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이단 토벌 (2)
대주교가 위임장과 군자금을 주자마자, 에드워드는 자기들끼리 간소한 마상창 시합이나 하던 기사들을 긁어모았다. 물론 병사도 소집되었다. 전투병력은 에드워드 일행과 비전투 인원을 제외하여 100명 남짓으로 조절해 소집되었다.
기사와 중기병을 포함한 기병 16기.
궁병 20명.
쇠뇌병 8명.
투창과 방패로 무장한 승마보병 4명.
무장보병 42명.
여기다 공작이 전쟁에 동원했다가 처박아 둔 노포 2기를 창고에서 찾아 임대하여, 기술자와 보조 인력까지 추가했다.
“낙오병이나 모일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그럴싸한데?”
정렬한 병력을 본 베로니카가 말했다. 스텔라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교회 돈 받아서 마법 쓰기는 처음이에요.”
“에드워드 월급에서 떼는 당신 월급도 결국 교회 돈이거든요?”
“어라?”
스텔라가 생각의 굴레에 빠진 틈에 베로니카는 기사들 앞으로 나아갔다.
“이단 토벌에 특히 용맹을 드러내는 자는 성묘수호기사단과 캠벨 가문의 이름으로 된 소개장을 드리죠!”
기병들은 환호하면서 창을 들어 보였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기사들한테는 진짜 직빵이네, 그 소개장.”
“다들 직장이 간절하잖아. 일종의 업적이기도 하고.”
짐꾼, 하인, 의사, 마부 등 비전투 인원을 포함해 거의 200명에 달하는 에드워드의 무장 토벌대는 중간쯤 순서로 출발했다. 급조한 것치고는 빠른 출발이었다.
토벌대가 며칠 행군한 끝에 도착한 곳은 제법 큰 마을이었는데, 목책을 둘러놓았다. 그들도 토벌대를 발견하고는 전투 준비 중이었다. 에드워드는 그들을 살펴보다 말했다.
“이단치고는 꼬라지가 제법 멀쩡한데? 홀딱 벗지도 않았고.”
“저쪽은 교회 개혁을 주장하는 종파가 선전용으로 만든 마을이니까. 어떻게 보면, 제일 껄끄러운 놈들이야.”
베로니카의 평이었다. 에드워드는 씩 웃었다.
“개혁을 외치는 자들을 탄압하는 악당 포지션이 되니까?”
“그래. 뭐, 그래 봤자 토벌대들이 약탈에 맛 들이고 눈 뒤집히기 시작하면 그런 거 신경도 안 쓰겠지만.”
한 여자가 큰 건물 지붕 위에 올랐다. 시골치고는 좋은 옷으로 꾸민 여자였는데, 갈색 머리를 양 갈래로 늘어뜨린 미녀였다. 에드워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항복하려나?”
“그러려는 건 아닌 듯한데.”
베로니카의 말대로였다. 그녀는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성가?”
“트레베리아어 성가네. 그것도 엉터리 창작 성가. 이단 맞아.”
곧 노래는 마을 전체로 퍼졌다. 에드워드는 당황한 표정으로 베로니카를 돌아보았다.
“사제님, 설명 좀.”
“너 앵글리아어 성가 들어 본 적 있어?”
“아니.”
“그거야. 교회 전례는 훈련된 성가대 외에는 인정하지 않아. 현지 언어로 된 성가도 몇몇 예외를 빼면 인정하지 않고. 거기다 전례는 복잡하지, 교리는 어렵지, 평신도가 참여할 구석도 없지…… 사제 외의 참석자들은 수동적인 방청객에 불과하고, 종교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흔해. 저 이단들은 그 틈새를 파고든 거야.”
“그러니까, 노래를 불러서 죽을죄를 지은 거다?”
“왜? 이해 못 했어?”
에드워드는 아랫입술을 핥았다.
“뭐, 그것만 있는 건 아니겠지? 출발하기 전에 이야기했잖아? 방화라든가.”
“있지. 납세 거부와 교회 방화와 사제 살해.”
“그것부터 이야기해.”
“저 노래도 그것만큼 중한 문제야.”
그때 마을 지붕들 위로 오색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마을에서는 환호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나오고, 토벌대 안에서는 기겁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노래가 점점 더 커지자 베로니카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까딱 잘못하면 저런 문제가 생긴다고.”
비숙련자의 무분별한 주술 행위. 에드워드는 납득했다. 그는 기술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제1 노포, 장전!”
