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블랙 스네이크 (2)
오시안이 대답하지 않자 가면의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하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어차피 목격자는 없애야 하니까. 제거해.”
그 말에 덩치가 움직였다.
철컥.
무언가 공이를 당기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거구의 덩치가 포탄처럼 쏘아져 오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덩치가 오시안의 양 어깨를 잡더니 한쪽 벽을 향해 집어 던졌다.
날아가던 오시안은 허공에서 빙글 회전하며 벽에 충돌하기 전에 지면에 착지했다. 직후 덩치가 오시안을 향해 달려들어 어깨로 들이받았다.
오시안은 양팔을 교차시키며 방어에 들어갔다. 그 위에 덩치의 몸통박치기가 꽂혔다.
콰앙! 콰앙!
압도적인 질량과 무지막지한 근력.
덩치는 불도저처럼 오시안을 밀어내며 벽을 2개나 부쉈다.
벽돌파편이 비산하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작 피떡이 됐을 위력.
하지만 덩치는 어느 순간 자신의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끼기기긱.
오히려 오시안을 밀어내던 어깨에서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누구인지 물었는데 뜬금없이 공격이라니. 예의가 없군.”
오시안은 덩치와 힘겨루기에 들어가며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달려들어서 집어던지질 않나 어깨로 들이받질 않나.
둔중해 보이는 겉모습에 걸맞지 않은 빠른 모습이 신기해 구경하다 대응이 늦었다.
그걸 감안해도 오시안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맨몸으로 단단한 벽을 2개나 부쉈지만, 오시안은 아픈 구석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 몸통이지만 더럽게 튼튼하군.’
오시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오시안은 눈앞의 적을 가만히 분석했다.
덩치는 자신의 힘을 견디는, 그것을 넘어 오히려 이쪽을 밀어내는 오시안의 모습에도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 아래층에서 상대했던 아마추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빠드득!
덩치가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마룻바닥이 빠득 소리와 갈려나갔다. 하지만 오시안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덩치가 천천히 뒤로 밀려났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덩치는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
미는 힘에 저항하던 오시안은 아주 찰나지만 균형을 잃었다.
강대한 육체에 비해 그 숙련도는 아직 미숙했던 탓이다.
그 틈새를 덩치가 쏜살같이 비집고 들어갔다.
성인 남성 머리통만 한 주먹이 오시안의 얼굴을 향해 대포처럼 쏘아졌다.
파공성을 울리는 스트레이트는 맞는 순간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나갈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오시안은 엄청난 속도로 몸의 균형을 회복, 머리를 살짝 옆으로 젖히는 것만으로 주먹을 가볍게 피해냈다.
오시안은 몸을 뒤로 회전시켰다. 두 손으로 덩치의 내질러진 주먹을 어깨너머로 붙잡은 뒤, 그대로 지면에다가 메다꽂았다.
콰앙!
자신의 무게를 고스란히 등으로 받아낸 덩치였지만 가면 너머에서는 신음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오시안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이 녀석, 생각했던 것보다 맷집이 아주 튼튼했다.
“어디 그러면 얼마나 더 버티는지 보겠다.”
오시안은 쓰러진 덩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우선 그 잘난 가면부터 벗겨 보자는 심산이었다.
오시안이 뻗은 주먹을 덩치의 솥뚜껑만 한 손이 그대로 붙잡았다.
“흠?”
오시안이 의외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 덩치에게서 변화가 일었다.
치이익!
코트의 틈새로 새하얀 증기가 흘러나왔다.
평범한 인간의 몸에서 저런 반응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오시안은 자신의 주먹을 으스러뜨릴 것 같은 압력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녀석의 힘이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올라갔다.
게다가 귀를 거슬리는 소리.
태엽 돌아가는 소리, 펌프가 치는 소리, 실린더가 왕복하는 소리까지.
전부 덩치의 몸속에서 들려오는 소음이었다.
“너, 인간이 아니군.”
오시안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덩치의 상반신이 튕겨져 나가듯 일어났다.
덩치는 오시안의 주먹을 놓지 않은 채 몸을 뒤틀어 다시금 정면에서 그와 마주 보았다.
살짝 찢어진 코트의 팔뚝 안쪽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강철로 이루어진 팔이 보였다.
덩치는 가면 너머에서 붉은 안광을 빛냈다.
마치 지금부터가 진짜라는 듯이.
*
호리호리한 체구의 가면남은 제이콥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기다렸다.
제이콥이 얼마나 사업을 확장했는지 확인하러 왔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제이콥은 웬 해결사에 의해 죽고 말았다.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버릴 패 중 하나였어. 오히려 그 해결사 녀석은 운도 지지리 없군.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에 우리를 마주할 줄이야.’
혼자서 블랙스네이크 갱단을 쓸어버릴 정도라면 꽤 실력자였을 테지만.
지금 오시안과 싸우고 있을 덩치는 그런 개인이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자율구동인형, 오토마톤(Automaton).
녀석은 그중에서도 전투용으로 제작되어 매우 튼튼하고 출력도 남다른 특제품이었다.
혼자서 갱단 여럿을 제거할 수 있는 오토마톤을 고작 해결사 하나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부서진 벽 너머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그래도 그 해결사, 나름 믿는 구석은 있는 건지 꽤 버티는군.’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잦아들었다.
‘끝났나.’
이제 오토마톤이 짓이겨진 시체를 들고서 자신의 앞에 나타나리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부서진 벽 너머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쿠웅!
시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놀랍게도 자신이 데려온 오토마톤이었다.
한쪽 팔이 뜯겨 나간 오토마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도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했다.
