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12)
12화. 블랙 스네이크 (1)
용역 양아치들은 오시안의 말에 슬슬 짜증을 느꼈다.
겁만 줘서 쫓아낼 생각이었는데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니,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
특히 사과를 얻어맞은 녀석은 콧김을 씩씩 뿜으며 벌써부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하필이면 제일 앞뒤 안 가리는 녀석을 화나게 만들었으니, 이제 저놈은 큰일 났다.
“야, 끼어들지 마라. 저 새끼는 내가 조질 테니까.”
사과를 맞은 양아치는 오시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그가 절대로 주먹에 손대중을 하지 않겠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 방 맞고 뒤지지 마라. 그러면 진짜 나한테 죽는다.”
그렇게 말하며 오시안의 복부를 향해 내질러지는 주먹.
그러나 그 주먹은 목표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다.
오시안이 가볍게 손을 뻗어 주먹을 잡아낸 것이다.
“그 말은 내가 그대로 돌려주고 싶군.”
“뭐?”
“한 대 맞고 쓰러지지 말거라. 그러면 내가 재미없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렇게 말하려던 양아치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숨을 토해 내야만 했다.
오시안이 어느덧 가볍게 주먹을 뻗어 그의 복부를 때린 것이었다.
양아치의 몸이 기역 자로 꺾이다 못해 반으로 접혔다. 부릅뜬 눈알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거대한 덩치가 몇 미터를 날아가 바닥을 주욱 미끄러지다 건물 벽에 쿵 부딪쳤다.
“뭐지.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 고작 한 대도 버티지 못하는 건가?”
오시안은 꽤나 힘을 빼서 쳤다고 생각했는데도 양아치는 바닥에 쓰러진 채 침을 질질 흘리기만 했다.
육체의 스펙이 지나치게 차이 나다 보니, 오시안의 입장에선 살살 쳤다 생각했는데도 너무 강했던 것이다.
주변에서 오시안이 맞을까 봐 조마조마하던 행인들은 모두 당황했다.
그것은 동료가 한 방에 당한 다른 양아치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시안의 눈동자가 남은 네 양아치들을 향했다.
양아치들은 몸을 움찔 떨었지만, 직후 이쪽은 숫자가 넷이나 된다는 걸 깨닫고 용기를 얻었다.
“쪼, 쫄지 마! 저 새끼 그래 봤자 혼자야!”
“한꺼번에 덮쳐!”
양아치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오시안을 둘러싸며 포위했다.
오시안은 그때까지도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네 방향에 선 양아치들 중 오시안의 뒤 선 녀석이 움직였다.
이쪽을 돌아보지 않는 오시안의 등 향해 발길질을 내질렀다.
오시안은 마치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마냥 내질러지는 발차기를 피한 뒤, 오히려 다리를 붙잡았다.
“어, 어어?”
오시안은 그대로 다리를 붙잡은 양아치의 몸을 둔기처럼 휘둘렀다.
콰직!
옆에서 달려들던 양아치가 함께 충돌하여 바닥을 뒹굴었다.
직후 한 놈이 챙겨온 각목을 휘둘렀다.
오시안은 가볍게 팔을 뻗었다. 주먹이 각목을 산산히 부쉈다.
“이, 이게…….”
빠악!
양아치의 코뼈가 내려앉으며 피 묻은 이빨이 우수수 떨어졌다.
“으아아! 뒤져 이 씹새꺄!”
마지막 남은 녀석이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뽑아 오시안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오시안은 뻗었던 주먹을 빠르게 회수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상대방의 눈에 보이는 속도로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병신 새끼!’
나이프를 쥔 양아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오시안의 주먹의 궤적에 나이프를 가져다 댔다.
이대로 주먹을 내지르면 본인의 손이 알아서 베일 터였다.
오시안의 주먹과 나이프가 맞닿는 순간.
챙강!
나이프가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어?”
나이프를 내지른 양아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누가 봐도 맨주먹이 피를 뿌려야 할 광경이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양아치는 부서진 나이프의 파편에 망연자실했지만, 오시안의 주먹은 그렇다고 봐주지 않았다.
쿠웅!
