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전력을 다한 장법이 파훼된 탓에 운령은 내상을 입고 피를 한 움큼 토했다. 무당 도사는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원래라면 기민하게 반응해서 그 빈틈을 타고 합격진을 빠져나갔을 연우혁이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방금 날린 일초가 연우혁을 무아지경에 빠뜨린 것이다.
‘내공을 전부 쏟아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무아지경에 빠진 연우혁에게 화산파의 제자 단수평이 재차 공격을 날렸다. 방금 암기술을 쓴 탓에 드러난 빈틈을 노리는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그러나 젊은 판관은 돌아보지도 않고 빈손을 휘둘러 주먹을 뻗었다. 단수평은 구파일방의 제자답게 그 권법이 금의위의 권법이라는 걸 깨닫고 긴장했다.
“!”
하지만 날아드는 권격은 단수평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몇 차례 초식을 교환하고 손을 섞었기에 어느 정도 진충비도의 강함을 파악했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날아드는 권격은 완전히 예상을 뛰어넘은 강맹함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단수평은 경악해서 연우혁을 쳐다보았지만 막상 권격을 날리는 판관은 단수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만의 생각에 깊이 잠겨들었다.
‘견정혈에서 중부혈로, 중부혈에서 곡지혈로.’
연우혁의 위국권법은 몸통에서 나오는 힘을 주먹으로 전달해 상대를 타격한다는 목표에 충실한 권법이었다. 그 안의 내가기공적인 이치도 균형이 제대로 잡혀 있었기에 흠잡을 곳이 딱히 없었다.
그러나 방금 연우혁은 자신이 완벽하게 익혔다고 생각한 위국권법의 초식을 멋대로 바꾸고 생략해서 펼쳤다. 서책에 쓰여진 초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한 치의 틀림도 없이 펼쳤다면 바꿀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스스로의 깨달음에 문제라도 있었단 말인가?
‘아니다. 그게 아니었다!’
연우혁은 자신이 이제까지 봐왔던 무공의 초식들을 떠올렸다. 영안을 타고난 만큼 연우혁이 떠올리는 초식들은 그만큼 다양하고 이해도가 높았다.
그러나 지금 연우혁이 그 초식들을 펼친다면 분명히 다르게 펼칠 것 같았다.
그 때는 맞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맞았었지만 지금은 틀린 것이다.
무공을 익히는 사람은 한 뼘만 키가 자라도 그 초식의 형태가 달라지고 한 근만 살이 붙어도 그 초식의 위력이 달라지는데, 수많은 깨달음과 내공을 쌓은 지금에야 어떻겠는가.
그제야 연우혁은 방금 자신이 펼친 탈혼비도와 위국권법이 틀리게 펼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생사를 오가는 무림에서의 싸움 끝에, 연우혁이 자신의 필요에 맞춰 초식을 마침내 재해석한 것이다.
“억!”
고통스러운 소리와 함께 화산파의 도사가 물러났다. 연우혁은 형형한 눈빛을 던지며 상대를 마침내 쳐다보았다. 단수평은 방금 일합에 오른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왼팔로 공격을 펼쳤다.
‘친다.’
받아치겠다고 생각한 순간 연우혁의 권격은 이미 단수평을 치고 있었다. 내공이 단전에서 기경팔맥에서, 기경팔맥에서 각 세맥으로 뻗어나가는 대신 즉시 상대의 혼백을 빼앗을 기세로 권격과 함께 내달렸다.
단수평은 충격과 함께 뒤로 날아갔다. 통증과 함께 머릿속에는 상대가 날린 일격의 쾌속함만이 남았다.
혼자 남은 점창의 제자, 남익도 그 일격을 보았기에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흔들렸다. 석화검(石火劍)이라는 별호를 가진 만큼 평소부터 빠르기에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눈앞의 무인은 그 자신감을 흐려지게 만들었다.
기세로 압도된 남익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연우혁은 혼자 남은 후기지수를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 몸을 던지듯이 보법을 펼쳤다.
마치 비도가 날아가는 것처럼 달려드는 자신의 모습에, 연우혁은 자신의 보법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깨달았다.
연우혁은 이제까지 흘러가는 대로 무공을 배워왔었다.
포두와 금의위로부터는 위국권법과 위국심법.
냉수사 고송으로부터는 백사편법과 백사보법.
