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25)
25화. 부서진 주먹 (1)
“내 동생의 팔을 이렇게 만든 것이 너냐고 물었다.”
덩치가 안 그래도 험상궂은 얼굴을 더욱 무섭게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옆의 양아치도 한 인상 했지만, 이 녀석은 산적 두목이라 불릴 만할 정도의 얼굴을 자랑했다.
수염은 없었지만 두 갈래로 갈라진 엉덩이 턱에 구레나룻을 길게 길렀으며 근육도 상당히 비대하다.
그보다 더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른쪽 어깨에 달린 커다란 팔이었다.
옆의 양아치도 의수를 달고 있었지만, 그것은 적어도 사람 팔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덩치의 팔은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이질적이었다.
‘아주 대포를 달고 다니는군.’
손가락도 5개가 아니라 3개만 달렸으며 전선이 연결된 어깨에서는 실린더가 작동하며 조금씩 새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일상의 실용성을 포기한 대신 거대한 무언가를 부수기 위해 특화된 것 같은 디자인이다.
“저 인간. 피 주먹 프랭크 아니야?”
“공업용 골렘 팔을 개조해서 달았다더니 소문이 진짜였군.”
공방 거리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저들끼리 조용히 떠들었다.
그때 프랭크가 오시안에게 재차 물었다.
“어이. 귓구멍 막혔어? 내 동생 팔 이렇게 만든 게 너냐고 물었잖아.”
“그렇다.”
오시안이 뻔뻔하게 대답하자 프랭크는 눈썹을 치켜떴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은 오시안이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온다는 사실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
“킁. 네가 내 동생의 팔을 이 꼴로 만들었으니 보상을 받아야겠다. 그건 꽤 액수가 클 거야.”
프랭크는 자신의 거대한 기계팔로 동생의 망가진 의수를 가리켰다.
의도적으로 기계팔을 움직이는 행동에서 그가 자신의 힘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동생의 무너진 자존심은, 그쪽을 몇 번 어루만져주는 걸로 퉁 칠 생각이야.”
프랭크가 오시안을 향해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진심으로 동생을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닌, 가지고 놀 장난감이 생겨서 기뻐하는 쪽에 가까웠다.
물론 오시안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불량품 팔이 멋대로 망가졌는데 내가 왜 물어줘야 하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프랭크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들어먹지 못할 거 같군. 어디 한 군데는 부러져야 정신을 차릴 생각이지.”
말은 그렇게 해도 프랭크는 오시안이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부하에게 이야기를 전부 전해 들었으니까.
‘맨손으로 군용 의수를 뭉개 버렸다고 했던가.’
아무리 부하가 쓰는 의수가 급이 떨어지는 양산품이라 해도 한때 군에서 사용하던 의수다.
중고에 구식이라 해도 내구력 하나는 튼튼한데 그걸 맨손으로 우그러뜨린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눈앞의 오시안은 최소한 신체능력이 철을 우그러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완력이 높은 뮤턴트일 가능성이 높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대가 뮤턴트라는 걸 깨닫게 되면 싸움을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랭크는 그러지 않았다.
‘뮤턴트? 그 새끼들 중에 거들먹거리다 내 팔에 대가리가 박살 난 새끼들만 몇 명인데.’
그가 ‘피 주먹’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공업용 기계팔로,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압착기로 찍어내듯 다진 고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랭크의 입장에선 오시안이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체구도 자신보다 작은데, 이런 녀석이 육체능력이 뛰어나봤자 얼마나 하냐는 것이었다.
그 순간 프랭크는 오시안의 허리춤에 달린 물건을 발견했다.
“이건 또 뭐야. 요즘 것들은 칼 같은 걸 들고 다니나?”
오시안이 허리춤에 찬 검은 특별한 개조를 거치지 않은 순수한 롱소드였다.
아무리 뮤턴트라 하지만 이런 물건을 들고 다니다니.
보통 정신머리로 할 짓은 아니었다.
턱.
프랭크가 손을 뻗으려는 그때 오시안이 프랭크의 기계 팔을 붙잡았다.
“그 손 치워라.”
프랭크는 꽤 진중해진 오시안을 향해 노골적으로 도발했다.
“휘유~. 뒤진 애비가 선물을 해 준 거라도 되나? 아니면 뭐 특이하게 보이고 싶어서 컨셉이라도 지키려는 거?”
“이건 경고다. 여기서 더 선을 넘으면, 그땐 나도 봐주지 않겠다.”
“크핫핫! 선을 넘어? 진짜 살다 살다 별 미친놈을 다 만나는군!”
프랭크는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기계 팔에 힘을 주었다.
이대로 오시안의 팔을 쳐내고 검을 강제로 빼앗을 생각이었다.
“뭐야?”
하지만 힘을 주었는데도 오시안의 손은 밀려나지 않고 버텼다.
“꼴에 힘은 좀 있다 이거냐? 그래. 그 정도 힘은 있으니 내 동생의 팔도 망가뜨릴 수 있던 거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프랭크는 내심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고작 한손에 가로막힐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팔, 다시는 못쓰게 만들어 주마!’
프랭크는 왼팔로 기계 팔의 어깨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 출력을 2단계까지 올렸다.
