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26)
26화. 부서진 주먹 (2)
위병은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호, 혹시나 싶어서 묻지. 저기 있는 프랭크의 팔을 부순 게 그쪽인가?”
위병이 오시안을 향해 최대한 엄숙하게 물었다.
“그쪽?”
“……그쪽입니까?”
오시안이 눈을 가늘게 뜨자 아차 싶은 위병이 곧바로 말을 높였다.
뒤늦게 자신이 말을 높일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오시안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게 아닌데.
위병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았지만 그걸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자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동등하게 느끼는 법이니까.
주위에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사람들은 위병이 오시안에게 대하는 태도에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도 거칠게 윽박지르던 것이 위병들 아니었던가.
그런데 저 위병은 오시안에게 쩔쩔매는 것처럼 보였다.
“말해두지만 나는 팔을 부수지 않았다.”
오시안은 위병의 시선을 피하지도 않은 채,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게 말했다.
“저게 알아서 부서졌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하나?”
“……생각하십니까?”
위병은 오시안의 뻔뻔한 태도에 강하게 나가려다,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어깨를 움츠렸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뜨고 싶지만, 위병으로서 직업의식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팔이, 어떻게 알아서 부서지는……겁니까?”
“그냥 혼자서 출력을 올리더니 부서지더군. 원래부터 고장이 나 있던 거겠지. 불량품처럼.”
“불량품이라고……요?”
“그래. 그쪽의 마스크처럼.”
“……!”
그 말에 위병이 흠칫했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마스크를 손으로 만져 보고는, 멀쩡하다는 걸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올랐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그건…….”
위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망설였다.
그때 다른 위병 둘이 그에게 다가왔다.
“선배님. 상황 정리는 얼추 된 거 같습니다. 게다가 목격자 증언을 들어보면, 프랭크 녀석이 전부 문제였다고 하더군요.”
“그래?”
위병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화색이 되었다.
“그렇다면 문제를 벌인 프랭크만 데려가면 되겠군!”
“예? 뭐, 그렇죠. 그런데 따로 시비가 붙은 사람은 놔둬도 되는 겁니까?”
“크흠. 프랭크가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그러면 프랭크만 잡아가면 되는 거지.”
그 말에 후임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임은 왜 선배가 갑자기 저렇게 기뻐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크흠흠. 문제를 일으킨 녀석을 체포했으니 우리는 이만 가보겠다.”
“보겠다?”
“……아, 앞으로 이런 사건에 휘말리지 않게 주의하도록!”
꼴에 후임들 앞에서 체면은 지키고 싶은지 위병은 애써 오시안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자리를 쌩 떠나버렸다.
오시안은 위병의 뒷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다음에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이름이라도 물어봐야겠다.
*
“후후. 이야기 들었습니다. 피주먹 프랭크의 팔을 완전히 박살 내셨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시군요.”
바이올렛 폭스로 돌아온 오시안을 향해 로난이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자리에 앉은 채 실눈을 길게 늘이며 웃는 그 모습이 여간 수상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또 어디서 들은 거지?”
오시안의 경계 어린 물음에 로난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어디서 들었냐니. 당시 현장에 목격자가 몇 명인데 소문이 충분히 날 만하지 않나?
로난은 난처하다는 듯 뺨을 긁적였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말만 해도 너무 경계한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는 해야 브로커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보다 신분증은 어떻게 됐습니까?”
“며칠 기다렸다가 찾아오라고 하더군.”
“그거 다행이군요. 덕분에 지금은 주머니에 여유자금도 없으실 테고, 혹시 의뢰 하나 맡아 보시겠습니까?”
그 자연스러움이 대단히 뛰어나, 알면서 살 수밖에 없는 고도의 상술처럼 느껴졌다.
“그걸 노리고 있었나. 일단 들어는 보지.”
“이번에는 그냥 의뢰도 아니고, 상당히 큰 의뢰입니다.”
“큰 의뢰라. 혹시 흑마법사 단체를 잡으러 가는 건가?”
“후후후. 그런 일이 있다면 정말 큰일이겠군요. 다행히도 그건 아닙니다.”
“조금 아쉽군. 그래서 의뢰라는 것은?”
