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이, 이 무덤의 귀신 아닙니까?”
“뭐라고?”
“귀신 말입니다! 무덤의 원혼이 도굴꾼을 막으려고!”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였지만, 지독한 강행군과 철강시들과의 싸움으로 지친 무인들은 그 말에 흠칫했다.
어둠 속에서 스르륵 나타나 무인들의 속마음을 읽고, 고묘의 기관진식까지 자유자재로 다뤘다.
이건 무덤의 원혼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었다.
“……”
물론 독마 정도 되는 고수는 부하의 저런 헛소리에 넘어가지 않았다. 독마가 본 상대는 분명 육체를 가진 고수였던 것이다.
“놈은 무림인이었다.”
“하, 하지만… 귀신이 아니라면…”
퍽!
짜증이 치솟은 독마는 부하의 숨통을 일장에 끊어버렸다. 그러자 다른 부하들은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일단 후퇴한다! 기관진식이 멈출 때까지 물러나라!”
“예!”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지만, 독마는 멍청한 마두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본 고묘의 기관진식들도 만만치 않았는데 하물며 지금 작동된 기관진식들의 살상력은 어떻겠는가.
여기서 버티다가는 데리고 온 사독문의 무인들이 모조리 몰살당할수도 있었다.
‘죽여 버리겠다. 놈!’
손수 철강시들을 녹이고 으깨면서 독마는 이를 갈았다.
아마 상대는 구파일방의 장로 중 한 명이 분명했다. 정순한 내공을 쌓아올리는 불문이나 도문의 상승무공을 익힌 무인들은 섣불리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젊은 외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일에 구파일방이 끼어들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절정의 고수인 만큼 장로 중 한 명이리라.
독마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절정의 고수가 문파 내에 저렇게 즐비하다니.
구파일방의 저력이 두려울 정도였으나 독마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드시 이번 기회에 죽여서 놈들의 체면에 침을 뱉어 줄 생각이었다.
“옆, 옆쪽에서도 바위가…!”
“…!”
* * *
피독주 하나, 야명주 둘. 금목보의(金木寶衣).
연우혁이 통로의 기관진식을 모조리 작동시키고 원래 들어온 출구로 빠져나가면서 챙긴 수확이었다.
특히 금목보의가 연우혁을 기쁘게 만들었다. 오행의 기운 중 둘을 따와서 만든 금목보의는 그 이름과 달리 엄청나게 대단한 보물은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창칼과 암기 정도는 충분히 막는 단단함을 갖추고 있었다.
“판관 어른!”
입구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던 낭인 한 명이 연우혁을 발견하자마자 놀라서 외쳤다. 그러자 근처 무림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괜찮나!?”
“괜찮습니다. 길을 좀 돌아서 왔을 뿐입니다. 그보다…”
무당파의 정망거사가 너무 걱정하자 연우혁은 조금 미안해져서 서둘러 해명했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흑교서가 누군가한테 두들겨 맞기라도 한 것처럼 꼴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흑교서의 꼴이 왜 저럽니까?”
“아… 낭인들이 분노해서 덤벼들었네. 죽을 뻔했다고.”
“……”
물론 무당파나 화산파, 그리고 다른 문파의 무인들도 있었지만 굳이 흑교서를 위해 분노한 낭인들을 막아설 사람은 없었다.
연우혁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른 침입자들이 있습니다.”
“…?!!”
“!!!”
장로들은 물론이고 다른 문파에서 나온 무인들 모두 경악했다. 사독문과 독마의 이름을 듣자 그 경악은 더욱 더 커졌다.
“독마 하목단! 그 자가!”
“사독문이 너무 겁이 없구려! 이 무덤이 뭐라고 구파일방과의 충돌을 감수하고?”
고묘에 짚이는 구석이 있는 천화회 무인들과 달리 다른 문파 무인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물론 이 고묘의 방비가 심상치 않은 만큼 작업을 진행하면서 꽤 대단한 무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왔는데 저런 폭거를 저지르다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 자들이 고묘의 정보를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낭인들이나 무인들 사이에서 정보가 샌 거 아닙니까?”
“그건 불가능하오. 애초에 이 자리를 떠나지도 못했잖소.”
