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civil servant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솔직히 마두들이 보기에는 적조의 방식이 훨씬 더 이해가 가는 방식이었다.
어떻게 상대를 심문하기 전에 일의 이치를 전부 다 파악한단 말인가. 그건 신선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심문이란 게 원래 모르는 걸 알아내려고 하는 일 아니겠는가.
“맞는 말이군. 저 살수의 방식이 옳다.”
“원래 심문은 상대를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 아닌…”
“조용히 해라. 운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어쩌려고.”
연우혁의 말에 마두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적안호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점소이가 수상하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
“일이 많아서 안팎을 들락날락했다는 핑계가 이상하지.”
점소이라고 하면 무림인들은 무시하기 쉬웠지만, 원래 점소이(店小二)라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나름 가게에서 둘째가는 위치에 있는 존재였다.
특히 번화한 도시인 한경, 그것도 남쪽 자성문 근처 객잔에서 일할 정도의 점소이는 능력이 없기가 힘들었다.
오늘 객잔에서 가능한 음식이 무엇이 있는지 기억하고 있다가, 새로 손님이 들어오면 전낭이 얼마나 두둑한지 바로 가늠한다.
그런 뒤 재빨리 거기에 맞춰서 추천하는 재주는 아무 하인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음식과 술을 추천하는 건 물론이고 뛰어난 점소이는 노래에 손님의 각종 자잘한 요구까지 능숙하게 해낼 수 있어야 했다.
이런 점소이는 일이 많아도 자신이 직접 안팎을 들락날락할 이유가 없었다. 시킬 하인은 물론이고 객잔을 기웃거리는 잡상(雜商)들에게 철전 몇 닢을 쥐어주고 잔일을 시킬 수 있었으니까.
“과, 과연…!”
“그런 거였다니…!”
마두들은 물론이고 적조까지 놀랐다. 마두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네놈은 두들겨 패서 자백시켰다는 놈이 왜 놀라는 거냐?’
일을 해결하고 왔다는 놈이 놀라는 걸 보니 이래도 되나 싶었다.
물론 포두나 포쾌들은 원래 무능하긴 하지만…
“그래서 두들겨 패니 뭐라고 자백하던가?”
* * *
“포, 포두 나으리.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고?”
“네놈의 눈빛이 수상해. 말해라. 왜 그렇게 눈동자를 파르르 떨고 말을 더듬었지?”
“아이고, 안 떨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가까운 곳에서 그렇게 물건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말을 더듬지 않을…”
점소이는 증좌가 없다는 것만 믿고 버텼다.
하지만 점소이가 한 가지 착각한 게 있다면, 원래 포두나 포쾌들은 연우혁처럼 사람을 해하지 않고 완벽하게 일을 해결하는 법이 없었다.
열 사람이 다치더라도 한 명의 죄인을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의(義) 아니겠는가?
적조가 살막에서 배운 분근착골을 펼치자 점소이는 눈물을 줄줄 쏟아내며 자백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 말해라! 에잇! 이놈!
“그건… 크아악! 말하겠습니다! 지금 말할 테니까! 말하겠다고 했잖아 이 찢어죽일 새끼야!”
알고 보니 점소이 혼자서 벌인 일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점소이가 손을 잡은 건 포목점 주인인 송씨 상인이었다.
“뭐라고?! 아니, 왜 자기 면포를 훔친단 말이냐?”
“그, 그것이…”
자신의 재산을 자신이 직접 훔치는 건 얼핏 보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었지만 여기에는 사정이 있었다.
포목점의 송씨가 쌓아놓은 면포는 사실 인근의 권세가에 바칠 물건이었던 것이다.
흔히 상인이 약속한 물건을 바치지 못하고 잃어버리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난폭하고 비정한 무림인들을 상대할 때 이야기.
평판 좋고 명성 높은 가문이라면 상인이 물건을 잃어버린다고 해서 바로 칼을 들이밀지 않았다. 오히려 사정을 봐줄 때가 많았다.
심지어 포목점의 송씨 상인은 한경에서 오랫동안 장사하며 신뢰를 쌓지 않았던가. 불행한 사고로 면포를 잃어버리면 상대도 체면과 평판을 신경 쓰고 너그럽게 다시 은자를 내줄 가능성이 높았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무림인을 믿고 일을 시켰다가 배반당한 거라면 더더욱.
“면, 면포는 사실 그 전날부터 먼저 빼돌려놨습니다. 나뭇가지를 세워놓고 천으로 덮어놓으면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지 않겠습니까. 낭인 놈은 일꾼들과 달라 그런 걸 잘 구분하지도 못할 테니…”
“잠깐. 그럼 낭인 놈의 편은 왜 들어준 거냐?”
적조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예 증언을 안 했으면 담벼락이나 다른 길을 샅샅이 뒤지는 대신 일단 낭인부터 가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 점소이는 굳이 낭인 놈이 제대로 보초를 서고 있다고 증언했다.
