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생각했던 것보다 둘이 멍청하게 행동하자 연우혁도 살짝 당황한 상태였다.
저렇게 다 빗나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다. 저건 운이 나쁜 거다.’
연우혁이야 정답을 알고 있고 영안이 있는 만큼 십 할의 정답률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저 둘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능력 하나 없이 스스로의 지혜만으로 저 정도 추측을 하는 점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틀리긴 했지만.
주 공공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더 이상 책망하진 않았다. 대신 나지막하게 혀를 한 번 차고는 중얼거렸다.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를 상대할 때 데리고 올 걸 그랬구나!”
“곧 능력을 보여줄 겁니다. …아마도.”
“귀관이 이렇게 자신감 없이 말하는 건 처음 같은데? 여하튼, 저들에게 돌아오라고 전하거라. 오늘은 이 정도 돌았으면 된 것 같으니.”
“예.”
연우혁도 동의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순찰 한 번에 이렇게 문제를 여럿 해결하는 것도 꽤 드문 일이었다. 연우혁이 만난 자리에서 바로 해결하지 않았다면 십중팔구는 중요치 않은 일이라 미루고 지나갔을 터였다.
“두 분께서는 슬슬 돌아오시오!”
다시 의기충천해서 인근 언덕 위로 달려가 있던 둘은 연우혁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바로 화답하지 않고 속닥거리는 둘의 모습에 연우혁은 의아함을 느꼈다.
‘뭐지?’
그러나 그런 의아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둘은 금세 돌아왔다.
“대인. 이제 돌아가는 겁니까?”
“그렇소. 이 정도면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은 편이니.”
연우혁의 말에 둘도 동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상단 무인으로 위장하고서 남에게 누명을 씌운 도적들부터 시작해서, 십년지기 친우가 독을 먹인 무인과 보름 가까이 수상한 서찰을 받은 도사 등등이 있었지만 무림에서 이 정도는 사소한 다툼에 불과했다.
대규모 혈사가 일어나거나 거대문파끼리의 싸움이 없는 것만으로도 용봉지회 직전치고는 평화로운 셈이었다.
‘그런데…?’
연우혁은 영안을 열고 둘을 확인했다. 둘의 감정에서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불편함과,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고민이 느껴졌다.
이럴 때는 아직 덜 친한 선도광보다는 제갈규가 편했다. 연우혁은 제갈규를 따로 불러낸 뒤 친근하게 물었다.
“규 형. 무슨 일 있었습니까?”
“으음, 그게, 별 일 아니었네.”
“별 일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언제나 규 형의 고견을 듣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런가?”
제갈규는 연우혁의 말에 살짝 솔깃해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호인들이야 지모로 이름 높은 무림명사들이면 다 대단한 줄 알았지만, 제갈세가 출신인 제갈규는 눈앞의 동생이 얼마나 똑똑한지 아주 잘 느끼고 있었다.
본인이야 제갈세가 출신이기라도 하지, 두뇌 하나만으로 포쾌에서 판관으로 출세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란 말인가.
지혜로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는 제갈세가 사람들은 많았지만, 제갈규는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연우혁처럼 할 수는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예. 규 형이 아니었다면 산채의 일은 어떻게 해결했을 것이고 정 소저는 어떻게 찾았겠습니까?”
“그런… 잠깐. 둘 다 자네가 다 알아서 한 일이잖나?”
제갈규는 생각보다 똑똑했다. 연우혁은 아차 싶어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까 올라갔던 언덕 나무 아래에서 검 한 자루를 찾았는데, 말하려다가 너무 사소한 것 같아서 넘어가려고 했지.”
“!”
선도광과 제갈규는 올라간 언덕 나무 아래에서 떨어진 검 한 자루를 찾았다. 검집을 감싼 가죽끈이 삭지 않은 걸 보니 떨어뜨린 지 그렇게 오래 된 검은 아니었다.
-이 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갈 공자? 검을 잃어버릴 곳 같지는 않습니다만.
-확실히 그렇소.
-혹시 연유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요?
-으음. 쉬다가 검을 두고 갈 무인은 없을 테고, 또, 짐더미를 놓기에도 적당한 곳은 아닌데, 혹시 어떤 비표일지도…
-그렇다면 내려가서 말합시다!
-…잠깐. 기다리시오. 선 소협.
-??
-우리가 오늘 부족함을 느꼈던 건, 우리가 우리의 재주에 비해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오. 보는 눈이 많은 자리에서 아무 증좌도 없이 주장하면 안 되오.