“단체의뢰입니다. 단체라고 붙는 만큼 최소 인원이 스물 이상을 넘어갈 겁니다. 당연히, 이번 의뢰는 그에 걸맞은 대규모죠.”
대규모 의뢰인가.
오시안의 눈동자에 흥미가 담겼다.
“무슨 의뢰지? 내용은.”
“폭력단체들이 화력 발전소 하나를 불법점거 했다고 합니다. 43번구에 있는 발전소는 39번구의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 주고 있는데 그 때문에 지금 해당 구역에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시안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왜 39번구의 발전소가 43번구에 있지? 보통 자기 구역에 놓지 않나?”
“화력 발전소는 오염물질이 많이 나오거든요. 공기도 탁하게 만들고. 그러다 보니 39번구 주민들은 발전소가 들어오지 못하게 39구청에 항의를 해서 막아 버렸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오시안은 묘한 감상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예. 그러다 보니 발전소는 전반적으로 땅값이 싸고 낙후된 구역에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곳에는 연료를 아무리 태워도 피해를 볼 사람이 없거든요.”
물론 43번구에도 사람은 산다.
하지만 도시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가난한 사람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 곳을 폭력단체가 점거를 했다?”
“예. 이틀 전 갑자기 습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돈을 요구하고 있죠. 기간까지 돈을 내놓지 않으면 발전소 시스템을 완전히 박살을 내겠다고요. 발전소는 몇 시간만 멈춘다 하더라도 큰 손해거든요.”
“일종의 인질을 잡은 셈이로군.”
이번에 의뢰주는 티르나 시에 허가 받아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오시안은 거기서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
“발전소 정도로 중요한 시설을 기업이 담당해도 괜찮은 건가? 그런 건 보통 도시에서 총괄할 거 같은데. 사실상 공공시설이지 않나.”
“물론이죠. 하지만 오시안 씨. 생각을 해 보세요. 티르나는 넓습니다. 그 넓은 도시에 전기니 가스니 하는 것들을 보급하려면 얼마나 많은 발전소가 필요할 거 같습니까?”
티르나가 정확히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 오시안의 입장에선,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구역 하나가 어지간한 작은 도시 규모라는 걸 감안하면.
필요한 발전소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으리라.
“그래서 보통 이번 의뢰와 관련된 발전소는 티르나 시(市)에서 특별허가를 받은 기업이 운영합니다. 시라고 모든 것을 다 관리할 수 없으니 기업에 하청을 넣는 거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외부 집단에게 빼앗기면 그 자격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겠는데. 그 기업이라는 작자들은 발전소를 제대로 지키긴 한 건가?”
“지키지 않은 게 아니라 못 지킨 겁니다.”
기업에서도 방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발전소를 빼앗기면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경비를 고용해서 근처를 지키게 만들었다.
하청을 받은 일인 만큼 잘 유지만 한다면 나중에 더 큰 건수도 따낼 수 있게 되니까.
문제가 있다면 이번에 들이닥친 폭력단체의 규모가 꽤 컸다는 점이리라.
“발전소를 지키던 경비들이라 하더라도 쪽수에 밀리면 돈이고 뭐고 도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목숨이 중요하니까요.”
“그 점거된 발전소를 해결사들과 용병을 고용해서 다시금 탈취하려는 것이 이번 의뢰의 내용이겠군.”
발전소를 불법 점거한 폭력단체 연합이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보통 규모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사건이면 도시에서 직접 나서지 않나?”
“일단 명목상 시에서는 이번 일을 기업과 일부 폭력적인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갱인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노동자라. 도시는 이번 상황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는 말이로군. 책임은 전부 기업이 떠안는 거고.”
“예. 기업의 입장에서는 서운한 일이겠지만, 반대로 이쪽 업계에서는 환영할 일이죠. 많은 해결사들이 파이를 나눠먹고도 남을 일거리가 생긴 거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보수보다도 명성에 있었다.
해결사들은 프리랜서라 명성이 있어야 의뢰가 자주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해결사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제대로 무대가 갖춰진 상황은 흔치 않았다.
