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정말 나왔나??”
새파랗게 질려서 다물고 있던 육 학사의 하인들이 상황도 잊고 무심코 입을 열었다.
솔직히 보는 입장에서 안 궁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채삼꾼을 어디서 만났는지 묻더니 땅을 깊이 파라고 하니…
정말 나올지 안 나올지 궁금했는데 저 소리를 들어보니 설마 싶었다.
정말 나왔단 말인가?
“여, 여기! 구엽설삼이 있습니다! 여기 있어요!!”
송 대감의 하인들은 뛸듯이 기뻐하며 목함을 들고 초옥 안에서 뛰쳐나왔다. 그 모습에 육 학사의 하인들은 기절초풍할 뻔했다.
‘대체 저걸 어떻게 알았지?’
‘혹시 저 자가 숨겨놓은… 아니, 그건 불가능한데…?’
‘귀신을 부리는 건가??’
놀라서 수군거리던 육 학사의 하인들은 이상함을 깨달았다.
옆에 있는 환관들과 백검대 무인들이 너무나도 담담했던 것이다.
“아, 아니. 나으리. 안 놀랍습니까?”
“뭐가 말이냐?”
“저기 구엽설삼 찾은 거 말입니다. 채삼꾼 놈이 사라졌는데 저걸 어떻게…”
원래 초옥에서 구엽설삼을 바치기로 한 채삼꾼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탓에, 근처를 지나가던 선량한 하인들을 되레 의심한 것 아닌가.
“아! 혹시 도망치던 채삼꾼 놈을 보신 겁니까?”
하인들은 혹시 이 환관들이 오는 길에 채삼꾼을 붙잡아서 문초했나 싶었다. 그런 거라면 구엽설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게 말이 됐다.
‘역시 내시놈답게 사람 갖고 노는 걸 좋아하는군!’
진작 말해줄 것이지 저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며 사람들을 갖고 놀다니.
‘잠깐. 그러면 개방 거지인 건 어떻게… 그것도 미리 조사한 건가? 동창이니까?’
“무슨 헛소리냐? 동창이 그런 채삼꾼 놈 하나 붙잡아서 물어볼 만큼 한가한 줄 아느냐?”
“예? 그러면 저건 대체 어떻게 찾은…”
“원래 연 대인은 눈을 감고도 천 리 밖의 일을 알아맞힌다.”
“……”
육 학사의 하인들은 어이가 없어서 환관들을 쳐다보았다. 젊은 환관이 벌컥 화를 내며 뺨을 올려붙였다.
“이 놈들이 어디서 감히! 내가 거짓이라도 지껄였단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진정하십시오. 처음 보는 촌놈들은 저런 반응 보이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정파라고 백검대 무인이 나서서 말렸다. 그들도 처음 봤을 때는 기절초풍했는데 이들이라도 다르겠는가.
물론 중경의 고관들을 섬기는 거만한 하인들에게 저 말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감히 무림인 놈들이 우리한테 촌놈이라고…!?’
‘이 천박한 야인 주제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저희의 목숨을 구해주신 겁니다!”
그러는 사이 송 대감의 하인들이 달려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를 올렸다. 연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군.”
“대체 이 설삼이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천천히 생각해보면 쉬운 일이지.”
‘뭐가 쉬운 일이냐?’
환관 중 한 명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직 듣지도 않았지만 절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벌써 들었다.
“말했듯이 이 근처에는 개방의 거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채삼꾼이 사라졌지. 어떻게 생각하나?”
“요 거지새끼들이 채삼꾼 놈을 납치한 겁니까?!!”
“…아니… 채삼꾼 놈이 찔리는 게 있어서 도망을 친 거겠지.”
연우혁은 한경 사람들이 똑똑했단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일단 적어도 근처에 개방도가 있다고 무조건 범인이란 의심은 덜 했으니까.
“알다시피 채삼꾼들 중에는 죄를 짓고 도망친 이들이 꽤 된다. 아마 사파 출신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쳤을 거다.”
사실 어느 문파 출신의 어떤 마두인지도 알았지만 연우혁은 하인들이 혼절할까봐 그것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이 일은 꽤 복잡하게 꼬여 있고 원래라면 여러 사람이 의심받았을 일이었다.
근처에 있던 개방도들, 지나가던 육 학사의 하인들, 그리고 송 대감의 하인들까지.
하지만 진실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설삼을 바치기로 한 채삼꾼이 개방도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지레 겁을 먹은 탓에 초옥 깊이 설삼을 숨겨놓고 서둘러 도망쳐버린 것이다.
