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64)
64화 위험한 문명 위험한 기계 (2)
에드워드의 헛소리는 무시당했다. 기계거인을 확인한 사람들은 다들 제각각의 방법으로 긴장감을 정비했다. 족제비가 헬레나를 힐끗거리더니 말했다.
“저거 말고 다시 당신한테 도전하고 싶은데.”
헬레나는 말없이 글레이브의 날을 족제비의 목에 들이밀어 그를 닥치게 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손을 풀었다.
“헬레나, 이 사원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어?”
“가능해요. 왜요?”
“저런 게 몇 기나 되는지, 놈들 무리가 어디 어디에 있는지, 다른 출입구는 없는지 뭐 이거저거 좀 살펴봐.”
“허리띠 쓰는 게 더 안 낫나요?”
“높은 데서 굽어보기는 엘프 시력이 더 낫지.”
“좋아요. 그러죠.”
헬레나는 더 말하지 않고 외벽 위로 뛰어오른 다음 지붕을 향해 달려갔다. 족제비는 볼멘소리를 냈다.
“저 괴물 같은 엘프 여자가 기사님 말은 잘 듣는군요.”
“벗으라면 벗을걸.”
“젠장. 역시 부럽네. 나도 여자나 만들고 올걸.”
그의 말에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돌아간다면 더 미루지 말고 그래야 할 것 같네.”
베로니카는 기록을 하다 말고 쓴소리를 던졌다.
“사내새끼들은 이 지경이 되어도 그런 말뿐이니?”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말하지만, 남자가 변태가 아니면 인류는 멸망한다.”
“명언이군. 형님으로 모셔도 됩니까?”
족제비의 말에 가르달이 끼어들었다.
“그럼 자네가 막내야. 저 밴시 바로 윗서열.”
족제비가 다시 뭐라고 하기 전에, 남자들의 대화를 다 들은 헬레나가 소리쳤다.
“대형 기계 셋! 전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그리고 좀 진지하게 해요!”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퍽 하는 소리랑 생선 대가리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에드워드가 돌아보니 첨탑 창문으로 어인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사원 안에 어인 다수!”
헬레나는 그 말만 남긴 다음 첨탑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창가의 어인을 걷어찬 다음 그 안에 남은 놈들을 베어넘기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그 광경을 볼 수 없었지만 가끔 창밖으로 튀어나오는 파편을 확인했다. 그걸 본 족제비가 이의를 제기했다.
“저래도 됩니까? 대화로 해결할 가능성이 아예 없어지는 것 같은데?”
“쟤들이 드워프 광산을 향해 땅을 파는 거로 이미 대화 가능성은 거의 없었어.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지. 꼴 보니 안 될 것 같네.”
잠시 뒤 헬레나가 창문으로 도로 나왔다. 그녀는 바늘구멍 같은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건 오크들의 수로였다. 그 아래를 살펴본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에드워드에게 전달했다.
“다른 출입구는 안 보이고 폭포 하나뿐이에요. 그 아래에 어인들이 바글바글해요! 도시 안으로는 안 들어오고 외곽으로 돌아서 소금광을 향해 나가고 있어요. 항아리 같은 걸 들고 다니면서 동료들을 깨우고 다니는 놈도 있고…….”
“그래서 도시 안은 정작 썰렁했던 거군.”
“……잡아먹는 놈도 있어요! 맙소사, 직접 보여 드리고 싶네요.”
헬레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라붙은 어인들은 도시 안이 아니라 외곽 지역에 다수가 소금기둥처럼 늘어서 있었다. 그들이 산 속으로 갇히는 도시에서 탈출하려 했다는 증거였다. 당연히 물을 맞고 깨어나는 놈들도, 물을 갖다 부어 동족을 되살리는 놈들도, 되살리자마자 잡아먹는 놈들도 전부 도시 외곽에 있었다.
“지옥이 이런 모습일까요?”
“뭐, 덕택에 도시가 텅 비어서 우리는 수월하네. 우리가 들어온 샛길은 보여?”
“그쪽은 아직 깨끗해요. 못 찾은 것 같아요.”
