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19)
19화. Scotland Yard (1)
오시안은 굴뚝이 가득한 건물의 옥상 위를 걸었다.
분명 행동은 평범하게 걷는 것인데, 그의 신형은 마치 유령처럼 옥상 위를 미끄러졌다.
그 뒤를 쫓는 로레인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아니 어떻게 한 번도 안 걸리는 거지?’
공중을 감시하는 흑마법사의 사역마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총 5마리의 새들이 주기적으로 주변을 배회하며 혹시 모를 침입자를 감시하는 중이었다.
뭔가 일정한 패턴이라도 있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새들의 움직임은 딱히 체계적이지도 않았다.
해결사 업계에서 물을 많이 먹은 로레인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내하겠다는 오시안은 거침이 없었다.
그 무모한 행동은 놀랍다 못해 박수 받아 마땅할 정도였다.
이윽고 감시망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자, 로레인은 정말로 성공했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 뒤를 돌아봤다.
“흑마법사의 새는 시야가 좁지.”
그때 앞장서서 걷던 오시안이 입을 열었다.
로레인은 순간 자신의 속마음을 오시안이 꿰뚫어본 게 아닐까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걸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반대로 물체가 작게 보여 적을 찾기 힘들어진다. 자연스럽게 일정 고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돼.”
너무 작게 보일 정도로 멀어서도 안 되고, 좁은 시야각이 걸릴 정도로 가까워서도 안 됐다.
“항상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놈이 볼 수 있는 지형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그걸 알면 사각을 파고드는 건 손쉬운 일이지.”
오시안은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 들키지 않고 이 감시망을 지나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로레인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그 시야각이라든지 사각지대는 어떻게 아는데?’
이런 것은 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무수한 실전을 통해 배운 자만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지.
‘그렇다는 것은, 이 녀석은 이런 게 몸에 익을 정도로 흑마법사와 많이 싸워 봤다는 거야?’
로레인이 숫제 괴물을 보는 시선으로 오시안의 등을 응시했다.
정작 오시안은 다른 생각에 푹 빠져 있었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흑마법사들이 뼈로 이루어진 짐승의 사역마를 쓰는 거야 워낙 흔한 일이지.’
이 게임의 초반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힘은 약하다.
속도도 느리고 공격력은 약하면서, 맞으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죽는다.
튼튼하고 안정감이 있는 방랑기사 캐릭터도 마찬가지.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간혹 비밀스러운 의식을 진행하는 흑마법사들을 토벌하게 되는데, 그때부터가 정말 지옥 같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숲에서는 정말 온갖 짐승들이 흑마법사의 감시자였지. 그런 놈들의 시선을 피해 움직이는 건 미친 짓이었고.’
흑마법사의 아지트로 쳐들어가야 할 때가 되면 게임의 장르가 바뀌고 만다.
판타지 RPG에서 극한의 잠입 스릴러 게임으로 말이다.
‘조금만 잘못 걸리면 곧바로 사방에서 언데드가 들이닥쳤지.’
그러면 거의 확정적으로 플레이어의 죽음을 의미하는 회색 화면을 봐야 했다.
사역마를 제거하면서 움직이는 방법?
사역마를 건드리는 순간 흑마법사는 준비한 언데드 군단을 보낸다.
그러면 그 물량에 집어삼켜져 다시 게임 오버.
‘차라리 도적이라면 은신 잠입기술 때문에 들어가기라도 쉽지. 둔중한 기사 캐릭터는 그마저도 안 되고.’
칼과 방패로 정면승부를 하는 캐릭터로 짐승의 눈을 피해 잠입을 해야 한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었고, 정말 많이도 죽었었다.
그런 짓을 세 자릿수가 넘게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흑마법사가 부리는 사역마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이나, 사역마의 행동 패턴, 흑마법사의 대응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도 내가 알던 흑마법사에 비해서 감시가 많이 허술한데.’
오시안은 공중을 돌아다니는 새가 5마리밖에 없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로레인은 그마저도 정말 많다고 생각했지만, 오시안이 그런 속내마저 알 수는 없었다.
오시안의 입장에선 정말 적은 것이 맞았으니까.
‘보통 흑마법사들은 저런 새를 거의 50마리 이상 부리지 않나?’
그냥 새만 부리지 않는다.
독수리나 매의 뼈로 이루어진 사역마는 상대하는 입장에선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일반 새나 독수리나 눈알이 없어서 보는 범위는 비슷하지만, 나는 속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한 경우에는 무슨 벌레까지 다루던데.’
풀벌레 우는 수풀 근처에 갔다가 언데드들이 몰려왔을 때는 정말 키보드를 부수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 분노를 그대로 응축해서 흑마법사와 마주했을 때 풀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박봉의 월급에서 고정 지출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거 조심해야겠는데.’
네크로맨시를 익혔는데 저 정도라면 안도할 수 없다.
반대로 다른 분야에서 엄청나게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였으니까.
‘질병이라 했으니, 어지간하면 광역 공격을 사용하겠지. 시간을 주면 이쪽이 불리하겠어.’
어느덧 두 사람은 목표로 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도망친 흑마법사 칼 잭슨의 간이 은신처.
로레인은 허리춤에서 자그마한 황동 망원경을 꺼냈다.
한 건물을 확인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있네. 칼 잭슨. 확인했어.”
“그래. 나도 보이는군.”
“……보인다고?”
로레인은 오시안과 칼 잭슨의 은신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저격수인 그녀도 어딜 가서도 눈 나쁘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오시안과 비교하면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
“……몇 층인데?”
