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그, 그게 사실입니까? 아니. 그게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이라면 대체 왜 저한테 말해주신 겁니까!?”
조의망은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그 모습에 연우혁이 오히려 당황했다.
“자네가 발견한 천마총인데 설명하지도 않고 진행할 수는 없지 않겠나.”
“차라리 마음대로 하시는 게 나았겠습니다…! 천화회 놈들이 이걸 알면 저를 찢어 죽이려고 할 겁니다!”
“아. 그것 때문인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연우혁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가슴이 여전히 콩닥거리는 모금묘사는 대체 이 젊은 판관이 뭘 믿고 이렇게 담대한지 믿기지 않았다.
“천화회에게도 자기들의 출신은 생각보다 중요한 비밀일세. 회 안에서도 몇몇만 알고 있겠지.”
마교가 멸문했다지만 그 흉명은 여전히 강호에 남아 있었다. 나름 흑도칠문에 들어가는 천화회가 마교의 이름이나 후예를 자처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쟁쟁한 흑도칠문이라 하더라도 마교의 후예로 엮여 정파무림의 공적이 된다면 어떻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는가.
다른 흑도칠문의 힘도 믿을 수 없었다. 정파와 달리 사파는 이럴 때 다른 문파들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마교의 절세비급을 찾아 역으로 습격해오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니 혹시나 소문이 돌더라도 자네 같은 아무 상관 없는 외인을 의심하겠나? 자기들부터 의심하겠지.”
“과, 과연…”
“게다가 자네가 입만 잘 다물고 있으면 천화회가 어떻게 알겠는가. 애초에 문제가 되지도 않을 일이지.”
“확실히 그렇습니다.”
모금묘사는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긴 이런 비밀은 천화회 안에서도 극소수만 알 일인 만큼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모금묘사까지 의심하진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또 입만 다물고 있으면 천화회 입장에서는 어떻게 모금묘사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 채겠는가.
‘…아니, 그런데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이건 그 하오문에서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모금묘사 정도 되는 장로급 무인도 모르는 이야기라면 정말 기밀 중의 기밀이라고 봐야 했다.
모금묘사는 새삼 연우혁의 재주가 두렵고 섬뜩해졌다. 좌견천리(坐見千里)의 지혜가 있으면 한밤중에 다른 문파의 장원 전각에 들어가서 양상군자 노릇을 하며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마 운 없는 천화회 무인 몇몇이 보여준 무공만 보고 그들의 출신을 알아챘으리라.
‘정말 말도 안 되는군…’
“그럼 설명이 다 된 걸로 알겠네.”
“잠, 잠깐. 판관 어른.”
“왜 그러지?”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온 것도 조금 설명해주십시오…”
생각해보니 천화회의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넘어갔었는데,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후기지수들까지 데리고 온 건 그에 못지않게 충격적인 일이 맞았다.
모금묘사는 대체 연우혁이 저들을 어떻게 데리고 왔는지, 그리고 저들이 하오문의 무인이나 낭인들을 보고 기분이 틀어져서 검을 뽑는 게 아닌지 매우 관심이 많았다.
설마 젊은 판관이 저들을 일부러 초청하진 않았을 테고, 억지로 따라온 거라면…
“말했잖나. 내가 부탁했다니까.”
“…?!!”
* * *
정파무림에 난제가 생기면 천기수사를 부르듯이, 사파무림에도 그런 꾀를 가진 책사들이 없진 않았다.
그 중 가장 악명 높은 이로는 흑염방 소속의 책사, 흑교서(黑狡鼠) 우거가 있었다.
이 우거라는 책사는 흑염방 소속으로 되어 있었지만 실상은 강호를 내키는 대로 떠돌아다니며 간계를 꾸며주고 대가를 받는 마두였다. 흑염방의 장로들과 방주가 우거의 재주에 빚진 적이 있었기에 거칠고 잔인한 무인들도 쉽게 우거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우거는 지금 천화회의 장원 깊숙한 안채에 앉아 상전 대접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계속 기다려야 한단 말이오?”
“그렇다니까. 헤헤. 우리 삼화공자께서 이 흑교서의 말이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으신가보군?”
