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그러면 저는 이쪽을 확인하겠습니다.”
연우혁은 몇몇 무인들을 데리고 좌측 통로로 움직였다.
원래 필요한 걸 챙긴 만큼 다른 사람들이 고묘를 수색하는 동안에도 여유롭게 뒤에서 함정 정도만 지적해줬지만(그 모습에 무인들은 청백리라 탐욕이 없다고 감탄했었다), 독마의 흔적을 발견한 이상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쪽에서 먼저 추적할 생각이었다.
“탐나는 게 있나?”
냉수사는 연우혁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눈치가 있는 무림인이라면 이 고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무인이 모금묘사가 아니라 이 젊은 판관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마 무식한 도둑놈에게 고서를 해독할 능력이 없는 만큼 판관이 전부 독해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기관진식과 함정을 자유자재로 구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묘에 원하는 게 있는 냉수사는 당연히 연우혁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독마의 흔적을 찾는 거다.”
“…고묘의 보물이 탐이 나지는 않고?”
“사악한 마공들이 즐비한 무덤인데 보물을 탐해서 무엇할까? 욕심을 부려봤자 스스로의 신세만 망치게 될 거다.”
연우혁은 양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소리를 뻔뻔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그런 내막을 모르는 무인들은 연우혁의 말에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절세비급을 손에 넣는 건 어느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었다.
만약 막강한 위력을 가진 마공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면 자제할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별로 자신이 없었다.
‘황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탐관오리 놈들은 다 어디 사라지고 이런 놈이 내 앞에 있단 말인가?’
고송은 어이가 없었다.
평생 어딜 가도 탐관오리만 보였는데 왜 하필 이런 고묘에서는 청백리를 만나게 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말이 맞다면 아까 그 시체는 꽤 시간이 지난 것 아니냐? 그런데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충분히 가능하지.”
연우혁은 영안을 열고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독마는 이런 곳에서의 싸움에 경험이 많고 익숙한 모양이었다. 평소 하던 버릇대로 부하나 일꾼을 중독시켜서 곳곳에 던져놓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말 없는 시체가 남긴 유언을 들을 수 있는 사람도 나오기 마련.
연우혁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통로에 쌓인 먼지와 그 위로 난 미세한 발자국들을 따라가며 시체가 어디에서 걸어왔는지를 확인했다.
‘이쪽인가. 함정을 하나 건드린 모양이군. 여기서 싸움이 있었고. 상대는 강시였나?’
흔적을 따라 외딴 석실 앞까지 도착한 연우혁은 기관진식을 작동시켜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안에서 사람의 기운이 잡혔다.
“?!”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무인 한 명이었지만 연우혁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문을 열었다. 혹시 독마가 무슨 함정을 팠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석실 안에는 다른 어떤 함정도 보이지 않았다.
“컥… 커헉.”
“저 놈, 사독문 놈입니다!”
무복을 알아본 천화회 무인이 고함을 질렀다.
아까 시체와 달리 저건 확실히 독마의 부하인 만큼 절대로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외침에도 불구하고 사독문의 무인은 피를 토하며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몸의 일부가 마치 지워진 것처럼 사라진 게 오래 버틸 수 없어보였다.
‘이건… 독이 아닌데?’
“강, 강시가… 강시가…”
“독마는 어디 있지?”
초점 흐려진 눈으로 중얼거리는 무인을 붙잡고, 연우혁이 외쳤다. 다행히 금안섭혼술까지 쓸 필요 없이 상대가 바로 대답했다.
“강시 때문에… 도망치셨…”
“?!!”
연우혁은 물론이고 다른 무인들도 놀랐다.
독마가 난폭하고 성질 더러운 마두긴 했지만 고작 고묘의 강시 때문에 도망갈 만큼 약한 무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냉수사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헛소리 하지 마라. 독마 놈이 또 속임수를 쓰는 모양이구나! 어떻게 철강시 따위가 독마를 도망치게 만든단 말이냐?”
“철, 철강시가… 철강시가 아니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독문 무인의 숨통이 끊어졌다. 냉수사는 연우혁을 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수작 같나? 독마 놈이 방심시키려는 수작일까?”