오시안의 입장에선 가볍게 찍었을 뿐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슨 트럭이 다가와 들이받은 느낌이었다.
양아치는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오시안에게 빌었다.
“마, 말할게요. 마, 말할 테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그건 네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오시안이 시퍼런 안광을 흘렸다.
양아치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
블랙 스네이크의 두목 제이콥 겔린은 퇴역군인으로 도시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이방인이었다.
불명예스럽게 퇴역한 나머지 제이콥은 퇴역군인 연금을 받을 수도 없었고, 도시 내에서 마땅한 직장을 구하기 요원했다.
그에 대한 소문이 돌았는지 기업들은 그의 고용을 꺼려했고, 먹고 살기 위해 제이콥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한정되어 있었다.
바로 약탈과 살인이었다.
제이콥은 47번 구의 자그마한 조직들을 하나씩 박살냈다.
이런 후미진 뒷골목에 있는 녀석들이라고는 허세만 가득한 양아치가 전부.
조직을 하나씩 와해시키고 새롭게 규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력을 일군 제이콥은 근방의 지리를 파악한 뒤, 새벽에 오가는 운송트럭들을 습격했다.
그런 식으로 제이콥과 그 부하들은 짭짤한 수익을 올리며 세를 더욱 키워 갔다.
이대로만 가면 블랙 스네이크는 중급규모의 갱단까지 발돋움할 수 있을 터였다.
“두목. 그보다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뭐가 말이냐.”
제이콥의 사무실에서 부하가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이렇게 하다가 놈들이 사람을 보내면 어떡하죠? 듣자하니 전문 해결사가 올지도 모른다고 다들 무서워하던데.”
제이콥은 멍청한 소리를 하는 부하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성격 같아서는 욕설을 내뱉으며 때려 주고 싶었지만, 명색에 조직의 리더니 최대한 자제심을 발휘했다.
“걱정 마라. 어차피 이런 후미진 곳까지 해결사가 올 일은 없으니까. 우리가 털어먹은 기업이라 해 봤자 규모가 그렇게 큰 놈들도 아니야. 사람을 고용할 돈도 부족한 게 현실이지.”
치안이 나쁜 47번구를 통해 돌아다니는 기업이라 해 봤자 중견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기업이 전부.
진짜 기업들은 애초에 이런 치안이 나쁜 구역 자체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털어먹는다 하더라도 추적을 당할 일은 없었다.
설사 그들이 용병이나 해결사를 고용한다 하더라도 무마하며 넘길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그런 놈들한테 돈 받고 찾아오는 새끼들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
제이콥은 나름 실전을 겪어 본 군인이었고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이 골목길에서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니 한동안은 계속 이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설명하려던 그때였다.
투쾅!
아지트 건물 아래층에서 무언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제이콥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한쪽 뺨에 새겨진 흉터가 징그럽게 일그러졌다.
“어떤 미친 새끼가……. 야, 가서 확인해 봐.”
제이콥이 눈짓을 주자 부하들이 황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다른 구역에서는 고개도 못 들 어중이떠중이지만 47번구에서는 어깨에 나름 힘깨나 줄 수 있는 머릿수였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금방 제압하리라.
제이콥은 좀 있다가 벌집마냥 구멍이 송송 뚫린 시체의 몰골이나 한번 보러 가자고 생각했다.
퍼억!
타타탕!
끄아아악!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더욱 거대해졌다.
총소리와 비명소리. 탁자가 엎어지고 무언가 날아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까지.
순식간에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싸움이 이렇게까지 이어지는 것에 제이콥이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한데? 설마 생각보다 숫자가 많은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며 몰아낸 양아치들이 연합해서 쳐들어온 걸지도 몰랐다.
‘이 개새끼들이 감히 누굴 물려고 해? 싹 다 죽여주마.’
제이콥은 허리춤의 리볼버를 뽑아들며 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군인으로서 경계심을 최대한 끌어올린 제이콥은 1층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 이게 무슨…….”
1층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벽 곳곳에 박힌 총알자국과 부서진 탁자들. 흩뿌려진 붉은 피와 깨진 술잔까지.
