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수녀원 탐험 (2)
“흐아아악!”
밴시 리안나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자신이 있는 곳이 객관 여자 침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아침이었고 햇살이 창틈을 비추고 있었다.
“아, 꿈이었구나.”
“너, 너 무슨 짓이야…….”
불행히도 밴시의 울음에 스텔라가 뻗어 있었다. 리안나는 뻘쭘해졌다.
“저 잠꼬대로 울었어요?”
“그래.”
“에엑. 부끄러워라.”
“약해져도 바로 옆에선 무시 못 할 출력이네.”
스텔라는 투덜거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리안나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이제껏 많은 집에 신세를 졌지만, 잠꼬대로 사람을 뻗게 한 적은 없었는데.”
“그래? 그럼 정말 무서운 꿈을 꿨나 보다.”
“그런 것 같아요.”
“무슨 꿈을 꿨기에 그래?”
“수녀원에 몰래 들어갔는데…….”
“들어갔는데?”
“2층에는 기사님이랑 백작 부인님이랑…….”
“정지! 일시 정지!”
스텔라는 황급히 밴시의 입을 막고 베로니카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침대 위에 길게 누운 그녀는 반응이 없었다. 스텔라는 분위기를 살핀 뒤 옷을 챙겨 입은 다음 말했다.
“나가서 얘기하자!”
스텔라는 리안나를 집어 들고 복도로 나갔다.
객관 1층 로비에서 밴시 리안나는 자신이 ‘꿈에서’ 본 것을 이야기했다. 수녀원 3층의 이상한 소리와 떠다니는 가구들. 스텔라는 흥미롭게 듣다가 말했다.
“그게 다야?”
“그런데요.”
스텔라는 실망해 버렸다.
“에이, 악몽치고는 별 것 아니네. 울 정도의 일은 아닌데?”
“전 그걸로도 충분히 끔찍한 것 같은데요.”
“왜?”
“악령이 집어던지는 물항아리들 본 적 있으세요? 어른도 빠뜨려 죽일 크기로요.”
“그런 거 본 적 있어?”
“앙베르 백작 성이 그 꼴 났죠.”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었지만 밴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의 악령은 절대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스텔라는 웃어 버렸다.
“그럼 그때 기억이 꿈으로 나왔나 보다.”
“그럴까요?”
“그래. 그리고 꿈에서 가구들이 널 향해 날아오니까 놀라서 운 거지.”
밴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꿈속의 가구들은 저한테 날아오지 않았는데…….”
“너무 무서워서 기억도 못 하는 걸 거야.”
스텔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폈다.
“앞으로는 자기 전에 방호 주문 하나 걸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헬레나 양한테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거 알려 줘야겠네.”
때마침 헬레나가 옥상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약간 피곤해 보이는 눈치였다.
“밤낮이 거꾸로 바뀌는 걸 이틀 연속하니까 좋지는 않군요.”
스텔라는 그녀를 반겼다.
“수고 많으셨어요. 가르달 씨랑 교대하신 건가요?”
“네. 간밤에 있었던 일 좀 알려 주고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현상금 사냥꾼이랑 눈싸움 좀 했어요. 못 박힌 듯 서서 빤히 쳐다보더라고요. 한참을 그러더니 사라졌다가, 다시 다른 곳에서 나타나더군요.”
“신경 곤두서게 하네요.”
현상금 사냥꾼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딘가에서 푹 잠들어도, 에드워드 일행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헬레나는 바로 베로니카가 있는 여자 침실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는 여기로 좀 가져다 달라 그러세요.”
“그러죠. 쉬세요.”
스텔라가 말하는 순간, 누군가 객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녀였다. 그녀는 항상 똑같은 동작과 표정으로 똑같은 말을 했다.
“손님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때를 놓치면 끼니를 제공하기 어려우니 바로 나와 주십사 합니다.”
스텔라가 뭐라 말하기 전에 헬레나가 침실 안에서 말했다.
“베로니카 양도 여기서 먹겠대요.”
“아, 네. 그렇게 전할게요.”
스텔라는 대답한 후 리안나와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잠시 후 식당. 에드워드와 율리아는 역시 내려오지 않았다. 헬레나, 가르달, 베로니카의 몫을 준비한 다음 객관으로 나르는 하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텔라와 리안나는 죽그릇을 비웠다. 넓은 식당에 손님은 그녀들 둘뿐.
리안나는 굽지 않은 생햄 한 조각을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좀 늦었지만 촛불 끄고 올게요.”
“그래. 난 다시 자야겠다. 너 때문에 잠을 더 못 잤어.”
“그렇게 자면 밤에 안 졸리지 않아요?”
“밤잠은 별개야.”
“앵글리아에서 제일 게으른 고양이도 마법사님보다는 부지런할 것 같아요. 좀 도와주시지.”
스텔라는 빈 죽그릇으로 가볍게 밴시 머리를 때렸다.
“은촛대를 꺼내 놓고 끄고 켜게 시킨 건 기사님이잖아. 네가 꺼야지.”