“…아니. 이 무덤에 정말 혈강시가 있긴 한데.”
“……”
젊은 판관의 믿을 수 없는 말에 무인들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 * *
독마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내달렸다. 뒤에서 혈강시들이 괴성을 지르며 경공을 펼치는 게 느껴졌다. 생전의 무공을 그대로 시전하는 혈강시들은 어지간한 무인들은 단숨에 찢어발길 위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독마가 겁먹고 도망치는 건 혈강시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리 혈강시들이 강하고, 진법을 펼치며 기습적으로 덤빈다 하더라도 독마 정도 고수라면 대응할 방법이 있는 것이다.
독마가 도망치는 건 그 뒤에 있는 존재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정체불명의 강시.
‘대체 저건 뭐냐?!’
이미 독마를 따르던 사독문 무인들은 전부 뒤져 나간 지 오래였다. 처음에는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에 덤벼들던 독마는 다섯 초식 만에 머리가 싸늘하게 식는 감각을 맛봐야했다.
자신이 평생 자랑해 온 극성의 한오마독공(寒五魔毒功)이 조금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상대는 죽은 시체인 만큼 고통이나 두려움은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독마의 독은 강시는 물론이고 바위 같은 무생물에게도 통하는 극독 중의 극독이었다.
최소한 녹아내리거나 부식되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정체불명의 강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슥 접근해서 들어온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독마 하목단은 마치 스스로에게 외치듯 고함치며 일장을 날렸다. 장심으로 뻗어 나온 독색 기운이 점점 더 진해지며 유형화됐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검객들 중에서도 완숙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검기를 연상시키는, 지독한 독공의 정수였다.
그러나 강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먹을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른 주먹이었지만 위력은 태산과도 같았다. 그 끝에서 별빛처럼 찬란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자 독마는 온몸이 얼어붙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무리 눈앞에 보이는 걸 부정하고 싶어도, 저 시체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 무공의 지고한 절학이라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강기공!
그렇게 독마의 맹독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독마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고묘의 통로를 내달렸다.
도망치는 독마와 달리 뒤의 강시는 천천히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붙었다. 마치 독마를 갖고 놀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평생 자기보다 약한 무인을 갖고 놀며 살아온 독마는 자신이 그런 꼴이 될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강시가 왜 따라잡지 않는지는 의심조차 하지 않고, 독마는 들어온 입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 * *
연우혁이 혈강시가 풀려났다고 말하자 무인들은 물론이고 소매검객까지 일단 고묘 밖으로 나가자고 결정을 내렸다.
굳이 장로의 의견을 꺾고 고집을 피울 생각은 없었기에 연우혁은 조용히 뒤를 따랐지만, 속으로는 조금 의아해하고 있었다.
‘독마가 생각보다 약한 무인이었나?’
대면했을 때 느낀 건, 독마가 연우혁보다 더 강한 고수라는 점이었다. 절정의 경지에 갓 올라온 연우혁과 달리 독마는 최소한 절정 중입은 되는 고수였다.
물론 아무리 고수여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처하면 불리해질 수 있고, 연우혁이 잘 막아놓은 혈강시들한테 잘못 걸렸을 수도 있긴 했지만…
…영 상상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이군!!”
정망거사는 무인들이 돌아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너무 안도하는 모습에 화산파의 장로는 의아해하며 친우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사독문 무인들을 찾으러 간 제자들에게서 전서구가 날아왔네.”
무당파의 무인들은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 가만히 쉬고 있지만은 않았다.
근처 문파의 무인들을 동원해 사독문 무인들이 파고 들어간 장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이 넓고 숨을 곳이 많아 찾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난다면 구파일방의 무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수색은 의외의 결과로 돌아왔다.
광부들이 비명을 지르며 마을로 도망쳐오더니, 동굴에서 무림인들이 몰래 도굴하던 도중 갑자기 웬 괴물이 튀어나와 모두 죽여 버렸다고 소리를 질러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나 무당의 제자들은 당연히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마 무덤에 고인 해로운 독무를 마시거나 해서 환각을 보는 게 분명하다고.