“아마 많은 해결사들이 모일 겁니다. 돈과 명예. 성공만 하면 그 두 개를 다 얻을 수 있는 의뢰니까요.”
물론 그 일을 위해서 총알과 죽음을 무릅쓸 각오는 필수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늘 말하는 거지만 선택은 오시안 씨의 자유입니다.”
단체 의뢰라.
그렇다면 자신 말고도 여러 해결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실 누구를 만난다는 것에는 별로 큰 관심이 없었다.
돈과 명성도 마찬가지.
대신 오시안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의뢰를 성공으로 이끌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업karma]이었다.
오시안은 피주먹 프랭크를 쓰러뜨렸을 때, 아주 미세하지만 자신의 몸 안에 차오르는 모종의 기운을 느꼈다.
그것이 꿈에서 들었던 업이라는 것을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고작 이름을 날린 개인으로 얻은 업은 너무 조촐했지만 아쉬워하지 않았다.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그걸 실행하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이번 단체의뢰는, 그 업을 쌓기에 최적의 요건이었다.
“받아들이지.”
*
43번구의 폐공장.
녹이 슨 증기기계의 잔해와 시궁쥐들로 가득한 곳에 40여 명의 해결사와 용병, 청부용역들이 모여 있었다.
“더럽게 많이도 모였군.”
“모처럼 열린 큰 이벤트를 놓칠 수야 있나.”
“듣자하니 근방 갱들이 전부 연합을 했다고 하는데, 괜찮으려나? 이거 자칫 잘못하다가 벌집 되는 거 아니야?”
“괜찮고 자시고 고작 40번대 구역의 갱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냐. 숫자만 믿고 깝치는 거겠지. 여기 모인 사람들도 적은 숫자도 아니고.”
“그건 그래.”
용병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날카로운 눈으로 상대를 분석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저기 보여? 저기 총 쥐고 있는 사람.”
“K이니셜이 새겨진 쌍권총에 올백으로 넘긴 붉은 머리카락. 설마 총잡이 키드인가?”
“그래. 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는다고 하더군. 저 총에 미간이 뚫린 해결사만 두 자릿수가 넘어.”
“저 거구는 어떻고? 저 녀석, 강철 피부의 조나단 런셀이야. 뮤턴트인데 피부를 금속으로 바꿀 수 있다더군.”
“제길. 쟁쟁한 녀석들이 죄다 모였군.”
큰 의뢰는 이래서 문제였다.
이쪽도 나름 이름값이 있고 실력에 자신이 있음에도 와 보면 더한 녀석들이 가득했다.
“저격수 안나와 인형사 데이빗도 있어.”
“업계 미친놈들이 죄다 모였군. 의뢰가 아니라 미친놈들 경영대회인가?”
“이봐. 그렇게 따지면 여기서 제일 조심해야 할 놈이 따로 있어.”
“누구인데?”
“저기 가만히 앉아서 눈 감고 기도하는 놈 있지?”
한쪽에 무릎을 꿇고 얌전히 기도를 하는 50대 중반의 남자가 있었다.
독실한 신도처럼 보이는 그는 긴장감이 가득한 현장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차분해 보였다.
“여기서 기도를? 설마 사제인가?”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한 놈이지. 저 녀석, ‘강철추종자’ 소속 개조인간이야.”
그 말에 몰래 대화를 나누던 용병이 숨을 삼켰다.
강철추종자.
이 업계에서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무거움과 피비린내를 모르는 녀석은 없었다.
“가장 기피해야 할 미친놈이군.”
“그런 셈이지. 이 자리 최고 미친놈이라고.”
경계해야 할 인물 리스트를 정리하려던 용병들은, 뒤늦게 현장에 새로 나타난 사람을 발견하고 시선을 돌렸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머리카락 색은 보기 드물게 흑발에, 험한 일을 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외모가 곱상하고 피부가 깨끗했다.
화려한 이목구비와 날카로운 외모는 어디 귀한 집 도련님이라 해도 믿을 모습.
그런데 이질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뭐야 저거. 옆구리에 칼이야?”
그는 어떠한 화기도 없이 칼 한 자루만 덜렁 차고 있었다.
당황한 용병들은 서로를 돌아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