식사 후 리안나는 촛불 끄개를 들고 쪼르르 달려가 은촛대의 불을 전부 껐다. 그다음 마구간에 가서 말들의 여물통을 채우고 몸을 빗질해 주었다. 일을 다 끝낸 그녀는 곧바로 에드워드가 가르쳐 준 최고의 잠입용 변장 소품을 꺼냈다. 나무상자.
“낮에 가면 괜찮겠지!”
리안나는 하인들의 눈을 피해 다시 수녀원 동관으로 갔다. 창문 없이 양쪽 다 방으로 가득한 복도는 다소 어두웠지만 그래도 밤보다는 밝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귀를 기울였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리안나는 용감하게 계단으로 올라갔다. 2층은 어제와 똑같았다. 다만 율리아의 방문이 닫혀 있었다. 리안나는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조심스럽게 걸어간 다음, 그 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상 없음. 둘은 여전했다. 밴시는 입을 삐죽였다.
‘진짜 밥 먹고 저 짓만 하네.’
에드워드와 율리아가 쉬고 있으면 어제 이상한 소리 들었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저래서야 저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리안나는 도로 발걸음을 돌려 계단으로 돌아갔다.
이제 문제의 3층이다.
리안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 * *
다음 날 아침. 3일째. 하녀는 똑같은 시간, 똑같은 행동, 똑같은 말을 했다. 베로니카는 여전히 기력이 없는 상태였고, 가르달과 헬레나는 현상금 사냥꾼에 정신이 팔렸으며, 에드워드는 여전히 내려오지 않았다. 전 백작 부인 율리아의 편지와 관련된 소식도 없었다.
스텔라와 리안나는 식사를 끝낸 다음 각자의 일을 했다. 스텔라는 늘어지게 쉬었고 리안나는 촛불을 끄고 다닌 다음 마구간을 청소하고 여물통을 채웠다.
아침과 점심의 중간 때쯤, 둘은 화장실에 모였다. 리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수도원 역시 뭔가 이상하죠?”
“그래. 뭔가 돌아다니고 있어.”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나는 어제 3층을 종일 뒤지다가 발견한 물건을 주머니에서 다시 꺼냈다. 손수건으로 싸매 놓은 그건 말라비틀어진 생가죽 조각이었는데, 체모가 붙어 있었다.
사람 먹는 무언가.
희생자들이 원혼으로 3층을 맴돌고 있다.
“이거 그럼 진짜 사람 게 맞나 봐요?”
스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원혼들의 눈에 띈 이유는 아침저녁으로 다루던 은촛대 덕택일 거야. 은, 그것도 축성된 은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지. 그들이 널 불러서 이걸 찾도록 한 거야.”
리안나는 등에 멘 자루에서 은촛대를 하나씩 꺼냈다.
“말씀하신 대로 가져왔어요.”
“잘했어.”
“사제님은 그렇다 치고, 엘프 언니는 깨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헬레나 양은 그놈의 현상금 사냥꾼을 경계해야 하거든. 유사시엔 뻗어 버린 사제님도 지켜야 할 테고.”
“그럼 현상금 사냥꾼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지 않나요?”
“그자까지 이 함정의 일부면?”
리안나는 “아.” 하고 감탄했다. 스텔라는 인상을 썼다.
“귀족끼리는 안면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하필 산길에서 만났다는 것부터 의심해야 했어. 거긴 사교도들의 비밀 우편함이었을지도 모른댔잖아.”
“사제님이 제정신이면 이런 거 더 잘 알 텐데요.”
“틀렸어. 이미 공격당하고 있거든. 육체와 정신 양쪽으로 피폐해진 상태일걸.”
“공격이요?”
“어제 네가 가져온 그거 보고 잠들기 전 우리 침실 안팎에 밀가루를 아주 조금씩 뿌려 놨어. 일어나 보니 다 흩어져 있더라.”
“사제님이 움직인 것 아니에요?”
“그럼 흩어지는 게 아니라 발자국이 찍혔겠지. 잘 땐 옷을 다 벗으니까. 설령 사제복을 입었다 해도, 그 옷은 바닥에 안 끌리는 길이야. 누군가 치렁치렁한 긴 옷을 입고 침실을 들락거렸단 뜻이지.”
“그럼 엘프 언니한테 들킬 텐데요?”
“엘프는 전능한 경보기가 아니야. 현상금 사냥꾼에 오감이 쏠린 엘프라면, 속이는 게 가능한 사교도도 있지.”
“그게 뭔데요?”
스텔라는 심호흡을 한 다음, 리안나에게 속삭였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수녀원은 뱀파이어 소굴이야. 대체 누가 어느 사이에 여길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 *
에드워드는 손을 묶은 천을 풀고, 자기 앞에 배달 온 점심 식사를 가볍게 해치웠다. 그러나 맛있게 먹는 건 아니었다. 살기 위해 먹었다. 우걱우걱 먹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침대 위에 엎드린 율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잘 먹네.”
