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강화인간 (2)
발루드는 [광포한 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북방 노르드 야만족 출신이면서도 그 티를 내지 않으려는 이유와 같았다.
[광포한 곰]은 너무나도 야만적이었다.그야 그럴 것이, 이 특성은 사용자를 피에 미치는 광전사로 만들었으니까.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더욱 포악해지고 강해진다.
흘리는 피와 줄어드는 체력에 비례해서 공격 속도, 공격력, 이동속도, 받는 피해 감소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단순히 그런 효과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광포한 곰]은 결국 전반적인 특성을 아우르는 것일 뿐, 세세한 스킬까지 들어가면 매우 다양한 기술이 즐비해 있었다.일정 시간 동안 체력이 특정 퍼센트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도 하며.
공격을 멈추지 않고 이어 나가면 데미지에 보너스 가산점이 붙기도 한다.
흘린 피를 이용해 잃은 체력에 비례해서 방어막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것 없이, 오로지 공격으로만 대응하는 상남자의 기술.
발루드가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주, 죽어!”
강화인간이 손에서 전격을 내뿜었다. 자세히 보면 전격을 모으는 그 손바닥이 금속처럼 맨들맨들하게 바뀌어 있었다.
몸을 타고 흐르는 혈관이 플라즈마 전류로 반짝였다.
파지지지직!
전격이 천천히 다가오는 발루드의 몸을 재차 때렸다.
발루드의 몸이 덜컥 흔들렸지만, 그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에 아른거리는 혈광이 방금 전보다 더 진하고 강해졌다.
“제가, 이 기술을 싫어하는 것은 머리가 이상해지기 때문입니다.”
평소 차가운 목소리와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그의 얼굴은 한없이 짜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조차 먹먹해지죠. 대신 당장 눈앞의 적을 죽이라고 온 세포가 시끄럽게 떠듭니다.”
“오, 오지 마!”
“머리가 울린단 말입니다. 머리가.”
“오지 말라고!”
그때 다른 강화인간이 나섰다.
머리를 짧게 친 남자였는데, 그가 팔을 쭈욱 뻗자 고무처럼 길게 늘어나더니 발루드의 복부를 찔렀다.
그럼에도 발루드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고통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그의 표정은 변화조차 없었다.
“그래서 이걸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들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 이 미친 괴물이…….”
“그러니 책임지십시오.”
발루드가 자신의 복부를 찌른 손을 잡고 휙 당겼다.
강화인간이 버티려 했지만, 광포화된 발루드의 힘을 견딜 수는 없었다.
그 몸이 주욱 당겨지며 발루드를 향해 날아갔고.
발루드는 그대로 도끼를 들어 올려 날아오는 강화인간의 목을 찍어 버렸다.
목이 잘려나가지는 않았지만 도끼의 힘을 견디지 못한 강화인간의 몸이 지면에 처박혔다.
발루드는 그런 강화인간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퍼억! 퍽! 퍽!
이미 시체가 된 강화인간의 몸이, 도끼가 꽂힐 때마다 경련을 일으켰다.
붉은 피가 발루드의 몸 곳곳에 튀었다. 발루드는 뺨에 묻은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전격을 쏘았던 강화인간을 응시했다.
“괴, 괴물……!”
인간을 초월한 강화인간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복부에 뚫린 주먹만 한 구멍이, 실시간으로 꾸물거리며 재생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외치고 싶어질 것이다.
상처가 재생되며 피가 멎고 새살이 차올랐다.
특성의 효과 중 하나인 회복능력 상승의 결과물이었다.
발루드는 도끼를 쥐었다. 본래라면 서리의 기운을 머금었어야 할 도끼가 붉은 기운으로 잠식되었다.
투웅! 발루드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강화인간은 그의 모습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직후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칼같이 몸을 돌리며 전격을 쏘아붙이려 했지만.
서걱.
팔 한쪽이 도끼에 잘려 나가는 것이 더 빨랐다.
“아악! 아아아아악! 내 팔!”
“좋군요. 조금 더 시끄럽게 울어 보십시오. 제 머리에서 울리는 이 소리가 지워지도록.”
발루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피투성이 얼굴로 짓는 거라 매우 섬뜩했다.
오히려 공포 때문에 고통에 부르짖던 강화인간이 입을 꾹 다물었다.
“더 안 우십니까?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발루드는 도끼를 들어 올렸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는지 도끼를 툭 떨어뜨렸다.
“대체 뭘…….”
콰직!