가면남의 시선이 오토마톤에서 부서진 벽 너머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오시안이 오토마톤의 팔뚝을 쥐고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시안은 어깨에 떼어낸 팔뚝을 툭 걸치며 싸늘한 시선으로 가면남을 응시했다.
가면남은 코트 아래의 피부 위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전투용 오토마톤의 팔뚝을 저렇게 손쉽게 뜯어 버리다니?’
게다가 오토마톤의 상태를 보면 최소 3단계 이상 출력을 낸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오시안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게 전부인가?”
오시안은 가면남을 향해 팔뚝을 겨누었다.
가면남은 그 행동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해결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마주해 보니 절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숨겨 놓은 패가 있다면 더 보여 줘도 좋다만.”
게다가 저 언행에서 느껴지는 여유까지.
오직 강자만이 지닐 수 있는, 그런 태도에 가면남은 식은땀을 흘렸다.
정작 오시안은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세상이 발전하니 로봇도 나오네.’
오토마톤은 오시안이 보기엔 로봇이나 다름없었다.
게임 속 세상에 비해서 매우 발달한 세계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하니 이족보행 로봇까지 있을 줄이야.
게다가 처음에 오토마톤이 움직였을 때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쉽게 구분 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소리였다.
‘그보다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 찾아와서 나를 공격한 걸 보면 블랙스네이크 갱단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겠고.’
최소 놈들을 붙잡아서 심문을 해보면, 뭔가 정보가 더 나올지도 몰랐다.
그때 가면남이 입을 열었다.
“물러난다.”
그가 말하자 오토마톤도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가면남의 옆에 섰다.
그 모습에 오시안이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가면남을 노려보았다.
“이제 와서 간다고 하면 내가 보내 줄 것 같나?”
가면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 순간 오시안이 쥐고 있는 오토마톤의 팔뚝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새하얀 증기가 뿌옇게 일어나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가면남은 폭발을 뒤로하고 오토마톤의 남은 멀쩡한 한 팔에 올라탔다.
오토마톤은 유리창을 깨부수며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한 인간과 한 기의 오토마톤은 삽시간에 도시의 증기 너머로 사라졌다.
방 안의 가득 채운 증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오시안은 부서진 창문과 사라진 두 존재를 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설마하니 팔 자체가 폭발하는 기능이 있었을 줄이야.
‘화약 냄새가 안 나서 방심했나.’
팔뚝 내부에 내장된 압축증기 캡슐을 터뜨린 것이었다.
팽창하는 수증기 자체가 일종의 폭탄 역할을 한 것.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부서진 강철 팔뚝의 파편은 그 자체만으로 탄환이 되어, 폭발의 압력과 함께 주변 일대를 휩쓸어 버렸으니까.
일정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것이, 크레이모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시안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오시안의 손에는 어느덧 검이 쥐어져 있었다.
팔뚝이 폭발하면서 생긴 파편의 탄환을, 오시안이 검으로 모조리 쳐냈던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오시안의 등 뒤의 벽은 파편이 박힌 것 없이 깨끗했다.
주변만 다 갈가리 찢긴 광경이 이질적으로 보일 정도.
오시안은 뭔가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챙기려다가 활짝 열린 금고가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포기하기로 했다.
그 가면을 쓴 놈이 뭘 하는 놈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자신들과 관련된 증거를 모두 빼돌린 뒤였다.
‘어차피 내 의뢰는 블랙스네이크 갱단의 토벌이었으니까 굳이 귀찮게 일을 벌일 필요는 없지만.’
이번 사건의 뒤에 무언가 배후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썩 개운한 기분은 아니었다.
도시도 워낙 넓다 보니 온갖 조직들이 판을 쳐도 이상할 것도 없었지만서도 말이다.
오시안은 검을 허리춤에 꽂은 뒤 갱단 아지트 바깥으로 나왔다.
치이익! 끼릭. 끼릭.
골목길 곳곳에서는 기계태엽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시안의 시야에 과거 게임에서 보던 도시의 골목과 지금 보는 풍경이 대비됐다.
몇 번을 봐도 이질적인 광경이었다.
의뢰를 끝내고 다시 돌아가려고 하던 오시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
고개를 돌린 오시안은 증기가 피어오르는 건물 옥상 너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
‘뭐지?’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대던 주시자는 오시안이 이쪽을 돌아보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쪽을 봤다고? 설마 들킨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오시안과의 거리는 단순 수치상으로만 200m 이상 떨어져 있다.
심지어 이쪽은 몸을 감추고 있는데다 주변은 황동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새하얀 증기로 인해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맨눈의 사람이 건물 옥상에 있는 자신을 포착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단순한 우연일지도 몰라.’
순간 도망칠까 했던 주시자는 애써 불안을 억누르며 재차 스코프로 오시안의 모습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녀석 어디 갔어?’
방금 전까지 골목길에 서 있던 오시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시자는 무언가 불안감을 느꼈다.
우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목 뒤에 서늘한 감촉이 닿았다.
“움직이지 마라.”
“…….”
주시자는 당황했다.
이 차가운 금속의 감촉은, 오시안이 허리에 차고 다니던 칼이 분명했다.
‘대체, 어느새?’
오시안을 놓친 것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시안은 그 짧은 시간 속에서 200m가 넘는 거리를 주파해 이쪽의 후방을 점한 것이다.
심지어 이곳은 건물 옥상이었는데도 말이다.
“방금 전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 목적이 뭐지?”
“…….”
말하는 걸 보면 이쪽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전부 꿰뚫고 있었다.
순간 스코프 너머에서 자신을 돌아본 것은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시자가 착용한 방독면 안쪽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대답을 하지 않겠다는 건가. 좋다.”
오시안이 검에 힘을 주려는 순간, 주시자가 외쳤다.
“잠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