“누님이 하도 쥐어 짜내는 통에 체력이 바닥났어. 오늘도 버티려면 먹어야지.”
자존심이 상하는 소리였지만, 완전히 농락당했다. 율리아는 지치지 않았고 기교는 더 늘어났다. 둘은 매일 한계에 도전하듯 일을 치르다 지치면 잠들었는데, 항상 먼저 지치는 건 에드워드였다. 여자는 잠깐 불리해지는 듯하다가도 곧바로 역습에 나섰다. 그는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쾌락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조금 전에는 쪽팔리게도, 거의 까무러치는 비명을 지르며 정기를 빨리고 말았다.
“언제였더라, 네가 그 비명 질러 본 게?”
“기억 안 나.”
“아, 생각났다. 그때도 사흘째였어. 내 품에 꼭 안긴 채로.”
“왜 그런 쪽팔리는 걸 꼼꼼하게 기억해?”
“좋잖아? 막 서임한 청년 기사가 혼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내 품에 안기고 응석 부리는 거.”
“아, 좀 그만.”
에드워드는 인상을 쓰며 돌아보았다. 율리아는 웃으면서 양팔을 벌렸다.
“이리 와.”
에드워드는 마지막 빵 한 조각을 억지로 삼킨 다음, 포도주를 부어 넘기곤 여자의 옆에 앉았다. 율리아는 누운 채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네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뭐?”
“의사가 난 이제 아이를 못 가진대.”
에드워드는 다시 할 말을 잃었다. 한참 뒤 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쩌겠어. 운명이지.”
“그 의사 돌팔이일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
“이번에 세쌍둥이는 들어섰을걸.”
“아냐.”
율리아는 슬픈 어조로 말했다.
“안 느껴져.”
“그런 거 느끼고 알 수 있는 여자가 어딨어?”
“난 알아.”
에드워드는 더 반박하지 않았다. 율리아는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하다못해 너랑 여기서 평생 같이 지낼 수 있으면 어떨까?”
에드워드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입이 접착제라도 씹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여자가 다시 말했다.
“백작은 날 사랑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라면…….”
그때였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리안나와 스텔라가 은촛대를 들고 난입했다. 에드워드는 기겁해서 일어났다.
“야! 뭔 짓이야?”
“그 여자에게서 떨어져요! 뱀파이어니까!”
스텔라가 은촛대를 들이밀었다. 율리아의 입에서 당혹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성인의 모습이 새겨진 은촛대 앞에서 이런 낯뜨거운 모습을…….”
“보통 여자는 이깟 촛대 따위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든?”
스텔라는 에드워드를 밀치려 했다. 그러나 책상머리에만 붙어 있던 마법사가 근육질 기사를 쳐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봐, 대체 이게 뭔 짓이야? 누님한테…….”
에드워드가 스텔라를 말려 보려는 순간, 리안나가 달려가 에드워드의 겨드랑이 밑으로 촛대를 찔러넣었다.
“꺄아아아악!”
율리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창문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창틀로 몸을 날렸다.
“누님?!”
에드워드는 당황해서 밖을 내다보았다. 보통 귀족 여자라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야 했다. 그러나 율리아는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스텔라는 바로 짜증을 냈다.
“뱀파이어라고 했잖아요!”
“아니, 설명을 좀 해!”
“했잖아요!”
스텔라는 방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에드워드는 황급히 바지를 입었다. 캐슬린은 저절로 날아와 그의 허리를 감았다.
“대체 이게 뭔 난리래요?”
캐슬린도 얼이 빠진 목소리였다. 에드워드는 대답도 않고 바로 뛰쳐 내려갔다.
먼저 앞서가던 스텔라는 객관을 향해 소리쳤다.
“적습! 적습!”
그러나 뱀파이어가 더 빨랐다. 객관 문이 덜컹 열리면서 베로니카를 안은 율리아가 나타났다. 에드워드는 놀라서 제자리에 섰다. 그녀의 피부는 조금 전까지 열락에 빠져 있던 여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창백했고, 귀 끝은 뾰족해졌으며, 큰 송곳니가 드러나 있었다.
“누님?”
에드워드가 멍하게 묻는 순간, 율리아는 식당을 향해 달렸다. 하인과 하녀들이 그녀 대신 객관을 향해 달려왔다. 다들 무기를 들고 있었고, 율리아처럼 송곳니를 드러낸 상태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야!”
옥상에 있던 가르달이 놀라서 내려왔다. 리안나는 쏜살같이 객관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에드워드의 갑옷, 투구, 장갑 따위를 꺼내 왔다.
“기사님! 서둘러요! 빨리요!”
에드워드는 급변한 분위기 속에서 빠르게 이성을 찾았다. 그는 밴시의 손에서 투구만 뺏어 쓴 다음, 열쇠검을 뽑았다. 그는 달려오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소리쳤다.
“안 비킬 거면 다 죽어라, 이 꼭두각시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