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고대유적 (2)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군.”
차량에서 내린 오시안은 주변에서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오시안의 태도에, 일부 노스 블라인더스 조직원들이 불만 섞인 시선을 보냈다.
대체 왜 이런 녀석이 자신들과 함께라는 눈빛이었다.
특히 오시안에게 얻어맞아 몇 주간 부상을 입은 조직원들의 시선이 뜨거웠다.
물론 뒤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오시안은 개의치 않았다.
그 모습에 조직원들은 분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저 남자를 데려온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발루드 이사님이 아니었던가.
발루드를 향한 충성심으로 뭉친 그들은 이사님이 다 뜻이 있겠지 하고 불만을 내뱉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오시안은 강한 해결사에 속해 있으니, 그가 함께하면 위험해질 확률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와. 진짜 바글거리네요.”
등에 커다란 가방을 멘 일루아가 눈을 빛냈다.
그렇게 체구가 크지 않은 그녀였는데, 가지 상반신만 한 탐험 가방을 메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발루드의 부하들은 왜 그렇게까지 많이 챙겨오는지 물어보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발루드가 사전에 엄숙하게 경고를 했기 때문에 말을 거는 것도 불가능했다.
-의뢰주님에게는 말을 걸지 않도록 합니다.
-그, 혹시 이유가 있습니까?
-그런 험악한 얼굴로 물어보면 겁을 먹지 않겠습니까.
잔혹한 말이었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짐을 많이 챙겨야 하나?”
그래서 누구도 물어보지 못하는 그때, 오시안이 물었다.
나이스!
조직원들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오시안의 행동에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 이건 유적 탐사에 필요한 자료고요, 이건 혹시라도 안쪽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챙긴 긴급 구조 키트, 이건 돋보기, 이건 암호 해석문, 이건 또…….”
“거의 다 쓸모없는 것들이 아닌가.”
“그런 거 아니에요! 다 쓸데가 있다구요! ……아마도.”
“나중에 무겁다고 들어달라 해도 안 들어줄 거다.”
“오시안 씨 말고도 들어줄 사람 많거든요!”
일루아의 시선이 발루드의 부하들을 향했다.
부하들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아니. 들어달라 할 거면 가져오지 말라고.’
‘다 쓸 데 있다면서 왜 벌써부터 남한테 넘기려 하는 건데.’
상식적인 지적조차 허락되지 않은 이 순간이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남한테 폐 끼치지 말고 네가 챙긴 건 네가 들어라.”
물론 오시안은 그런 거 없었다.
‘이 남자. 생각보다 제법인데?’
‘우리가 하지 못하는 걸 저렇게 태연하게 해내다니.’
발루드의 부하들은 점차 오시안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래. 예전의 일이야 뭐, 사나이들끼리 만나고 그러다 보면 다투다가 어디 한 군데 부러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들은 최대한 정장을 차려입고 절도 있게 행동하지만 결국은 북부 노르드인.
그 내면에 꿈틀거리는 마초성은 어쩔 수 없었다.
“오시안 씨는 제가 고용주인데 불쌍하지도 않아요?”
“네가 불쌍하니까 지켜 주려 하는 거 아닌가.”
“두 분 다 집중하시죠. 곧 시작하려는 모양이니까요.”
발루드가 투닥대는 일루아와 오시안을 중재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는 커다란 공터였다. 그 공터 아래로는 반쯤 무너진 것 같은 커다란 토굴이 있었다.
고고학 연맹이 발견한 고대유적의 입구였다.
‘도시 한복판에 고대유적이라.’
어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오지도 아니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유적이 있을 줄이야.
티르나가 그만큼 넓다는 것이 실감이 됐다.
“자! 입장권을 지닌 분들은 이쪽으로 모이십시오!”
고고학 연맹에서 나온 사람들이 확성기를 통해 소리쳤다.
드디어 시작이었다. 무기를 점검하고 준비를 하던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서 움직였다.
“와. 신기한 사람들이 많네요.”
일루아가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만 놓고 보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검은 로브를 걸친 흑마법사들은 흑마법사 노동조합 소속 흑마법사들이었고, 다른 곳에 자리 잡은 마법사들은 걸치고 있는 로브에 하나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저건, 마법 교육기관 [그랜드 클로이스터]를 상징하는 로고로군.’
[그랜드 클로이스터].티르나에 존재하는 두 교육기관 중 하나를 차지하는 곳이다.
[칼리고 비블리오]가 흑마법사들을 교육하고 가르치는 기관이라면 [그랜드 클로이스터]는 일반 마법사들을 가르치는 곳이었다.나름 역사가 깊은 편이지만, 의외로 먼저 지어진 것은 칼리고 비블리오 쪽이었다.