오늘 겪은 일들로, 제갈규는 반성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해결해왔던 일들이 사실 세가의 권위를 등에 업고 한 게 아니었나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충분히 반박할 수 있었지만 제갈세가란 이름을 보고 참은 것이었다면?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비웃을 게 아니었다. 정작 본인이 호해(胡亥)였던 꼴 아닌가.
-으음!
그 말이 통렬했는지 선도광도 신음성을 흘렸다.
자신이 이제까지 협행을 벌이며 해결해왔던 일들이 사실 곤륜파의 이름을 보고 넘어가 준 거였다면?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공자께서도 군자는 눌언민행(訥言敏行, 말은 느리더라도 행동은 빠르다)라고 하셨지요. 내뱉고 우기기보다는 깊게 곱씹겠습니다.
-나 또한 동의하오!
그렇게 반성한 둘은 앞으로 주장부터 던진 뒤 아랫사람을 시켜서 검증하는 대신, 진충비도처럼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된 걸ㅅ…”
제갈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우혁은 경공을 펼쳐서 언덕 위로 달려가 떨어진 검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황급히 돌아와 외쳤다.
“금의위 무인들이 혈교의 함정에 걸린 것 같습니다! 주 공공, 지금 동창의 무인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만일을 대비해 한경에 영반(領班) 두 명을 대기시켜놓았다.”
동창 영반과 그들이 이끄는 무인들이라면 구파일방의 검대(劍隊)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전력이었다. 만약을 대비해 그만한 무인들을 한경에 따로 배치해놨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연우혁은 물었다.
“그들을 불러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도록 하거라. 놈들의 위치는 쫓을 수 있느냐?”
“예.”
“그렇다면 쫓아라! 따라가겠다.”
연우혁은 무인들이 오기 전에 쫓아도 되겠냐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주 공공 정도 되는 사람이 그걸 생각 못 했을 리 없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주 공공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젊은 판관은 쓸데없이 충성심을 자랑하려는 부하들과 달라서 편했다. 할 필요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다.
제갈규와 선도광도 연우혁의 뒤를 쫓아 경공을 펼쳤다. 급박한 상황인데도 둘의 머릿속은 혈교가 아닌 다른 일로 가득했다.
증좌가 없으면 침착하게 기다렸어야 했던 게 아니었나?
그냥 지혜의 차이였을지도…
* * *
금의위, 하 교위는 동굴 입구를 막아선 혈교 무인들을 노려보았다.
“…놀랍군. 이렇게 일을 벌일 줄이야. 뒷감당이 두렵지 않나?”
교위를 따라온 금의위 무인들은 동감의 뜻을 표했다.
용봉지회를 앞두고 수상한 정황을 들어 탐문을 하긴 했지만, 하 교위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혈교의 무리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함정을 파고 습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금의위 무인들이 무슨 촌구석의 표사도 아니고 이들이 전멸하는 혈사가 벌어졌는데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 용봉지회에서 꾸미던 음계가 있는 혈교 입장에서 이런 혈사는 타산이 맞는 행동이 아니었다.
황실이 분노해 금의위의 혈채를 받아내야겠다는 명령이 떨어지면 정파무림은 대대적인 척살령과 토벌령을 내려 의심스러운 분타들을 쓸어버리고 정사지간의 문파들을 제압하게 되니, 용봉지회에서 꾸미던 음계가 무엇이든 간에 물거품이 되기 마련이었다.
정파무림의 체면에 먹칠 한 번 하고 금의위 무인 조금 죽이는 것치고는 너무 값비싼 대가 아닌가?
“궁금한 것도 많군. 교위. 곧 죽을 목숨인데 그런 게 궁금한가? 혹시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궁금하진 않나?”
“그런 게 궁금하군. 말해주면 경청하겠네.”
“하!”
혈교 무인들을 이끄는 고수는 한 번 비웃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 벼슬아치 놈들은 우리 교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 그 위대한 성의(聖意)를 어떻게 알겠나?”
“……”
마교가 멸문한 뒤 그 중 흘러나온 타락한 명교 분파 몇몇과 배교 내부에서 쪼개져 나온 배화교 광신도들이 모여서 세운 잡탕 사교도가 혈교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 교위는 꾹 참았다.
받아들인 수많은 교리 중 강자지존만을 남긴 이 사교도 무리들의 자존심을 건드려봤자 괜한 반응만 나올 터.