기술자들은 어딜 조준해야 하는지 알았다. 잠시 뒤 그들 중 하나가 외쳤다.
“장전 끝, 조준 끝!”
“쏴라!”
에드워드가 소리친 순간, 큼직한 화살이 들판을 가로질러 마을 안으로 날아갔다. 퍼억! 지붕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자가 배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카치운이 중얼거렸다.
“저 노래가 뭔지는 몰라도 화살은 못 막아 주나 보군.”
“궁수, 전진!”
에드워드가 소리치자 이번엔 궁수들이 나섰다.
마을과 토벌대는 한참 사격전을 벌였다. 이단에 회유된 용병이 있는지 그쪽도 활이나 석궁 등 투사 병기가 없진 않았고, 원시적인 인력식 투석기도 있었다.
하지만 궁병들은 사정거리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마을은 목책을 두르긴 했어도 방어하기 그리 좋은 지형은 아니었다. 원래는 도적이나 소규모 오크 원정대 정도나 겨우 막을 정도였다. 평소라면 잠깐 방어하는 사이에 다른 곳에서 지원군이 달려왔겠지만, 아직 특별한 연계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대장님, 화살을 절반 넘게 쐈습니다. 이 정도면…….”
더는 쏘나 마나라는 말이 뒤에 생략되었다. 에드워드는 기병들을 향해 말했다.
“말에서 내린다! 보병과 함께 전진!”
중무장한 하마기병들이 앞장서고 그 뒤로 보병들이 따랐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목책 뒤에 숨어 있던 노와 투석기가 나섰다. 사격전에서 압도되자 이때만 기다리고 숨어 있던 것이었다.
“쏴라!”
목책 안에서 들려온 구령에 곧바로 짧은 화살과 돌멩이 세례가 쏟아졌다. 그러나 기사와 보병들은 멈추지 않았다.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병들도 이미 트레베리아 내전에서 단련된 자들이었다.
에드워드는 그들을 독려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단자들은 마을 중심부에 재산을 모아 둔다고 했다! 계속 전진해라! 먼저 가져가는 놈이 임자다!”
“와아아아아아!”
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사다리를 딛고 목책 위로 뛰어올랐다. 마을 쪽에서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한 번 접근을 허용하면 그때부터는 일방적인 학살만 이어졌다. 이단자 중에는 쓸 만한 전력이 없었고, 설령 한둘쯤 있다 해도 수적 열세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병사 숫자는 저쪽이 더 많은데, 농민병이라 고급 전력에 전혀 상대가 안 되네.”
밖에서 전황을 살펴보던 베로니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일선엔 헬레나와 가르달도 있었다. 헬레나는 제일 선두에서 날다시피 했고, 가르달은 아예 목책을 도끼로 까부수고 있었다. 에드워드 외의 다른 기사들도 농민병 열 명을 거뜬히 상대하고도 남는 전사들이었다.
“크기만 컸지, 완전히 허당인데요? 저런 놈들이 뭐가 무서워서 다들 그 난리래요?”
리안나가 질문했다. 베로니카는 짧게 설명했다.
“저런 놈들이 나중에 감당 안 되게 커지는 거야.”
마을 안에서 계속 울리던 노랫소리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비명이 이어졌다. 잠시 뒤 마을 정문이 활짝 열리자 베로니카가 말했다.
“대기. 아직 들어가지 마. 정리 안 끝났어.”
* * *
“으어어어어!”
도리깨나 쇠스랑을 든 농민병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분명 도리깨는 기사들의 갑옷과 투구도 무력화하는 무서운 무기였고 검보다는 훨씬 길었다. 그러나 기세에서 밀리기 시작하고 그게 현장의 수적 차이로 이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특히 에드워드는 규격 외 최상급 기사였다.
“거슬린다!”
옆의 기사가 도리깨의 첫 일격을 방패로 막는 사이, 에드워드는 놈들의 안으로 파고들어 열쇠검을 휘둘렀다. 한 번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이단자들은 몸이 쩍 갈라지며 피와 내장을 쏟고 죽었다.
매캐한 연기가 토벌대 장병들의 코를 찔렀다.
“놈들이 마을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헬레나가 외쳤다. 에드워드는 짧게 명령했다.
“불씨 들고 다니는 연놈들 찾아서 족쳐!”
헬레나는 지붕 위로 뛰어 올라갔다. 에드워드는 후열을 향해 외쳤다.
“우물을 확보해라! 물을 가져와서 불을 꺼라!”