하오문으로부터는 하해불택신공을, 백면신투가 남긴 비급으로부터는 흑사보와 사심불구경공을. 무당으로부터는 현청벽사신공을…
이렇게 무공을 잡다하게 익혔던 것은 사문이 없고 다급한 위기가 계속해서 찾아왔던 연우혁의 상황 탓도 있었지만 연우혁이 적을 피하고 손쉽게 제압하기 위해서 꾀를 부린 탓도 있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연우혁이 위급할 때 언제나 목숨을 구해준 것은 탈혼비도였다. 가장 기괴하고 위태롭다고 생각한 무공이 사실 가장 연우혁의 목숨을 많이 구해준 무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연우혁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목숨을 던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연우혁이 벽을 깨고 절정의 경지로 올라오면서 희미하게나마 깨달은 자신만의 의념이었다. 비록 아직 그 의념이 흐릿하고 선명하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깨달음의 밧줄을 잡은 것이다.
그렇기에 방금 연우혁이 펼친 쌍사보는 뒤로 물러날 때 그 묘용이 가장 강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탈혼비도처럼 살벌한 기세로 상대에게 달려들 수 있었다. 이미 이건 더 이상 쌍사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점창파의 제자가 든 검이 그대로 부러지며 옆으로 날아갔다. 탈혼의 깨달음이 담긴 권격이 남익을 일격에 고꾸라뜨렸다.
뒤에 있던 구파일방의 제자들은 가장 촉망받는 후기지수들이 일제히 쓰러지자 황망한 얼굴로 쳐다만 볼 뿐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연우혁은 거센 한숨을 토해냈다. 저들을 설득하거나 협박해야 했지만 그보다는 방금 치른 싸움으로 인해 고갈된 내공을 회복시키는 게 먼저였다.
툭-
한손으로 붙잡고 있던 혈옥비가 그 빛을 잃고 툭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혈옥갑도 연우혁의 손에서 마치 허물 벗겨지듯이 떨어졌다. 원래 보여주던 핏빛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게 무슨 일이냐!”
새로 도착한 무리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연우혁은 방금 했던 싸움을 다시 해야 하나 싶어 지긋지긋함을 느꼈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에 온 자들은 말이 통하는 이들이었다. 곤륜파의 제자 선도광이었다.
“진충비도를 멋대로 공격하다니, 이게 무슨 짓이오!? 다들 미쳤소?!”
선도광은 모여 있는 다른 문파의 제자들을 힐난했다.
평범한 문파의 무인이어도 터무니없는 짓이었는데 한경의 판관 관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이렇게 멋대로 공격하다니!
선도광이 당장이라도 칼을 뽑을 것 같은 기세로 흉흉하게 외치자 당황한 무인들도 급히 항변했다.
“종 형이 비사(祕事)를 알아냈단 말이오! 혈교의 첩자라 마공을 쓰기 전에 막아야 하오!”
“맞네! 옥면개가 허튼소리를 하겠나?! 자네야말로 우릴 돕게!”
“무슨…”
개방의 명성 높은 후기지수가 나오자 아무리 선도광이라 하더라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도광은 곤륜삼절이란 별호답게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아무리 종 형의 말을 믿는다 하더라도 일을 그렇게 서투르게 처리할 순 없소. 진충비도는 작게는 한경의 판관이고 크게는 태자 전하의 명을 받아 용봉지회에 출전한 무인!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마공을 쓸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제압하려고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득보다 실이 훨씬 큰 일이오!”
“…!”
옥면개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던 무인들은 선도광의 외침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멈칫했다. 황자의 체면까지 나오자 이래도 되나 급격히 두려움이 솟구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고 머뭇거리자 선도광은 이를 갈았다.
자기 문파의 명성만 알고 금의위나 황실의 무서움은 모르는 얼간이들이 무림의 대사를 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비연선자. 도와주십시오!”
“마땅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막으면 베겠다! 비켜라!”
선도광은 같이 온 아미파의 제자에게 부탁해 과감히 덤벼들었다. 여기서 말싸움만 해봤자 사태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곤륜파와 아미파의 이름 높은 후기지수가 싸울 각오를 하고 달려들자 남은 무인들은 맥없이 흩어졌다. 선도광은 연우혁을 보고 외쳤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선도광은 옷이 찢어지고 피가 묻은 진충비도의 모습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다행히 연우혁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옥면개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자가 혈교의 첩자였지. 쉽게 낚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인망이 좋을 줄은…”
연우혁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구파일방 출신이었다면 훨씬 더 편하게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한경 출신 판관이라는 관직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본 것이다.
절정의 벽을 깨고 올라와서 망정이었지 아니었다면 정말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옥면개의 명성은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의협심이 대단한 무인이라고 들었… 어어!”