“우리 교 또한 너희 벼슬아치 놈들처럼 뜻이 다른 자들이 안에 있는 법이다.”
“내부… 내부 세력 다툼을 말하는 건가?”
하 교위의 말에 혈교의 고수는 선선히 인정했다.
“그래. 어느 순간부터 교는 지나치게 장로들의 뜻에 좌지우지됐지. 그놈의 혈뇌들 말이다! 아직 적의 세력이 강대하니 권토중래를 기다려야 한다, 섣부른 행동은 안 된다, 이놈들이 교의 장로인지 정파 놈들의 첩자인지 알 수가 없더군.”
‘과연.’
하 교위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확실히 혈교 내에도 정쟁이 있는 모양이었다.
혈뇌의 별호를 갖고 있는 장로들이 포함된 주화파(이걸 정파 입장에서 평화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와 반란과 혈사를 일으켜서 즉각적인 싸움을 추구하는 주전파.
그리고 눈앞의 혈교 고수는 주전파에 속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용봉지회를 앞두고 이런 습격을 벌이는 이유도 설명이 됐다.
어차피 혈교의 계략이란 것도 자기 파벌이 세운 계획이 아니었으니까!
혈교 고수는 오로지 커다란 싸움을 만들고 그 와중에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만이 목적인 모양이었다.
혈교의 마공이란 게 수많은 인신공양과 핏물을 대가로 하는 만큼 몇몇 호전적인 고수들이 반란을 원하는 것도 당연히…
“자. 이 어르신이 설명해줬으니 네놈도 대가를 내놓아라.”
“그게 뭐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그러면 고통스럽게 죽이진 않으마. 네놈들에게도 좋은 거래일 텐데.”
“그럴 순 없겠군.”
교위의 거절에 혈교 고수의 기세가 갑자기 살벌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던 목소리가 짐승처럼 변하더니 으르렁거렸다.
“이 쥐새끼 같은 놈들이 은혜를 베풀어줬더니 감히 기어올라?”
“다들 침착해라. 놈은 마공을 익혀 감정이 불안정하다.”
상관의 말에 무인들이 농을 내뱉었다.
“자기 부하를 죽이진 않겠습니까?”
“조금 더 자극하면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저 자를 상대할 테니, 한 사람이라도 빠져나가게. 만약 나간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 나가고.”
“저희가 저 놈을 상대하겠으니 교위님께서 나가시지요. 경공이 가장 뛰어난 건 교위님 아닙니까.”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자가 상대해야지.”
“그만 떠들어라, 쥐새끼들아!”
혈교 고수는 얼굴을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핏빛 안광을 뿜어내며 달려들었다. 상대가 절정의 경지, 그것도 초입을 능히 넘은 고수라는 걸 아는 만큼 하 교위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곤(坤)!”
금의위 무인들은 진법을 갖추며 맞섰다. 혈교 고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법에 달려들어 조법(爪法)을 펼쳤다. 길쭉한 손가락이 마치 짐승의 발톱처럼 변해 이리 할퀴고 저리 할퀴었다.
“진(震)!”
“그렇게 막아봤자 이 어르신 앞에서는 먹잇감일 뿐이다!”
혈교 고수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하 교위는 상대의 무공이 초식을 거듭할수록 그 위력이 강해진다는 걸 깨닫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저런 고수를 상대할 때 이런 수비적인 진법은 오히려 자승자박인 것이다.
“흔들리지 마라. 놈의 내공도 빠르게 소모될 테니.”
혈교 고수는 잠깐 뒤로 물러나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옆의 부하 한 명의 목줄기를 물어뜯었다. 부하의 몸이 순식간에 목내이(木乃伊, 미라)로 변하더니 고수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자, 더 버텨봐라! 삼초를 버티면 한 놈은 깔끔하게 죽여주마!”
“곧 지원이 올 거다. 놈의 빈틈이 생길 때까지 인내해라!”
금의위 교위의 말에 혈교 고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네놈들의 흔적은 내 혈견대가 깨끗이 지워버렸는데 어느 놈이 찾아온단 말이냐?”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란 말도 모른단 말인가?”
“결심했다. 네놈의 혀는 따로 뽑아서 잘 말려주마. 들어라, 쥐새끼들아! 여기 찾아오는 놈이 있다면 나는 앞으로 탐혈광랑이 아니라 탐혈광견이다! 알겠느냐?”
“저기 혈교 마두 놈들이 있습니다! 저쪽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