“4층의 2번째 창문.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군.”
혹시나 싶어서 물었더니 정확한 대답이 돌아왔다.
“……뭔가 너랑 있으면 내가 되게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단련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단련은 개뿔이.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녀석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데.”
“제일 쉬운 방법은 기습을 가하는 거지.”
“기습?”
“그렇다. 다만 저 더러운 흑마법사 놈이 집 주위에 또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니, 조금 신중하게 움직여야겠지만 말이야.”
오시안은 그렇게 말하다 퍼뜩 고개를 어느 한쪽으로 돌렸다.
“뭐야? 무슨 일인데?”
“불청객이 왔군.”
“뭐?”
로레인이 무슨 소리냐며 오시안이 본 곳을 돌아봤지만, 연기를 내뿜는 건물 옥상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흑마법사 칼 잭슨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서 주변의 경계를 철저히 했다.
‘제길. 너무 성급하게 움직였어.’
블라섬 티어 제약회사를 뒤통수 치고 제조법을 들고 도망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추격이 너무 빨리 붙어서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43번 구역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최소 티르나 밖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추격이 불가능한 50번대 구역까지는 가야 했는데.
‘지금도 밖에서 추격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찾고 있겠지.’
지금이야 이렇게 숨어 있지만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직까지 추격자로 보이는 자들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적어도 정찰을 보낸 사역마의 시선으로는 그러했다.
칼 잭슨은 그 사실에 안도했다가 직후 자신의 처지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런 제기랄. 그놈의 도박으로 빚을 지지만 않았더라도!’
칼 잭슨은 비록 등급은 낮을지언정 흑마법사 노동조합에 들어가 나름 신뢰가 있는 흑마법사라는 이름표를 받았다.
적당히 전공을 살려서 지냈더라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업무에 관해서는 그는 분명히 신뢰도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사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칼은 사설 도박장에서 홧김에 배팅했다가 돈을 꼴아 버렸고, 그로 인해 그는 지금 업무로는 지불하기 힘든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
뒷골목 양아치들이 자다가도 벌벌 떠는 흑마법사도 빚을 지게 되면 그때는 수금하러 온 양아치에게 덜덜 떨어야 했다.
자본이 지배하는 티르나는 그런 곳이었다.
돈이 목숨보다 귀하고, 그 무게가 생명보다 무거운 곳.
칼은 자신의 처지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평소에 자신에게 넙죽 고개를 숙이던 양아치 놈들이, 도박에서 빚을 진 순간 하이에나처럼 눈을 번들거리는 그 모습이란.
‘씨발 새끼들.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다 이거지?’
우선 빚을 갚아야 했다.
블라섬 티어라는 제약회사에 고용되어서 나름 준수한 월급이 나온다고 하지만, 그 월급으로는 평생 가도 빚을 갚기는 요원한 일.
그래서 칼 잭슨은 일을 저질렀다.
기업의 비밀을 빼돌린 것이다.
‘이 제조법만 다른 제약회사에 가져다 팔면 빚을 충당할 수 있어.’
어디 충당뿐일까. 오히려 돈이 남을 것이다.
포션 제조법의 경우에는 어떻게든 기업 간에 서로 빼돌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
그 이후에는 그 돈을 들고 티르나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망명을 가면 끝.
그러나 이러한 칼의 계획은 초장부터 어그러지고 말았다.
사전에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추적이 빨리 붙어서 먼 곳까지 도주하지 못한 것이다.
‘블라섬 티어는 상관없어. 누가 오더라도 상대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다른 쪽이야.’
그가 뒤통수를 친 것은 블라섬 티어 제약회사뿐만이 아니라 흑마법사 노동조합도 있었다.
그들은 칼을 믿고서 신뢰보증을 서 주었는데 칼이 그것을 배신한 것이다.
아마 조합의 입장에서도 적잖은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조합에 붙잡히게 된다면 그때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같은 흑마법사였기에 칼은 그들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내가 대체 왜 그래서는.’
도망치기 전까지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는데 현실은 그러지 않았다.
칼은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한들 늦는 법이었다.
‘후우. 일단 눈이라도 좀 붙일까.’
도망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직까지 사역마에게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추적자들은 이 근처까진 붙지 않은 모양.
조금은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칼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그때였다.
한쪽 구석에 있는 뼈로 된 쥐의 머리가 퍼석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
밀려오던 수마가 확 달아났다.
칼은 쭈그리고 앉았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런 씨…….”
혹시 몰라서 골목길 사이마다 간이로 설치해 두었던 트랩이 발동했다.
그리고 그것은.
추격자가 이 근방까지 붙었다는 말을 의미했다.
*
“어, 어어? 저 자식 도망치는데?”
로레인은 황급히 움직이는 칼 잭슨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오시안도 보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눈치챘나 보군.”
“설마 들켰나? 이 근방에는 녀석의 사역마가 없을 텐데…….”
“우리가 아니야. 다른 놈들이 걸린 거지.”
“다른 놈들? 설마 블라섬 티어 놈들인가? 이 자식들 우리한테 의뢰 넣어놓고 뒤에서 뒤통수를 치려 들어?”
“차라리 잘 됐다.”
오시안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공방에 틀어박힌 간악한 흑마법사가 스스로 바깥에 나왔으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제삼자가 끼어들었다고 해서 바뀌는 일은 없다.
뭐든 먼저 잡은 놈이 임자니까.
“움직인다.”
오시안은 그렇게 말하며 옥상 지붕을 박차고 내달렸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로레인은 순간 따라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 같이 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로레인이 오시안의 뒤를 따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