“잘됐네. 계속 지켜보고 있어. 우린 사원 안으로 들어가 본다.”
“조심해요. 이 안의 어인들은 물항아리를 가져와서 부활한 것 같아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폭포에서 물을 길어와 줄 노예가 있거나, 부활하자마자 사원으로 달려온 놈들이란 말이지.”
에드워드 일행은 사원 정문으로 들어섰다. 그 안도 계속 문자와 벽화의 연속이었다. 에드워드는 족제비를 앞세웠다. 족제비는 횃불로 사방을 비춰보며 말했다.
“젠장. 위험수당 세게 청구할 거요.”
“루이사 님께 따져.”
벽의 문장은 리안나가 띄엄띄엄 단어를 내뱉으면 베로니카가 해석했다.
“사원은 맞는데, 악마랑 관계가 없네.”
“그래?”
“조물주가 아니라 옛것을 섬기는 놈들이지. 다행스럽게도 그 옛것은 여기 없는 것 같아. 성지를 언급하네.”
“설마 우리네 성지는 아니겠지?”
“달라. 가장 멀고 가장 깊은 바다라고 하네.”
“그리고?”
“난생인데 알은 몇 개만 낳는 것 같아. 여기 기록만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것도 적혀 있어?”
“영웅의 탄생과 성장 같은 이야기가 쓰여 있거든. 얘들 기준이라서 좀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이 사원은 도시의 세 번째 사원이야.”
“물고기 대가리의 영웅담이라. 니모? 파닥파닥? 크툴루? 니노마에?”
“또 앵글리아 민담이야?”
“그런 게 있어. 여튼 이놈들은 악마의 종이 아니군. 그래서 오크들이 거리를 두고 있는 거야. 자기들이 잡아먹힐까 봐. 어떻게 이용해 볼 수 없을까?”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당연히 불가능하고.”
베로니카가 반박하는 순간, 족제비가 사원 안쪽의 문을 열자 어인들이 튀어나왔다. 열 놈. 족제비는 당황해서 그중 선두의 눈깔에 횃불을 박아 버렸다.
“끼에에에엑!”
눈에 횃불이 꽂힌 어인은 족제비를 끌어안은 채 달려가다 에드워드의 열쇠검에 옆구리를 꽂히곤 쓰러졌다. 한 놈 해결. 족제비는 잽싸게 놈의 품에서 벗어났다.
“죽을 뻔했네!”
“해로운 프리 허그네.”
“그게 뭡니까?”
“그런 게 있어.”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밴시 리안나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역시 위험한 곳에는 개부터…….”
이제 아홉 놈. 소금광 주변에서 갱도를 파던 것들보다 덩치는 조금 더 컸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힐끗 보았다.
“높으신 놈들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냐?”
“아니.”
“혹시 몰라서 다시 확인해 보는데, 대화는?”
어인들이 알아듣기 힘든 고함을 내질렀다. 베로니카는 철퇴를 손에 쥐었다.
“역시 안 되겠네.”
허락이 떨어지자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높이 들었다.
“족쳐!”
조사대는 함성을 지르며 어인들과 부딪혔다. 힘은 어인들이 훨씬 우세했지만 무기나 방패 따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인간 병사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게 골치일 뿐.
그리고 괴력의 기사 에드워드와 성난 드워프 가르달은 평범한 인간들보다 더 날뛰었다.
“뒈져!”
가르달은 직설적인 의사 표현으로 대화의 경로를 단절했다. 한 어인의 대가리도 같이 단절됐다. 병사들이 놈들을 방패로 밀쳐내는 동안 에드워드와 가르달은 한 놈씩 머리통을 박살 냈다.
“이대로 나가서 헬레나랑 합류합시다.”
에드워드가 목을 끊어낸 어인을 인간 병사들 쪽으로 걷어찬 다음 말했다. 가르달은 동의했다.
“좋소! 숫자도 많은 쪽이 엘프 하나에게 뒤질 수는 없지!”