“낭인 놈이 잡혀가면 일이 이상하게 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상하다고 잡아간다 하더라도 낭인은 의외로 금세 풀려날 수 있었다.
일단 진짜로 하지 않은 만큼, 주변에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물어보거나 낭인이 머무는 숙소를 샅샅이 뒤져보면 사라진 면포와 관련된 증좌가 나오기 힘든 것이다.
그러면 이제 뒤질 만큼 뒤진 사람들은 혹시 다른 가능성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었다.
-다른 놈이 범인 아닌가?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인 만큼 포목점 송씨는 교활하게도 그런 상황 자체를 피하려고 했다.
점소이가 나서서 증언을 해주면 이제 옳다구나 나서서 ‘보아라! 낭인 출신이긴 하지만 내 일꾼이다, 의심하지 마라!’외치며 덮으려 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반쯤 낭인을 의심하긴 해도 깊게 캐묻지는 못할 테니 사건이 이대로 끝나버릴 것이니 그게 첫 번째 이득이고, 낭인은 설마 자신을 위해 나선 상인을 의심하지는 못할 테니 두 번째 이득이며, 면포 값을 치른 가문에서는 자기 일꾼을 믿어주는 상인을 탓하지는 못할 테니 세 번째 이득이었다.
소문만 무성히 퍼지다가 흐지부지되는 것. 그게 송씨의 목표였다. 그 때가 되면 조용히 빼돌린 면포를 팔아치우리라.
* * *
“감히!”
자리에 있던 마두들은 출신이나 소속 문파와 상관없이 분노했다.
갈 곳 없는 낭인을 저렇게 농락하다니. 하여간 산판(算板)이나 두드리는 상인 놈들은 믿을 게 되지 않았다. 괜히 무림인들이 상인을 멸시하며 핍박하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됐나? 놈을 잡아 가뒀겠지?!”
“…그래. 놈도 잡아 가뒀다.”
적조는 연우혁 대신 마두들이 재촉하자 어이가 없었다.
왜 여기서 국법과 가장 상관없는 놈들이 소란을 피우고 재촉한단 말인가?
“그러고 나니 한경 백성들도 어느 정도 납득하고 물러나더군.”
“과연… 제법이군. 제법이야. 명판관은 사라졌어도 명포두는 있는 법인가.”
“잠깐. 그래도 너무 늦게 오지 않았나?”
적안호리가 계산해보며 의아해했다.
한경의 소란을 진정시키고 일을 마무리했다 하더라도 너무 늦게 온 것이다.
적조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실은 그 뒤에도 일이 더 있었다.”
“한경 놈들은 뭐가 그리 불만인 거냐? 이런 미치광이 놈들 같으니!”
“솔직히 배가 부른 소리 같군. 내가 살던 마을에는 포두 놈이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알아서 일을 해결하라고 내버려뒀지.”
마두들은 배부른 소리를 하는 한경 사람들을 욕했다. 연우혁은 마두들의 입을 다물게 한 뒤 계속 이야기해보라고 손짓했다.
“그러면 왜 늦은 건가? 혹시 관리들이 떠나지 못하게 붙잡았나?”
“그런 게 아니라…”
* * *
포목점 송씨를 솜씨 좋게 붙잡아내자 몰려든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적조는 그 틈을 타 크게 외쳤다.
“연 대인께서 계시지 않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이렇게 어떤 일이든 해결해줄 수 있으니! 여기 궁 대인께서도 약조하셨지 않느냐!”
“그, 그렇지.”
궁 판관은 쉰 목소리로 동의했다. 저택 앞에 모인 사람들도 결국 순순히 무기를 내려놓고 물러났다.
소문이 퍼지고 곳곳의 소란도 차례대로 진정되자 그제야 한경의 관리들도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뇌옥에 갇혀 있다가 나온 무림인들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들어갔다.
“적 포두. 자네는 한경 제일의 명포두로군! 마치 연 판관을 보는 것 같네!”
“감사합니다. 지부 어르신. 그런데 관병을 좀 더 늘려야 하지 않습니까?”
“백성은 무릇 덕으로 다스려야지 무(武)로 다스리지 않는 법. 어찌 이 한 몸 지키겠다고 백성들을 괴롭게 하겠는가? 농번기로 바쁠 때 백성들을 부르면 얼마나 원성이 높겠는가?”
“……”
적조는 지부 대인과 대화하면서 크게 놀랐다. 대체 연우혁은 어떻게 이 헛소리를 참아주었단 말인가?
‘그보다 겁이 안 나나??’
한경 사람들한테 잡혔으면 몰매를 맞았을 수도 있었는데 이런 태연함이라니. 지부도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 그렇군요.”
“자네만 믿네. 적 포두. 연 판관이 떠난 한경 백성들을 위무해주게.”
