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Knight After the Ending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선혈 형제단 (1)
파지지직!
전자기의 폭풍이 몰아치며 주변이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가려지는 시야 속에서 푸른 전류가 번쩍이는 것은 선명하게 보였다.
“테슬라 암즈라니! 저런 걸 단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테슬라 암즈.
군에서 제작한 특수등급 의수로 특별한 능력이 탑재되어 있는 의수를 뜻했다.
고출력의 전기를 내뿜는 테슬라 암즈는 티르나를 통틀어서 단 몇 대만 제작이 됐을 정도의 귀중품.
절대 평범한 갱이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난입자가 정말 대단한 강자라는 소리.
용병과 해결사들은 대체 왜 저런 인간이 갑자기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길 피해! 뒤로 빼라고!”
“살고 싶으면 튀어!”
이 전까지 위기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처하던 용병들이 패닉에 빠졌다.
그 상황에서 제대로 움직이는 자들은, 나름의 명성을 얻은 해결사들이었다.
타앙!
일행의 가장 후미에서 대기 중이던 저격수 안나가 난입자를 향해 저격소총을 쏘았다.
뿌연 먼지구름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지만, 그녀의 총알은 그런 것 따위는 개의치 않다는 듯 정확히 난입자의 미간을 노렸다.
지이잉.
그때 난입자가 반응했다.
난입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테슬라 암즈를 내밀자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며 총알을 허공에 고정시켰다.
쓰읍. 하아.
난입자의 방독면의 동그란 고글 너머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그것은 안나를 비웃듯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었다.
피잉─!
직후 허공에 고정된 총알이 안나를 향해 되돌아갔다.
“……!”
스코프를 통해 그 일련의 행동을 지켜보던 안나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저격수인 그녀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는 기동력은 없었다.
안나가 눈을 질끈 감은 그때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저격수 안나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칼을 쥔 오시안의 등이었다.
“물러나라.”
오시안의 근처에 반으로 깔끔하게 잘린 총알이 뒹굴고 있었다.
자신의 저격소총에 사용하는 대구경 탄환이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지금 오시안은, 날아오는 총알을 칼로 베어낸 것이다.
그것에 경악을 느끼는 것도 잠시, 오시안이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삽시간에 난입자의 지척까지 접근한 오시안의 참격이 미간을 노렸다.
“이건 또 뭐야?”
키이잉──!!
그러나 난입자가 테슬라 암즈를 다시 내미는 순간, 오시안의 검격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아무리 빠른 검술이라 하더라도 휘두르는 검은 결국엔 금속.
자력에 영향을 받는 이상 절대 닿을 수 없었다.
“칼을 사용해? 별 웃기는 놈이 다 있네.”
오시안의 모습을 유심히 살핀 난입자가 떠들었다.
그만큼 검을 무기로 사용하는 오시안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멍청한 건지 용감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검을 휘두르려는 건…….”
“말이 많구나.”
오시안은 그렇게 말하며 팔에 힘을 주었다.
뿌드득!
전신의 근육에 용력이 샘솟으며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혔던 검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무슨……?”
난입자는 서서히 다가오는 검을 보며 방독면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날아오는 총알도 허공에서 고정시키는 강력한 자기력이다.
그것을 순수 육체의 힘으로 밀어낸다고?
“……건방진 벌레 새끼가.”
난입자는 오시안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동시에 오시안의 검을 밀어내던 자기력이 더욱 강해졌다.
쿠웅!
오시안이 두 다리로 딛고 있던 지면이 크게 요동치며 금이 쩍 갔다.
그럼에도 오시안은 뒤로 밀려나지 않고 버텼다.
오히려 더욱 힘을 주기 시작하자 강력해진 자기력을 뚫고 한발 더 나아갔다.
‘아직 가능해.’
오시안은 느꼈다.
지금 검이 막힌 상황에서도, 육체의 능력은 아직 한계를 맞이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육체능력.
오시안은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콰드득!
지면이 한차례 크게 내려앉았지만, 오시안은 멈추지 않았다.
난입자는 방독면 속에서 눈을 빛냈다.
“그래. 벌레치고는 확실히 힘은 쎄네.”
이 정도의 자기력이면 총알뿐만 아니라 돌진하는 대형 트럭도 손쉽게 날려버릴 정도다.
