 보는데.”
“용도는?”
“다양하겠지만, 저놈은 곧 알 것 같아.”
쇠지네는 꼬리 부분을 전갈꼬리처럼 치켜올렸다. 거기엔 수많은 철침들이 번뜩거렸다. 베로니카가 짧게 외쳤다.
“피해!”
투투투투퉁!
철침이 쏘아지면서 조사대를 덮쳤다. 대부분은 피했지만 운이 없고 행동이 느린 병사 하나가 바늘꽂이 꼴이 되어 쓰러졌다.
“수달이가 죽었어!”
족제비가 외쳤다. 에드워드는 그 말을 듣고 중얼거렸다.
“죽을 때 정도는 본명으로 불러주지, 힘 빠지게시리.”
에드워드는 바로 땅을 박차고 기계를 향해 달려갔다. 모든 투사 병기의 법칙이다. 재장전 때가 취약한 것. 그는 쇠지네의 꼬리를 잡은 다음, 있는 힘껏 비틀었다.
으지지직!
내부는 쇠가 아니라 물렁물렁한 슬라임 같은 것이 가득했다. 놈의 끊긴 꼬리 발사구로 철침들이 힘없이 흘러나왔다. 에드워드는 내용물이나 철침이 자기한테 떨어지기 전에 자리를 피했다.
쇠지네는 그게 유일한 공격수단이었는지, 아니면 어딘가 고장 났는지, 제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매달린 오크들만이 그 상황에 불만을 드러냈다.
“죽여줘! 어지러워!”
“제발 해방시켜 줘!”
조사대는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들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니까. 곧 더 많은 지네발 소리가 들려왔다.
“오크 새끼들의 고통은 곧 빛의 기쁨!”
베로니카가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 조사대는 냅다 사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한 오크가 처량하게 소리쳤다.
“이 간악한 사제년아아아아…….”
외침의 마지막은 촛불의 연기보다 덧없이 사라졌다.
일행은 드문드문 나타나는 괴물과 그 기계들을 작살 내면서 사원을 향해 돌진했다.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와 조사대도 알아듣도록 설명했다.
“고통의 기계까지 쓴 걸 보면 이 문명은 확실히 위험해! 악마와 연결되었거나 악마 같은 놈들이란 뜻이니까! 이걸 알아낸 것만도 꽤 큰 수확이네!”
“그럼 지금이라도 튈까?”
에드워드의 말에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만 찍고 튀자!”
“찍고 말이지.”
에드워드는 쓰게 웃었다.
문제의 건물은 분명 사원이었다. 석상들이 가득했으니까. 베로니카는 종이를 꺼내 부리나케 그곳 문자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나도 모르겠어!”
베로니카의 비명에 에드워드는 리안나를 불렀다.
“야, 번역기!”
“이상하게 부르지 마세요!”
대열 속의 리안나가 항의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잠시 뒤 그녀마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 순간 베로니카는 리안나의 머리를 붙잡고 몇 군데를 손 끝으로 짚기 시작했다. 리안나의 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어…… 쿠르베의 마도서에 있는 문자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요. 근데 그게 뭐예요?”
“잘했어!”
베로니카는 짧은 칭찬 뒤 다시 기록에 나섰다. 에드워드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의 시선 끝에는 사람보다 세 배는 더 큰 거대한 쇳덩이 거인이 움직이는 게 들어왔다. 에드워드는 짧은 논평을 던졌다.
“거대 로봇은 남자들의 로망인데 하필 내 적으로 만나네. 물고기 대가리들이 처음으로 부러워지기 시작했어.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