그러나 일행이 사원 내부로 올라가는 것보다 헬레나가 내려오는 게 더 빨랐다. 일행이 겨우 2층에 도달했을 때, 헬레나는 더 높은 층에서 바로 2층 홀로 뛰어내렸다.
쾅!
어인 하나가 그녀에게 깔렸고, 또 다른 어인 하나가 그녀의 글레이브에 세로로 반쪽이 되었다.
“진심으로 싸우니까 대단하구만. 엘프는.”
한 인간 병사가 중얼거렸다. 에드워드는 내장을 질질 흘리며 한쪽 다리로 서 있는 어인을 걷어차 쓰러뜨린 다음 말했다.
“계단 안 쓰고 내려왔으니 반칙.”
“농담할 기운은 남아 있으시군요.”
헬레나가 핀잔을 줬다. 가르달은 껄껄 웃은 다음 헬레나의 발아래에 깔린 어인을 도끼로 내리찍었다.
콰직.
헬레나는 글레이브를 휘둘러 어인의 체액을 털어낸 다음 말했다.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무리는 없지만 바깥으로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숫자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자기들끼리 잡아먹어도 티가 안 나던데요?”
“역시 드워프들이 소금광에서 봉쇄만 하는 건 한계가 있겠군.”
“그랬다간 소금광에 갱도가 삼백 개는 뚫린 다음에 멸망하겠죠.”
가르달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여기서 일망타진할 방법을 못 찾는다면 결국 수로를 차단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겠군.”
“하지만 오크들도 쉽게 물러나진 않겠죠. 오크들의 방어선을 깨고 수로를 되찾더라도 이미 들어온 물과 깨어난 괴물이 없어지진 않아요.”
“암울하군.”
“그보다 급한 문제가 있어요. 특히 큰 무리를 봤죠. 그게 도착하면 샛길이고 뭐고 다 막힐 것 같아요.”
낭패다.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보통 이런 이야기는 적 중심지에서 돌 하나 빼면 악의 도시가 무너진다든가, 특정 주문을 외우면 천사가 다시 내려와 응징한다든가 하는 거 아니야?”
“턱없이 낙관적인 이야기네요.”
“뭐, 잘 풀릴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무리의 도착 예상 시간은?”
“휴식을 하지 않는다면 30분 정도.”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2층 홀의 벽화를 살펴보느라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굉장해. 겨우 단어 수준의 해석만 하는데…….”
베로니카는 거의 황홀경에 빠진 표정이었다. 리안나가 에드워드를 돌아봤다.
“사제님 상태가 좀 이상한데요?”
헬레나가 얼굴을 찌푸렸다.
“뭘 잘못 건드렸다가 홀린 것 같은데요?”
에드워드는 기겁했다.
“괜찮은 거야?”
“저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빨리 떼어내는 게 좋겠네요.”
에드워드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똑똑한 여자는 이게 약점이군.”
“어쩌다 한 번 온 낭패로 지성을 무시하지는 마시죠. 여러분은 뇌가 고환의 숙주잖아요.”
“날카로운 지적이긴 한데, 어쨌든 별수 없다. 계획 변경.”
에드워드는 팔뚝으로 베로니카를 끌어안고 벽화에서 떼어냈다.
“뭐 하는 짓이야?!”
“정신 차려. 이단심문관 체면이 망가지잖아.”
“아니, 잠깐만! 단어 몇 개만 더 해석해 보고!”
“당장 도움 안 되는 거면 필요 없어. 캐슬린, 얘 손 좀 묶어.”
허리띠는 잽싸게 베로니카의 양손을 결박했다. 이후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어깨에 걸친 다음 조사대를 향해 말했다.
“이 자식들이 위험하다는 것 외에는 확인되는 게 없고, 일망타진을 위한 방법도 안 보이고, 퇴로가 막히기까지 30분밖에 안 남았다. 철수!”
“현명한 선택입니다, 기사님.”
족제비가 맞장구를 쳤다. 그 순간 사원이 쿵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 소리는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쿵쿵쿵쿵.
헬레나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기계거인 셋이 속도를 높였어요! 이쪽으로 뛰어오는 중이에요!”
에드워드는 기겁했다.