다행히 화재는 무계획적이고 산발적이었다. 게다가 기름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한두 채가 불타는 수준에 끝났다. 몇몇 기사들은 바로 마을 중앙으로 달려갔다.
“먼저 퍼내는 놈이 임자다!”
그러나 그들은 잠시 뒤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버렸다. 화재 진압을 지휘하던 에드워드가 뒤늦게 따라가 보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에드워드 경, 돈이 없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있다던 금고는 벽돌을 쌓아 만든 무릎 높이의 사각형 구조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큰 우물처럼 보였다. 그 안에 있는 은화의 양은 바닥에 군데군데 조금씩 깔린 수준이었다. 에드워드는 인상을 팍 썼다.
“새마을금고 어디 갔어?”
뒤이어 달려온 기사들도 당황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놈들은 빼앗거나 착취한 재물이 많다고 들었는데…….”
“겨우 이것뿐이야?”
에드워드는 다른 낭패감도 느꼈다. 한겨울에 움직이는 기사와 용병은 그게 소집이건 자의건 사기가 낮고 불만이 많다. 여기서 수습하지 못하면 통솔이 무너진다.
에드워드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시체처럼 보이던 게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전투 시작쯤에 배에 대형 화살을 맞은 여자였다. 그녀가 조금씩 기어 다니는 걸 보자 에드워드는 바로 멱살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꺄아아악!”
“안녕. 너 노래 잘 부르더라. 목숨줄이 질겨서 참 다행이네. 묻겠다. 여기 있는 돈 다 어디 갔어?”
그러나 여자는 에드워드의 투구를 향해 침을 뱉었다.
“지옥에나 가! 교회의 개들아!”
에드워드는 여자의 배를 관통한 화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여자는 다시 찢어지게 비명을 질렀다.
“이단자 아가씨, 이쪽은 10년 넘게 수련하고 또 10년 넘게 전장에서 구르는 인간들이 적절한 양의 돈을 못 구해서 굉장히 화가 났어. 그리고 저치들이 화가 나면 제일 먼저 망하는 건 나야. 이해했어?”
여자는 고통 속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돈이 있을 리가 없잖아! 다 써 버렸어! 애초에 이 마을은 그렇게 부자 마을도 아니었고! 식량과 무기를 사는 데만도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고!”
내전으로 미친 듯이 뛴 물가는 이단자들한테도 예외는 아니다. 여자는 다시 소리를 높였다.
“다 너희 같은 놈들 때문이잖아!”
에드워드는 허탈한 심정으로 여자를 놓아줬다.
“에드워드 경, 이제 어떡합니까?”
한 기사가 물었다. 정말 어쩔 줄 몰라서 꺼내는 말이었다. 다른 기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살아남은 놈들을 모아다 노예로 팔까요?”
그 순간 격론이 벌어졌다.
“이단자들을 누가 노예로 사? 위험하잖아!”
“수요는 있어! 몰래 팔면 돼! 몰래 팔면…….”
“우린 교회 직할 토벌대야! 몰래 팔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바로 들키고도 남아!”
“설령 팔아 봤자 얼마나 남는다고?”
“없는 것보단 낫겠지!”
“이단자들은 살려 두면 안 돼!”
에드워드는 뒤이어 들어온 베로니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명령하거나 조언하지 않았다. 에드워드가 수습해야 할 일이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그만! 예상보다 전리품이 적은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일단 여기서 긁어모을 수 있는 건 다 긁어모아. 무기건 식량이건 전부!”
“포로는 어떻게 할까요?”
새 질문에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돌아보았다.
“저 여자 포함해서, 살아남은 놈들 치료 가능해?”
“배때기에 대형 화살을 꽂은 애를 살리라니 참 어렵긴 한데…… 맞은 부위에 따라서는 안 될 것도 없지. 왜? 이단자를 노예로 팔게? 그거 금지사항인데.”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보이는 것들 중에는 사제가 없어.”
“응?”
“개혁 성향의 이단이 그냥 퍼지진 않을 거 아냐. 수도사든 사제든 뭐든, 이단에 물든 게 이 마을에 있었어.”
“그야, 그렇겠지?”
“계파를 만들고 말씀을 전파한다는 놈들이 정말로 식량과 무기에 돈을 다 썼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똑똑하네. 정확한 분석이야. 상납금 없는 이단은 없는 법이지.”
그 순간 기사들과 병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에드워드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날이 추워지니 지붕 아래에서 잔다. 경비 세우고 불씨 챙겨.”