그것을 맨몸의 인간이 버티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더 말이 안 되는 것은, 이쪽이 출력을 올렸는데 오시안은 그 이상으로 힘을 가하며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는 성능 테스트만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난입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은근하게 찢어진 붕대에 드러난 팔은 인간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오른손에 마력이 맺혔다.
“마법사……?”
오시안은 설마 이 상황을 초래한 자가 마법사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시대의 마법사는 예전처럼 로브를 걸치고 지팡이를 쥐면서 나 마법사요, 하고 티를 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몰골만 보고 직업을 유추할 수 없었던 것이 큰 실수였다.
“멍청한 새끼. 이미 늦었어.”
난입자는 오시안을 향해 오른팔을 내밀었다.
보랏빛으로 맺힌 힘이 오시안의 머리 위에 천사의 고리처럼 원을 그렸다.
그리고 거대한 압력으로 오시안의 몸을 짓눌렀다.
쿠웅!
3성 중력마법 [그래비티 프레스(Gravity Press)]가 발동했다.
특정 범위 내의 중력을 급증시키는 중력마법.
자기력과 힘겨루기를 하던 오시안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조금씩 우위를 점하던 힘이 삽시간에 동률을 이루었다.
오시안의 두 다리가 땅에 발목까지 파고들었고 근육에 조금씩이지만 부하가 오기 시작했다.
‘이건 순수 육체의 힘으로는 버티기 힘든데.’
오시안이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그런 생각을 할 때, 난입자는 그 이상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테슬라 암즈의 출력을 받아내면서 동시에 그래비티 프레스를 몸으로 버텨?’
그래비티 프레스는 맨몸의 인간이 맞으면 압착기에 찌그러진 것 마냥 짜부라지는 위험한 마법이다.
그런데 오시안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이걸 맞고도 버티고 있었다.
그야말로 상식을 초월하는 육체능력.
이 정도의 실력을 지닌 해결사라면,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엄청난 명성을 얻었으리라.
“그러면 뭘 해. 어차피 너는 여기서 죽을 텐데.”
난입자는 그렇게 말하며 마력에 더욱 힘을 주어 출력을 올리려 했다.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로널드! 레지널드! 쏴!”
지휘관 데이빗의 명령에 두 오토마톤이 토미건을 연사했다.
난입자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오시안에게 가하려는 마력을 다른 쪽으로 선회, 새로운 마법을 발현시켰다.
허공에 반투명한 마력의 장벽이 생성되었다.
토미건의 총알이 우산에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장벽을 때렸다.
오시안의 몸에 부하가 사라졌고, 그걸 본 데이빗이 외쳤다.
“뒤로 물러나게!”
“이 귀찮은 날벌레 같은 새끼가. 너희들부터 처리해 주마.”
난입자는 순간 테슬라 암즈의 출력을 최대치까지 끌어 올렸다.
갑자기 급증한 힘에 오시안의 몸이 검과 함께 뒤로 멀리 날아갔다.
광범위하게 뿌린 자기력을 한 점에 집중한 것이다.
오시안을 재빠르게 밀어낸 난입자는 데이빗에게 시선을 돌렸다.
데이빗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오토마톤을 앞으로 내세우며 황급히 몸을 뒤로 뺐다.
직후 불덩어리들이 날아와 오토마톤을 집어삼켰다.
화르르륵!
파지지직!
오른팔에 화염을, 왼팔에 전류를 두르며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난입자는 그야말로 인세에 강림한 악마였다.
광범위한 화염이 다른 용병들을 집어 삼켰다.
“아아악!”
“살려줘!”
그때 피부를 경질화 시킨 조나단이 난입자에게 달려들었다.
“우워어어!”
“이 덩치는 또 뭐야?”
난입자는 조나단을 비웃으며 중력 마법을 발동했다.
2성 중력마법인 [그래비티 펄스]가 조나단의 명치를 강하게 때렸다.
콰지직!
“크허억!”
총알도 튕겨내던 강철의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벗겨졌다. 조나단의 몸이 물수제비처럼 뒤로 튕겨 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 광경을 본 용병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테슬라 암즈 하나만으로 벅찬데 심지어 마법사라니.
게다가 저 정도 위력의 마법을 손쉽게 사용하는 걸 보면 최소 4성급 마법사다.
어딜 가서도 정예전력으로 대접을 받는 자인 것이다.
여기서 전부 죽는다.
그 생각으로 자리에 얼어붙은 용병들을 일갈한 것은 데이빗이었다.