2단계는 전투 시 사용하는 단계로, 이때 낼 수 있는 출력은 강철도 우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
뮤턴트라 해도 맨몸이라면 충분히 부수고도 남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오시안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이 새끼가!”
프랭크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힘을 더욱 주었다.
치이이익!
그의 오른팔에 거센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실린더가 거칠게 펌프질을 했다.
뜨거운 열기와 강한 에너지를 머금은 프랭크의 팔이 오시안의 손을 뼈째로 분쇄하려고 했다.
주변에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공방 직원들이 놀랐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꼼짝도 안 하잖아?”
당장이라도 프랭크의 팔이 오시안의 손을 박살내고, 그의 상반신을 그대로 찍어 누를 거라 생각한 사람들은 의외의 양상에 눈을 크게 떴다.
프랭크가 안간힘을 다해 밀어내고 있음에도 오시안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계 팔의 출력이 최대치인 3단계까지 올라갔다. 현재 프랭크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이었다.
끼기기깅.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프랭크의 기계 팔이 과부하에 걸리기 시작했다.
프랭크는 무언가 일이 잘못됨을 느꼈다.
그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게 출력의 전부인가?”
그때 내뻗은 팔 너머에서 이쪽을 응시하는 오시안의 눈빛을 보였다.
마치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다는 듯.
프랭크를 향한 오시안의 표정은 오히려 심드렁하기까지 했다.
프랭크는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왔다.
“이 개자식이!”
오시안의 팔을 밀어내는 걸 포기한 프랭크는 잠시 손을 뒤로 빼 주먹을 말아 쥐었다.
투박하기까지 한 팔이 주먹을 쥐자 숫제 거대하고 뭉툭한 파일 벙커를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이 팔이 공업용 착암기(鑿巖機)로 만들어졌음을 감안하면 마냥 틀린 말도 아니었다.
“죽어!”
프랭크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오시안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내질러지는 주먹을 따라 흘러나오는 수증기가 궤적을 그렸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다.
대낮부터 거리에서 살인 사건이 터지기 직전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시안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똑같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리고 똑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사람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후 그들이 눈을 떴을 때,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지른 오시안의 손은 멀쩡했고, 반대로 프랭크의 기계 팔이 완전히 박살이 난 것이다.
주먹의 크기 차이만 5배.
한쪽은 합금으로 이루어진 기계 팔이고 다른 한 쪽은 피륙으로 이루어진 맨손이었다.
그것이 부딪치게 된다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것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강화 개조한 물건이, 맨주먹에 부서져……?”
지켜보는 사람들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팔이 완전히 박살이 난 프랭크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어, 어어. 내 팔…….”
오른쪽 어깨부터 느껴지던 묵직한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깨 부분을 제외한 아래가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오시안은 내질렀던 주먹을 회수하며 작게 쥐었다 폈다.
‘이 정도는 거뜬하군.’
육체능력이 강하다는 건 알았으나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그는 아직까지 전력으로 움직인 적이 없었으니까.
그나마 힘을 줬다고 생각할 때는 지하 예배당에 탈출하기 위해 석문을 부순 것 정도.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힘을 준 건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지금.
오시안은 자신의 신체능력이 어디까지 먹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 반응을 보면 상당히 위험한 물건인 건 확실해 보이고.’
오시안은 바닥에 조각조각 나 흩어진 파편을 스윽 훑었다.
‘정작 때리면서 느끼는 감촉으로는 그렇게 튼튼한 거 같지는 않았어.’
프랭크가 달고 있던 의수는 공업용 골렘의 팔을 따로 떼서 개조한 물건이었다.
갱도의 잔해를 뚫거나 단단한 무언가를 부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 그 위력은 커다란 트럭도 끌 수 있을 정도의 출력을 자랑했다.
그것을 이긴 시점에서 오시안은 맨손으로 달려오는 트럭을 박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음에도 오시안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삐이이익!
때마침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더니 제복을 입은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청색의 제복과 건장한 체구. 입가에 쓴 방독마스크와 머리에는 철모까지.
35번구의 치안을 담당하는 위병들이었다.
“거기! 지금 뭘 하는 거냐!”
오시안은 위병들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40번대 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위병이 30번구 정도 되니까 이 정도의 소란에도 나서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현장에 온 위병은 총 3명.
그들은 사람들을 물리며 상황을 살피다 놀랐다.
“피 주먹 프랭크?”
프랭크는 이 구역에서도 나름 이름이 알려진 주먹패이자 용병이었다.
다른 평범한 의수도 아니고 공업용 팔을 달고 다니며 힘을 과시하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그 프랭크가 지금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심볼이자 자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계 팔은 어딜 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주변에 흩어진 잔해가…….’
위병은 방금 전 들어온 신고를 떠올렸다.
피 주먹 프랭크가 웬 젊은 남자와 시비가 붙었는데 이러다 누구 하나 실려 갈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현장에 왔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반대였다.
‘대체 누가?’
위병은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오시안을 발견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오.”
오시안도 위병을 알아본 것인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또 만나는군. 마스크는 새로 맞췄나?”
며칠 전, 오시안에게 시비가 붙어 마스크가 잘려나간 위병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