그 대신 꽈득 말아쥔 주먹으로 강화인간의 얼굴을 뭉개 버렸다.
때리고 또 때리고.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시키고 피를 보고 난 뒤에야 치밀어 오르는 광증이 가라앉았다.
발루드는 뺨에 느껴지는 뜨겁고 비릿한 피를 손으로 닦아내려다 포기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아.”
그가 셋을 정리했지만, 아직 남은 강화인간은 여섯이나 더 있었다.
그리고 오시안이 지금 동시에 여섯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들지 않았다. 강화인간도 약하지는 않지만, 오시안은 그보다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검에 별빛을 두른 채 절도있게 검술을 펼치는 오시안을 보면, 그가 질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크아아악!”
강화인간의 덩치가 커졌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몸에 털이 돋아나기도 했다.
오시안은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모든 강화인간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건가.’
강화인간은 유전자를 개조해 생물학적인 진화를 인위적으로 맞이한 존재.
비슷한 쪽으로 보면 뮤턴트가 있지만, 차이점은 존재했다.
뮤턴트는 선천적이며, 그 능력이 하나에 국한된다.
반대로 강화인간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한 강화인간이 여러 능력과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짐승의 인자를 발현한다거나, 뛰어난 신체능력과 재생력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뮤턴트와 같은 유사 초능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멈춰!”
오시안이 성광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강화인간 하나가 외쳤다.
그 목소리가 찌르르 울리며 오시안의 몸을 옭아맸다.
상대방의 정신에 간섭하는 일종의 정신공격. 하지만 오시안은 그걸 가볍게 훌훌 털어냈다.
검광이 번뜩이고, 거구의 덩치로 변한 강화인간의 머리가 별빛 속에 삼켜졌다.
푸화악!
지면이 불쑥 일어나더니 나무줄기가 말미잘처럼 오시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오시안의 어깨 위에 별빛이 둘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성운비단.
망토를 두른 오시안이 자리에 한 바퀴 돌았다.
나무줄기가 일거에 잘려 나가며 연녹색 체액을 흘렸다.
체액은 산성이었지만, 그 산성조차 오시안의 성운비단에 타격을 주지 못했다.
“물러나!”
강화인간 하나가 오시안을 향해 외쳤다.
외침과 함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음파가 오시안을 때리려는 순간, 오시안이 새하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사라졌어?”
주변을 살피려던 그의 머리가 더는 돌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툭 떨어졌다.
옆에서 정신파를 쏘아내던 여자 강화인간이 그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오시안을 향해 재차 정신간섭을 시도하려는 그때, 오시안의 다리가 여자 강화인간의 무릎께를 걷어찼다.
와직 하고 부러지는 다리와 함께 쓰러지는 몸.
그 위로 떨어진 성광검이 심장을 찔렀다.
하지만 역시 강화인간이라 그런가. 심장이 찔린 것만으로 바로 죽지 않았다.
이대로 별빛을 키워 심장을 태우려는 순간 정신파를 쏘아내던 강화인간이 두 팔을 들어 오시안의 발목을 붙잡았다.
오시안은 코웃음도 없이 성광검을 휘둘러 팔을 잘라냈다.
뒤를 노리고 달려들던 강화인간이 채 접근하기도 전에 오시안이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강렬한 백염에 머리가 날아간 강화인간이 관성을 못 이기고 오시안을 지나쳐 달리다 쓰러졌다.
“커흑! 어, 어떻게…….”
자신의 목숨을 던진 발악조차 소용없었다는 사실에 강화인간이 눈을 부릅떴다.
대체 어떻게 인간이 그런 힘을 지녔는지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한 눈치.
오시안은 굳이 그걸 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는 그때, 정신파를 쏘던 강화인간의 고개가 옆으로 툭 떨어졌다.
죽은 건가.
오시안은 흥이 식었다는 듯 성광검과 성운비단을 해제했다.
그의 시선이 아론을 비롯한 그의 팀원을 향했다.
애초에 강화인간만 믿고 있었는지, 그들의 숫자는 조촐하기 짝이 없었다.
아론을 포함해서 고작 다섯.
그들은 오시안의 무력에 압도되어,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그래. 너희들이 남아 있었지.”
오시안은 천천히 아론의 앞에 다가갔다.
아론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방금 전 오시안이 뭘 했는지 본 입장에서, 감히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아론이 납작 엎드렸다.
