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말, 말도 안 된다…! 대체 어떻게!”
그 사이 흠씬 두들겨 맞은 도지휘동지는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끌려 나가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어떻게 들켰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대체 그 암옥을 어떻게 발견했단 말인가?
“이 놈! 하늘의 그물은 원래 넓어 보여도 놓치는 것 하나 없는 법이다(天網恢恢 疎而不失)! 감히 나라의 녹을 받는 자가 역도들과 결탁해 패악질을 부리다니!”
천운기는 그 동안 장명중에게 농락당하며 쌓인 울분이 많았는지 크게 외쳤다.
장명중은 상대의 모습을 보자 일이 다 틀렸음을 직감했다.
저 끈질긴 자가 결국 장명중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래도 장명중은 나름 고관의 자존심으로 자세를 추슬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며 천운기를 쳐다보았다.
“천 대인. 하나 묻고 싶소! 같은 관리로서 이 정도는 대답해줄 수 있지 않겠소.”
“물어봐라. 뭐가 그리 궁금하느냐?”
“대체 숨겨놓은 서책을 어떻게 찾아낸 것이오?”
“……”
천운기는 말문이 막혔다. 찾아낸 방법은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젊은 판관이 천문과 지리를 읽더니 대뜸 달려갔…
“연 대인이 천문과…”
“네 아랫놈 중 한 명이 말했겠지! 네놈이 얼마나 무도하게 굴었으면 아랫놈이 배반했겠나!”
도지휘사가 부하를 꾸짖으며 외쳤다. 곧 죽을 놈이 호기롭게 질문을 던지는 꼴이 못마땅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대인! 내 부하 중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 미행을 당했겠지.”
“그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대인. 저는 암옥에 직접 방문하지 않으니까요!”
“……”
졸지에 죄 지은 부하한테 하나하나 반박당하자 도지휘사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찌푸려졌다.
“천 어사. 어떻게 찾아냈나? 저 놈의 입을 좀 다물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예. 연 대인이 천문과 지리를 읽고 찾아냈습니다.”
“……”
“……”
두 고관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천운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 * *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천운기가 몇 번이고 감사를 표한 뒤 도지휘동지를 조정으로 압송해가자, 연우혁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경에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도지휘사부터 시작해 일련의 관리들이 공손하게 연회에 초청했지만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순안이라 해서 걱정했는데 어떻게든 해결이 됐군.’
이 이야기를 한경의 고관들이 듣는다면 눈물을 펑펑 흘리며 기뻐할 것이다. 그렇게 걱정했던 감찰어사가 다른 관리만 탈탈 턴 후 조정으로 올라가지 않았는가.
연우혁 앞에서 말을 몰던 적조는 언덕에 못 보던 석비(石碑)를 발견하고 의아해했다.
‘여기 이런 게 있었나?’
무림의 살수는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한 법.
적조는 혹시 몰라 가볍게 긴장한 채 석비의 내용을 확인했다. 최악의 경우 사파 마두들의 수작일 수도 있었다.
한경판관(漢京判官)
연우혁
유애비(遺愛碑)
“…???”
“왜 그러나?”
“어…”
적조는 자기가 잘못 읽었나 싶어서 다시 읽었다.
유애비, 그러니까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관리들한테 세워주는 송덕비였다.
보통 관리가 자기 자산을 털어서 백성들을 몇 번이고 구휼하면 이런 송덕비를 받을 수 있었는데, 당연히 한경 근처에는 이런 송덕비가 하나도 없었다.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한경 관리들은 자기 돈으로 세우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뭡니까?”
“뭐길래 그러나? 한경판관연우혁유애비…”
연우혁도 방금 적조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눈을 깜박이더니 다시 읽고 생각에 잠겼다.
“…누가 내 송덕비를 세운 모양인데.”
“아. 혹시 백성들이 감사의 뜻으로 세운 거 아닙니까?”
적조는 자신의 일도 아닌데 괜히 가슴이 살짝 뿌듯했다.
송덕비를 본 적도 없고 살면서 볼 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경의 백성들이 이렇게 세워주다니.
포두로서 판관의 일을 도왔으니 어찌 뿌듯하지 않을까!
“하. 밤낮으로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일을 도와준 보람이 있습니다!”