“삼화검이오.”
삼화검 위우는 흑교서의 말에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나 본인과 달리 뒤에 있던 회의 다른 무인들은 노기를 드러냈다.
지금 그들 앞에 앉아있는 이 귀공자는 단순히 천화회의 젊은 후기지수가 아니었다. 무려 회주의 친아들이었던 것이다.
흑교서 같은 자가 모르고 별호를 틀릴 리는 없을 테니 저건 의도적인 도발이었다.
하지만 우거는 킬킬 비웃음을 흘리며 무인들을 쳐다보았다. 천화회 무인들이 아무리 화가 나도 손을 쓰진 못할 거라는 확신이 담긴 비웃음이었다.
“미안하군. 미안해. 이 흑교서는 자꾸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 기억이 나빠지는 버릇이 있단 말이야! 또 질문을 받으면 남은 계획도 잊어버릴지도 모르겠군.”
‘괴팍한 놈 같으니.’
위우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일단은 참았다. 지금 천화회 입장에서는 흑교서 같이 재주 좋은 책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모금묘사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겠지만 사실 천화회는 고묘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옛 명교 교주의 무덤이 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는 이야기는 나름 호법 사이로 전달이 된 것이다.
다만 찾아야 하는 곳이 워낙 넓은데다가 섣부르게 뒤졌다가는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돌 수 있어서 조심한 것이었는데, 웬 도둑놈이 낭인들을 데리고 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결국 천화회는 때 좋게 근처를 지나가는 흑교서를 불러 빈객으로 대접하며 일을 맡겼다. 물론 그들이 아는 모든 걸 말해주진 않았다.
-인근 도둑이나 낭인들이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 같은데, 뭘 노리는지 알고서 먼저 손에 넣으려고 하오.
-고작 그런 일로 나를…? 좋아, 좋아! 대가만 받는다면 못해줄 것도 없지!
그런데 이 흑교서는 어떤 꾀나 책략도 내놓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다. 애가 탄 천화회 무인들이 낭인들을 붙잡아오거나 함정을 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태평하게 대답했다.
-헤헤. 자네들은 왜 대붕이 삼 년 동안 울지도 날지도 않는지 아는가?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힘을 비축하기 때문이야! 이 흑교서 또한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 더 이상 재촉하지 말게.
-낭인들은 굶주린 개와 같은 놈들이라 내버려두면 결국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겠지. 기다리라고!
-다른 문파들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너희들이 자꾸 움직이니 신경을 쓰는 것 아니겠나! 가만히 기다리게. 좀! 공자가 이런 자들을 처벌해야 기강이 잡힐 텐데 말이야.
우거는 그럴듯한 핑계를 늘어놓으며 버텼다.
내버려두면 낭인들이 알아서 알고 있는 걸 토해낼 거다, 빈틈이 드러날 거다, 섣불리 움직이면 인근 다른 문파들도 의심할 거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헤헤. 네놈들이 뭘 숨기는지 이 흑교서께서 봐야겠다!’
천화회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일을 맡겼을 때부터 우거는 천화회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인근을 어슬렁거리는 낭인 무리가 일 년에 수십도 넘을 텐데 고작 그것 때문에 수상하게 여기고 쫓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모금묘사가 나름 명성 있는 도둑이라 하더라도 천화회가 이렇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낭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새어나오든, 아니면 모금묘사가 무언가를 찾아내든 진전이 일어날 터. 우거는 그걸 보고 천화회가 숨긴 게 뭔지 파악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안달이 나고 초조하더라도 천화회는 우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되어 있었다.
여기 무인들은 설마 흑교서가 근처 다른 문파에 은밀히 소문을 퍼뜨렸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큰, 큰, 큰일났습니다!”
“무슨 소란이냐?”
우거는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운 채 물었다. 나름 산전수전 겪은 책사인 만큼 무인의 이런 보고에 놀라거나 허둥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고 느긋하게 굴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다급히 달려 온 무인이 왜 놀랐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다른 문파 놈들이 선수를 쳤나보군. 하씨세가보다는 적원방일 가능성이 높으렷다.’