* * *
간단한 의례, 포상,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에드워드는 여자 포로들을 모아 보았다. 스무 명 남짓. 손이 묶인 여자들은 연령대가 다양했는데, 젊은 여자의 비중이 높았다. 그리고 그 젊은 여자들은 축제할 때처럼 꾸민 옷을 입었다.
“성가대라.”
에드워드는 코웃음을 친 다음,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는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술 행위에 동참하였고, 교회의 토벌대에 맞서 전장에 나섰으므로, 여기서 그냥 죽어도 이상할 게 없으며 재판을 해도 사형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보다 선택지가 하나 더 있기 마련이지.”
내용을 직감한 여자들 사이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에드워드는 요약해 말했다.
“화형당하든가, 회개하고 곱게 죽든가, 회개하고 임신하든가.”
물론 회개 후 뭔가 빛에 기여하거나, 재판에서 단순 가담자로 분류되는 법도 있다. 그러나 이 지경까지 오면 대개는 여건이 여의치 않거나 소수사례일 뿐이니 논외. 에드워드는 계속 말을 이었다.
“임신 기간에는 사형이 연기되므로, 차후 감형은 물론 사면까지 노려볼 수 있다. 생각 같아선 풀코스 밟고 죽든 말든 알게 뭐냐 싶은데, 우리는 교회 공식 토벌대고 이단심문관도 여자라서 나름 배려를 해 준 거다.”
에드워드는 병사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그들은 여자들을 재갈 물린 다음 미리 쳐 둔 천막이나 건물 따위로 끌고 갔다. 에드워드는 마지막으로 크게 소리쳤다.
“해지기 전에 나오는 자는 죽음을 택한 거로 알겠다! 각자가 알아서 선택해라!”
헬레나는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에 인상을 썼다.
“그냥 곱게 죽이면 안 되나요? 아니면 아예 금지시키거나…….”
“그랬다간 난 이 부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말 거야. 여자들 목숨도 최대한 살려 주고.”
“……거친 수법이군요.”
“내가 어쩌겠어? 여기 법이 그런데.”
“그런데 왜 재갈을 물리고 분산시키죠?”
“원래 개인보다 집단이 더 모험적이고 극단적이야. 단체로 순교를 선택해 버릴 수 있단 말이지.”
헬레나는 납득했다.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는 거군요. 베로니카 양의 지시인가요?”
“뭐, 그렇게 해도…….”
한 여자는 지붕 아래 들어가자마자 나와 버렸다. 그녀의 눈에 어린 살기를 보고 에드워드는 피식 웃었다. 죽이지도 못하고 곧 죽을 여자의 살기였다.
“죽을 사람은 알아서 죽지만.”
* * *
포로들을 대충 처리한 에드워드는 곧바로 베로니카가 맡은 포로한테 가 보았다. 그녀는 병사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 큰 천막 아래에서 의사와 베로니카가 집중 관리하고 있었다. 중상자이기도 했지만, 이 마을의 성가대장이기 때문이었다. 촌장 등은 전사해 버렸기 때문에 그녀만이 남은 단서였다.
에드워드는 포로의 배에 난 상처를 보았다. 겉은 이미 깔끔하게 아문 상태였다.
“사제의 기적이라는 거는 볼 때마다 신기하네.”
“속은 아직 엉망진창이야. 화살촉이 조금만 더 컸거나, 간이나 장에 직격했다면 치료도 못 하고 즉사였을 거래.”
베로니카가 손에 묻은 피를 씻으면서 말했다. 에드워드는 여자를 향해 말했다.
“자, 성가대장님.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서로 잊고 다시 시작해 보자고. 이름이?”
“요하나.”
여자는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손에 쥔 돌을 보여 주었다. 콰직! 돌이 가루가 되는 순간 요하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바짝 긴장한 그녀를 향해 에드워드가 말했다.
“마침 여기 사제도 있겠다, 깐따삐야를 해도 될 것 같은데.”
에드워드를 빼고 그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도 없었다. 요하나는 사색이 되었고 베로니카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친 데 치료하고 다시 때리기?”
에드워드는 태연히 되물었다.
“안 되나?”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등짝을 때렸다.
“귀한 엘리트 사제랑 함께 다니니 이 개망나니가 주문 아까운 줄을 모르네? 주문은 하루에 한 개씩만 축적되거든?”
요하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게 문제예요?!”
천막 밖에서 그 광경을 들여다보던 리안나가 불만을 중얼거렸다.
“난 치료도 없이 맨날 당하는데. 깐따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