“…적 포두. 자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연우혁은 상대한테 ‘포두로 너무 적응 잘 한 것 아니냐’라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포두로 적응 잘 하고 있는 사람을 괜히 건드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나는 부임한지 그리 길지 않아서 이런 걸 받기 좀 그런데.”
송덕비를 세우는 것도 다 관례가 있는 법.
지부 대인 같은 사람이 괜히 자기 돈으로 송덕비를 세우지 않는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기준에 안 맞는데 억지로 세워봤자 웃음거리만 되는 것이다.
연우혁은 다른 조건들은 충족시켜도 판관으로 부임한 기간이 십 년도 되지 않은 만큼 받기 머쓱한 부분이 있었다.
“무슨 소리십니까! 제가 알아봤는데 판관 어른만큼 만민의 대소사를 해결해 준 사람이 없습니다. 다른 곳의 포쾌들은 온통 도둑놈이고, 그 포쾌를 부리는 판관은 도둑놈의 우두머리 수준이던데!”
“…그, 그건 또 언제 알아봤나?”
적조가 그 사이 다른 곳의 포쾌나 포두들을 사귀었다는 말에 연우혁은 다시 놀랐다.
‘포두로서 너무 진심으로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경의 포두들 중에서 다른 지역의 포두하고까지 어울리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적조가 포두로서 저렇게 열심히 전념할 줄이야.
“부끄럽지만 송덕비를 받아서 나쁠 건 없지.”
“예.”
둘은 다시 말을 몰아 앞으로 움직였다. 고개 하나를 넘고 다음 고개가 나오자 또 새로 생긴 석비가 눈에 들어왔다.
한경판관(漢京判官)
연우혁
선정비(善政碑)
“……”
“……”
선정비는 유애비와 비슷했다. 대충 선정을 많이 베풀어야 세워지는데, 유애비와 마찬가지로 받기 힘든 그런 송덕비였다.
“두 개는 너무… 과하지 않나?”
“백, 백성들이 은혜를 안 것 아닙니까?”
“아무리 은혜를 알아도 두 개씩 세울 돈이 없을 것 같은데.”
송덕비를 세우는 것도 다 돈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모아야 하나를 세울 수 있을까 말까였다.
그런데 이렇게 두 개씩이나 세워져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연우혁은 당황스러워하며 다시 고개를 하나 더 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석공 여럿이 정과 끌을 든 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한경판관(漢京判官)
연우혁
기공비(紀功碑)…
“…잠깐! 멈춰라!”
“어느 놈이 연 대인의 송덕비를 작업하는데 훼방을 놓는 거냐! 네놈이 지금 어느… 헉! 연 대인!”
우락부락한 석공들이 웬 이방인의 훼방에 발끈했다가 연우혁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한경에서 일하는 자들이 연우혁의 얼굴을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돌, 돌아오고 계셨군요! 기쁩니다!”
“대체 이 송덕비는 어떤 자가 의뢰해서 만들고 있는 건가??”
워낙 당황스러워서 연우혁은 혹시 연우혁을 싫어하는 고관이나 혈교 세력이 음해를 하는 건가 싶었다.
송덕비를 여럿 세운 다음에, 조정에 ‘이 젊은 판관 놈이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만해져서 자기 송덕비를 여럿 세웠답니다’하는 식으로…
“지, 지부 어르신께서 금을 넉넉히 주셨습니다만…”
“……”
석공들이 눈치를 보며 한 대답에 연우혁은 할 말을 잃었다.
지부 대인이 범인이었다니!
“지부 어른이 어째서?”
“어… 연 대인께서 그, 한경에 관리가 오는데, 그걸 막고 돌려보내셨다고…”
연우혁이 도지휘사와 그 밑의 관리들이 연 주연에 참가하는 사이, 인근 관리들한테는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감찰어사가 도지휘동지만 붙잡고 조정으로 올라갔다!
평소 연우혁의 명성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관리들도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로 모시겠다고 부르짖을 만큼 감동적인 쾌거였다. 도찰원에서 작정하고 나온 관리를 어느 누가 저렇게 세 치 혀로 돌려보낼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한경에도 소식이 닿았고, 한경의 고관들은 그 소식에 어느 하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리고 지부 대인은 그걸로도 모자라 연우혁의 송덕비를 세워주겠다고 나섰다. 이런 감동스러운 업적을 세운 관리에게 송덕비를 세워주지 않는다면 누가 송덕비를 받는단 말인가.