마법사들은 예전부터 학파끼리 모여서 마탑을 이루며, 조금은 폐쇄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대중이 쉽게 접하기에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그때 흑마법사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그리고 노조를 결성하며 가르침을 주기 위한 교육기관인 [칼리고 비블리오]를 설립했다.
그들의 모토는 간단했다.
평민 귀족 할 것 없이, 흑마법사가 되고 싶은 자는 누구나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것.
당시 마법사들이 상위층의 전유물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실로 파격적이었다.
마법사들은 그런 흑마법사들의 행동을 비웃었지만, 그 생각이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가 흐를수록 흑마법사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졸업생 중에는 걸출한 재능을 지닌 흑마법사들이 다수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법은 폐쇄적인 성향 때문에 그 성장이 더뎌진 상황.
오랫동안 쌓아온 역사와 전통은 흑마법사들의 추격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지만, 마법사들은 그것이 시간문제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마법사들도 학파와 마탑들이 손을 잡아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통합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그것이 바로 그랜드 클로이스터.’
마법 아카데미이다 보니 당연히 저기 소속된 사람들은 대부분 상당히 젊은 편이었다.
‘엘리제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린 느낌인가.’
교육을 받는 아카데미생이니 미숙해 보이겠지만 전혀 다르다.
지금처럼 마나 유저가 넘치는 시대에서 마법사가 됐다는 것은, 아주 뛰어난 재능이 뒷받침된다는 소리였다.
재능은 나이나 경험을 무위로 되돌릴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저기에 모인 아카데미생들 모두가 최소한 1인분은 할 수 있다 봐도 무방했다.
그중에서 오시안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레몬색 머리카락을 한 쌍의 남녀였다.
저기 모인 아카데미생의 중심에 자리 잡은 그들은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닮은 것을 보니 남매인 모양이군. 게다가 주변에서 저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 저 중에서 가장 강할 테고.’
그때 오시안은 남매 중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첫인상은 뭐라고 해야 할까, 건방진 귀족을 보는 것 같았다.
샤프하고 날카로운 인상은 그가 미남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 주었지만, 눈매가 날카로워서 성격이 꽤 더러워 보였다.
오시안을 본 그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무슨 원수처럼 노려보았다.
‘뭐지?’
오시안은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나 다른 누구와 착각을 한 게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그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아카데미생은 오시안을 노려본 것이다.
‘나를 알고 있나?’
정작 오시안은 저 아카데미생을 처음 봤다. [그랜드 클로이스터]와 접점이 없으니 당연했다.
나를 알고 있냐고 물어보려 해도, 이미 저쪽이 먼저 자리를 떠났기에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군부도 눈독을 들이는군.’
한쪽에는 중무장을 한 군인들이 보였다.
무기부터 해결사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화력의 무기들이 즐비했다.
파우치 팩 곳곳에는 온갖 화약이 가득했고, 어떤 군인은 상의에 x자로 벨트를 둘러맸는데, 벨트에는 샷건에 쓰는 슬러그 탄이 빽빽했다.
머리에 쓴 철모와 눈가에 쓴 뿌연 고글, 그리고 입가에 착용한 철제 마스크까지.
누가 보면 전쟁이라도 하러 가는 줄 알 것이다.
‘저쪽도 주의를 해야겠어.’
뮤턴트를 고용한 쪽도 있으며, 평범하게 기업 소속 사람들을 데려온 쪽도 있었다.
이렇게 보니 노스 블라인더스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사람들이 이번 유적 탐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리라.
“우리도 준비합니다.”
발루드가 손가락을 딱 튕기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휘하 패밀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차량의 트렁크에서 무기를 챙겼다.
험악한 인상에 양복을 입은 자들이 토미건을 비롯한 화기류로 무장하니 그래도 얼핏 분위기가 났다.
“입구는 좁고 사람은 많으니,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애초에 입장권부터 순번표가 정해져 있지만요.”
“보아하니 우리는 꽤 후순위인 모양이로군.”
“어차피 먼저 들어간다고 해서 좋을 건 없습니다. 유적의 위험한 함정이나 안쪽에 즐비한 가디언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오시안과 발루드가 그렇게 대화를 나눌 때, 누군가 과장된 발걸음으로 일루아에게 다가왔다.
“하하! 이게 누구야! 골방에만 틀어박히는 일루아가 아닌가! 우리 곰팡이 같은 아가씨가 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오셨지?”
일루아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불편한 걸 마주한 사람처럼 어깨를 움츠리며 시선을 땅으로 향했다.
일루아의 앞에 선 것은 체구가 건장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였다.