“그걸 먼저 말해!”
“저도 지금 소리로 안 거예요!”
일행은 재빨리 사원을 뛰쳐나갔다. 잠시 뒤 사원의 벽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기계거인이 그 위를 짓밟고 올라섰다. 은빛으로 빛나는 놈의 가슴팍에는 가죽이 벗겨지고 배가 열린 오크가 매달려 있었다. 헬레나는 놈의 모습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돌아보지 말고 달려요!”
에드워드는 그 모습을 힐끗 보고는 중얼거렸다.
“부럽다는 말 전면 취소. 파일럿 취급이 개차반이네.”
그러나 불행한 인간들 몇 명은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들은 못 박힌 듯 거인을 보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리안나는 주저앉은 한 병사의 뒷덜미를 붙잡고 낑낑거렸지만 그는 움직이지를 않았다.
“냅두고 달려! 늦었어!”
에드워드는 리안나의 뒷덜미를 낚아챈 다음 달렸다. 가르달이 그 뒤를 바짝 쫓으며 외쳤다.
“불길해! 불길하기 짝이 없어!”
반대로 에드워드의 어깨 위에 놓인 베로니카는 거의 환희에 차 외쳤다.
“저거야! 저게 그 옛것의 형태를 모방한 거야! 저 경이로운 모습이라니!”
족제비의 정신력은 쓸데없이 강했다. 짊어진 게 없는 그는 에드워드보다 앞서 달려나가면서 소리쳤다.
“저게 절세미녀여도 돌아볼까 말까 한데 홀리긴 왜 홀려! 이 멍청이들아, 달려!”
“저놈 저거, 튀는 것 하나는 세계제일이네.”
에드워드의 투덜거리는 말이 끝나기 전에, 불쌍한 희생자들은 기계에 깔려 버렸다. 그들은 마지막 비명으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을 내질렀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더 이상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조사대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소란을 눈치챈 어인들이 공략하던 갱도를 냅두고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조사대를 발견했고 곧 사방에서 몰려오기 시작했다.
“더 빨리!”
가르달이 숨찬 목소리로 외쳤다. 다행히 샛길 주변에는 어인이 없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족제비가 잡석 더미를 치우는 모습에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헬레나, 먼저 가서 저놈 도와주고! 절대 저 자식이 먼저 문 닫게 하지 마!”
“알았어요!”
헬레나는 보조를 맞추길 그만두고 번개처럼 달려갔다. 잠시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헬레나가 족제비의 사타구니를 걷어차 버리는 광경이 보였다. 오금이 저리는 광경이었다.
에드워드는 따라 잡히기 직전, 샛길로 베로니카를 밀어 넣고 마지막으로 들어섰다. 그 직후 다른 인간 병사들과 가르달이 있는 힘껏 잡석 더미를 밀었다.
쿵!
혹시라도 잡석 더미가 움직일까 봐, 가르달은 벽에 미리 박아 놓은 쇠고리와 잡석 더미를 밧줄로 연결했다. 그는 팽팽히 당겨 놓은 밧줄 다섯 가닥으로 출입구를 봉쇄한 후, 후손을 잃을 뻔한 족제비의 등에 걸터앉았다.
“크헉!”
“먼저 닫으려 한 벌이다. 망할 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가르달은 족제비의 등 위에서 파이프를 꺼냈다. 그는 천천히 연초 잎을 다지면서 말했다.
“이걸로 당분간은 버틸 거요.”
그다음 말은 심히 음울한 투였다.
“기사 양반, 이제 지상으로 올라갑시다. 수로를 공략해 끊는 것 외에는 길이 없소. 어인도, 저 기계들도 이기지 못해.”
하지만 에드워드는 잡석 더미를 응시하다 말했다.
“아니. 다른 방법이 있소. 최소한 오크들의 방어선을 뚫는 것보다는 짧게 걸릴 거요.”
“그런 방법이 있소?”
가르달의 의문에 에드워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땀을 훔친 다음, 헬레나에게 말했다.
“루이사 님한테 간다. 일발역전이라는 게 뭔지 보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