-하지만 지부 어르신, 괜히 관례에 어긋나게 억지로 송덕비를 세우면 구설수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그건 걱정할 거 없다. 한경의 백성들이 입을 모아서 연 판관을 칭송하는데, 이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세우라고 하면 충분하지!
-과연 지부 어르신의 혜안은 저희가 감히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평소 공무를 저렇게 봤으면 감찰어사가 나왔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석공에게 일의 전말을 전해들은 연우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예전부터 생각한 거였지만 지부 대인은 참으로 쓸데없는 일에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혹, 혹시 못마땅하시다면 지금 치우겠…”
“아니. 됐다. 한경의 백성들이 세워준 송덕비인데 어찌 기쁘지 않겠나.”
지부 대인이 뒷돈을 찔러주긴 했어도 일단 백성들이 세워준 건 맞았다. 연우혁은 석공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달랬다.
“지부 어른이 저렇게 석비를 여럿 세워서 놀랐을 뿐이다. 하나만 해도 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저쪽 고개의 석비는 다른 관리분들이 각출하셔서 세웠습니다만?”
“……”
* * *
연우혁은 살짝 피곤함을 느끼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경의 고관이란 고관들은 모두 만나 감사를 받은 탓이었다.
‘이제 아버지를 그만 늘려도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환령마군의 전음이 연우혁에게 날아왔다. 이 마두들은 한경에 같이 도착한 뒤 연우혁 주변을 따라다니며 호위에 나서고 있었다.
연우혁은 손짓으로 괜찮다고 말한 뒤 전음을 보냈다.
-하오문을 만나러 갈 거다. 주의해라.
-예. 알겠습니다.
‘…음. 포쾌로 일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사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계속 은신하고 따라붙는 것보다 그냥 포쾌인 척 옆에 있는 게 서로 편한 일이었다.
환령마군도 은잠술에 집중할 필요가 없고 연우혁도 괜히 거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갓 부하가 된 배교의 마두한테 포쾌 노릇을 하라고 명령해도 되는가였다.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자진이라도 한다면…
‘솔직히 적조는 너무 적응을 잘 한 편이다. 모든 마두들한테 기대할 수는 없겠지.’
연우혁은 언제 기회를 봐서 슬쩍 말이나 꺼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청월루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오늘 이렇게 온 것은 하오문 쪽에서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갈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한경의 하오문들과 연우혁은 생각보다 인연이 깊었다. 당장 하오문 내에서 벌어진 사건도 연우혁이 해결했을 뿐더러 모금묘사와 관련된 일들도 연우혁이 원만하게 수습해주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하오문 쪽이 이렇게 부르는 것도 나쁜 뜻으로 부른 건 아닐 터였다.
“연 대인. 어서 오십시오.”
취봉(醉鳳)이란 별호를 가진 하오문의 무인, 이교가 고개를 숙였다. 매번 만날 때마다 올라가는 연우혁의 지위에 그 태도 또한 지극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래. 반갑군. 무슨 일인가?”
“공사가 다망하신 건 알지만, 긴급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습니다. 혹시 적안호리에 대해 아십니까?”
“……”
연우혁은 순간 당황해서 멈칫했다.
“흑도칠문, 은림당의 살수 아닌가?”
“그것 말고는…?”
“무슨 말을 하는지 왜 모르겠군. 사람을 불러놓고 선문답을 할 생각인가?”
“죄송합니다.”
이교는 즉시 사과하고는 본론을 꺼내들었다.
“지금 적안호리는 연 대인의 정보를 찾고 있습니다. 저희 하오문에도 적안호리의 의뢰가 들어왔고요.”
“!”
등골이 서늘해지는 말이었다. 연우혁은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애쓰며 물었다.
“적안호리가 왜 내 정보를 찾는지 모르겠군. 그리고 내 위치가 그렇게 비밀스러운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음. 이건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저희 쪽 무인이 적안호리에게 듣기로는…”
“듣기로는?”
“연 대인께서 적안호리를 완전히 농락하셨고, 그 때문에 적안호리가 반드시 설욕하고 싶어한다고…”
“……”
환령마군은 새로 모시게 된 주군의 능력에 새삼 속으로 감탄했다.
대체 은림당의 적안호리를 어떻게 저런 식으로 농락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