무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낭인들을 부리면서 주변을 돌아다니게 할 만큼 인정이 넘치지도 않았다.
‘천화회에서 샜는데…’
연우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독문 무인들에게서 확인하기도 했지만 일단 이 정보가 샐 곳은 천화회밖에 없었다. 애초에 다른 문파들은 아는 게 없어도 너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걸 지금 꺼냈다가는 천화회의 체면은 물론이고 내분이 일어날 수 있었다. 다행히 두 장로도 지금 찾아봤자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넘어갔다.
“지금 중요한 건 고묘 안을 먼저 확인하는 일일세.”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다른 문파 무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장로들을 쳐다보았다.
마음 같아서야 고묘 안으로 한시라도 빨리 들어가 수색하고, 혹시라도 그들의 체면을 무시한 독마와 사독문 무인들을 마주한다면 즉시 처리하고 싶었다.
이렇게 공을 들여서 작업한 무덤을 마두 하나 때문에 양보하고 순순히 물러설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여기 이 두 장로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독마 같은 고수가 먼저 들어간 고묘 안에 접근할 수 없었다.
“들어가세. 독마 같은 자에게 무덤을 양보할 순 없으니.”
“독마 그 놈. 멋대로 행동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
다행히 무당의 장로도, 화산의 장로도 흔쾌히 동의했다.
고묘처럼 좁고 밀폐된 곳은 독공의 고수에게 유리한 장소긴 했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다 이쪽에게 승산이 있었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의 숫자는 물론이고 두 장로는 모두 연우혁의 능력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벼르던 마두 하나를 죽일 절호의 기회인데 오히려 기쁠 따름이었다.
“자네는 밖에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주게. 나는 들어가서 독마 놈의 목을 잘라올 테니.”
소매검객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정망거사와 제자들을 밖에 세워두고, 본인은 다른 문파의 고수들과 함께 들어갈 준비를 했다.
연우혁은 냉수사를 쳐다보았다. 무공이 비교적 약한 흑교서와 달리 냉수사는 가진 무공이 결코 약하지 않아서 괜히 데리고 갔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만약 속으로 독마와 결탁해 배신할 생각이라도 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냉수사 당신은 여기 남으시…”
“내력을 금해서 데리고 가도 되니, 같이 가게 해다오!”
냉수사는 다급하게 외쳤다.
본인이 노리는 비급의 글자 하나라도 읽으려면 점혈당한 상태로라도 고묘 안에 들어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낭인이나 마찬가지인 고송한테 누가 보상을 나눠주겠는가. 여기 있는 문파들 중 고송에게 친절을 베풀 곳은 없었다.
“위험할 텐데.”
“내력이 없더라도 내 몸 하나 정도는 간수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독마 그 놈을 예전부터 죽이고 싶었지. 놈의 약점을 모조리 알려줄 테니 데려가 다오!”
물론 마두들끼리 사이 좋은 경우가 더 드물긴 했다.
냉수사 또한 독마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죽일 정도로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별다른 이득도 없는 원한에 오래 매달릴 만큼 냉수사는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서로 죽일 수 있는 게 마두들 아니겠는가.
아마 독마도 고송 같은 상황이었다면 바로 냉수사의 약점을 불겠다면서 자기가 죽이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데리고 가지. 독마처럼 뱀 같은 마두 놈의 속셈은 같은 마두가 잘 알 테니 말일세. 쓸모가 있을 걸세.”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매검객의 말에 연우혁은 대답했다. 그러자 화산파의 장로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내 앞에 세우고,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죽여버리겠네.”
“……”
연우혁은 너무 가혹한 기준에 살짝 당황했지만, 정작 냉수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들어가는 이상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해했소. 출발합시다!”
* * *
“응혈마조(凝血魔爪)! 허. 이 마공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흑… 흑마수(黑魔手)! 여기 흑마수가 있습니다!”
연우혁과 함께 들어온 무림인들은 고묘를 수색하며 꽤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미 필요한 걸 챙길 만큼 챙긴 연우혁은 가만히 있었지만, 모금묘사는 괜히 신투가 아니라는 듯이 빈 석실과 아닌 석실을 빠르게 구분해가며 고묘 안에 남은 비급들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모금묘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금 발견된 무공들은 대부분 옛 마공, 그것도 부작용이 너무 심하고 끔찍해 익힐 엄두도 나지 않는 마공들이었던 것이다.