소매검객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말했다.
“내 생각엔 독마 놈의 속임수 같네. 허세를 부렸지만 막상 들켰다는 걸 알게 되자 망설여졌겠지. 동급의 고수가 여럿 아닌가. 그래서 자기가 죽은 것처럼 꾸민 것 아닌가?”
“으음…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군.”
정망거사도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는지 수긍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독문 무인들의 시체들이야 독마 정도 되는 마두에게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그 열 배 정도 되는 부하들도 얼마든지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것이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으음.’
연우혁은 고민했다.
사실 연우혁도 두 장로의 의견에 설득되긴 했다. 독마 정도 되는 고수가 혈강시한테 당해서 도망치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자작극이라면 확실히 설명이 됐다.
하지만…
‘아까 그 시체의 상처는 혈강시가 내기 힘든 상처였다.’
혈강시는 저런 식의 상처를 남기지 않았다. 최소한 독마 정도 되는 고수가 전력으로 주먹을 뻗었어야 하는데, 독마가 굳이 그런 상처를 남길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권법이 주 무공도 아니지 않은가.
혼란시키고 싶으면 혈강시의 독과 비슷한 독을 쓰면 그만이었을 텐데…
‘하지만 혈강시도 아니고 독마도 아니면 그런 상처를 남길 적이 있나?’
원래라면 단호하게 없다고 결론내리고 싶었지만, 연우혁은 한 가지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사실 비급도 원래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이다.
원래는 연우혁이 챙긴 천마군림보, 아니, 충혼의백술을 건드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 비급은 혈강시들이 진법을 펼치고 대기하고 있을 만큼 고묘에서 대단한 보물이었다.
‘혹시 이 보물을 건드리면 혈강시보다 더 강한 놈이 깨어나거나 하는 건 아니었겠지?’
만약 그렇다면 독마는 진정 억울하게 된 셈이었다.
진짜 비급을 건드린 연우혁은 챙길 것 다 챙기고 빠져나갔는데 뒤늦게 들어온 독마만 덤터기를 쓰게 되었으니.
“제 생각에는 독마 놈이 고묘 안을 잘못 건드려서 무언가 위험한 강시를 깨운 게 아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서구가 하나 더 날아왔다. 내용을 확인한 정망거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얼어붙었다.
“무슨 일인가?”
“근처에 있는 사독문의 분타에 혈사가 벌어졌다는군. 거기 무인들이 몰살을 당한 모양이야.”
“…!!!”
무림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술렁거렸다.
이건 자작극이 아니었다. 아무리 속임수를 펼치고 싶어도 멀쩡히 도시에 숨어 있는 자기 문파 분타를 전멸시키지는 않는 것이다.
“판관 어른. 저 강시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독마 놈이 대체 뭘 깨운 겁니까!”
“…아직 확실하지 않다.”
연우혁은 짐짓 안타깝다는 듯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무림인들은 이 젊은 판관이 강시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확신했다. 장로들도 그렇게 여겼는지 따로 불러 물었다.
“우리에게도 말해줄 수 없나?”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으음! 자네가 그렇다면 이유가 있는 거겠지. 자네를 믿네!”
“……”
이건 정말로 모르는 것이었기에 연우혁은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사독문의 분타는 관리가 엄한 곳에서는 상단으로 위장해서, 관리가 탐욕스러운 곳에서는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했다.
원래 대요상단으로 위장한 이 저택은 지금 썩은 냄새가 사방으로 풍겼다. 안뜰에 시체가 잔뜩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체들은 사독문 무인들과 소란을 듣고 달려온 불운한 관병 몇, 그리고 눈치 없이 주변을 지나가다 덤벼든 무림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벌써 인근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관병도 두려워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아수라장 사이에서 강시 혼자 숨이 멎은 것마냥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원시천존이시여… 저런 강시는 처음 보는군. 대체 저게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세. 혈사가 더 퍼지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연 판관! 자네가 명령을 내려주게.”
“감히 제가 명령을 내리기 두렵습니다.”
“자네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어느 무림인도 자네의 명령을 의심하지 않을 걸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