유쾌해 보이는 미소에 깃든 것은 경멸 어린 조소.
일루아의 반응을 보건대 서로 아는 사이 같았다.
“이야기는 들었다. 아버지가 다쳐서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며? 그래서 입장권을 양도받았기에 여기까지 나온 거냐?”
“그, 그게 왜요.”
일루아가 소심하게 저항했지만, 소용없는 발버둥이었다.
“애송아. 여기는 너처럼 나약한 꼬맹이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입장권을 양도하고 물러나.”
“다, 당신이 뭔데요!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구요!”
“하.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을 데려온 거냐? 그거참 웃기는군.”
남자의 목소리에 깃든 비아냥이 더욱 짙어졌다. 옆에서 일단은 듣고 있던 오시안의 표정이 조금 굳어질 정도.
“그래서 불러온 게 마피아냐? 이거 참 놀랍네. 설마하니 범죄조직으로부터 몰래 후원을 받고 있었던 거야? 탐험가로서 자존심도 없냐?”
“그, 그건 아저씨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뭐? 하! 내가 상관이 없다니! 너희 부녀 같은 놈들이 더러운 사람들과 손을 잡으니 괜히 우리 고고학 연맹만 욕을 먹는 거 아니야!”
더러운 사람이라는 말에 발루드의 부하들이 발끈했다.
하지만 발루드가 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을 제지했다.
발루드의 부하들은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소란을 피웠다가는, 이미지가 좋지 않은 그들이 몰매를 맞을 테니까.
발루드는 오히려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그저 묵묵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차갑게 자리를 지킬 뿐.
“흥. 그래도 꼴에 굴러가는 머리는 있다는 거냐.”
일부러 도발을 했던 남자는 발루드의 시원찮은 반응에 코웃음을 쳤다.
“네가 들어온다면 말리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건 네 책임이야. 실전 경험이라고는 한 번도 없는 네가, 과연 멀쩡하게 살아서 나올 수 있을까?”
“…….”
“병원에 있는 네 애비만 불쌍하게 됐구나. 쯧쯧.”
일루아의 표정이 시무룩해지다 못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변했다.
그걸 기회로 삼았는지 남자가 일루아에게 무어라 더 몰아치려는 순간 오시안이 나섰다.
“거기 털보.”
“뭐, 뭐? 지금 날 두고 말한 거냐?”
일루아에게 시비를 걸었던 남자는 오시안의 호칭에 발끈했다.
털보라니. 물론 구레나룻과 수염을 길게 기르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저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혓바닥이 길군. 그렇게 겁이 났나?”
“이 자식이!”
남을 도발하는 건 괜찮아도 자신이 당하는 것은 참지 못한다는 걸까.
털보의 얼굴이 붉게 변하며 그가 오시안을 향해 성큼 걸어왔다.
오시안이 털보를 향해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해 보든가.”
허리춤의 검에 손을 얹는 그 순간, 둘 사이에 한 그림자가 불쑥 솟구쳤다.
그것은 무표정한 얼굴의 남자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어딘가 초점 없는 무기질적인 눈으로 오시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넌 뭐냐. 비켜.”
오시안이 무어라 말하는 그때 일루아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저, 저 사람. 강화인간이에요.”
강화인간.
오시안도 기억에 있었다. 티르나의 과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육체를 더 강하게 만든 자들.
개조 인간과는 조금 궤가 달랐다.
개조 인간은 육체를 기계로만 바꾸었다면 강화 인간은 조금 더 광범위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인간을 초월한 생물학적인 진화를 인위적으로 맞이한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은, 티르나에 존재하는 생명연구소와 마법사 학파였다.
“거기까지. 이제 곧 우리가 들어갈 차례니 괜한 소란은 자중해라.”
털보 또한 자신이 고용한 강화인간이 나서서 말리자,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쳇. 알고 있다고.”
그렇게 물러나는 자들을 보며 오시안이 조심히 손으로 턱을 쓸었다.
‘강화인간이라. 조금 묘한 느낌이 나는 놈인데.’
오시안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 순간 강화인간이 고개만 뒤를 돌려 오시안과 눈이 마주쳤다.
오시안은 그 눈빛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제길. 왜 말린 거야? 조금만 더 했으면 저 눈엣가시를 쫓아낼 수 있었다고.”
“굳이 귀찮게 말로 해야 하나?”
“그, 그럼?”
“어차피 눈엣가시라면 확실하게 정리해야지. 유적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그 말에 털보의 입에 미소가 맺혔다.
“흐흐. 그거 마음에 드는군.”
“걱정 마라. 저 건방진 해결사와 마피아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찢겨 죽을 테니까. 특히 그 해결사 자식은,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