“도망치면서 개방도한테 붙잡히면 설삼도 뺏길 테니, 급히 숨겨야 했겠지. 그러면 인근에서 사람 눈을 피해 숨길 만한 곳이 어디 있겠나. 초옥 안 밖에 없다.”
“대… 대인께서는 진정 신인이십니다!”
“그럴 법하지. 연 대인께서는 한경에서 소문난 명판관이시다. 좌부도어사로 임명 받고 올라가는 중이시지.”
“!!!!”
백검대 무인의 말에 하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 중 한경에 친족이 있는 하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 대인께서 한경의 무불통지셨단 말입니까?!”
“어? 자네, 그 도둑놈이라고 욕했잖나.”
“그건 궁가 놈이고! 이 분은 연 대인이시지!”
소문을 들어본 적 있는 하인은 답답해서 가슴을 두드렸다. 동료들은 어리둥절해서 하인을 쳐다보았다.
“자네들, 취옥산장에서 일어난 그 끔찍한 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나? 응? 앉은뱅이 고수 놈이 벌인 짓 말이야! 그걸 바로 알아맞히신 분이 이 분이라고!”
“됐네. 그만하게.”
연우혁은 괜히 민망해져서 하인의 입을 다물게 했다.
어차피 여기서도 사건 몇 개 해결하면 알아서 유명해질 텐데, 저 먼 남쪽의 한경 일을 갖고 와서 알아달라고 하니 괜히 낯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보다 자네는 저기 언덕에 좀 가보도록.”
“?”
백검대 무인은 연우혁의 지시에 의아해했다.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면 거지들이 몇 명 이쪽을 염탐하고 있을 텐데, 꽤 재빨리 도망칠 테니 잘 붙잡아야 하네. 붙잡은 다음 일이 해결됐으니 겁먹을 필요 없다고 전해주게.”
“아, 아아…! 알겠습니다!”
* * *
호골개(虎骨丐) 양악은 욕설을 내뱉으며 거지들을 쳐다보았다.
일이 꼬여도 어떻게 이렇게 꼬인단 말인가.
“아, 이 멍청한 놈들 같으니라고. 대체 고시랑의 하인 놈들은 왜 건드린 거냐?”
“안 건드렸습니다!! 그리고 우시랑…”
“시끄러워!”
양악은 들고 있던 뼈다귀를 부하한테 집어던졌다.
중경에서 구걸을 하는 개방도들은 다른 곳에서 구걸하는 개방도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치와 규율을 갖고 있어야 했다.
워낙 권세가들이 많아서 거지들의 특기, 우르르 몰려가서 깽판치기가 잘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중경에서는 저택 앞에 무작정 몰려가서 징 두드렸다가는 관군들이 몰려왔다.
그런 만큼 이 중경의 개방도들을 통솔하는 호골개 양악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거지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밑의 거지들이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개방이 헐벗고 배고픈 거지들 모이는 곳이었는데 호골개가 날뛴다고 갑자기 질적 향상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번 일도 비슷했다.
호골개가 열심히 육 학사네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 놈들을 구슬려놨더니 부하 놈들이 갑자기 달려와서 ‘헤헤 저 놈들 웃기네요 자기들끼리 싸우는데요? 송 대감 밑의 놈들이랑 싸워요’라고 지껄이는 것이다.
절대 웃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이야 자기들끼리 싸운다지만 싸움 끝나면 육 학사네 하인들이 여기 왜 왔는지 말할 것 아닌가.
물건 사라졌을 때 근처에 거지가 있으면 십중팔구는 거지가 범인으로 몰리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사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당장 호골개도 부하들 중 누군가가 설삼을 훔친 다음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되었으니…
하지만 그건 나중에 확인할 일이고 일단 튀고 봐야 했다. 중경의 뇌옥에 들어가면 답도 없었다.
부하들은 저 멀리 도망치게 한 뒤 호골개는 경공 뛰어난 거지들만 데리고 근처에 숨어 있었다. 도망도 눈치 보면서 쳐야지 그냥 도망치면 안 됐다. 짜증났지만 호골개 본인이 직접 봐야 했다.
“…묘하게 조용한데. 아직도 싸우나?”
“글쎄요…”
“후. 내가 다시 보고 와야겠… 튀어! 튀어! 튀라고!”
호골개는 바로 부하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양쪽에서 무복 입은 무인들이 날아오는 게 눈에 들어온 것이다.
“잠깐! 우린 적이 아니오! 우린 남궁세가의 백검대 무인이오!”
“?!”
호골개는 경공을 펼치다가 멈칫했다. 관군 쪽 고수나 저택의 호위로 일하는 고수가 사칭하기에는 조금 이상했던 것이다.
돌아보니 정말로 남궁세가의 무복이었다.