“뭣들 해! 발전소 안으로 대피해!”
데이빗은 부상당한 용병 하나를 들쳐 업으며 외쳤다.
퇴로가 막힌 용병들은 어쩔 수 없이 발전소 안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난입자는 그런 자들을 비웃었다.
“내가 그렇게 놔둘 줄 알고?”
난입자는 테슬라 암즈를 뻗어 발전소 안으로 도망치는 용병들을 겨누었다.
이대로 전기를 일으켜 한꺼번에 지질 생각.
끼기긱.
그러나 바라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왼팔에 가해지는 부담에, 난입자는 테슬라 암즈를 살피곤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제길. 그 이상한 새끼 때문에.”
테슬라 암즈에서 새하얀 연기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과도한 출력 때문에 과열된 것이다.
난입자는 오시안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원래라면 일방적으로 쓸어버릴 싸움에서, 그 한 놈 때문에 테슬라 암즈의 출력 제한을 오버해 버렸다.
자체 냉각기능을 통해 식히고는 있지만, 한동안 성능 저하는 피할 수 없으리라.
난입자는 오시안이 날아간 장소를 살폈다. 녀석은 죽지 않았는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운 좋은 새끼.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죽여주마.”
난입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전소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안쪽에 도망친 벌레들을 잡아 죽일 시간이었다.
*
“허억. 허억. 그 새끼는? 쫓아오나?”
“아니. 안 와. 아무래도 따돌린 거 같은데?”
“이런 제길. 지금 몇이나 산 거지?”
골목길로 도망친 자들은 인원을 확인했다.
무사히 도망친 사람들은 5명.
쿠웅!
그때 거구의 조나단이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용병들은 그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총을 뽑았다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보고 바로 총구를 내렸다.
조나단을 데려온 것은 오시안이었던 것이다.
‘경질화를 유지한 거구를 멀쩡하게 들고 와?’
‘방금 전에도 테슬라 암즈에 맞섰던 거 같은데. 대체 힘이 얼마나 세면?’
아무튼 귀환자가 2명 늘어서 숫자는 총 일곱.
용병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 씨발. 테슬라 암즈 사용자라니. 저런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저 새낀 대체 뭐야?”
용병들이 저마다 떠들 때, 대답을 해준 것은 저격수 안나였다.
“들어본 적 있어. 최근에 군부대 창고가 습격당해서 중요 물품들을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잠깐. 나도 들어봤어. 그거, 선혈 형제단(Blood Brotherhood)의 짓이었잖아.”
신문에서도 대서특필되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 일을 벌인 자들이 아주 유명했으니까.
“선혈 형제단? 위험한 놈들인가?”
오시안 묻자 용병이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소수의 강자로만 구성된 테러 조직이야. 아주 악랄하고 정신이 나간 놈들이지. 구성원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조직보다 강한 놈들인데, 온갖 위험한 놈들로만 구성되어 있고. 티르나에서 적색딱지가 붙은 놈들이지.”
“방금 녀석도 그 선혈 형제단이라는 거로군.”
“그런 셈이지. 제길. 왜 저런 미친놈들이 이런 곳에…….”
그보다 문제는 의뢰다.
저 미친 테러광이 나타났다면, 이쪽의 힘만으로는 싸울 수 없었다.
“데이빗이랑 그 강철추종자는?”
“안쪽에 있겠지. 그리고 그 괴물은 안쪽에 도망친 놈들을 쫓은 모양이고.”
“다 뒤졌겠군. 아니면 곧 뒤질 운명이거나.”
절망. 좌절. 공포.
용병들은 방금 전 난입자가 보여 준 광경에 몸을 떨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추스르고 일어난 것은 저격수 안나였다.
“난 이만 가봐야겠어.”
“뭐? 의뢰는 어쩌고?”
“당연히 실패지 뭘 묻고 있어? 목숨을 부지한 것만으로 고맙게 여겨. 아, 그리고 오시안이라고 했지? 구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목숨을 빚졌어.”
오시안은 대답 대신 기절한 조나단을 가리켰다.
“갈 거면 저 녀석을 부축해서 데려가도록 해라.”
“……그쪽은 안 갈 거야?”
오시안의 말에서 무언가를 읽어낸 안나가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그래.”
“……여기 남아서 뭘 하려고?”
“가서 구해야지.”
예상 밖의 말에 안나를 포함한 용병들이 눈을 크게 떴다.
오