“?”
연우혁은 선도광이 호들갑을 떨며 뒤를 가리키자 고개를 돌렸다.
뒤편에서는 팽가 남매가 옥면개를 도륙하기 직전이었다.
* * *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하북팽가의 가주가 팽주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근골이나 무재가 아닌 그 타고난 뚝심이었다.
한 번 결심하고 믿으면 밖에서 어떤 말이 들려오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이 팽주성 안에는 있는 것이다.
이런 우직함까지는 몰랐던 옥면개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죽을맛을 느끼고 있었다.
‘미친 놈!’
죽봉으로 간신히 도(刀)의 옆면을 밀어낸 뒤 빠져나온 옥면개는 팽주성의 동생, 팽주희가 날리는 각법에 어깨를 스치듯 맞고 이를 악물었다. 가볍게 스쳤는데도 그 충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팽 형! 이 옥면개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믿네!”
“믿는다니까!”
“이 빌어먹을 연놈들이!”
믿는다면서 바로 살초를 펼치는 남매의 모습에 옥면개는 고함을 내질렀다. 평소 칭송 받던 반반한 낯짝이 일그러지며 살기로 번뜩였다.
지금 팽가의 남매는 단 하나만 생각하고 있었다.
옥면개를 죽인 뒤, 뒤의 개방도들을 쓰러뜨리고, 마지막으로는 그 뒤의 구파일방의 무인들까지 막는다.
그렇기에 옆에서 옥면개가 뭐라고 떠들던, 타구진을 펼친 개방 무인이 뭐라고 호소하던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제기랄!’
차라리 다른 오대세가 무인들을 상대하는 개방도가 더 나을 것 같았다. 다른 오대세가 무인들은 개방의 무인들을 상대하는 만큼 손속에 사정을 두고 제압을 하고 있었지 무자비하게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실제로 타구진에서 끌려 나와 제압된 무인들도 목숨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하북팽가의 두 남매는 살초만을 펼치며 무조건 빨리 죽이겠다는 의지만 드러낼 뿐이었다. 뒤에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이 도착한 게 오히려 이 둘을 자극한 것이다.
옥면개는 이 두 남매의 행동으로 핍박받는 자신을 호소하고 싶었지만 워낙 압박이 거세서 그럴 여유도 없었다.
우직!
옥면개가 휘두르는 철로 채워진 죽봉이 그대로 쪼개졌다. 아무리 옥면개가 개방의 용음봉법을 제대로 익힌 고수라지만 팽가의 도법을 정면에서 막을 정도로 강맹한 초식을 펼치지는 못했는데, 다급한 탓에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죽어라!”
팽주희가 옥면개의 허리를 일도양단할 기세로 도법을 펼쳤다. 순간 옥면개는 죽음이 자기 앞까지 다가왔다는 걸 느꼈다.
“…너나 죽어라, 이 개새끼들아!”
옥면개는 죽봉을 던져버리고 조법(爪法)을 펼쳤다. 혈교의 독문무공, 음천조(陰天爪)였다.
방금까지 펼치던 양강의 무공이 아닌 음산한 기운이 손가락 끝에서 뻗어져 나오며 도를 칭칭 휘감았다.
옥면개의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고 두꺼워졌다. 동시에 사람의 손가락인데도 철로 된 도의 날을 상하게 만들 정도로 단단해지는 그 모습에 팽가 남매는 즉시 외쳤다.
“음천조!”
“혈교의 첩자가 본색을 드러냈다! 저걸 봐라!”
“?!”
얼마 남지 않은 개방의 제자들은 타구진을 펼치던 도중 옥면개의 무공을 보고 기겁했다. 저건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혈교의 마공이었다.
“종… 종 형!”
“옥면개, 이게 무슨?!”
“입 닥쳐라, 머저리 새끼들아!”
옥면개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팽가 남매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이제 상황을 덮는 건 무리였고 이 자리를 빠져나가는 게 우선순위가 됐다.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장원을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팽가 남매는 방금까지 살초를 연신 날렸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슬슬 뒤로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면서 옥면개가 빠져나가려고 하면 바로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네놈부터 죽여버린다!!”
“와서 돕게! 빨리! 혈교의 첩자가 도망친다!”
“기다리시오. 팽 형!”
그렇게 시간을 끈 사이 오대세가 무인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포위망을 만들기 시작하자 옥면개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 와중에도 팽가 남매는 죽이고 가겠다는 살심이 들 만큼 분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