“…남궁세가의 무인이 무슨 일로 쫓아오는 거요?”
“지금 분타주께서 도망치시는 건, 육 학사의 하인들을 만나 구워삶으려다가 근처에서 설삼이 사라진 일 때문일 겁니다. 설삼이 사라졌으니 개방도들이 누명을 쓸 수 있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설삼을 찾았습니다! 안심하시지요!”
“……”
호골개는 차가운 서리가 등골에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오싹해졌다.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처음 만나는 남궁세가 무인이 자기들 사정을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안심이 되겠는가.
“도, 도망ㅊ…”
“아! 탈혼신군! 탈혼신군께서 지나가다가 설삼 찾아주신 겁니다! 정말 함정이 아닙니다!”
“……”
털썩!
호골개는 무공의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걸 진작 말할 것이지…!”
“뭐, 뭡니까? 분타주님.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다. 탈혼신군이 지나가다가 도와준 모양이다.”
“뭘 어떻게 도와준 겁니까? 하인 놈들을 다 때려눕히기라도 한 겁니까?”
“…설삼을 찾아준 거겠지.”
“아무리 탈혼신군이라도 그걸 무슨 재주로 찾습니까?”
아무리 자기 지역 일 아니라지만 명색이 개방도란 놈이 이렇게 소문에 어둡자 호골개는 뼈다귀를 들어서 이마를 후려갈겼다.
“이 멍청한 새끼야, 탈혼신군 재주면 설삼이 아니라 설삼 할애비도 찾아서 갖고 온다!”
“……”
백검대 무인들은 민망해서 시선을 피했다. 호골개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미안하군. 험한 꼴을 보였소.”
“아닙니다. 그리고 직접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놀랄 수도 있지요.”
“맨날 지 배 채우는 일에만 관심이 있으니, 다른 곳 돌아가는 건 알지도 못하지 이런 멍청한 놈들… 탈혼신군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시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거요?”
“좌부도어사가 되셔서 올라오셨습니다.”
“…!!!”
호골개는 기절할 뻔했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그렇지 이 정도로 빠르게 출세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잠깐… 그러면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호위로 따라왔습니다만.”
“백검대지요? 그러면 백검군자께서?”
“예. 장로님도 같이 오셨지요.”
‘남궁기 이 작자, 예전부터 욕심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하긴 하군!’
호골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부터 무림인답지 않게 조정 일에 관심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기민하게 행동할 줄이야.
대(大) 남궁세가의 장로가 자기보다 훨씬 어린 무림 후배한테 고개 숙이고 호위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남궁기는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걸 참고 이렇게 알랑대다니 이쯤이면 오히려 감탄이 나왔다.
* * *
예부우시랑 송규중은 초조한 표정으로 저택 안을 서성대고 있었다.
“대감 어른. 괜찮을 겁니다. 어느 놈이 그 귀물을 건드리겠습니까.”
“…그렇겠지. 암. 그래야 할 것이야.”
송규중이 초조해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예전부터 노모께서 건강이 편찮으셨는데, 이번에 열병이 제대로 오른 것이다.
용하다는 의원들이 몇 명이나 왔는데도 해결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마지막에 온, 예전에 태의(太醫)로 일한 적 있던 늙은 노의원이 고뇌에 찬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건… 구엽설삼이 없으면 힘들겠소이다.
-그,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구할 수 있소!
-허허. 대감께서는 잘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그런 말을 하시는 거 보니… 이 구엽설삼은 워낙 귀한 물건이라, 한 번 발견되면 동창이나 금의위에서부터 나설 겁니다.
-…!
-만약 구하신다면 최대한 조용히 구하십시오.
-아, 알겠소. 알겠소.
한참을 찾은 끝에 천운이 따라줬는지 한 채삼꾼 놈이 바치겠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원래 귀물은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안심해서는 안 되는 법. 송규중은 초조해서 일이 잡히질 않았다.
“주인 어른!”
“!”
송규중은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 하인들이(멍들고 옷이 좀 찢어지긴 했지만) 의기양양하게 돌아오고 있었다.
“구해왔습니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그런데 대체 꼴이 왜 그 모양이냐?”
하인들은 제각각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들어댔다. 하도 시끄러워서 송규중은 입을 다물게 하고 한 명만 떠들게 해야 했다.
“그, 그러니까 그 자가 이걸 찾아줬단 말이냐?”
“예.”
“동창이 있었는데 이걸 안 가져갔고?”
“어…”
그 말을 듣자 하인들도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동창의 환관들이 이걸 왜 탐내지 않았지?
“그냥… 주인님께 빨리 전해드리라고만 하셨습니다. 북쪽만 보며 시름을 앓고 계실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