당장 응혈마조는 수련을 위해 동남동녀 백 명의 정혈이 필요했고 흑마수는 썩은 시체가 수백 구 이상 필요했다.
화산파의 장로야 이런 마공들을 먼저 손에 넣어서 무경각의 금서로 치워버리는 게 기쁘겠지만, 모금묘사에게는 한 푼의 이득도 되지 않는 것이다.
“대분뢰검(大分雷劍)! 이런 검법이…!”
“그 검법은 지나치게 변화에 치중해서 약점이 명확하네만.”
“물론 알고 있습니다. 장로님.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능히 일절이라고 할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마공 아닌 무공 비급들도 몇 개 나와서 모금묘사의 속을 더욱 쓰리게 만들었다.
차라리 마공들만 나오면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하니 좀 덜할 텐데, 이런 무공 비급들은 여기 참가한 다른 문파 무인들이 이득을 보는 것이다.
화산파의 장로야 절세비급이 아니고서야 눈에 차지 않겠지만 다른 문파들은 이런 비급도 얼마든지 요긴하게 쓸 수 있으니 희희낙락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행히 모금묘사 말고도 얼굴 어두운 사람들이 몇 더 있었다. 흑교서와 냉수사가 바로 그랬다.
흑교서야 아까 두들겨 맞은 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얼굴이 어두운 거였고, 냉수사는 자신이 찾는 무공이 나오지 않아서 얼굴이 어두웠다.
“저런 쓰레기 같은 무공만 나오다니.”
“냉수사. 너무 눈이 높은 것 아니오?”
적원방의 무인은 흑교서와 달리 냉수사까지 핍박하진 못했다. 결국 무인 본인이 가진 무공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쓰레기 같은 무공이니 쓰레기 같다고 하는 거다. 혈교 놈들도 익히지 않을 옛 마공에, 예전에 실전된 무공들이라니. 하긴 무덤이 후인을 배려해서 무공을 배치해둘 이유는 없겠지. 여기가 무슨 장경각도 아니고.”
“그럼 여기가 어떤 무덤이라고 생각하시오?”
“혈교 놈들이든 마교 놈들이든 무덤이겠지! 강시들이 있지 않나.”
그러는 사이 모금묘사는 간절한 얼굴로 연우혁에게 속삭였다.
“대인. 보물을 찾아낼 방법이 없겠습니까?”
“지금 충분히 보물을 찾아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보물 말고 말입니다!”
모금묘사는 탄식하며 다시 석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중한 태도로 기관진식을 확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연우혁에게 한 번 더 물은 신투는 석실 안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헉!”
“무슨 일이냐?”
“여기 다른 자의 시체가…!”
“!”
냉수사는 달려 들어와 시체를 확인했다. 살짝 늙수그레해 보이는 중년의 마두는 냉정하게 말했다.
“죽은 지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았군. 중독되어서 죽었다. 독마 놈 소행이겠지.”
“근처에 있는 모양이군. 모두 경계하게.”
장로의 지시에, 방금까지 무덤 안에서 건진 보상과 이후 건질 기대로 들떠 있던 무림인들의 얼굴이 굳었다.
독공을 익힌 적과의 싸움은 단순히 무공을 겨루는 걸 떠나 주의와 경계심의 싸움이기도 했다. 고묘의 기관진식이 아니라 독마의 독에 당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무시하고 뒤지셔도 됩니다.”
“어째서인가?”
“이건 독마가 수작을 부린 겁니다. 천천히 죽도록 따로 중독시킨 뒤 풀어줘서 고묘 안을 도망치게 하면 상대하는 적 입장에서는 독마를 경계해야 하니 발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노린 거겠지요.”
연우혁의 말에 냉수사는 일정 부분 납득하면서도 반박했다.
“독마 놈이라면 충분히 그런 수작을 벌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경계를 해야 하지. 진짜 독마 놈이 가까이 있을 때 놓칠 수 있으니.”
“무시하고 뒤지게.”
소매검객은 냉수사의 말은 무시하고 명령을 내렸다.
냉수사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장로 정도 되는 경험 많은 무인이 이렇게 무모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