바닥에 쓰러져 숨을 쉬지 않고 있는 녀석들은 방금 전 내려간 자신의 부하들이었다.
제이콥을 가장 놀라게 한 건, 이 광경을 만들어낸 것이 집단이 아니라 고작 1명이라는 점이었다.
“네놈이 제이콥인가?”
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가 제이콥을 돌아보며 물었다.
‘내 이름을 알고 있다.’
제이콥은 눈앞의 남자가 자신을 노리고 온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주변에 다른 동료는? 없다. 그렇다면 혼자 찾아온 해결사인가?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제이콥은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
노리는 것은 남자의 급소.
군에서 배운 사격술, 더블탭(Double tap)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리하게 펼쳐졌다.
더블탭은 단순히 총기를 빠르게 두 번 쏘는 기술이 아니다.
총을 쥐는 파지법부터 해서 총의 반동을 견디는 자세와 트리거 리셋까지 모든 것이 필요한 기술이었다.
그것은 제이콥이 해당 총기를 아주 오랫동안, 많이 쏴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러나 검을 쥔 남자의 반응은 제이콥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팅! 팅!
손에 쥔 칼을 휘둘러 날아오는 총알을 쳐낸 것이다.
“그쪽은 제법 쏠 줄 아는군.”
검은머리의 남자, 오시안은 제이콥의 사격실력에 감탄했다.
제이콥은 정확히 자신의 급소를 노렸다. 그것도 총기반동을 깔끔하게 제어하며 속사로 2발.
눈도 제대로 뜨지 않고 총을 무차별로 갈겨대던 놈들과 다르게 제대로 훈련을 받은 티가 났다.
반면 제이콥은 믿기지 않는지 눈을 부릅떴다.
‘이, 이런 미친! 칼로 총알을 튕겨내?’
칼을 무기로 쓴다는 것도 믿기지 않은데, 그걸로 총알을 튕겨 내다니?
말도 안 되는 동체시력과 그걸 뒷받침해 주는 신체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이콥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강화인간이었다.
하지만 오시안의 몸에는 어떠한 시술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신체강화계열의 뮤턴트뿐.
그것도 등급이 아주 높은 놈이었다.
‘저 정도 뮤턴트가 대체 왜……!’
*
오시안은 제이콥을 응시했다.
흉터가 아로새겨진 험악한 인상과 방금 전부터 풍기는 술 냄새까지.
방금 전 확인차 물었지만 블랙 스네이크 갱단의 두목인 제이콥이 확실했다.
오시안은 의뢰의 목적을 떠올렸다.
최근 47번구에서 날뛰는 블랙 스네이크 갱단의 정리.
여기서 말하는 정리란 단순히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싹을 잘라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어차피 살인, 강도짓이나 하는 놈. 죽여도 탈은 없겠지.’
“잠……!”
제이콥은 오시안의 눈가에 깃든 감정이 무엇인지 알았다.
전쟁터에서 몇 번이고 겪어 보았던, 적군 병사에게서 많이 본 눈빛이었다.
바로 사람을 죽이기 위한 살의.
제이콥이 어떻게든 살기 위해 설득이라도 해 보려는 순간.
번쩍!
눈앞에 섬광이 몇 번 번쩍인다 싶더니 제이콥은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
제이콥은 오시안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전신에 붉은 선이 그어지기 시작하더니 그의 몸이 허물어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오시안은 마룻바닥을 적시는 붉은 피를 심드렁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오시안은 안쪽을 스윽 둘러보다가 더 쓰러뜨릴 녀석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일단 증거품으로 적당히 뭐 좀 챙겨갈까.’
방금 전 제이콥이 2층에서 내려왔으니, 녀석의 방은 2층에 있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2층으로 올라와 제이콥의 사무실 문을 연 오시안은, 안쪽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한 명은 호리호리한 청년이었고 다른 한 명은 꽤나 큰 덩치였다.
둘 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었으며 얼굴에는 철로 된 가면을, 머리에는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오시안이 그렇게 묻는 순간 호리호리한 자가 입을 열었다.
“뭐야. 제이콥이 아니잖아. 넌 누구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