“사, 살려만 주신다면 가진 걸 모두 내놓겠습니다. 바, 바깥에 돌아간다면 고고학 연맹의 인맥을 이용해서 보상까지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치는 그 모습은 비굴하다 못해 연민이 들 정도였다.
그 뒤의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살려달라?”
“네, 네!”
“방금 전까지 날 죽이려 들었으면서, 이제 와서 불리해지니 살려달라고 빌겠다고?”
“그, 그건 강화인간들이 멋대로 한 짓입니다! 그, 그놈들 원체 통제가 되지 않아서 제 말을 듣지도 않고……!”
“그런 것치고는 놈들이 우릴 죽이려 들 때, 뒤에서 재미있다는 듯 웃으면서 구경하고 있더군.”
오시안은 그들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남들 죽이려 할 때는 좋다구나 하더니 죽으려 하니까 추하게 빈다고?
“너흰, 전혀 명예롭지 않다.”
“그, 그러니까…… 뒤져라 이 씨발새끼야!”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아론이 오시안을 향해 캡슐을 던졌다.
아무리 호위를 고용했다 하더라도 탐험가인 그에게도 제 목숨 건사할 수단은 있는 법.
지근거리에서 발동한 캡슐은, 오시안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방사형으로 강렬한 전류를 뿌렸다.
그 모습을 본 발루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저건 자신이 강화인간에게 당한 전격보다 훨씬 더 강한 마법이었다.
최소 3성급 전격계열. 저걸 근거리에서 정통으로 맞았으니, 아무리 오시안이라도 멀쩡하지 못할 터.
하지만 전류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오시안은 여전히 멀쩡하게 서 있었다.
자세히 보면 완전히 멀쩡한 건 아니고 의복이 타거나, 피부에 자잘한 상처가 생기긴 했다.
하지만 3성 마법에 맞았는데 저 정도면, 멀쩡한 수준이 아니던가.
“어, 어떻게…….”
아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람이 어떻게 근거리에서 마법을 맞고도 죽지 않는단 말인가?
아론이 눈동자를 굴렸다.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오시안의 검이 그의 혀를 잘랐다.
아론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양손을 타고 피가 철철 흘렀다.
“더는 그 더러운 입을 열지 마라. 내 귀가 썩어버릴 것 같으니까.”
“으읍! 으으으읍!”
아론이 무어라 외치며 일루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제발 자신을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
일루아는 그런 아론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렸다.
“우리 고용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군.”
“으으으읍!”
아론이 팔을 뻗어 오시안을 제지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검은 정확하고 빠르게 아론의 급소를 베었다.
그 너머에서 도망치려던 아론의 팀원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아론과 어울려 다니며, 악행이나 일삼던 자들이었다.
자비를 베풀어 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완전히 정리가 끝난 오시안을 향해 발루드가 다가가며 물었다.
“당신, 괜찮은 겁니까?”
“뭐가 말이지?”
“방금, 캡슐에 저장되었던 마법에 직격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러니까 괜찮냐고 물은 겁니다.”
괜찮기는 했다. 물론 타격이 없냐면 그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오시안도 내심 놀란 상태였다.
‘나, 이렇게나 튼튼했구나.’
신체능력이 강하고 지구력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자신이 보통 육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에 맞고도 죽지 않다니.
‘물론 이런 걸 몇 번 맞으면 나라도 위험하겠지만.’
한두 번 정도는 몸으로 때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그만한 맷집을 지녔으면서 왜 지금까지 계속 피하기만 했던 겁니까?”
저 정도로 몸이 튼튼하면, 조금은 무모한 행동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오시안은 지금까지 검으로 막거나 공격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싸웠다.
간혹 성운비단으로 공격을 막기는 했지만, 그것은 회피하기 힘든 광범위한 공격에 국한된 것이었다.
발루드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강한데 굳이? 싶은 것이다.
그 질문에 오시안이 뭘 당연하게 걸 묻느냐는 듯 답했다.
“피할 수 있는데 안 피하면 이상하지 않나.”
“그런 것 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피하는 데 집착하던 것처럼 보이던데 말이죠.”
“아무리 나라도 이런 공격에 맞으면 아프다.”
이번에야 비굴한 척하던 아론이 설마 그런 상황에서 기습을 날릴 거라 예상하지 못해 당했을 뿐.
알고 있었다면 맞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아픈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오시안도 마찬가지였다.
그 육체는 분명 강인한 기사의 것이지만, 그래도 그의 정신에는 여전히 21세기 소시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픈 건 싫지.”
“…….”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