“……”
그래도 나름 포두라고 적조는 시키는 대로 했다.
남은 포두, 포쾌들을 열심히 굴리고, 일이 일어나면 은잠술을 펼쳐가며 조사하고…
다행히 궁 판관은 지부 어른보다는 눈치를 볼 줄 아는 인물이라 한동안 은자를 받진 않았다. 지금 은자를 받았다가는 한경 사람들이 몰려왔을 때 가장 먼저 머리통이 깨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법 일의 형태가 갖춰지고 백성들의 불만이 들리지 않게 되자, 적조는 슬슬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하지만 말하지 않고 떠나는 게 맞겠군.’
포두로 제법 일한 덕분에 적조는 관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적조처럼 사실상 한경의 총포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관리들이 귀찮아지는 법. 당연히 온갖 핑계를 대며 떠나지 못하게 붙잡으리라.
그래서 적조는 서신만 간단히 남겨놓고 빨리 출발하려고 했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꽤 늦은 상태라 마음이 조급했다.
그런데…?
-혈지혈살(血指血殺) 적 대주. 네놈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낯익은 전음에 적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감을 넓게 펼치니 한 명이 아닌 세 명의 살막 장로가 적조를 넓게 포위하고 있었다. 도주로를 완전히 뺏은 기습에 적조는 스스로의 방심을 깊게 한탄했다.
아무리 상대의 경지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더 경계를 풀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포두 노릇을 하다보니 버릇이 반대로 든 것이다.
“노 장로를 뵙습니다.”
“흥.”
십지십살(十指十殺)이란 별호를 가진 살막 장로, 노척이 담벼락 옆에서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귀류지(鬼流指)라는 지법을 익힌 이 장로는 열 명의 목숨을 취해야 하는 의뢰를 단 한 번의 지법을 펼침으로써 끝낸 전적이 있었다.
“…도 장로님도 오셨군요.”
“그래. 왔다.”
비침사신(飛針死神) 도융은 바늘을 암기로 사용했는데, 상대가 그걸 알고 있어도 막지 못하는 악명을 자랑했다. 어느 순간 날아든 바늘이 요혈을 꿰뚫고 있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마지막으로 뇌도참살(雷刀慘殺) 종막이 무뚝뚝하게 길을 가로막았다. 이들 중 가장 경지가 높은 종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 적조를 위협했다. 절정의 살수가 뿜어내는 살기에 적조는 매우 긴장했다.
“살막의 일을 내팽개치고 여기서 무엇하는 것이냐?”
노 장로의 날카로운 질문에 적조는 등 뒤로 진땀을 흘렸다. 혹시나 전 살막 장로의 외손녀라도 발각된다면 일이 보통 귀찮아지는 게 아니었다.
짧지만 긴 고민 끝에 적조는 결국 연우혁을 핑계로 댔다. 탈혼신군이란 고수에게 제압당한 뒤, 패배한 대가로 그 밑에서 일하게 됐다고…
“과연. 그래서 포두로 일하고 있었던 건가.”
장로들은 의외로 그 변명에 납득했다.
살막의 대주까지 오른 기재가 궂은일만 골라 하는 포두 따위를 좋아서 할 리 없었으니까.
“예. 정말로 원통합니다.”
“흐음. 아무리 승리를 거뒀다 하더라도 살막의 대주를 이렇게 멋대로 부려먹는 건 법도에 어긋난 일이다… 하지만 놈의 재주가 소문만큼 뛰어나다면 넘어가줄 수도 있지.”
“…살막 내에 무슨 일이라도?”
“네가 감히 염탐이라도 하려는 것이냐?”
“그, 그런 게 아니라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려는 거였습니다.”
“호. 과연… 적 대주는 예전부터 영특했지. 외인에게 물어보기 전에 적 대주가 한 번 풀어보게나.”
* * *
“살막 내부의 일을 해결하느라 늦은 거로군.”
마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조는 땅바닥만 쳐다보며 말했다.
“실패해서 늦은 거다.”
“……”
“…그래도 성과가 있었겠지?”
적조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도 없었다. 마두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일을 실패했다면 장로들은 어떻게 됐나? 혹시 여기까지 따라서 올라왔나?”
“예…”
“그래. 만나보겠다고 전해라.”
한 시진 후.
연락을 전해들은 살막의 장로들이 조심스럽게 도착했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탈혼신군. 당신이 살막의 대주를 멋대로 종놈처럼 부렸다고 들었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직 걱정할 건 없소. 당신이 한 가지만 도와준다면 살막은 원한을 품지 않을 테니.”
“이 탈혼신군은 어떤 난제도 풀지 못할 게 없지!”
안에서 흔쾌히 대답하는 연우혁의 모습에 살막 장로들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 호언장담만큼이나 재주가 뛰어난지 보겠소이다!”
“그래!”
말과 함께 안에서 빛줄기처럼 암기가 쏘아져 나오더니 장로들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