우거야 인내심이 있다지만 다른 문파는 무언가 있다는 소문만 듣고도 나설 수 있었다. 원래 강호 무인들은 대개 성급하고 탐욕스럽지 않은가.
특히 적원방은 정파를 표방하고 정사지간처럼 행동하는 만큼 더더욱…
“무당과 화산파의 장로들이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적원방과 하씨세가에게 초대장을 보냈답니다. 저희 회에도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그 소식에 우거는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을 하며 들고 있던 술병을 놓쳐버렸다.
* * *
우거는 역용술을 펼친 채 천화회 무인들과 같이 구파일방 쪽으로 움직였다. 등 뒤에서 의심 섞인 시선이 칼날처럼 찌르는 게 느껴졌다.
‘이런 빌어먹을.’
자리에서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헤헤, 이럴 줄 알았다! 다 계획대로군!’하며 넘겼지만, 우거는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천화회 무인들도 뭔가 의심스러웠는지 혹시라도 우거가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하는 기색이었다.
대체 왜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여기에 온단 말인가?
설마 도둑질이나 하는 하오문 잡배 놈이 불렀을 리는 없을 테고, 낭인 놈들이 불렀을 리는 더더욱 없을 테고…
‘하씨세가 놈들이 불렀나? 아니. 하씨세가 놈들이 구파일방 장로 둘을 멋대로 부를 정도였으면 하씨세가가 오대세가 중 하나였을 거다. 대체 뭐냐?’
“이보시오. 흑교서. 대체 구파일방이 오는 건 왜 기다린 거요?”
“아니! 그걸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이렇게 무식해서야!”
우거는 탄식하며 말을 돌리려고 했지만,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왔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는지 천화회 무인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식해서 모르겠소. 고견을 들려주시오.”
“삼화검! 아랫것들이 이 흑교서를 겁박하는 걸 두고만 보고 있을 건가? 응? 기분이 상해서 대계고 뭐고 다 집어치울지도 모르겠는데.”
“…그러시오.”
“뭐?”
“그러라고 했소. 천하의 흑교서가 집어치우고 싶다는데 말릴 방법이 어딨겠소. 다만 설명은 듣고 집어치워야겠지.”
‘제기랄!’
작정한 듯한 천화회 무인들의 태도에 우거는 이들을 너무 자극했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라면 자존심을 긁는 방법이 통했을 텐데, 구파일방의 장로들을 보자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보자! 어쩔 수 없군. 이 흑교서를 이렇게 의심하다니. 설명을 해줘야겠어. 대신 천화회의 일은 여기까지만 맡겠네.”
하지만 우거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죄를 인정하거나 사죄하는 대신 더욱 밀고 나갔다.
괜히 약한 태도를 보였다가는 오히려 위험했다.
“내가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여기 올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허어.”
말을 하던 우거는 짐짓 시선을 돌리더니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구파일방의 장로들을 만나러 가는 다른 문파의 무인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천화회의 무인들도 듣는 귀가 많은 자리에서 흑교서의 계획을 퍼뜨리고 싶지는 않았는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설령 나중에 캐묻더라도 이 자리는 모면한 게 분명했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
우거는 자기 꾀에 넘어간 천화회 무인들을 속으로 킬킬거리며 비웃었다.
의심이 가면 그 자리에서 칼을 쑤셔 박아서라도 해결해야지 이렇게 미루면 어떡한단 말인가. 조금만 시간을 줘도 흑교서는 변명거리를 만들어 도망칠 수 있었다.
“천화회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소. 삼화검 위우요.”
“예. 들어오시지요.”
무당파의 도사 한 명이 위우의 별호를 확인한 뒤 들어오라고 길을 내주었다.
그러는 사이 뒤편에서 다른 도사 한 명이 달려오더니 속삭이며 뭐라고 말을 전했다. 무당파의 도사는 심각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빈도가 천화회에서 오신 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뭡니까?”
“여기 혹시 흑교서 우거란 자가 있습니까? 그 자가 천화회 무인들을 속이고 이간질해서 자기 이득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고…”
“……”
“…?!!”
우거는 하늘에 맹세코 이렇게 놀라운 일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